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87)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87화(287/302)
286화. 불러오다(3)
《정말 하시겠습니까?》“또 물어보면 힘 빠지는데요?”
은호가 넌지시 말을 하자, 태블릿은 빠르게 다른 글자를 띄웠다.
《사라진 ■■■■■■을 불러옵니다.》《충격에 대비하십시오.》
태블릿의 말이 끝나자 은호는 살짝 긴장했다.
‘이런 말까지 할 정도라니. 대체…….’
은호는 말을 멈췄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이미지가 들어왔다.
억지로 밀고 왔기에 이미지를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저 금방이라도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고통과 울렁거리는 속으로 헛구역질이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뜨거운 코피가 땅을 적셨다.
‘……와, 이건. 이건.’
지금까지 이 힘을 사용했을 때, 맨정신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알아먹지도 못할 정보가 쏟아졌으니까.
꽈아악.
갑자기 누군가 심장을 쥐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 속으로 작은 상처를 내고, 무언가를 들이붓자 비명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핏줄을 타고 맴돌았다.
뜨거웠다.
마치 토템을 다른 힘과 결합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성장의 열처럼 거센 작열에 은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은호의 몸이 무너졌다.
두 팔로 겨우 몸을 지탱했다.
식은땀이 코피와 뒤섞여 떨어졌다.
둥.
북소리가 울렸다.
둥.
자신이 퍼트린 교감의 힘이 빠르게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어딜 봐도 꽃잎이었다.
왕의 오랜 친구인 그 나무 주변에 흩날리던 그 꽃잎을 닮아있었다.
눈을 홀리는 광경 너머로 은호의 피를 타고 맴돌던 힘은 온몸으로 퍼졌다.
욱신욱신.
작은 틈을 꿰뚫고 밀려드는 뜨거움에 온몸이 타버리는 것만 같았다.
은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으.”
지독한 통증이 한 차례 감싸던 그때, 빛이 눈앞에 맴돌았다.
은호는 조용히 눈을 떴다.
여전히 뜨겁고, 아팠다.
눈시울마저 뜨거워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지만, 무언가와 마주했다.
사라진 식물이었다.
낯설되,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줄래?’
더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왕의 친구인 그 나무는 기억하고 있었다.
저 사라진 식물을.
‘조금만.’
은호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빛이 올라왔다.
빛은 식물의 줄기 문양으로 모습을 바꾼 채 은호의 얼굴까지 감쌌다.
마치 은호가 직접 식물을 몸에 품고 있는 듯했다.
그의 눈동자는 밤에 핀 꽃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너의 이름은.”
은호는 숨을 내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모두가 숨을 삼켰다.
모두가 침묵했다.
바람조차 사라져버렸다.
감히 은호의 주변에 그 무엇도 맴돌지 못했다.
그는 양손을 아래로 뻗었다.
무늬를 따라 빛이 손바닥을 향했다.
손바닥에 물처럼 고이고, 흔들렸다.
은호는 물을 바닥에 뿌리듯 모았던 양손을 펼쳤다.
빛이 스며들었다.
아래로, 저 깊은 아래로.
땅속에서 뿌리가 자라났다.
그대로 위로 뻗어 나왔다.
다시 찾을 그 이름을 기다리며 무겁게 짓누르는 땅을 벗어나 고개를 들이밀었다.
똬리를 튼 식물은 마치 소라를 닮아있었다.
껍질처럼 생긴 부분은 모두 잎사귀였다.
그 색이 짙은 푸른색을 띠었다.
주먹만큼 작았다.
하나가 아니었다.
고개를 밀고 오는 식물들은 수십, 아니 수백 개로 늘어났다.
푸른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부우우우.
자신이 이곳에 왔다.
그렇게 알리는 것만 같았기에 은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너는 이제 푸른 소라야.”
은호는 그들에게 이름을 붙였다.
《사라진 ■■■■■■의 이름을 푸른 소라로 뒤바꿉니다.》
태블릿이 이름을 바꾸자, 꽃잎처럼 은호의 주변을 맴돌던 교감의 힘이 푸른 소라에게 퍼졌다.
꽃잎이 뿌려지며 푸른 소라에게 조용히 스며들었다.
부우우우.
