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3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35화(35/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35화
35화. 일렉트가 좋아하는 건 전기다(3) (컨셉 아트)
은호는 나뭇가지를 꺾었다.
이전에 서로 다른 식물을 조합했을 때처럼 토템과 함께 한 손에 쥐려고 하던 차 갑자기 바람 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뒤로 물러났지만, 그것보다 더 빨리 달려든 일렉트에게 부딪치며 쓰러졌다.
아픔보다는 갑작스러운 일에 눈을 깜박거리다 은호는 뒤늦게 일렉트를 바라보았다.
“친구야……?”
“왜 거짓말해?”
“……?”
“전기가 있었잖아, 은호. 왜 아까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야?”
일렉트는 단춧구멍 같은 눈을 가늘게 떴다.
“토템을 꺼내기만 했는데, 저 거리를 이렇게 단숨에 날아온 거야? 대단한데?”
흐릿한 냄새 하나를 의존해 거침없이 다가오는 건 대단한 추적 능력이었다.
은호가 웃자 일렉트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말해줘, 은호!”
“거짓말한 적 없어. 그때는 없었고, 이건 새로 만들었으니까.”
“정말……?”
“하지만 너한테 줄 생각은 없어.”
“…왜? 너도 내가 싫어? 싫어서 주지 않는 거야?”
일렉트는 실망이 가득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기 은호의 손아귀에 전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주 맛있는 전기가.
하지만 또 닿지 않았다.
인간은 계속 전기를 빼앗고, 가져가고, 돌려주지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언제나 혐오와 미움이 가득했다.
“아니, 네가 좋아서. 널 위해 이게 필요해.”
그러나 은호의 눈은 달랐다. 처음부터 싫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지 않은 눈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전기를 주지 않는 걸까.
“내가 좋다면서 왜 전기를 주지 않는 거야? 나는 전기가 필요해.”
열심히 전기를 만들었다.
만들고 만들었지만, 빼앗기기만 했다.
“그건 내 거잖아!”
대체 얼마나 만들어야 빼앗기지 않는 걸까.
얼마나 움직여야 사라지지 않는 걸까.
“나한테서 더는 전기를 빼앗지 마…!”
일렉트는 밀려오는 조급함에 소리쳤다.
더는 손아귀에서 사라지는 전기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일렉트.”
은호는 손가락으로 일렉트의 머리에 딱밤을 때렸다.
따악.
소리와 함께 일렉트가 놀란 눈을 했다.
“나는 너한테 아무것도 뺏지 않아. 앞으로도 그럴 거야.”
“…….”
“네가 안심하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그런 행복한 곳을 만들고 싶어. 그러려면 이게 필요해.”
은호는 토템을 흔들었다.
“……왜?”
왜 그렇게 하는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일렉트는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전기를 빼앗아 간 은호가 미웠다. 하지만 더 맛있는 전기를 돌려주었다.
왜 돌려주는 걸까.
이상했지만, 좋았다.
언제나 마주치는 저 눈동자는 이상하리만큼 따뜻해 그것도 좋았다.
그러나 이상했다.
왜 그럴까.
왜 매번 이렇게 바라볼까.
의문이 계속 남았다. 그냥 무서워졌다.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은호는 눈웃음을 지었다.
그대로 일렉트를 품에 안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 등을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일렉트는 눈을 깜박거리며 멍하니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흑견이 보였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폭시와 레비아탐이 있었다.
‘……여긴 밖이지?’
담담하니 떠오르는 생각에 천천히 은호의 어깨에 기댔다.
숨을 몰아쉬며 눈을 살짝 감았다.
뒤이어 본인이 무얼 했는지 떠오르자 이 역시 무서워졌다.
“……은호.”
“응?”
“…나를 멈춰줘.”
일렉트는 감았던 눈동자에 힘을 가득 주었다.
여기는 좋았다.
태어나서 마주한 좁고,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찾은 첫 보금자리였다.
인간의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고, 조용했고, 드넓었으니까.
“내가… 뭔가 잘못되고 있어.”
그 행복함도 잠시, 전기를 볼 때마다 정신을 놓은 것처럼 달려들었다.
특히, 이곳 연구소는 전기가 많았다.
전기 하나.
전기 둘.
사방에 가득한 전기를 보자 텅 비어버린 마음이 간지러워졌다.
이내 무언가 가득 차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눈동자에 뜨거운 게 차올랐다.
정신을 차리니 연구소의 전기를 모조리 가지려고 웅크려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잘못된 걸 알지만, 나오는 말은 생각과 달랐다.
그냥 전기가 가지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막연한 욕망 이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때, 은호가 보였다.
