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34)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34화(34/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34화
34화. 일렉트가 좋아하는 건 전기다(2)
당당한 그 말에 은호는 눈을 깜박거렸다.
이내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런 태도 너무 좋은데요?”
하긴, 초능력자도 아닌데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연구소보다 관리국이 더 높지 않나 싶어 은호는 슬쩍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 막 나가도 괜찮아요? 일단, 환수 관리국인데요?”
“괜찮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그쪽이 더 세지만, 우리도 절대 밀리지 않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박사님?”
가을은 태호를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
“당연하지. 바로 내가 있으니까.”
태호는 당당하게 본인을 가리켰다. 그 미소에 가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님이 있어 괜찮습니다. 그러니 뭐 어떻습니까?”
“…사실 더더욱 모르겠는데요?”
은호는 찻잔을 쥐며 호로록 마셨다.
“박사님께서 이렇게 보이셔도 좀 많이 유명하십니다. 이미 사회 전반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신 분이죠. 국가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는데, 환수 관리국에서 뭐 어쩔 겁니까?”
비웃음이 가을의 입가에 드리웠다.
태호는 정말 우쭐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더 해보라고 손짓했다.
“아, 혹시 착각할까 봐 말씀드리는 거지만, 박사님이 잘나신 거지, 환수 연구소가 환수 관리국보다 높다는 건 아닙니다.”
“그건 아니에요?”
“네. 권한으로 따지자면 비교가 안 됩니다. 여러 부서 중 환수 관리국과 초능력 관리국. 이 두 부서에 공격형 초능력자들이 많이 배치되고 하는 일도 많아 권한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이곳에 힘을 많이 실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환수 연구권을 법으로 지정해주었으니까요.”
“고로, 우리가 사아알짝 아래다 이거지.”
태호는 가을의 말을 이으며 호쾌하게 웃었다.
“형.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연구소에 가을 씨 말고 초능력자분을 보지 못했단 말이죠. 만약에 정화자든 뭐든 연구소를 습격하면 어떡해요?”
환수 연구소가 태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달리 말해 태호가 없으면 그 힘이 굉장히 약하다는 소리가 아닌가.
환수 연구소를 지킬 수 있는 초능력자가 있는 건 맞을까.
“아,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 지금 은호 씨가 들락날락하고 있는 쪽은 허락받으면 올 수 있는 구역 같은 거니까.”
“……그러니까, 진짜 중요한 구역은 따로 있다는 거죠? 거기는 내가 갈 수 없고요.”
은호는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
“음……. 이게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은호 씨가 일단 우리 소속이 아니잖아? 이건 내가 어기면 안 되는 부분이니까.”
“그렇다고 은호 씨에게 부여한 레벨이 낮은 건 아닙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도 상당히 높습니다.”
가을이 뒤이어 수습했지만, 태호는 은호의 눈치를 살폈다.
혹여나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어쩌나 싶었다.
“다행이네요. 사실 걱정됐거든요.”
은호는 두 사람의 시선에도 활짝 웃었다.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환수들은 정화자와 환수 밀렵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말이 아닌가.
“걱정할 필요 없어, 은호 씨. 연구소 직원 중에도 초능력자가 꽤 되거든.”
태호 역시 덩달아 웃었다.
진심으로 연구소를 걱정해주니 왜 기쁘지 않을까.
“그럼, 형도 초능력자예요? 무슨 능력이 있어요? …아, 이거 물어보는 거 혹시 실례인가요?”
기대를 담아 바라보던 은호가 주춤거리자 태호는 손을 가로저었다.
“아니야. 물어봐도 돼. 초능력자는 상당히 흔하니까.”
“그럼, 주제에서 약간 벗어났지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초능력이 왜 이렇게 흔한지 물어봐도 돼요?”
솔직히 흔하지 않아야 초능력 아닐까.
국민의 절반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냥 일상이 아닌가.
태호는 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언제 웃었냐는 듯 살짝 굳은 얼굴로 잠깐 망설였다.
“말할 수 없는 거라면 하지 않아도 돼요. 비밀엄수는 어디든 중요하다는 걸 아니까요.”
“그게 아니야, 은호 씨.”