푸른 소라는 우아한 소리를 내뱉었다.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은호는 그제야 활짝 웃으며 코피를 닦았다.
자신의 밑에는 흘린 피로 인해 또 다른 식물이 앙증맞게 자라있었다.
《정신 계열의 힘을 감지합니다.》
짤막한 정보가 태블릿의 화면에 떠올라 있었다.
은호는 무어라 말하려다 말고, 헛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우욱!”
속에서 무언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코피만 떨어질 뿐이었다.
손등으로 코피를 닦았다.
“병원 갈까, 말썽꾸러기?”
윈디드가 바람을 타듯 빠르게 달려와 은호에게 물었다.
은호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그만뒀다.
어지러웠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 속이 계속 울렁거렸다.
숨을 몇 번이고 가다듬었다.
고개를 돌려 푸른 소라들을 보았다.
잠깐 자라나다 사라지던 그때와 달랐다.
이제는 완전히 이곳에서 자랄 테니까.
“…친구들아, 고마워.”
은호는 손을 뻗어 이곳에 자라나 준 식물을 쓰다듬었다.
이곳은 낯선 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뿌리를 내려 놓아주었다.
은호의 말에 푸른 소라들이 흔들렸다.
기쁘다는 뜻이라는 걸 알았다.
은호는 잔잔하게 웃다가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울먹거리는 환수들의 모습에 은호는 당황했다.
“…애, 애들아. 도무지 믿을 수가 없겠지만, 나는 진짜 괜찮거든.”“그걸 잘도 믿겠다. 지금 꼴을 보거라. 누가 봐도 쓰러지기 직전인 상황이다.”
흑견이 빈정거렸다.
그 목소리에 은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숨을 참고 상체를 올렸다.
흑견이 그냥 어둠으로 은호를 눕혔다.
“눕거라.”
등이 닿자 은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노을이 진 하늘이 보였다.
왕에게 간 애들이 걱정됐다.
다들 괜찮을까.
“친구들아, 이 잎사귀 하나씩 들고 움직여줄래? …아마, 반응이 있을 거야.”
은호는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바로 확인해야 했다.
“이거…?”
환수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앞발로 이상하게 생긴 식물을 가리켰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생겼을까.
“맞아. 이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면.”
은호는 손을 뻗었다.
식물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대로 ‘톡’하고 뜯어지며 손아귀로 굴러왔다.
“이렇게 굴러와.”
은호는 푸른 소라를 손에 넣고는 숨을 또 길게 내쉬었다.
“멍멍이 형님. 나 태워줘.”
흑견을 보고 당당하게 말하자 기가 찬 얼굴을 했다.
안색이 나쁠 뿐, 이 정도면 괜찮았다.
흑견의 등에 탄 은호는 잠깐 태블릿을 불렀다.
디올린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
지금 왕에게 가고 있었다.
은호는 거리상 아직 괜찮다는 걸 확인한 뒤, 푸른 소라를 든 채로 흑견의 몸에 기댔다.
“친구들아, 멍멍이 형님 뒤를 따라올 수 있겠어?”
“따라올 수 있어.”
“물론이지!”
“그럼, 푸른 소라를 들고 따라와 줄래?”
은호의 부탁에 환수들은 푸른 소라에게 다가가 앞발을 내밀었다.
자동적으로 데구루루 구르는 모습에 환수들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부우.
묘한 소리가 나자 냄새를 맡거나, 앞발로 건드렸다.
부우우.
건드릴 때마다 소리가 나자 경계는 이내 호기심으로 바뀌고, 이내 배시시 웃는 환수들도 생겨났다.
은호는 숨을 몰아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웃고 싶은데, 온몸에 힘이 다 빠진 것 같았다.
물을 먹은 듯 아주 무거웠다.
“그런데 말썽꾸러기.”
“…응?”
“이게 정신 계열의 힘을 감지할 수 있는 식물이야?”
윈디드는 푸른 소라를 가리켰다.
“맞아. 정확해. 오늘, 두 번은… 못하겠네.”
나른한 얼굴 위로 더 깊은 나른함이 감쌌다.
졸음마저 쏟아질 것만 같았다.
“두 번이나 하려고 했는가?”
흑견이 고개를 휙 돌렸다.
불만이 섞인 것도 모자라 짜증마저 어려 있었다.
