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297)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297화(297/302)
296화. 드루이드가 (이세계에서) 환수와 (함께) 살아가는 법(3)
은호는 그 조용함을 속, 옆에서 일어나는 푸른 불꽃을 바라보았다.
하이프가 걸어 나왔다.
그 뒤로 환수들이 당당하게 뒤를 따랐다.
무분별하게 오는 것 같지만, 익숙하게 조로 나뉘어져 있었다.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건데?’
디올린은 뒤로 물러서다 아차 했다.
물러설 수 없었다.
여기서 물러서면 끝이라는 걸 왜 모를까.
“움직여!”
언성이 올라갔다.
하지만 그 무엇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올린 조종하는 환수의 어깨에 올라온 샛노란 나비가 조용히 날갯짓할 뿐이었다.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렇지, 레비아탐?”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레비아탐이 방긋 웃고 있었다.
“응! 폭시의 힘은 아주 무서우니깜!”“힘을 빌려줄래, 레비아탐?”
“너무 좋암!”
레비아탐이 두 앞발을 위로 올렸다.
촤르르르륵.
사슬이 감기는 소리를 들으며 은호는 디올린을 바라보았다.
샛노란 나비가 디올린에게 날아갔다.
디올린은 나비를 보며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고작 나비였다.
하지만 고작 나비가 아니었다.
“디올린.”
은호는 디올린을 부르며 천천히 다가갔다.
“이런 힘, 너만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정신 계열의 힘을 가진 건 디올린만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도와줄래, 애들아?”
은호의 부탁에 하이프를 비롯한 환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우린 널 위해 모인 거야, 은호.”“네가 움직이고 있는데, 왜 우리가 가만히 있겠어?”
은호는 쏟아지는 말이 기뻤다.
도움은 또 다른 도움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다정함이 엮이고, 미소가 지어지며 우리가 되고 있었다.
“고마워, 애들아.”
은호는 앞을 보았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푸른 빛을 품은 비눗방울이 사방에 튀어나왔다.
빛을 품은 눈이 멈춘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저들이 느낄 아픔은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정신을 흔들어야 더 빨리 디올린의 힘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
“괜찮암, 은홈.”
레비아탐이 다가와 옷자락을 잡았다.
“그래, 은호. 괜찮아. 레비아탐의 힘을 알고 있잖아?”
폭시가 은호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식물을 성장시켰다.
샛노란 꽃잎을 가진 꽃이 자라났다.
사아아아.
바람이 불자 꽃잎은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디올린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움직였다.
디올린은 어느 쪽으로도 발을 내디디지 못했다.
저 힘은 위험했다.
이미 자신의 힘을 넘어버리지 않았는가.
‘…이건 말도 안 돼.’
정말로 말이 되지 않았다.
정신 계열의 힘이란, 상당히 복잡한 힘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가볍게 스치고 가는 종류가 아니었다.
지금 저 존재들의 머릿속에 자신의 피가 박혀 있었다.
함부로 빼낼 수 없을 만큼 깊숙이.
겨우, 겨우 저 나비가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힘을 억누르는 게 말이 되는가.
‘……이건 마치.’
마치 왕의 힘 같지 않은가.
자신이 왜 왕을 지배하지 못했는데.
왕이 가진 지배의 힘 때문이었다.
피를 박아봤자, 소용이 없었다.
자신이 가진 복종의 힘은 지배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걸 지금, 여기서 느낄 줄은 몰랐다.
고작.
디올린의 시선이 폭시를 향했다.
눈동자를 움직여 그 뒤로 당당하게 선 여러 환수를 바라보았다.
‘고작, 저 존재들에게 내 힘이 밀린다고?’
“디올린.”
은호의 부름에 디올린의 고개가 멋대로 그를 향했다.
“지금부터는 좀 힘들 거야.”
나비가 떠난 그 위로 열매를 맺듯 비눗방울이 열렸다.
화사하게 피어난 식물들은 나무 사이에 자라나 모두를 에워쌌다.
짝.
은호는 주변으로 퍼진 비눗방울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바닥을 부딪쳤다.
퍼버버버벙!
비눗방울이 터지며 레비아탐의 힘이 퍼져나갔다.
잔잔한 푸른 빛이 모두를 휩쓸었다.
조용해졌다.
그저 숨소리가 들렸다.
푹.
하나씩 피를 입에 물며 쓰러졌다.
“……아, 아아아악!”
침묵을 깬 비명 하나가 디올린에게서 퍼져 나왔다.
꾸역꾸역 나오는 피를 흘린 채 몸을 숙였다.
“친구들아. 이제 움직여도 돼.”
은호의 말이 떨어지자 하이프를 비롯한 환수들이 움직였다.
은호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샛노란 나비가 그의 뒤를 따라왔다.
