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3)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3화(3/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03화
3화. 이런 거지 같은 일이!(3)
* * *
은호는 미간을 꿈틀거렸다. 덩달아 얼굴에 발린 반창고와 붕대가 같이 움직였다.
온몸이 아팠다.
안 아픈 구석이 없었다.
천천히 눈동자를 굴리자 익숙한 장소가 보였다.
‘……병원인가?’
이 모든 게 꿈이었을까.
하긴 환수가 있고, 자신이 드루이드의 힘으로 식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았다.
‘재미있는 꿈이었네.’
은호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당장 큰 키부터 눈에 들어왔고, 이어 어딘가 꼬질꼬질해 보이는 모습이 뒤를 이었다.
“아이고. 깼네, 깼어!”
남자가 손뼉을 마주치자 은호는 눈을 깜박거렸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왜 이렇게 좋아하지?’
“이봐요, 학생. 몸은 괜찮아요?”
“괜찮은데, 누구시죠?”
은호의 목소리가 가라앉은 탓도 있지만, 경계심이 눈에 가득해 태호는 살짝 머쓱해졌다.
“…이런, 소개부터 해야 했는데. 설태호라고 합니다. 우리 학생은 이름이 뭐죠?”
“서은호라고 해요.”
은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묘하게 나른해 보이는 얼굴 위로 서늘함이 드러났다.
태호는 살짝 흠칫거렸다. 별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기백에 밀리는 기분이었다.
붕대와 반창고로 얼굴이 가려진 것도 모자라 부어 있어서 더 그럴지도 몰랐다.
“우선, 나는 환수를 조사하는 연구원입니다. 나라에서 고용된 공무원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하는데.”
태호는 공무원증을 내밀었다.
사진이 박혀 있었고, 이름도 소개한 그대로였다.
‘꿈이 아니었다고?’
은호는 고개를 돌려 병원 밖을 바라보았다.
병원이 도시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뿐, 원래 세계보다 더 높아 보이는 건물이 가득했다.
이곳이 현실이라 받아들이고 싶지만, ‘환수’라는 단어가 이를 방해했다.
‘…그렇네. 꿈이 아니네.’
당황함이 밀어닥치다 이내 기쁨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새로운 삶과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들렸으니까.
이건 기회일까.
“서은호 씨가 언제 깨어나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만요.”
은호는 잠깐 태호의 말을 멈췄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살짝 둘러 갈 필요가 있었다.
여긴 다른 세상이었고, 지금 여러 생각을 해봐야 했으니까.
“그래요, 그래. 내가 너무 급했네요. 잠깐만 심호흡해봐요.”
태호가 상당히 저자세로 나오자 그제야 은호는 상황을 이해했다.
저 태호라는 사람은 지금 자신이 몹시 필요해 보였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흑견은 무사하냐고 질문하고 싶지만, 일단 참아야겠지?’
설태호라는 저 사람은 우선 환수 연구원이었다.
저 사람이 왜 자신을 만나러 왔겠는가.
어느 쪽을 생각해도 흑견밖에 없었다.
심호흡을 한 뒤, 은호는 물었다.
“그럼, 먼저 질문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편안하게 해도 됩니다.”
은호는 가장 좋은 패를 숨긴 채 슬쩍 떠봤다.
“절 습격한 존재가 있었…….”
“자, 자, 잠깐만. 잠깐만!”
태호가 은호의 말을 급히 멈췄다.
큰일 날 소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일단, 오해부터 풀게요. 서은호 씨를 습격한 건 초능력자입니다.”
‘초능력… 자?’
은호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 썩을 새끼들인, 아니, 비소속 초능력자. 그놈들이 당신을 습격했습니다.”
‘……허.’
딴 건 몰라도 은호는 거듭된 초능력자라는 말에 잠깐 실소를 내뱉을 뻔했다.
초능력자라는 개념이 원래 세상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너무 현실감이 없었다.
비소속 초능력자라는 말도 몹시 낯설었고.
‘…그것보다 나, 괜찮은 거야?’
