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96)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96화(296/302)
295화. 드루이드가 (이세계에서) 환수와 (함께) 살아가는 법(2)
“…….”
디올린은 말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은호가 물으며 걸어왔다.
“넌 내가 누구인지 잊었어?”
은호의 눈동자에 겨울이 찾아온 것처럼 싸늘했다.
그의 손짓에 따라 나무가 쉴 새 없이 자라났다.
콰앙!
박치기하듯 나뭇가지가 바닥을 향해 내리찍자 디올린은 움직여야 했다.
저 공격에 맞았다가는 그대로 은호의 손아귀에 휩쓸릴지도 몰랐다.
‘이게, 자연의 대리자라고?’
디올린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사방에 식물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는가.
발이 닿는 모든 곳이 자연의 대리자가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니.
분명히 피를 박았지만, 소용없었다.
스스로 자신의 힘에 저항하듯 아예 자진해서 그 부분을 부서트리며 다시 새롭게 자라났으니까.
‘…지독한 것들.’
디올린은 짜증이 올라왔다.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아직 남은 답답함이 존재했다.
그게 뭔지 몰라도 디올린은 경계하며 제자리에서 뛰었다.
콰앙!
나뭇가지들이 바닥을 내리찍고, 디올린의 몸에 튄 흙더미가 묻었다.
은호는 보란 듯이 바닥으로 피를 뿌렸다.
저쪽도 힘의 근원이 피라면 자신도 피였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콰르르릉!
갑자기 하늘이 울었다.
디올린은 그 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멈췄다.
“…하.”
웃음이 터졌다.
크르르르릉.
그 소리를 따라 낮은 소리가 울렸다.
바위 위에서.
나무 사이에.
붉은 눈동자를 한 환수들이 나타났다.
머리에 두 개의 뿔을 단, 호랑이 같은 외형을 한 무리가 은호를 노려보았다.
디올린은 웃음을 계속 터트리며 하늘을 보았다.
검은 불꽃이 허공에 일렁거렸다.
머리가 세 개 달린, 동양용을 닮은 환수가 수호자 무리를 향해 세차게 달려들었다.
그 뒤를 따라 붉은 눈을 한 수많은 환수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왔다.
“자연의 대리자여.”
디올린이 은호를 불렀다.
자신의 힘이 심긴 이들이 오고 있었다.
아직 더 남았다.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남아 있었다.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절망하셨습니까?”
조용히 물었다.
환수들은 디올린을 보호하려는 듯 디올린을 중심으로 에워쌌다.
나무가 행동을 멈췄다.
디올린은 그제야 은호를 보며 부드럽게 제안했다.
“이제 그만 고집을 꺾고, 저한테 오십시오. 저항하면 할수록 누가 다치는지 보이지 않습니까?”
“디올린.”
은호의 부름에 디올린은 또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는 보여야 할 텐데. 누가 너희의 목을 조르고 있는지 말이야.”“저를 이렇게 떠밀고 있는 게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너잖아, 디올린.”
“아뇨. 당신입니다. 그 고집과 아집이 무얼 망치고 있는지 두 눈으로 보십시오.”“네가 지금 내뱉는 말을 고집과 아집이라고 하는 거야. 네가 지키고 싶다고 말한 저 친구들을 이용하면서까지 네 줏대를 꺾지 않는 거 말이야.”“제가 하고 있는 건 저항입니다. 제가 이룰 결과를 본다면 모두가 이해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하는 건 뭡니까?”“너희들을 구하는 일이지.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아.”
은호는 조종당하는 환수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디올린의 힘이 지워져도 저 모든 걸 기억하게 될 텐데, 디올린은 그저 웃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됐냐는 것처럼.
“보고 있으니 왕하고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광인데?”
라이엔이 얼마나 따뜻한 환수인지 알기에 은호는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였다.
“너도 네가 증오하는 인간하고 닮았어. 보면 볼수록 더 많이 닮아서 계속 놀라고 있잖아. 이 말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네.”
은호는 디올린의 모습을 가리켰다.
자신이 가장 싫어했던 인간의 모습이 디올린을 볼 때마다 떠올랐다.
까드득.
디올린은 이를 갈았다.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남 탓만 하는 것도. 본인은 잘못 없다고 우기는 것도. 본인이 뭘 하는지 모르는 척하는 것도. 죄다 똑같잖아. 대체 왜 부정하는지 모르겠네.”“확실히, 닮긴 닮았는데.”
윈디드가 은호의 옆에 서서 거들었다.
농담 아니라 정말이었으니까.
“멍청한 새대가리야. 곱게 죽고 싶으면 그 입을 닫는 게 좋을 거야.”“멍청한 건 네놈이다.”
흑견이 은호의 앞에 서며 디올린을 비웃었다.
시야가 얼마나 좁아졌는지 알만했다.
“네놈이 저지른 일이 뭔지, 점점 더 알게 될 거다.”
흑견의 털 같은 어둠이 꿈틀거렸다.
