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84)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84화(284/302)
283화. 치워버려(2)
“들키지 않는다고? 왜…?”
은호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라이엔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꺼냈다.
은호가 죽음에 가까이 갈 만큼 피를 흘렸다.
그렇게 바친 대가였다.
아무 의미가 없으면 되겠는가.
“체결했지. 그게 무슨…….”
은호가 말하다 말고 멈췄다.
설마.
“네. 약속을 유지하는 데 들었던 힘을 다른 곳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이엔의 눈빛이 깊어졌다.
약속은 자신과 원래 세계의 유일한 식물인 오랜 친구가 함께 유지하고 있었다.
친구와 거리가 멀어지면 그 약속이 끊어질까, 움직이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았다.
약속을 유지하는 부담을 이곳 식물들이 나눠 가져다줬으니까.
드디어 자발적 구속을 풀 수 있었다.
이 모든 건 은호가 해줬다.
오랜 친구를 살리는 것도 전부 다.
“내가 이곳을 지배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라이엔은 이곳에 힘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을 지배하게 되면 디올린의 힘이 가려지는 거야?”
은호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배로 가려지는 건지, 아니면 디올린이 힘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건지.
“제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면 디올린이 가진 힘을 지워버려도 디올린은 모르게 됩니다. 하지만 지배는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당신과 자연을 능가할 수 없으니까요.”
그 외에는 가능하다는 소리가 아닌가.
은호가 입을 살짝 벌리자 라이엔이 빙그레 웃었다.
“내가 왕인 이유입니다.”
자연이 준 절대적인 축복.
그게 라이엔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와.”
은호의 눈이 빛으로 휩싸였다.
가장 깊었던 고민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다.”
은호는 안도했다.
계약 하나로 이만큼이나 가능하게 되다니.
몇 번을 생각해도 밀려드는 건 안도뿐이었다.
“이제 그러면 너도 드디어 숨을 쉴 수 있는 거잖아?”
행복이 담긴 그 말에 라이엔은 바로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걱정이라니.
왜 이걸 이제야 말하냐는 비난도, 관련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라이엔은 조용히 웃었다.
“이제 시작하기만 하면 되겠네? 아무 걱정 없이…….”“왜 이걸 이제야 알려준 건가?”
은호가 묻지 않자 흑견이 라이엔을 쏘아보며 물어보았다.
“알고 있었다면 가장 먼저 말을 해줄 수 있지 않은가.”
“그건…….”
라이엔이 주저하자 은호는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흑견들이 있는 곳으로 먼저 갈게. 애들하고 인사하고 있어.”
“……?”
흑견은 그 이야기에 무슨 짓이냐고 바라보았다.
“가자, 멍멍이 형님.”
대답보다는 공간을 먼저 열었다.
그 너머에 라이엔과 함께 갔던 동굴이 펼쳐졌다.
시작에 앞서 흑견들의 지원이 있어야 했으니까.
은호는 흑견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도망치는 듯 앞으로 나아갔다.
흑견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공간 너머로 움직였다.
공간을 닫은 뒤, 은호는 태블릿으로 디올린과 윈디드의 위치를 파악했다.
아직은 괜찮았다.
“인간은 궁금하지도 않은가. 인간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냔 말이다.”“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멍멍이 형님도 보이잖아. 나한테 계속 미안해하고 있어.”“그건 당연한 거다.”
흑견이 은호를 바라보자 그는 콧잔등을 건드렸다.
“라이엔이 누군가에게 기대본 적이 없어서, 받는 그 자체가 미안한 것처럼 보였어. 이걸 그 자리에서 말할 순 없잖아.”
“그게 뭐라고.”
“왕이잖아. 버거울 거야. 지금도 죽을 맛일지도 몰라.”“지금도? 지금은 왜 그런가?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그래서야. 왕인 라이엔이 환수들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진 거잖아? 도움을 받고 있으니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거지.”“이해할 순 없지만, 동정받는 느낌인 건가?”“그렇지 않을까? 라이엔은 말이야, 쉽게 말해서 완벽주의자인 거지. 뭐든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괴롭잖아.”