초능력자를 나무뿌리로 짓누르지 않았는가.
나중에 보복이랍시고, 염동력같은 힘으로 짓눌려지는 건 아닐까.
“그런데 비소속 초능력자가 뭐죠?”
은호의 질문에 태호는 은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충격이 좀 큰가 본데?’
비소속 초능력자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닌가.
혹시 기억에 문제가 생긴 걸까.
태호는 생각을 멈춘 뒤 입을 열었다.
“우선, 모든 초능력자는 국가 소속입니다. 이를 거부한 사람들을 비소속 초능력자라고 하죠. 쉽게 말해 범죄자입니다.”
“…아아, 범죄자였어요? 그럼, 정화자라는 사람도 그런가요? 뭔가 환수를 죽인다고 말하는데,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멍멍아. 싹 다 죽여놨더니, 네가 다시 나타나면 어떡하니? 넌 우리 정화자의 자랑이라고!
사이비 같은 그놈들이 본인들을 정화자라고 지칭하지 않았는가.
“제정신일 리가 있겠습니까. 환수만 보면 물어뜯으며 죽이려고 달려드는 미친놈들입니다.”
태호는 발끈하려다 겨우 감정을 억눌렀다.
이름만 들어도 정말 짜증 나는 족속들이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고요. 쟤들 사이비 맞죠?”
은호는 대수롭지도 않게 물었다. 정상적인 사람과 좀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아 어디 세뇌된 게 아닐까 싶었다.
“더한 놈들입니다. 만났다면 두들겨 팰 만큼 최악인 이들이죠.”
“때려도 돼요?”
“정화자 대부분이 비소속 초능력자라 일단 안 죽이면 되거든요.”
“죽이지 않으면 된다고요?”
너무 해맑게 느껴지는 물음에 태호는 멈칫거렸다.
은호는 최대한 웃으려고 했지만, 얼굴이 아파 좀처럼 어려웠다.
“그렇죠. 그나저나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환수 관리인들을 나보다 먼저 만난 건 아니지… 요?”
태호가 조심스럽게 행동하자 은호는 눈을 아주 살짝 떴다.
“환수 관리인요……? 그건 또 뭐예요?”
진짜 모르는 건지,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건지 태호는 헷갈렸다.
분명히 환수 관리인이 이 병실에 들락거린 걸 보았기에 마음이 급했다.
처음부터 환수 관리국 쪽은 흑견의 사살을 원했다. 은호의 말 한마디면 정말로 그런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당연히 그 일은 무조건 막아야 했고.
“음……. 그, 왼쪽 팔뚝에 사자 얼굴이 박힌 문양을 단 사람들 있잖아요. 말을 조금만 나눠도 답답함이 밀려오는 그 사람들.”
“모르는데요?”
“그 사람들이 서은호 씨한테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몰라도, 다 헛소리입니다. 나라에서 환수를 관리하고 관찰하라고 했더니 죄다 환수만 조져놓는…….”
태호는 말하다 말고 억지로 싱긋 웃었다.
웃음으로 실수를 넘어가겠다는 능청스러움이 엿보였다.
“요컨대 무늬만 관리자라는 거죠?’
은호는 환수 관리인을 향한 태호의 적개심을 보았기에 이제야 머릿속에 하나씩 정리가 되었다.
흑견을 싫어하는 쪽은 환수 관리인.
흑견을 보호하려는 쪽은 설태호.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아주 쓰레기들이라고! 아마 거기서 까만 늑대, 아니, 개랑 비슷한 환수를 봤을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맞아요. 봤죠.”
“흑견이… 혹시 서은호 씨를 건드렸습니까?”
태호는 숨을 들이켰다. 다음이 몹시 중요했다.
‘내 증언이 지금 필요한 상태가 맞네.’
은호는 태호의 물음에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의 증언으로 흑견의 운명이 결정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여기서 말해버리면 되지만, 은호는 일단 자신의 상황을 생각했다.
갑자기 이세계로 와버렸다.
당연히 신분이고 뭐고 없는 상태였다.