조용히 그의 걸음을 따라 꽃이 피어났다.
은호는 잠깐 고개를 살짝 들었다.
흑견이었다.
눈가를 좁히고 있었다.
“…인간.”
그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힘을 사용하면 얼마나 강해지는지 이미 수없이 봤기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은호가 지금까지 이렇게 많이 사용한 적이 있던가.
“괜찮아, 멍멍이 형님.”
은호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은 멈춰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움직여야 했다.
계속.
“삐약아.”
은호가 윈디드를 부르자, 윈디드는 따라오며 그를 빤히 보았다.
괜찮은 걸까.
흑견이 괜히 저렇게 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힘을 빌려줄래?”
하지만 환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부탁에 윈디드는 백기를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걸 어떻게 거절할까.
윈디드는 가볍게 웃었다.
“말썽꾸러기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 역시 마무리는 빛이지.”“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흑견이 끼어들었다.
마무리가 빛이니 뭐니 그런 소리가 나올 때는 아니었지만, 마무리는 어둠이었다.
차르르륵.
은호의 손목에 하나 더 손목에 감겼다.
은호의 머리 위로 생기는 링을 보며 그제야 디올린은 그의 힘을 이해했다.
자신들의 힘을 빌릴 수 있었다.
긴 숨이 흘러나왔다.
‘…이게, 자연의 대리자라고?’
머릿속으로 최악의 가정이 밀려들었다.
디올린은 자신을 에워싼 저들 모두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자연의 대리자가 원한다면 저들 모두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꼬리가 힘없이 내려갔다.
‘이건, 너무 하잖아.’
디올린은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아무리 자연의 힘을 받았다고 해도 이건 말도 안 됐다.
마치 처음부터 덤비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 같지 않은가.
바스락.
은호의 걸음을 따라 식물들이 고개를 살며시 숙이듯 움직였다.
디올린은 굳은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부터는 힘들어질 거라고 말했지?”
은호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디올린과 마주했다.
딱.
은호가 손가락을 튕기자 비눗방울이 다시금 나타났다.
그 힘이었다.
또, 겪고 싶지 않은 그 힘.
“네가 가지고 있는 힘은 위험해. 그래서 나도 무척이나 주의하면서 너에게 다가갔어.”
디올린이라면 어떻게 나올까, 수없이 예측했다.
이미 디올린의 힘으로 배마저 관통된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넌 아니더라. 우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지. 너는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더라고. …마치, 널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야.”“사실이잖습니까. 당신이 없었더라면, 저것들이 제게 고개를 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디올린은 웃었다.
“아뇨. 절대로 그건 불가능합니다.”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자신의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오로지 하나였다.
“당신의 힘은 솔직히 놀랍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네가 왕을 잡았다고?”
은호가 먼저 꺼내는 그 말에 디올린의 눈빛이 굳어졌다.
서늘함이 몸으로 스며들었다.
“네가 왕 주변에 다른 애들을 지배했으니까, 헛수고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어?”
“…….”
“내가 제일 먼저 해방했을 존재가 누구였을까?”
그럴 리가.
디올린은 밀려드는 현실을 부정했다.
자연의 대리자는 인간이었다.
능숙하게 거짓말을 잘하는 인간.
“다 끝났어, 디올린.”“…누구 마음대로 끝을 내는 겁니까? 누구 마음대로…!”
디올린은 점점 조여오는 샛노란 나비를 보며 웃었다.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습니다!”“디올린. 네가 잡은 건 허상이야. 지금 추락하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겠어?”“제가 저들을 위해 무얼 했는데요! 제가, 저들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고 있는데, 왜, 이것도 가지면 안 됩니까?”
“안 돼.”
은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왜 저만 안 되는 겁니까?”
왕은 이미 다 가지지 않았는가.
타고난 지배로 자신들을 손아귀에 넣지 않았는가.
“왕은… 이미 가졌습니다! 제가 왕보다 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넌, 가장 중요한 마음도 얻지 못했잖아. 네 주변을 봐. 대체 무엇이 있는데?”
수많은 환수가 있지만, 죄다 빈껍데기였다.
진심으로 디올린을 위하는 존재가 어디에 있을까.
“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어.”
노란 나비가 날갯짓했다.
은호는 숨을 내쉬며 어깨를 내렸다.
누군가 옆에 있었겠지만, 디올린은 지금 혼자였다.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
“네가 어떤 결론을 짓더라도, 너에게 쏟아질 건 비난과 허망함, 그리고 짙은 공허함뿐이야.”
“…닥치십시오.”
디올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 말 한마디가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인간을 죽여버린 뒤, 아무것도 없는 왕좌에 앉아 너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건데?”“……닥치라고 말했습니다.”“네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너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 너는, 빈껍데기만 끌어안고 싶은 거야?”