태호는 곤란한 얼굴로 몇 번이나 주저하다 입을 열었다.
“…환수 때문이야.”
“네?”
“초능력은 환수의 등장과 함께 나타났어.”
“……?”
두 번이나 꺼낸 말이지만, 은호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머릿속으로 그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 환수는 여기 원래부터 있던 토착종 아니었어요?”
“그렇게 보였다면 솔직히 기쁘긴 한데, 아니야.”
태호는 환수가 생각보다 잘 어우러져 있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밀려오는 현실에 한숨이 나왔다.
손가락을 올려 하늘을 가리켰다.
은호 역시 눈동자로 그 손을 따라갔다.
태호는 그대로 손가락을 내리며 테이블에 부딪쳤다.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났어. 그 당시, 모든 전자기기가 마비되어서 영상은 없지만, 환수는 그렇게 이 땅에 내려왔거든.”
“그러니까…….”
은호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상하지도 않았다.
자신도 차를 타고 이세계로 오지 않았는가. 환수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지금 중요한 건 하나였다.
“…그래서 배척되는 거예요?”
“맞아. 그게 배척의 이유야. 갑자기 나타난 외래종인 것도 모자라 초능력이라는 이능력을 발현하게 했으니까. 분명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 아니잖아? 환수들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있어 싫어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는 상태지.”
“잠깐만요. 그렇다는 건 환수 관리국 내에서도 이런 이유를 품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소리 아니에요?”
앙갚음하러 들어오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흔히들 ‘저런 사람이 있어?’라고 하는데 세상은 영화보다 더한 곳이었다.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두 솎아내는 건 불가능해. 적어도 내가 연구원일 때는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어. 그때는 그래도 낭만이 있던 시기였는데.”
태호가 턱을 쓰다듬으며 아련한 눈을 하자 가을은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바뀐 건 ‘환수의 영향으로 초능력이 발현됐다’라는 주장이 사실이 된 후부터입니다. 초능력자임에도, 환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심지어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죠.”
가을은 말을 하는 도중 태블릿에 뜬 알람을 바라보더니 이것저것 건드렸다.
“아, 저는 제가 가진 이 힘을 무척 좋아합니다. 당당한 불법은 제 취향이라서요.”
가을은 덤덤한 시선으로 두 사람이 볼 수 있게 태블릿을 내렸다.
“방금 이것저것 살피다가 멸종된 흑견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발표하려다 폐기된 보고서를 발견했습니다.”
“…뭐?”
태호가 기겁했다.
멸종했다고 알려진 흑견이 사실은 살아있다고 말해버린다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당연히 부정적인 부분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정화자와 환수 밀렵꾼들이 들으면 아주 좋아할 만한 이야기네, 이 썩을 놈들! 그렇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는데. 파고들었어, 가을 씨?”
태호는 이를 악물었다.
“네. 이상해서 더 파고들었습니다. 박사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습니까? 은밀히 진행한다는 것부터 이상하잖습니까.”
“누가 지시한 거야?”
태호가 묻자 가을은 태블릿을 조작하며 대답했다.
“환수 관리국의 국장과 부국장입니다. 날짜를 보면 서은호 씨가 병원에 있던 그때부터 꾸민 게 분명합니다. 흑견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림으로써 환수 관리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는 거겠죠.”
가을 역시 손가락으로 태블릿을 두드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야, 이건 좀 포기하기 어렵긴 하겠네. 확실히 흑견이 있어야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열받긴 해?”
태호의 미소가 길어졌지만, 은호는 두 사람의 대화에 살짝 난감했다.
왜 갑자기 흑견의 이름이 나오는지 몰랐다.
“멍멍이 형님이 그렇게 유명해요?”
“……아.”
두 사람은 은호의 질문에 서로를 힐끔 바라보았다. 은호는 기억을 잃었으니까.
태호가 입을 열었다.
“10년 전에 벌어진 흑견 사건은 환수 관리국과 비소속 초능력자의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 낸 사건이라서 너무 유명하지. 아무래도 정화자가 엮여 있으니까 더 그랬겠지?”