돈도 없었다.
‘빈털터리이기만 하면 다행인데, 신분 문제는 어쩌나.’
아주 골치 아픈 문제였기에 마음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설태호라는 사람은 사회적 위치가 꽤 높아 보였다. 연구소 소장이 함부로 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지금이라면 잘 들어줄 테니 부탁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설태호 씨. 지금 제 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요. 그래서…….”
“얼마가 필요하죠? 이런 문제라면 저도 좋습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가장 편하니까요.”
태호가 갑자기 웃음을 지워버리며 차갑게 바라보았다.
마치 이런 상황을 수십 번 이상 마주한 사람 같았다.
하지만 황당했기에 은호는 눈을 살짝 떴다.
느닷없이 돈에 눈이 먼 사람처럼 취급하니 나올 말도 아니꼬웠다.
“…와, 부자였어요? 대체 얼마나 줄 수 있길래 저렇게 당당히 말하는 거죠?”
“원하는 게 있으면 빨리 말하십쇼. 나도 그편이 좋으니까요.”
“후회하지 말아요. 저 엄청난 걸 요구할 셈이니까요.”
은호의 미소가 길어졌다. 장난기가 섞여 있어 태호의 얼굴에 의구심이 가득했다. 이 와중에 저런 표정이라니.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은호는 말을 꺼낼 타이밍을 놓쳤다.
“실례할게요.”
태호가 문으로 걸어갔다.
“누구시죠?”
“접니다, 박사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도 돼.”
문이 열리며 여자가 걸어왔다. 20대 중후반쯤으로 보였다.
웨이브가 들어간 긴 핑크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 둥근 안경으로 시선이 갔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건드린 뒤 목소리를 냈다.
“실례합니다.”
그녀의 키가 작은지 누워 있음에도 시선을 크게 올리지 않아도 얼굴이 다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은호가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몸은 어떠세요? 박사님이 귀찮게 굴진 않았나요?”
저 여성이 오자마자 태호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봤기에 은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을 꺼냈다.
“전혀요. 오히려 행복하게 해주셨죠. 전 이제 부자니까요.”
장난기가 섞인 말에 그녀는 문을 닫고는 태호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몹시 날카로웠다.
“……이제는 재산까지 다 퍼부으시려고요? 돈 많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겁니까? 그 돈, 저나 주시죠.”
“오해야. 오해! 아직 아무것도…….”
“환수랑 얽힌 일에는 왜 이렇게 충동적인지 모르겠네요. 말하기 전에 생각이라는 걸 합시다, 박사님.”
그녀는 속사포처럼 말을 꺼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태호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몰라도 확인할 차례였다.
안경을 올린 뒤 은호를 바라보았다.
“실례했어요. 저는 오가을이라고 해요. 환수를 조사하는 환수 연구원의 여러 편의와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연구원들의 앞처리와 뒤처리 담당 공무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은호라고 합니다. 국가에서 엄청나게 밀어주나 봐요.”
“그런 셈이죠. 박사님이 꽤 유명하시거든요.”
“오, 정말요?”
활짝 웃는 은호를 바라보며 가을은 차갑게 말을 내던졌다.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서은호 씨, 우선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유감입니다.”
“네?”
“당신의 지문을 사용해 확인해본 결과 데이터값이 없더라고요. 외국인조차 아니라는 거죠. 당신은 누굽니까?”
올 게 왔다는 듯 평온한 은호와 달리 태호가 당황한 눈으로 가을을 바라보았다.
“잠… 깐만, 가을 씨?”
“신분 확인은 기본입니다. 지금 서은호 씨의 말 한마디에 흑견의 사살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이건… 너무 갑작스러워서.”
태호는 말을 잇지 못했고, 가을은 조금 착잡한 표정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이런 상황이기에 정확히 대답해주십시오.”
가을은 이 이상 강하게 나갈 수 없었다.
저 사람이 신분도 없는 걸 떠나 욱하는 심정으로 말만 꺼내도 흑견이 사살될 수 있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설태호 씨하고 대화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박사님하고 나눈 대화라면 뭘 말하는 겁니까?”