“닥치라고!”
디올린이 소리를 치자 피가 움직였다.
얇고, 얇은 바늘처럼 은호에게 수없이 뻗어나갔다.
“입 다물고, 내게 복종해라!”
번쩍.
빛이 쏟아졌다.
디올린은 갑작스러운 빛이 눈을 감아버렸다.
링에서 실타래처럼 뻗어진 빛은 사방으로 뻗어 나온 디올린의 힘을 휘어 감았다.
“살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어. 무조건 옳은 방향만 선택하는 건 아니니까.”
단 하나도 은호에게 닿지 않았다.
실타래는 뻗어 나와 디올린에게 닿았다.
“하지 마!”
“하지만 너는 아니야. 잘못된 길이라는 걸 알았고, 돌아갈 수 있음에도 너는 하지 않았어.”
“하지 마…!”
굳어지는 디올린의 몸을 향해 나비가 스며들었다.
“너는, 수많은 친구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했어. 네가 죽인 친구들과 인간들을 알면서 멈추지 않았어. 그러니까…….”
콰직!
선명한 소리에 은호는 말을 멈췄다.
디올린의 등에서 튀어나오는 질척한 피가 옆에 있던 환수의 머리를 으깨버렸다.
쏟아지는 피가 디올린의 피로 스며들었다.
디올린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게, 하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날개처럼 피어난 피에 날이 섰다.
“제가 여기까지, 그냥 왔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자연의 대리자여?”
디올린은 은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정신 계열의 힘.
그것만 생각하면 곤란했다.
“멈춰!”
은호가 명령하자 디올린의 몸에 붙은 나비와 함께 행동이 멈췄다.
손을 뻗자 머리 위 링에서 빛이 뻗어나갔다.
콰아앙!
디올린의 몸을 정확히 맞췄다.
“멍멍이 형님!”
은호는 흑견을 불렀다.
지금, 다른 애들이 위험했다.
디올린의 힘을 지워버리는 중이었으니까.
“알고 있다.”
흑견은 조금 전과 같이 환수들을 모조리 그림자로 데려갔다.
‘…달라졌어.’
은호는 그 앞으로 식물들을 키우며 디올린을 보았다.
조금 전과 달라졌다.
눈빛마저 바뀌었으니까.
파스스스.
디올린의 몸이 떨리는가 싶더니, 유리처럼 깨졌다.
산산이 부서지는가 싶더니, 피 웅덩이가 되어서는 그 속으로 조용히 나타났다.
‘…이건, 뭐야?’
은호는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웅덩이에서 나온 디올린은 수북하게 자란 나무와 마주했다.
그 너머로 환수들의 기척이 지워졌기에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조금 귀찮게 됐지만, 상관없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하면 되니까요. 다음에는 더 빨라지겠죠. 당신을… 복종시킨 뒤에는요.”
조금 전보다 디올린의 몸이 더 붉어진 것만 같았다.
앞발을 내미나 싶던 차, 눈을 깜박거리는 사이에 바로 앞까지 튀어나왔다.
“디올린!”
은호가 그 이름을 말하자 디올린의 몸이 떨렸다.
그 찰나를 윈디드가 놓치지 않았다.
몸으로 디올린을 밀치며 바로 빛을 쏘아냈다.
콰아아앙.
거칠게 일어나는 빛 사이로 비눗방울이 나타났다.
짝.
레비아탐이 앞발을 부딪쳤다.
쨍그랑.
몸이 깨져버린 디올린은 또 다른 피 웅덩이에서 튀어나왔다.
‘…또?’
앞으로 몇 번이고 반복될 것만 같았다.
저 행동이 모든 걸 뒤엎을 것처럼 느껴졌다.
“태블릿 씨. 저게 뭔지 말해줘요!”《테미카는 저장된 피를 사용해 모든 것으로부터 몸을 보호합니다.》
태블릿이 떠올라 은호에게 정보를 보여줬다.
‘……아.’
은호는 글을 읽자마자 바로 이해했다.
‘마지막 발악이구나.’
저장된 피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은호는 이제야 저 힘을 이해했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마지막 페이지였다.
“디올린.”
은호는 다시금 디올린을 불렀다.
침착해지자 은호는 자신이 손아귀에 넣었던 힘을 떠올렸다.
자신은 디올린의 마지막 발악마저 빼앗을 수 있었다.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환수들을 위해 해야 하는 건 지금도, 그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디올린을 막는 일.
“내가 누구인지 기억해.”
경고를 날리며 은호는 공간을 살며시 열었다.
그 사이로 별을 품은 라비가 등장했다.
“라비, 내게 힘을 빌려줄래?”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이더냐? 나는 빌려줄 수 있다!”
라비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촤르르륵.
손목에 사슬이 감겼다.
은호는 입을 꽉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