디올린이 꺼내는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분노가 뻗쳤다.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짓거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위를 쳐다보는 거야 네놈의 자유지만,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걸 건드린 건 무척 크다는 걸 알아야 할 테니까.”“내가 건드리지 못할 건 없어.”
디올린은 비웃었다.
타고난 힘을 이용하는 게 뭐가 나쁠까.
이게 더 효율적이고, 편한 것을.
“죽여.”
디올린은 반항하는 그 모든 것을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콰르르르릉!
낙뢰가 떨어졌다.
하나가 아니었다.
낙뢰 수십 개가 아주 강하게 내려와 땅에 내리꽂혔다.
귀를 찢을 만큼 맹렬한 소리에 윈디드와 흑견이 은호의 귀를 막았다.
낙뢰는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숲을 휩쓸었다.
금세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일어났다.
숲 전체를 씹어먹을 듯 타올랐다.
붉은 눈동자를 가진 디올린하고 너무도 잘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금방이라도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지워버릴 것만 같았다.
“와아아아!”
그때, 해맑은 소리가 퍼졌다.
파르르 떨리는 꼬리와 함께 일렉트가 날아왔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이 상황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헷갈리는 것처럼 반응했다.
“먹어도 돼, 은호?”
“먹어도 돼, 삐죽아. 그런데 배탈이 날 정도로 먹으면 안 된다?”“나, 아무리 먹어도 배탈 안 나. 더 많이 먹을 수 있어.”
숨을 크게 삼켰고, 그대로 입을 벌렸다.
전기가 일렉트의 입으로 스며들었다.
전기를 먹으면 먹을수록 일렉트의 몸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들렸다.
일렉트 뒤로 들소를 닮은 크라카들이 등장했다.
호란의 몸에는 아직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주저하지 않고, 동생들을 보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은호를 돕는 거다. 알고 있지?”“당연히 알고 있지.”
호란의 머리 옆에 달린 뿔이 반짝거렸다.
다가오는 번개를 흡수하듯 호란의 몸이 커졌다.
그 전기는 이내 쪼개져 동생들에게 전해졌다.
동생들이 점점 자라났다.
나무 위로 다리가 보일 정도로 커다랗게 자라난 크라카들은 콧바람을 내쉬었다.
나머지 존재들이 아주 작아졌으니까.
크라카들은 온몸에 번개를 두른 채 전기를 타고 환수들을 향해 단숨에 이동했다.
코앞에서 크라카들을 본 환수들은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뻗어오는 발걸음에 힘껏 차였다.
허망할 정도로 뒤로 나뒹굴었다.
중심을 겨우 잡나 싶던 차, 위쪽으로 이동한 크라카들의 행동에 당황했다.
쿠웅!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공격에 환수들의 머리가 땅으로 박히다시피 했다.
더 힘을 준다면 정말로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크라카들은 다시 호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우쭐거렸다.
“더 해보든지.”
“맞아. 더 해볼 거야?”
으쓱거리며 되묻는 그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낙뢰가 사라졌다.
“안 돼!”
절망은 일렉트에게서 들려왔다.
한창 잘 먹고 있었는데.
낙뢰가 사라졌음에도 하늘에 먹구름이 더 강하게 드리웠다.
톡.
톡.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졌다.
화려하게 피어난 불을 향해 내려앉았다.
싸아아아아.
이내 소나기가 내려왔다.
갑자기 확 변한 날씨에 은호도 고개를 올리다 이내 활짝 웃었다.
새끼 펭귄의 모습을 하고, 머리에 뿔이 달린 환수가 시야에 보였다.
우앙이었다.
비를 따라 움직이는 환수.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었다.
저번보다 훨씬 더 늘어나 있었다.
친구가 더 늘어난 모양이었다.
무리와 함께하고 싶다는 그 말, 여전히 이루고 있었다.
“으, 은호! 나왔어!”
티티는 무리를 데려오며 활짝 웃었다.
“여길, 어떻게 알았어?”
은호가 묻자 티티는 눈웃음을 지었다.
“비, 비를 타고 오는데 네 이, 이야기가 들렸어. 날 도, 도와줬으니까, 나도 도와 주, 줄 거야.”
다정한 그 말은 여전했다.
은호는 티티의 친구들을 보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다들 좋은 친구들이네?”
“으, 응!”
티티는 활짝 웃었다.
우앙들은 은호의 뒤에 떠올라, 티티처럼 덩치를 크게 바꿨다.
꽤나 위협적이었다.
디올린은 바라보고도 눈을 의심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저 존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고?’
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숫자가 늘어났다.
어디에서,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걸까.
이건 좋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번쩍.
순간, 사방에 빛이 감돌았다.
두두두두두.
수호자들이 기관총처럼 쏘아진 빛으로 허공에 날아다니던 환수들이 떨어졌다.
“공중은 걱정하지 마, 말썽꾸러기.”
윈디드의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땅으로 떨어지던 환수들을 포함한, 허공에 붉은 눈동자를 한 환수들이 그대로 멈췄다.
드드드드.
거칠게 일어난 바람과 함께 맛있고, 달콤한 냄새가 일어났다.