어둠으로 은호의 머리를 잡고 흔들자, 그가 입을 가린 채 헛구역질을 했다.
그대로 흑견의 온몸이 굳어졌고, 윈디드가 놀라며 다가갔다.
“괜찮아, 말썽꾸러기?”
윈디드는 조심스럽게 앞 발등으로 은호의 등을 쓸어내렸다.
“……괘, 괜찮은가?”
흑견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아니지, 친구. 은호 얼굴 봐봐. 이게 괜찮은 것처럼 보여?”“일부러… 그러려고 한 건 아니다.”
흑견이 꼬리를 살짝 내린 채 말을 꺼냈다.
그건 정말이었다.
“내 등에 탈래, 말썽꾸러기?”
윈디드의 제안에 흑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은호를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괜찮아, 삐약아. 진짜 괜찮으니까, 놀라지 마, 멍멍이 형님.”
평소라면 놀렸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흑견이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은호는 토닥토닥 두드렸다.
“괜찮다니까? 그냥 머리가 좀 울려서 그래.”
은호가 달래고, 또 달래서야 흑견은 뒤늦게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뒤를 쳐다보았다.
은호는 키득거렸다.
얼마나 걸었을까.
흑견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와아아앙.
은호가 손에 쥔 푸른 소라에서 소리가 들리며 빨갛게 변했다.
‘…여기에 있다고? 아니면 이 근처라는 뜻인가?’
은호는 상체를 살짝 올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말썽꾸러기.”
윈디드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응?”
“잠깐만 빌려줄래?”
“뭐가 보여?”
“의심되는 게 있어.”
윈디드는 푸른 소라를 부리에 문 채로 바로 앞에 있는 나무 근처로 향했다.
그곳 뒤에 매달린 환수가 있었다.
놀란 눈으로 윈디드를 바라보았다.
눈동자를 굴렸다.
와아아아앙!
소리는 더 거세지며 윈디드는 그 존재를 향해 웃었다.
소리는 저쪽으로 나고 있었다.
바로 저 존재에게.
이게 맞다면 저 존재는 정신 계열의 힘에 걸렸다는 말이었다.
“잠깐 확인할 게 있는데, 협조해줄 수 있어, 작은 친구?”
“…왜, 왜 그래?”
큰 눈 원숭이를 닮은 환수의 눈동자가 점점 더 커졌다.
윈디드가 아무리 방긋 웃어도 큰 덩치 때문에 꽤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협조하거라.”
흑견마저 말을 꺼내자 환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천둥이 치는 것만 같았다.
탁.
은호는 땅으로 내려왔다.
잠깐 비틀거렸지만, 나무로 걸어갔다.
꼼짝없이 매달린 환수에게 두 손을 뻗어 데려왔다.
환수는 밀려드는 냄새와 포근함에 본능적으로 은호에게 매달렸다.
“무서운 건 없어. 삐약이도, 멍멍이 형님도 하나도 안 무서워. 정말이야.”
은호는 환수를 토닥이며 뒤쫓아온 환수들을 향해 걸어갔다.
걸음걸이가 불안해 환수들은 앞발을 동동거리다 더 빨리 은호에게 걸어갔다.
와아아아앙!
환수들이 물고 온 푸른 소라가 다 같이 빨갛게 변했다.
소리는 신기하게 사라졌고, 오히려 한쪽을 향해 꼭지 부분이 움직였다.
모두 은호를 가리키고 있었다.
“…은호. 잠시만 그 존재 내려놔 봐.”
푸른 소라를 내려놓은 환수는 은호에게 부탁했다.
이게 반응했다는 건 저 존재가 정신 계열의 힘에 당했다는 말이었으니까.
은호가 자리에 앉자 큰 눈 원숭이를 닮은 환수는 더 그에게 매달렸다.
“갑작스러운 일에 많이 놀랐지? 미안해. 지금은 친구가 원치 않은 힘에 당해서 도와주려는 거야.”“……힘? 내가 힘에 당했다고?”
은호에게 안긴 환수는 고개를 올렸다. 그의 따뜻한 눈동자를 보며 눈을 몇 번이나 깜박거렸다.
