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302화 (완결)(302/302)
302화. 에필로그 ― 변화(2)
화면에서 모두가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환수였다.
저토록 선명하고, 인간 가까이 있는 환수를 누가 봤을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환수 연구소 소장, 설태호입니다.>
태호가 나왔다.
준비된 연설을 가볍게 꺼냈다.
“형, 봐봐. 진짜 자랑스럽지 않아?”
은호는 태호를 보며 방긋 웃었다.
“쉿이니라.”
라비가 은호의 몸에 기어와 앞발로 입술에 올렸다.
곧 눈이 커졌다.
“……뜨겁느니라.”
그 말로 시선이 쏠렸다.
은호는 익숙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지금은 저걸 봐야지?”<…오늘 이 자리는 환수가 우리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이 되었습니다. 저는 늘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환수가 동물과 무엇이 다른가. 왜 다른 종족인가. 왜 환수들과 공존해야 하는가. 오늘 기회로 이 모든 답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은호는 태호의 말을 전해줬다.
연구소에 모인 환수들은 그 말에 천천히 집중했다.
사람이 생각한 만큼 환수들 역시 생각했던 문제였을 테니까.
<오늘 이 자리를 위해 키키란은 정말, 아주 깊은 용기를 냈습니다. 많이 긴장했을 테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태호의 손짓을 따라 카메라가 헤인에게 향했다.
샛노란 몸통이 보였고, 긴장했는지 꼬리가 말려 있었다.
태호가 펜을 내밀었다.
헤인의 크기에 맞춘 펜이었다.
떨리는지 헤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괜찮아.
태호가 글자를 내보였다.
[sqdw123 : ㄹㅇ? 환수 맞다고?] [ㄴㅇㅈ1111 : ㄱㅇㅇ!! ㄱㅇㅇㅇ!!] [2sd2ad : 합성 아니야? 진짜야?]은호는 휴대전화로 실시간 반응을 확인했다.
댓글이 주르륵 올라왔다.
저 심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환수를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누군가 찍은 영상일 테니까.
‘악플 남기면 바로 고소장을 날려달라고 해야지.’
은호는 헤인을 바라보았다.
헤인은 숨을 가다듬고는 펜을 쥐었다.
[zzaa232 : 펜 쥐었어!!!!! 펜을!!!] [cscgf1111 : 와… 이게 뭐라고 감동이지?] [gggg1234 : 저거 합성 아님?]헤인은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
「안녕하세여.」
헤인의 첫 글자를 쓴 순간, 난리가 났다.
너무 빨라 제대로 읽지도 못할 정도였다.
‘암. 우리 헤인이가 말도 안 되는 존재지.’
은호는 뿌듯함을 느꼈다.
헤인을 가르친 선생님 중 한 명이 바로 자신이었다.
「내 이름은 헤인이에요.」
삐뚤빼뚤하지만,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름이 나오자 채팅창은 더 빨라졌다.
환수의 입장에서 이름은 함부로 알려주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름이라는 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거의 처음으로 알려줘야 하는 것이었다.
헤인이 얼마나 사람을 이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환수예요.」
헤인은 계속 글자를 써 내려갔다.
환수들도, 사람들도 헤인에게 집중했다.
「글자를 배었어요.」
틀리더라도 괜찮았다.
글자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니까.
「나하테 인간 친구들이 있어요.」
은호는 그 글자에 한참이나 머물렀다.
말로 듣는 것과 글자로 보는 건 달랐다.
가만히 생각할 수 있었다.
「소중하고. 따듯하고. 다정해요.」
이어지는 말을 보며 은호는 밀려드는 포근함을 느꼈다.
왜 이렇게 애틋하게 느껴지는지 몰랐다.
「우린 무섭지 않아요.」
헤인의 펜이 가장 오래 머물렀다.
더 많은 걸 적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무섭다는 말 안에 더 많은 감정을 넣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알고 있는 단어가 많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친하게 지내여요.」
헤인은 펜을 놓았다.
고개를 들었다.
헤인의 모습에 은호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뭉클거리는 감정이 밀려왔다.
서툴지만, 헤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이 감정이 부디 사람들에게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이 자리를 빌려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본, 아닙니다. 헤인이가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생각해 적었습니다. 그 감정이 부디 전해졌으면 합니다.>
태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헤인이는 우리 사람을 알고 싶어 합니다. 좋아합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글까지 배웠습니다. 아마 더 많은 말을 하고 싶겠지만, 헤인이가 아직 모르는 단어들이 더 많습니다.>
카메라가 태호를 향했다.