10년 전, 흑견이 인간 아이를 죽였다는 오해를 받아 환수 관리국에서 대대적으로 사살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범인은 흑견이 아니었고, 정화자가 환수에 대한 증오를 담아 흑견에게 누명을 씌운 사건이었다.
그 당시 환수 관리국에서 흑견의 새끼를 인질로 잡아 성체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
“그 사건 이전에도 흑견은 이미 유명했어. 까만 털처럼 보이는 게 실은 전혀 다른 물질이거든? 흑견이 죽어도 그 털 같은 물질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태호는 말을 하다 그만뒀다.
은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흑견을 아끼는지 알고 있기에 대화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았다.
“…아이고, 대화가 길어졌네. 어쨌든, 환수 관리국과 관련된 정보는 지금 이게 전부야. 뒷배가 누구인지 조사 중이다. 환수 관리국의 부국장인 권석현이 수사의 책임자다.”
“그리고 환수 관리국에서 서은호 씨를 찾고 있습니다.”
가을이 뒷말을 이으며 태블릿을 보여줬다.
사진이 찍혀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자 은호는 표정을 풀었다.
잠깐 웃음이 나왔다.
변장했던 그 모습이 찍혀 있었으니까.
이어 밑에 당부의 글이 적혀 있었다.
「…여러 증언을 통해 환수와 함께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사람과 환수는 가까워지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초능력자로 생각합니다. 초능력 관리국에 요청한 결과 등록된 적 없는 초능력자입니다. 어떤 형태든 위험해 보이기에 협조를 요청드립니다.」
“어릴 때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술래잡기였는데요. 이걸 재현해주네요. 이거 잡혀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드는데요?”
은호는 즐겁게 웃었다.
잡혀도 문제없는 술래잡기라면 얼마나 신날까.
* * *
“…뭘 그렇게 생각하는가, 인간?”
푸르른 하늘이 펼쳐진 시야 안으로 흑견의 모습에 은호는 멍한 눈을 깜박거렸다.
“그냥 여러 가지?”
지금 가장 많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일렉트였다.
“그럼, 혹시, 혹시 그 생각 속에 내가 있어? 그런 거야?”
폭시의 얼굴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활짝 웃은 얼굴에 애교가 가득했다.
은호는 웃으며 폭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친구 생각하는 거 아닌데?”
“정말 내가 아니야?”
폭시는 툴툴거리며 은호의 품으로 기어들어 왔다.
“아쉽게도 아니야.”
“그러면 뭐 생각하는뎀?”
은호 주변에서 웅크려 있던 레비아탐 역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오동통한 얼굴이 훅하고 들어오며 눈을 깜박 깜박거렸다.
은호는 자신을 바라보는 세 마리의 눈동자를 보자 웃음을 터트렸다.
누군가 이렇게 걱정을 담아 바라보는 게 왜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지금 일렉트가 아프다고 하네.”
은호는 고개를 돌려 조금 멀리 있는 가로등에 돌돌 말려 있는 일렉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 어떻게 아픈데?”
폭시가 가장 크게 놀라며 물었다.
“많이 아파? 다쳤어? 아니면 마음이… 아픈 거야?”
폭시는 고개를 돌려 일렉트를 바라보았다.
옆모습이 그렇게 쓸쓸해 보일 수가 없었다.
“아닌뎀? 은호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얌? 아까 나랑 저기에서 놀았는뎀?”
레비아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라면 가로등 말하는 거 맞아?”
은호는 다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응! 가로등에 매달려서 일렉트랑 놀았는뎀?”
레비아탐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 전 자신이 봤던 일렉트와 어울리는 그림도 아니었다.
다른 환수들한테는 그렇게 사납게 반응했는데.
이를 곰곰이 생각하던 은호의 눈빛에 빛이 어렸다.
‘……아직, 희망이 있는 거야.’
―……치료하지 못했어. 아니, 치료할 수가 없었어. 내부 기관이 망가진 채로, 아니, 괜찮다고 해도 전기를 향한 집착으로 망가졌어. …그렇게 지켜보는 게 전부였어.
일렉트는 내부 기관이 망가진 상태가 아니었다.
마음이 병들어 집착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피아식별을 할 수 있었다.
‘일렉트가 온전히 마음을 내려놓을 안전한 장소만 있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우선, 가두는 것부터 제외해야만 했다.