―여기는 우리 친구 집이 아니고, 우리도 저 친구들도 네 전기를 뺏으러 온 게 아니야.
그 말을 듣자 눈에 차올랐던 뜨거움이 사라지자 다시 연구소가 보였다.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자신의 옆에는 늘 레비아탐이 있었다.
혼자가 아닌 시간이 길어지고, 조잘거리는 소리가 당연하게 있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랐다.
“……은호.”
일렉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내가… 이상해.”
은호와 시선을 마주쳤다. 갓 떠오르는 태양 같은 눈동자 색이었다.
“알아. 네가 원한 게 아니라는 거.”
은호는 손가락 끝으로 일렉트의 볼을 찔렀다.
“조금만 기다려줄래?”
“……응.”
일렉트는 앞발을 뻗어 은호의 팔을 붙잡았다.
이 막연한 욕망을 멈춰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은호는 일렉트를 안은 채로 걸어가 레비아탐 옆에 내려놓았다.
“친구야, 여기 잠깐만 기다려.”
일렉트가 불안한 시선으로 은호를 바라보자 레비아탐은 짧은 다리로 일렉트를 안아주었다.
“…괜찮암. 다 괜찮아질 거얌.”
레비아탐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잘린 혀 자리에 장치를 달았지만, 아직 힘을 완전히 조절할 수가 없기에 조심해야 했다.
일렉트 옆으로 폭시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은호, 내가 감정을 읽고 진정시켜줄까? 그러면 편해질지 몰라.”
“아니야. 마음만 받을게. 지금은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거야.”
은호는 폭시와 레비아탐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이어 마주한 흑견의 눈빛은 꽤 깊었기에 잠깐 시선이 오래갔다.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몰라도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 같았다.
은호는 흑견의 눈빛을 뒤로한 채 적당한 장소로 걸어갔다.
‘이게 되려나.’
사실 확신은 없었다.
은호는 걸음을 멈춘 뒤 토템과 리아 나무에서 꺾은 나뭇가지를 한꺼번에 쥐었다.
피를 머금은 나뭇가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니야.’
은호는 손아귀에서 자라는 나무를 바닥에 꽂은 채 뒤로 물러섰다.
자라나는 건 오직 나뭇가지뿐, 토템은 멀쩡했다.
비록 토템이 나뭇가지로 만들어졌지만, 이미 식물이라는 범주에서는 멀어진 게 아닐까.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느끼며 은호는 과성장으로 자라난 나무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과성장으로 자라난 나무는 전기를 견딜 수 있을까.’
은호는 잠깐 생각했다.
지금 태블릿에 적혀 있지 않은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과성장을 한 식물이 전기를 버틸 수 있었다면 태블릿이 그 정보를 띄웠겠지.
그렇다면 생각 역시 달리해야만 했다.
‘…그래, 지금으로서는 전기를 견딜 수 있는 건 토템뿐이야.’
어떻게든 이 토템을 이용해야만 했다.
태블릿도 모르는 토템의 이용법을 알아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거야.’
단순히 전기를 품은 토템을 다른 나무와 합치면 자라날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대로, 아무도 오지 못하고 오직 일렉트만이 머물 수 있는 그런 장소를.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토템은 이미 다른 식물과 달랐다.
토템의 근본은 식물이지만, 토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식물이 아니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확인해보자.’
은호는 토템 혼자만 성장시켜보고자 했다.
잠깐 손을 바라보았다.
그새 아문 상처를 보자 칼을 꺼내 거침없이 베어냈다.
흥건하게 흐르는 피로 토템을 쥐었다.
‘자라나라.’
금세 변화가 일어나자 은호의 입꼬리가 올라가다 멈췄다.
원래 토템에 피로 그려져 있던 문양이 더 짙어지며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눈이 그려져 있던 앞면 입 쪽에 네모난 바마저 나타났다.
절반 정도로 노랗게 보이자 은호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전기를 방출시켰다.
파지지직.
다시 토템을 바라보자 절반 정도로 차올랐던 노란색이 줄어들어 있었다.
‘……이거, 성장이 아니잖아.’
‘전기가 이만큼 들어 있어요’라고 알려주는 게 아닌가.
다르게 말하자면 이건 강화였다.
‘내가 바라는 건 이게 아니야.’
이런 상황을 원한 게 아니었다.
토템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했다는 사실을 떠나 예측한 상황이 아니었다.
식물은 피로 성장했다.
그 단순한 사실이 토템에게는 다르게 허용된다는 말이 아닌가.
‘다른 것도 그래?’
은호는 알아내야 했다.