흑견은 쏟아지는 말에 귀를 접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라 듣고 싶지 않아 보였다.
“어쨌든, 그렇다는 거지. 아, 저쪽으로 갈 때, 멍멍이 형님은 숨어 있을래?”
“가겠다.”
“그래. 말만 하면 되니까.”
은호는 동굴을 쭉 걷다 걸음을 멈췄다.
빛을 굳이 비추지 않아도 환한 빛이 뻗어 나왔다.
“친구들아.”
은호는 나무를 비롯한 흑견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은호를 보며 반기다 말고 흑견을 보자마자 이내 머뭇거렸다.
여전히 서먹서먹했다.
이 관계를 풀어주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너희가 도와줄 일이 있어. 왕을 위한 일이야.”
뒤이어 꺼낸 말에 흑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 * *
문이 열렸다.
라이엔이 나오자 환한 빛이 내뿜어졌다.
그 빛을 받은 이들은 반사적으로 모두 머리를 조아렸다.
동시에 의문이 머릿속에 고개를 내밀었다.
왜 왕이 밖으로 나오는 건지.
이런 일은 몇 없어 상당히 낯설다고 생각하던 그때, 저 멀리부터 어둠이 내려왔다.
천천히 다가오는 것 같았지만, 그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다들 라이엔의 빛에 의식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밤도 아닌데 왜 갑자기 어둠이 내려앉을까.
짙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던 차, 빛이 약해지고, 라이엔은 나무로 들어가 버렸다.
라이엔이 사라지자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왕이시여?”
누군가 목소리를 냈다.
빛을 띨 수 있는 환수가 빛을 피운 순간, 어둠에 잡아먹혔다.
“……?”
이상함도 잠시, 그 앞에 샛노란 눈동자가 환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로 입을 틀어막았다.
샛노란 눈동자는 서서히 늘어났다.
서늘함이 땅에 드리우던 그때, 그림자에서 환수가 나왔다.
2인 1조.
한 환수에 달라붙어 정신 계열의 힘을 사용했다.
흑견들이 정신 계열의 힘을 가진 환수들을 수호자들 앞에 데려다주면 붙어 바로 힘을 터트렸다.
깔끔하고, 조용한 방법이었다.
정신으로 끌려갔기에 누구 하나 내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소리는 사라졌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라이엔이 걸어 나왔다.
존재 자체로 빛이 퍼졌다.
어둠이 드리운 이곳에 태양이 뜬 것만 같았다.
라이엔은 저들이 디올린의 힘을 지워버리기 전에 이곳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얼마나 이곳에 머물렀는가.
자신을 붙잡은 것들이 너무 많아 이곳까지 걸어가는 것도 어려웠다.
라이엔은 숨을 골랐다.
앞발을 들었다.
발가락 끝에 거센 빛이 어렸다.
“이곳은 이제 나의 영역이다.”
콰앙.
그대로 땅으로 내디디자 빛이 나와 박혀버렸다.
십자가 모양을 띠던 빛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졌다.
흑견들이 가뒀던 어둠마저 모두 물렸다.
사방으로 퍼지려던 빛은 이내 라이엔의 뒤에 빛을 내는 후광으로 스며들었다.
아래를 보자 땅에 십자가로 된 빛이 어렸다.
“이곳에서 벌어진 그 무엇도 보여주지 않겠다.”
라이엔의 명령이 떨어지자 십자가로 된 빛이 사라졌다.
이 명령이 디올린의 눈을 가릴 테지.
라이엔은 그대로 주변을 살폈다.
자신의 아이들이 수호자들에게 매달려 힘을 쓰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누구도 그대들을 해칠 수 없다.”
라이엔은 또 다른 명령을 내리며 이 모든 일이 끝나길 조용히 기다렸다.
자신이 저들의 정신에 어린 힘을 지우는 건 또다른 지배에 불과했다.
이걸 원하지 않았다.
그저 숨을 죽은 채.
자신의 아이들을 믿으며 라이엔은 눈을 감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폭시와 하이프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린 됐어!”