“저도 흑견이 사살되는 걸 바라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전에 제 소박한 바람만 들어주시면 돼요.”
은호의 웃음을 따라 태호와 가을이 긴장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뒤탈 없게 신분증도 만들어주시고, 치료비도 보태주시면 고맙고, 직업을 구하기 전까지 생활비도 주실래요? 아, 조그마하게 집도 주시면 좋죠. 큰 거 안 바라고 원룸 정도만요.”
손가락을 접는 것도 아파서 은호는 입만 나불거렸다.
얼마나 소박한가.
“환수 관리인 쪽에서 그 정도를 준다고 했나요?”
태호가 놀라며 물었다. 흑견이 걸려있는 것 치고 정말로 소박했다.
“아뇨.”
은호는 눈썹을 살짝 올리려다 아파서 그만뒀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아까부터 만나지도 않은 환수 관리인을 언급하는 걸까.
“그럼, 대체 왜 우리를 택한 겁니까?”
“저 동물 좋아해요. 아주 많이요.”
은호가 짓는 부드러운 미소에 태호와 가을이 흔들렸다.
어딜 봐도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설태호 씨는 왜 아까부터 환수 관리인을 언급하는 거예요? 만난 적도 없는데요?”
“…박사님. 분명히 환수 관리인이 왔다 갔다고 하지 않았나요?”
은호의 물음에 가을은 눈을 꾹 감다가 떴다.
애초에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가지 않았을 텐데.
“이 병실에 들어가는 걸 봤어, 가을 씨. 정말이라니까?”
태호가 해명했지만, 굳어진 가을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제가 깨어나기 전이지 않을까요?”
은호의 말에 가을은 손에 쥔 태블릿에 힘을 주었다.
“솔직히 저도 이렇게 요구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가을 씨 말이 사실이라면 저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거잖아요? 우리 한배를 같이 타기도 했고요.”
“한배라니? 언제부터……. 맞죠. 한배를 타기로 했죠.”
태호가 당황해하며 은호의 말에 반박하려다 말고 바로 말을 뒤엎었다.
흑견을 위해 증언해준다는 소리였다.
원하는 게 굴러온다는 소리에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요구하는 것도 흑견의 목숨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저렴했다.
“그런데 신분증 만드는 거 가능해요? 그거 불법 아니에요?”
은호가 묻자 가을은 태블릿을 톡톡 두드렸다.
“됩니다. 저한테는 아주 쉬운 일이니까요.”
불법을 주저 없이 저지르겠다는 소리에 은호는 신기함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계약서를 바라십니까? 저희의 목줄인 셈이죠.”
가을이 묻자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위가 높은 만큼 불법적인 일의 패널티가 클 테니까.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환수 관리인이 뭐 하는 사람들인지 알려주실 분? 뭔가 환수를 억압하는 것까진 이해했어요.”
꽤 진지한 은호의 표정에 태호와 가을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너무도 당연한 말을 묻고 있었다.
눈짓으로 무어라 이야기하는 듯했지만, 서로 잘 통하지 않는 눈치였다.
“혹시, 기억을 잃었어요? 환수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초능력자뿐이라서… 환수 관리인들이 다 초능력자라는 당연한 상식도 모른다는 거 아니죠?”
가을은 은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신분도 그렇고, 진짜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것 같았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혹시 다른 세상에서 왔습니까?”
넌지시 말을 꺼내다 태호는 본인의 질문이 우스운지 웃음을 터트렸다.
혼자 웃고 있자 태호는 가을에게 슬쩍 물었다.
“가을 씨도 좀 웃겼지?”
“앞으로 부장님이라고 부를까요?”
가을은 태호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다른 세상에서 오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어떻게 알았어요?”
장난기 섞인 은호의 대답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그 침묵이 꽤 길었기에 가을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덩달아 그녀의 안경이 미끄러졌다.
“……진짜라고요?”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황당한 사람이 되어 은호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