그는 무척 진지했다.
<환수를 동물이라 바라보지 마십시오. 아마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우리의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수는 동물과 다른 별개의 종족입니다. 우리처럼 생각하고, 우리처럼 수많은 감정이 있는 생물입니다.>
우선 한 걸음이었다.
태호도, 자신도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동물이 아닌, 다른 생물이라는 걸 인지하는 길.
그게 첫걸음이었다.
<우리와 환수는 아직 어색한 관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우리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줄 겁니다.>
태호는 카메라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 * *
지글지글.
불판에 고기가 구워지고 있었다.
은호는 집게로 익숙하게 고기를 뒤집었다.
태호와 가을, 그리고 지혜와 서율도 있었다.
“서율아. 고기 타고 있잖아.”
지혜가 서율에게 말하자 서율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바로 고기를 뒤집었다.
“아니, 국장님. 저 진짜 이래 봬도 곱게 자랐어요.”“나는 험하게 자랐고?”
지혜가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고기가 한 번에 뒤집혔다.
“…아뇨, 그게 아니라…….”
“신기하지 않아?”
지혜는 가볍게 웃으며 시선을 멀리 두었다.
환수들과 여전히 거리는 존재하지만, 눈에 보일 거리에 환수들이 있었다.
“확실히… 신기하죠.”“내가, 바랐던 모습이야.”
지혜는 눈동자에 경외와 따스함을 담았다.
자신의 아버지나 다름없던 그 사람이 바랐던 장면이기도 했다.
“국장님. 너무 미안한데요?”
은호가 슬쩍 말을 꺼냈다.
국장에게 고기를 굽게 하다니.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전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지혜는 손가락을 올려 구부렸다.
“그거 진짜 맞아요. 정말 손가락만…….”
무어라도 말을 하려던 서율이 지혜의 시선에 입을 다물었다.
“은호야. 나는 안 보여?”
태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형. 국장님은 손님이잖아요. 여기 어디예요? 환수 연구소잖아요. 그리고 형은 누구예요?”“그래. 내가 고기를 굽기 위해서 소장까지 올라갔지? 그렇지?”
태호가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형. 이 고기 누가 먹어요?”
은호는 태연하게 손을 뻗었다.
그 끝에 접시를 문 채 기다리고 있는 환수들이 보였다.
태호는 깜빡거리는 환수들의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사르르 얼굴이 녹았다.
“암. 내가 이거 하려고 소장까지 오른 거지.”
푸흡.
웃음이 터졌다.
은호는 시선을 움직였다.
꽤나 낯선 소리라 눈동자가 한참을 헤맸다.
그 끝에 가을이 있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며 물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은호는 괜히 머쓱했다.
더 놀리고 싶었지만, 눈빛이 제법 살벌했다.
은호는 접시를 들고 온 환수에게 고기를 넘겼다.
“많이 먹어.”
“고마워!”
신이 난 채 달려갔다.
뒷모습만 봐도 행복했다.
자신의 줄 중간에 윈디드가 있었다.
시선을 마주치자 ‘크흠’하고 소리를 냈다.
‘저러지 않아도 되는데.’
주변이 환해지자 은호는 고개를 올렸다.
“…은호, 내가 하겠습니다.”
계속 안절부절못한 라이엔이 기어코 다가왔다.
“라이엔. 내가 좋아서 한다니까?”“불은 위험합니다. 불은 은호를 휘감아 삼킬 수 있습니다.”
은호는 단호한 라이엔의 말에 시선을 살짝 내렸다.
불꽃이 화려하게 타올랐다.
하지만 물만 붓는다면 꺼질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긴 한데, 휘감을 정도는 아니야.”“은호가 우리를 위해 애를 쓰는 건 알지만, 은호가 굽는 것보다 내가 굽는 게 훨씬 더 빠르고 안전하게 끝납니다.”“…어, 그럴 수 있는데, 그림이 좀 이상하지 않을까?”
왕인 라이엔이 고기를 굽다니.
이건 좀 아니었다.
“왕으로서 나의 아이들에게 고기를 굽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 라이엔?”
“말씀하십시오.”
“뭔가 좀, 엄해졌다?”
은호는 눈을 깜박거렸다.
조금 전부터 느끼던 위화감이었다.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불안하게 보고 있어서 뭔가 웃겼는데, 지금은 달랐다.
“방금 은호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라이엔이 꺼낸 말에 은호는 시선을 옮겼다.