하지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폭시와 하이프가 주변을 살펴보려던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제일 처음입니다.”
라이엔은 그들을 보며 방긋 웃었다.
“정말?”
“정말이에요?”
“정말입니다.”
폭시와 하이프는 서로를 보았다.
“도와주러 가자! 어때?”
“그게 좋겠네.”
하이프가 대답하자 폭시는 얼른 다른 애들을 도와주러 향했다.
신이 난 뒷모습이었다.
“우리 해냈어!”
이어 다른 목소리가 들리자 라이엔은 부드럽게 웃으며 반겼다.
“해냈습니다.”
“다른 애들은 아직이에요?”
“아직입니다.”
라이엔의 목소리를 따라 너무도 당연하게 다른 환수들을 도와주러 움직였다.
“갔다 올게요!”
자연스러운 그 행동에 라이엔은 뭉클거리는 감정을 느꼈다.
“우린….”
“우리.”
깨어난 순간과 소리가 겹치자 웃음이 번졌다.
라이엔 역시 따라 웃었다.
“우리도 됐어!”
또 해냈다는 말이 들려왔다.
“아직인가 봐.”
“그럼, 다시 가야지. 할 수 있지?”“응. 아직 쌩쌩해.”
환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디올린이 심은, 못된 힘을 제거하기 위해 그들은 움직였다.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하나, 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서로를 격려하며 수호자들에게 매달렸다.
드디어 마지막 남은 환수의 정신을 풀어주고자 모두가 모였다.
“마지막이야.”
“맞아. 마지막이야. 바로 끝내자!”“좋았어! 끝내는 거야!”
모두가 정신 속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다 같이 동시에 눈을 떴다.
천천히, 볼살이 위로 치켜 올랐다.
이다음 뭘 기대하는지 다들 알고 있었다.
이미 정신 속에서 다 보았으니까.
하나.
둘.
셋.
서로 눈치껏 박자를 세며 힘껏 앞발을 위로 올렸다.
“우리가 해냈어!”
다 풀었다.
이곳에 있는 환수들의 머릿속에 심어진 디올린의 힘을 죄다 지워버렸다.
서로를 향해 달려들어 안았다.
동족도 달랐다.
사는 곳도 달랐다.
성격도, 특성마저 달랐다.
하지만 모두 은호를 위해 모였고, 왕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 일을 이끌었다.
“해냈어!”
“응! 해냈어! 우리가 해낸 거야!”
다 같이 모이면 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해냈다는 사실도 너무나 기뻤다.
환수들은 라이엔을 바라보았다.
“해냈어요!”
“디올린의 힘을 떨쳐냈어요!”“우리가 다, 죄다 없앴다고요!”
수많은 소리가 이어졌다.
칭찬해달라.
기뻐해달라.
저들의 눈동자는 반짝거리는 별 같았다.
라이엔은 그들을 바라보고,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멍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호자들이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부드러운 미소가 라이엔의 입가에 맴돌았다.
“…왕이시여. 당신도 이제, 자유에요.”
하이프가 불쑥 라이엔을 안았다.
느닷없이 밀려오는 말에 라이엔은 하려는 말을 모두 다 잊어버렸다.
자유라니.
“맞아요! 왕께서는 이제 자유에요!”“이제 우리를 보러 올 수 있겠죠?”“예쁜 곳이 정말 많아요. 같이 보러 가고 싶어요!”
하나씩 꺼내는 그 해맑은 소리에 라이엔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뒤늦게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는 듯 갈기가 떨림을 따라 요동쳤다.
“감사합니다.”
꾹꾹 감정을 눌러 담았다.
옆에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못 했다.
디올린이 약속을 깨고, 저들을 장악할 때도 몰랐다.
뒤늦게 그 모든 걸 알았을 때, 자신의 멍청함을 얼마나 탓했던가.
“…감사합니다.”
수많은 존재가 나서줬다.
원망도 했을 테고, 화도 났을 텐데, 저들은 자신을 위해 움직여줬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은 다른 걸 말할 때잖아?”
폭시가 꼬리를 흔들며 활짝 웃었다.