눈에 잘 보이지 않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딱딱하게 돌 같은 피부를 가진 환수가 등장했다.
용과 같이 길고 두꺼운 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웰시코기를 묘하게 닮은 그 환수는 드라벤이었다.
드라벤 주변에 나타난 구가 허공에 떠 있었다.
노리는 건 3개의 머리를 가진 환수였다.
“…은호, 공중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드라벤은 쭈뼛거리며 말을 꺼냈다.
등장만으로 압도적이었기에 은호는 든든함을 느꼈다.
“고마워, 친구야!”
은호가 크게 목소리를 내며 디올린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주변으로 천천히 안개가 스며들었다.
은호는 디올린을 보았다.
상황이 불리해졌음에도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었다.
“일어나.”
명령과 함께 좀비처럼 기절했던 환수들이 일어났다.
호랑이를 닮은, 뿔이 있는 환수들이 다시금 일어났다.
온몸의 그려진 문양에서 번개의 빛이 감돌았다.
은호는 그 모습을 보며 피가 바짝 말리는 느낌을 받았다.
“죽을 때까지 날 위해 싸워야지. 그렇지 않아?”
디올린은 은호를 농락하듯 바라보았다.
콰르르르릉!
낙뢰가 올 거라 하늘이 예언했다.
은호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디올린. 너는, 아무것도 뺏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여기서 제가 잃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아니, 네가 틀렸어. 내가 그걸 보여줄게.”
조용히 경고를 내뱉은 은호는 일렉트를 보았다.
“힘을 빌려줄래, 삐죽아?”
“당연하지!”
일렉트의 대답과 함께 사슬이 은호의 손목에 휘감겼다.
촤르르르륵.
그 순간, 은호의 주변에 전기가 튀며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치지지직.
여기저기 튀는 불꽃놀이가 두 눈에 담겼다.
전기가 보였다.
은호는 손을 뻗었다.
바닥을 휩쓸며 다가오던 낙뢰가 모조리 은호의 손아귀로 휘감겼다.
디올린의 눈이 커졌다.
‘…이건 또 무슨 힘이야?’
모르는 것들이 늘어났다.
자연의 대리자인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몰랐다.
일렉트가 은호 옆에 바로 날아와 꼬리를 흔들었다.
은호는 전기를 꽉꽉 뭉쳐서는 일렉트에게 넘겼다.
꿀꺽.
파지지직.
힘이 넘친다는 걸 알려주듯 일렉트의 몸 주변으로 전기가 일어났다.
“데려와 줄래?”
은호의 말과 함께 식물들은 호랑이를 닮은 환수들을 데려왔다.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멍멍이 형님.”
은호가 흑견을 부르자 흑견은 알아서 그들을 그림자로 데려가서는 조용히 사라졌다.
흑견과 다른 흑견들이 그림자로 옮겨 저들을 데려갈 곳은 라이엔과 연결된 공간이었다.
디올린보다 상위에 지배의 힘이라면 얼마든지 정신 계열의 힘을 풀 수 있을 테니까.
“하나.”
은호는 숫자를 세며 일렉트와 연결된 힘을 풀었다.
허공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은호는 디올린을 감싼 다른 환수들을 바라보았다.
저들을 모두 데려간다면 디올린이 기댈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은호는 디올린이 품는 희망을 하나씩 앗아갈 생각이었다.
허상에 기대어 하는 생각이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숲이 흔들렸다.
은호는 그 흔들림을 보며 웃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연락했다.
“네, 가을 씨.”
<준비됐습니까?>
이 주변으로 태호가 만든 기계가 모조리 심어졌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디올린을 위해 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준비됐죠.”
<알겠습니다.>
가을이 먼저 연락을 끊었다.
디올린의 힘을 저항하는 기계가 작동할 테지.
은호는 땅의 울림을 느꼈다.
붉은 눈동자를 띤 환수들 다가왔다.
콰드드득.
얼음이 퍼져 나가며 눈마저 휘날렸다.
사아아아.
눈이 시릴 만큼 세찬 바람도 불었다.
바닥을 녹이는 독마저 내뿜는 이들이 있었다.
엉망이었다.
서로 뒤엉켜, 다치든 말든 개떼같이 달려드는 꼴은 보기 만해도 화가 났다.
달콤한 냄새와 함께 붉은 나비가 조용히 나타났다.
“힘을 빌려줄래, 폭시야?”
은호가 묻자 뒤에서 달려 나온 폭시가 힘차게 대답했다.
“응! 내 힘을 은호에게 넘겨도 좋아.”
촤르르르륵.
팔에 감기는 사슬을 따라 붉게 물든 나비는 노랗게 색을 뒤바꾸었다.
세상이 다른 색으로 물들었다.
까맣고, 까만색만이 보였다.
증오.
더 깊은 증오.
디올린에게서 뻗어 나오는 그 증오가 저 환수들에게까지 옮겨왔다.
노란 나비가 그들의 몸에 한 마리씩 내려앉았다.
은호는 부드럽게 명령했다.
“멈춰.”
그 순간, 모든 게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