설마.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환수들이 이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오해야. 뭘 생각하든 오해야, 라이엔.”
“오해 아니야.”
“오해 아닙니다.”
“오해일 리가 있습니까?”
“확실히 아니죠.”
태호가 꺼낸 반박에 지혜가 수긍했고, 가을은 살짝 비아냥거렸으며 서율은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은호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먹을래, 라이엔?”“은호. 우리를 생각해주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팔이 떨리고 있습니다. 몸을 아프게 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조용히 혼내자 은호는 뒤통수라도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뭔가, 꼭 들어야만 하는 기분이 밀려왔다.
“왕의 말을 듣거라, 은호.”
세티아가 당근을 먹으며 대꾸했다.
“세티아까지 이러면 내가 기댈 곳이 없는데?”“은호야. 넌 좀 쉬어.”
태호가 은호에게 손을 뻗었다.
“맞습니다. 좀 드시죠.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까?”
가을의 눈꼬리가 살짝 날카롭게 변하자 은호는 얼른 태호에게 집게를 넘겼다.
그제야 라이엔이 활짝 웃었다.
“저쪽에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나눠주는 걸 좋아합니다.”
라이엔이 꼬리를 흔들며 은호가 섰던 자리로 왔다.
은호를 보낸 건 보낸 거고, 왕이 오자 바로 옆에 있던 태호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나를, 만져도 됩니다.
머릿속으로 라이엔의 목소리가 들어오자 태호는 자신의 손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소독하고 나서, 만지겠습니다.”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
은호는 쫓겨나서는 그릇을 들어 아무 곳에나 앉았다.
한 마리씩 은호 곁에 모여들었다.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런데 다들, 어떻게 왔어?”“왕께서 알려줬어.”
플라빗 형제 중 형이 말했다.
꿀을 먹고 있었다.
“나도 들었어.”
동생이 고개를 손을 흔들며 말했다.
“…진짜?”
은호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응. 다들 그렇게 왔을걸?”
이어지는 대답에 은호는 라이엔을 바라보며 호선을 그렸다.
뭔가 기뻤다.
그렇게 말해준 라이엔도, 그 말에 와준 환수들 모두.
은호는 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고기를 입에 넣었다.
입안 가득 퍼져가는 부드러운 육질에 은호는 커지는 눈을 막을 수 없었다.
“……와.”
탄식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멍멍이 형님도 하나 먹어.”
은호는 그림자를 보았지만, 흔들림도 없었다.
‘……?’
조금 전까지 분명히 있었는데.
“멍멍이 형님…?”
은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줄을 서 있던 윈디드도 갑자기 사라졌다.
폭시도. 레비아탐도. 라비와 일렉트까지 사라졌다.
‘…어?’
은호는 덜컥 겁이 나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대로 일어나려던 차 은호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날 찾았는가?”
흑견이 나타났다.
그 뒤로 꼬맹이들이 등장했다.
달콤한 냄새가 또 났다.
은호는 라비의 얼굴에 묻은 생크림을 보았다.
‘나 몰래 뭐, 먹고 있던 거야?’
여기에는 생크림이 없었다.
“사고뭉치. 얼굴에 뭐 묻었어.”
은호가 다가와 손을 뻗자 라비는 혀를 뻗었다.
“거기 말고. 여기에…….”
팡!
갑자기 터지는 소리에 은호는 움찔거리며 고개를 올렸다.
색종이 같은 게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보니 아니었다.
‘꽃잎…?’
윈디드가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걸까.
“삐약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은호가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흑견은 그림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꼬맹이들의 시선에 맞춰 환수들이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퍼져나온 소리에 그제야 은호는 시선을 내렸다.
“…….”
그대로 멈췄다.
흑견이 어둠으로 쥐어 내민 건 어딜 봐도 케이크였다.
「은호♡」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헤인이가 쓴 글씨였다.
은호는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받거라, 인간.”
“그건 아니지, 친구!”
윈디드가 기겁하자 폭시가 이빨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다 같이, 하나, 둘!”
“……뭘.”
“셋!”
은호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폭시가 셋을 외쳤다.
이곳에 있는 모든 환수가 힘차게 소리쳤다.
“안녕, 은호야!”
자신이 수없이 환수들에게 꺼냈던 바로 그 말이었다.
―안녕, 친구야.
그 말을 이렇게 들을 줄이야.
모두가 방긋 웃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뒤이어 꺼내는 그 말에 은호는 멍한 눈을 했다.