“그게 무슨 힘인지 알려주고 싶은데, 그러면 친구가 큰일이 날 수도 있어. 믿어달라는 말이 얼마나 어렵게 들리는지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참아줄래?”
환수는 은호의 말에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품이 따뜻했다.
환수들이 큰 눈 원숭이를 닮은 환수에게 앞발을 뻗었다.
다 같이 눈을 감았다.
어떤 힘인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곧 거의 비슷하게 눈을 떴다.
“정신 계열은 맞는데, 달라. 누가, 악몽을 꾸도록 만들었어.”
“악몽?”
은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큰 눈 원숭이를 닮은 환수를 보자 덩달아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정말인 모양이었다.
“이건 아주 못된 거야! 잠은 푹 자야 하는데.”“그럼, 그럼. 잠은 푹 자야지.”
환수들은 열을 냈다.
잠을 건드리는 못된 짓을 허락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혹시 지워줄 수 있어?”
은호는 안도하며 제안했다.
디올린의 힘이 아니었다.
“당연하지! 금방 지워줄 거야.”“이건 쉬워. 우리는 지금 진짜 많으니까.”
환수는 당당하게 말을 꺼냈다.
지금 종과 관련 없이 하나로 뭉쳤으니까.
은호는 그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잠깐 기다렸다.
모두가 앞발을 뻗고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저 큰 눈 원숭이를 닮은 환수를 향해 기도라도 하는 듯했다.
“됐다!”
30초쯤 지났을까, 모두가 금세 눈을 뜨며 힘찬 소리를 꺼냈다.
“이제 악몽은 날아갔어.”“응. 싹 날아갔어.”
환수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큰 눈 원숭이를 닮은 환수를 바라보았다.
괜찮을까.
걱정이 담긴 눈을 보자 큰 눈 원숭이를 닮은 환수는 은호의 품에서 벗어나 수줍게 말을 꺼냈다.
“…고마워. 진짜 놀랐는데, 이렇게 해줄지 몰랐어. 고마워.”
우르르 오길래 해코지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머리가 맑아졌다.
몸도 가벼워진 기분을 느꼈다.
“뭘.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응.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환수들은 그 말에 뿌듯함을 느끼며 이빨을 내보인 채 웃었다.
* * *
“…그런데 은호. 이거 진짜 효과 있어!”
환수들은 푸른 소라를 가리켰다.
소리가 들렸다.
어디인지 알려줬다.
“그러면 이걸로 우리가 흩어져서 찾으면 되는 걸까?”“너희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은호는 안타까움을 조금 섞었다.
정확도가 떨어졌다.
방금 같이 헷갈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으니까.
“아니야, 은호. 이건 진짜 대단한 거야.”“그래. 우리가 정신 계열의 힘을 지녔지만, 보자마자 아는 건 어려워. 접촉이 있어야 해.”“응응. 그러니까 이건 진짜, 진짜 엄청나고, 대단한 거야!”
환수들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얼굴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놀라운 건지 더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발을 동동 굴리다가 다가와 안아주었다.
“은호. 우리는 네가 좋아. 그래서 널 돕고 싶은 거야. 여기도 정말 좋고.”“나도 너희가 좋아.”
은호가 뒤이어 꺼낸 말에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웠다.
부끄러움에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러니까, 은호가 우리한테 준 이건 정말로 엄청난 힘인 거야! 더 확실하게 도울 수 있어!”“이번에는 우, 우리한테 맡겨.”“응! 우리가 할 수 있어!”
환수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에 있는 존재들은 모두 한 마음이었다.
은호가 지키려는 이곳을, 왕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가자!”
누군가 힘차게 말했다.
“응! 얼른 가자! 우린 할 수 있으니까!”“갔다 올게, 은호!”
힘찬 말과 함께 환수들은 그대로 푸른 소라를 물고 달렸다.
“갔다 와. 조심하고.”
은호는 흑견에게 기댄 채 손을 흔들었다.
먼저 보낸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상당히… 씁쓸하구나.’
다른 애들도 이런 느낌을 매번 느꼈을 걸 생각해 흑견을 안아주었다.
“…뭐 하는 건가?”
“그냥.”
은호는 또 옆에 다가온 윈디드도 안아준 뒤, 라이엔이 있는 곳으로 잠깐 공간을 열어보았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