그 하나에 수많은 가능성이 사라졌다.
현실의 벽이든 뭐든 태호는 결국,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했다.
왼손에서 온기가 밀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폭시가 은호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눈으로 본인과 같냐는 물음에 은호는 조용히 끄덕였다.
“태블릿 씨.”
은호는 태블릿을 불렀다.
사실 머릿속으로 떠오른 이미지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게 가능한지 알고 싶었다.
“힘을 품은 토템과 식물이 결합이 될까요?”
토템 역시 근본은 식물의 일부였다. 힘을 품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가 달랐다.
자신은 식물을 조합할 수 있었다.
드루이드의 힘을 막 배운 그 시점에 알게 된 힘이었다.
《해당 내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태블릿이 가진 지식에도 존재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말에 은호는 웃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처음 기록하는 일이란 소리였다. 설렘이 밀려왔다.
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은홈?”
레비아탐의 물음에 은호는 팔을 내밀었다.
신이 난 얼굴로 레비아탐은 은호의 몸을 타 팔에 꼬리로 매달렸다.
“나도 가도 돼? 따라가고 싶은데 괜찮지?”
폭시가 은호의 주변에 빙글빙글 맴돌며 꼬리로 살짝 다리를 건드렸다.
“당연히 괜찮지.”
은호가 웃자 폭시는 그의 다리를 껴안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새로운 힘을 만들려는 건가?”
흑견이 앞으로 걸어가며 묻자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는 거겠지. 왠지 신나지 않아?”
“모르겠다.”
“늘 정해진 답만 쫓아서 그런가, 정해지지 않은 답을 찾아가는 건 왠지 신나더라.”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나?”
앞으로 발을 내밀다 말고 은호는 놀란 눈으로 흑견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어?”
“늘 자유로워 보이니까.”
“나 진짜 그렇게 보여? 정말로?”
은호가 멍청한 얼굴로 묻자 팔에 매달린 레비아탐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그랬는뎀?”
새삼스럽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마음의 거리든 뭐든 좁혀 들어온 인간인 은호였다.
* * *
탁탁.
은호는 나무를 두드렸다.
‘……으음.’
사실, 뭐가 좋은지 몰랐다.
저 나무가 그 나무 같고, 그 나무가 저 나무 같았다.
은호는 잠깐 레비아탐을 내려놓은 뒤 칼을 꺼냈다.
폭시가 뒤로 물러섰고, 레비아탐은 은호의 발을 긁었다.
“은호, 또 그거 햄? 그거 아픈뎀.”
“아프긴 한데, 이래야 식물들이 내 말을 들어주더라고.”
교감의 힘을 사용할 때 느꼈는데, 식물들은 생각보다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드루이드 힘을 가졌기에 어쩔 수 없이 어울려준다는 느낌이었다.
은호는 칼로 손가락 끝을 벤 뒤, 교감의 힘을 꺼내왔다.
은호의 손아귀에서 초록색으로 빛이 나오자 폭시와 레비아탐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와아…….”
“예쁘다암.”
“식물 친구들아. 혹시, 여기서 내가 뭔가 좀 특별해지고 싶은 친구 있어?”
은호는 물음을 던지고는 차분히 기다렸다.
이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쪽에서 느낌이 확 밀려왔다.
걸어가 그 나무 앞에 섰다.
손을 짚자 태블릿이 나왔다.
《리아 나무를 인식하셨습니다.》
《진정 효과가 있습니다. 이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잎을 가루로 만들거나, 나뭇가지를 끓여서 사용하십시오.》
‘…아깝다. 락이터한테 사용했으면 좋았을 텐데.’
은호는 리아 나뭇잎을 몇 개 따서는 가방에 넣고는 전기를 품은 토템을 꺼냈다. 태호에게 부탁해 근처 가로등의 전기를 흡수해 손에 넣었다.
천천히 숨을 몰아쉰 뒤, 나무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그린 완성품은 전기를 품은 나무였다.
그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고, 다가갈 생각도 하지 않으며 오로지 일렉트만이 머물 수 있는 공간.
자신은 그걸 원했다.
은호는 눈에 힘을 주며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