생일은 이미 지났다.
기절해 지나갔다.
태호가 뭐라도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거절했다.
태호에게 당당히 생일을 말했어도 어차피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일인지 몰랐다.
“헤인이가 인간은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게 있다고 했어. 그렇지?”
폭시가 말을 꺼내며 일렉트를 보았다.
“맞아. 나도 들었어. 왜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봄이 오지 않았잖아?”“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느니라. 이건… 무척 어려웠다!”“응. 어려웠엄. 엄청 실패했엄! 그런뎀, 도와줬엄!”
음식을 만들 줄 아는 환수, 드라벤에게 부탁한 모양이었다.
“모두가 준비했어, 말썽꾸러기.”“맞아. 우리끼리 하는 것보다 모두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열심히 준비했…….”
폭시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뒤에서 흐뭇하게 보고 있던 태호와 가을, 그리고 지혜도 눈을 의심했다.
그 어떤 순간보다 활짝 웃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금세 붉어진 은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왜 우는가, 인간?”
흑견이 당황했다.
은호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생일 축하를 언제 받아봤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휴대전화로 날아오는 ‘서은호 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본 게 다였다.
이번에도 다른 날처럼 흘러갔다.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평소와 다를 건 없었으니까.
“……괜찮습니까?”
라이엔이 다가와 물었다.
“…초코, 싫어하더냐?”
라비가 조용히 묻는 말에도 은호의 어깨가 흔들렸다.
눈물이 손바닥을 가득 적셨다.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고, 바라보고, 생각해주는 게 축복에 가깝다는 걸 자신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꼬맹이들끼리 무언가 속닥거리는 장면은 수없이 많이 보았다.
자신을 위해 의견을 나누고, 케이크를 만들었다니.
웃어야 하는 걸 알지만, 그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고마워.”
은호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다잡고 말했다.
“…정말, 고마워.”
드루이드의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흑견이 다가와 조용히 앞발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멍청한 인간.”
자신들에게는 속까지 삭삭 긁을 만큼 다 줘놓고, 고작 이만큼 받았다고 저렇게 울면 되겠는가.
아직 멀었다.
자신들은 은호에게 더 많은 걸 해줄 셈이니까.
* * *
은호는 공원 의자에 앉았다.
팔랑. 팔랑.
꽃이 찾아오는 봄이 되었다.
그곳에서 동영상을 보았다.
레딩이 잃어버린 날개를 달고 날고 있었다.
금방 떨어졌지만, 레딩은 활짝 웃고 있었다.
<날았어, 은호, 단아! 나 진짜, 진짜, 날았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레딩 역시 저 드넓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득 품었다.
“…온다.”
흑견이 조용히 말하자 은호는 설렘을 담아 고개를 내렸다.
작고, 작은 단쥐가 달려왔다.
의자로 올라와 코를 벌름거리며 은호와 마주했다.
“안녕, 친구야.”
“…날, 만나러 왔어?”“당연하지. 봄이 되면 다시 만나자는 말 잊지 않고 있었어.”“또 기다려야 하는 줄 알고, 가슴 졸이고 있었는데 잘됐네.”
단쥐는 고개를 휙 돌렸다.
곧 오동통한 볼살이 올라갔다.
“많은 곳을 둘러봤어?”“응. 진짜 많이 움직였어. 너는?”“많은 일이 있었어. 정말 많은 일이 말이야.”
은호는 부드럽게 웃었다.
“나는 있지. 봄이 오면, …널 만나고 싶었어.”
단쥐는 쭈뼛거리며 말을 꺼냈다.
“나도. 봄이 오자마자 매일 여기서 널 기다렸어.”
은호는 말을 하며 단쥐에게 꽃을 내밀었다.
샛노란 꽃이었다.
“선물이야.”
단쥐는 본인 몸통만 한 꽃을 움켜쥐고는 냄새를 맡았다.
향기로운 냄새에 단쥐는 활짝 웃었다.
은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덩달아 웃었다.
날씨도 좋았고, 놀러 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친구야, 혹시 호수 좋아해?”
“호수?”
“응. 아주 넓은 호수인데 정말 아름다워. 같이 갈래?”
“…그래!”
단쥐가 대답하자 은호는 단쥐를 손에 쥐고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 공간을 열었다.
“……!”
단쥐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아주 넓고, 아름다운 호수가 햇살에 반짝거렸다.
“세티아, 나왔어! 친구도 같이 왔다?”
은호는 세티아를 향해 신나게 달려갔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