다들 간절히 바라는 말이 있었다.
“수호자들이여.”
라이엔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수호자들을 불렀다.
“…그대들은, 자유입니다.”
이곳에 있었던 모든 악몽을 끝내는 소리를 내뱉었다.
디올린의 꼭두각시는 노릇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라이엔은 조용히 작은 승리를 알렸다.
* * *
은호는 들판에 누운 채로 얌전히 기다렸다.
과자도 뜯어서 먹자 초롱초롱한 시선이 쏠렸다.
“이거 살짝 매운데 괜찮겠어?”“난 매운 거 잘 먹어.”
환수가 씩씩하게 말했다.
정신 계열의 힘을 가진 환수가 아니면 오지 말라고 했다.
라비가 가고 싶다고 했지만, 안 된다고 했다.
흑견도 말렸다.
위험했다.
태호가 준 기계는 딱 하나였으니까.
“단아도 먹을래?”
저 멀리서 단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는 매운 걸 못 먹어.”
은호는 단아의 대답에 교감의 힘을 퍼트렸다.
이쪽으로 오라고 손을 뻗자 단아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디올린을 만난 뒤 바로 세티아가 있는 그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진실의 거울과도 같은 세티아의 힘이라면 디올린의 힘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의식이 흐린 와중에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그때, 다 데리고 호수로 간 게 아닐까.
와사사삭.
용기 있는 환수가 과자를 먹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맛있어.”
“여기, 더 있어. 이건 안 매울 거야.”
은호는 가방에서 과자를 더 꺼냈다.
와사사삭.
소리가 하나씩 더 늘어나 은호는 키득거렸다.
이곳은 숲이었다.
집하고, 연구소하고 떨어진 곳.
디올린이 예측하지 못하게 일부러 이곳으로 잡았다.
윈디드에게도 이곳으로 데려와 달라고 했으니까.
은호는 눈을 감다 크게 하품했다.
계약한 뒤로 잠이 많아진 느낌이었다.
몸이 힘들었던 걸까.
“애들아. 무서우면 도망쳐도 돼. 알겠지?”
은호는 말을 하며 환수들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시선이 밀려오자 과자를 먹던 환수들이 도리어 화를 냈다.
“싫어!”
“맞아. 싫어!”
“하겠다고 한 건 우리야. 은호는 우리를 지켜줬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해.”
연구소에 인간들이 습격했을 때, 은호가 지켰다.
그때는 약속 때문에 도망갔다고 해도 이번에는 아니었다.
“도망 안 가. 이번에는 절대로 안 가.”“알았어. 알았는데, 그래도 무서우면 저쪽 끝으로 가도 된다는 소리였어.”
은호는 이번에 도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저 멀리 나무를 가리켰다.
헷갈릴까, 은호가 가리키는 나무가 알아서 좌우로 흔들어주었다.
도망이라는 말을 빼자 환수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저쪽이라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바라보기에 은호는 웃으려다 말고 태블릿을 보았다.
1분 미만이라는 표시가 떴지만, 은호는 모르는 척 미소를 지었다.
다른 환수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
알려준다면 아마 몸이 굳을 테니까.
“은호.”
“응?”
“은호가 주는 과자는 다 맛있어. 이건 무슨 과자야?”“이건 말이야…….”
은호의 말꼬리가 길어졌다.
알고 있었지만, 난데없는 등장이라고 느낀 건지 몰라도 환수들은 은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가장 안전한 곳.
그게 자신일 줄이야.
은호는 위를 바라보았다.
그림자가 길게 졌다.
윈디드가 내려왔다.
“…삐약아?”
은호는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오늘은 여기 있었네?”“아아, 낮잠이나 자려고. 그런데 웬일이야?”“지나가다가 봤는데, 널… 만나고 싶어 해.”
윈디드의 말꼬리가 살짝 늘어졌다.
“누가…?”
은호의 말이 떨어지고, 그림자가 길어졌다.
디올린이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라이엔과 비슷한 말투지만, 다른 시선으로 웃었다.
은호는 상체를 일으켜 디올린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