밀려오는 이 답답함과 궁금증을 채우고 싶었다.
‘미안.’
나뭇가지를 새로 꺾어 새로운 토템을 만들었다.
주저할 것 없이 완성된 토템을 그대로 움켜쥐었다.
피로 그려진 문양은 짙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떨림이 느껴졌다.
식물이 성장하기 전에 느껴졌던 그런 떨림이었다.
‘…뭐야, 왜 다른데?’
은호는 흔들리는 눈으로 두 토템을 바라보았다.
한쪽은 강화되었고, 다른 한쪽은 강화가 아닌 성장 쪽으로 넘어갔다.
똑같이 만든 토템이었다.
다른 걸 꼽자면 하나뿐이었다.
‘……전기.’
내용물이 들었고, 들지 않았고. 그 차이였다.
그 차이로 강화와 성장이 나뉘었다.
‘……와아.’
은호는 두 토템을 들어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못했다.
이걸 스스로 발견하다니.
‘아니지, 정신 차려!’
자랑스러움은 뒤로 넘겼다.
토템이 성장한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해야 하는 건 정해져 있지 않은가.
‘성장시켜야지. 아주 크게. 아주 멋진 나무로.’
생각하던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이미 시작점을 넘어섰다.
이제 달리는 것만 남았으니 뭐가 겁이 날까.
은호는 전기가 든 토템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자, 친구야.’
은호는 성장의 떨림이 일어나는 토템을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점점 토템이 따뜻해졌다.
무엇이 자라나려고 하는지 몰라도 생명의 고동이 느껴졌다.
‘자라나자.’
은호는 이 껍질을 부수고 나올 싹을 기다렸다.
하지만 밀려오는 건 뜨거움이었다.
점점 토템의 온도가 거세지더니, 전자레인지에서 갓 나온 그릇을 쥘 때만큼 뜨거워졌다.
깜짝 놀라 토템을 놓아버렸다.
‘……?’
은호는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에 깊은 의문을 느꼈다.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
이상했다.
이럴 리가 없을 텐데.
‘너도 자라길 원하잖아.’
토템을 다시 쥐자 생명의 고동이 다시금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나오고 싶다고 말하는데, 왜 이렇게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몰랐다.
은호는 입가를 손등으로 쓸었다.
뭔가가 부족한 걸까.
고개를 흔들던 은호는 교감의 힘을 끌어왔다.
싱그러운 초록빛이 은호의 손바닥에서 일어나더니 금세 토템을 타고 흘러갔다.
치이이이익.
“……으읍!”
은호의 눈이 커져 버릴 정도로 극심한 통증과 뜨거움이 밀어닥쳤다.
뚝.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왜 그러는 거야, 친구야?”
점점 흘러내리는 핏방울이 늘어났지만, 은호는 토템의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교감의 힘을 끌어올릴수록 토템에서 당장 싹이 나올 것처럼 느껴져 멈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나가고 싶다고 발버둥 치는데, 겉껍질에서 어떤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은호는 토템을 바라보았다.
이 뜨거움과 발버둥을 지켜보았다.
천천히 두 눈을 감으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랬구나.”
은호는 손 하나를 더 뻗어 토템을 쥐었다.
“나갈 수가 없는 거였어.”
식물이 토템이 되면서 식물로서 힘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하지만 토템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토록 무겁던 흙을 뚫고 나와 따스한 햇살을 맞이하는 순간을.
시원한 바람과 촉촉하게 스며드는 비의 맛을.
이 뜨거움은 새로운 변화를 향한 열이었다.
“…내가 도와줄게.”
은호의 반대편 손에도 초록색 빛이 휘감겼다.
치이이이익.
은호의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떨어지는 피가 짙어졌다.
토템에서 퍼지는 작열에 옳은 듯 은호의 얼굴 역시 빨갛게 달아올랐다.
온몸이 들끓는 것 같았다.
땀이 피와 뒤엉켜 땅으로 떨어졌다.
변화와 성장은 언제나 고통을 품고 있었다.
쩍.
지금도 그럴 테지.
아프지만, 괴롭지만, 반드시 그 끝에는 찬란함이 있었다.
쩌어어억.
토템이 쪼개졌다.
그 틈으로 은은한 초록색을 품은 싹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 하아.”
은호는 어깨로 숨을 쉬며 그 싹을 바라보았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금방이라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만 같았다.
싹은 은호에게 손을 뻗듯 잎사귀를 틔웠다.
은호는 피에 절인 손가락을 덜덜 떨며 뻗었다.
손끝에 잎사귀가 닿자 자신을 향한 저 존재의 물음이 밀려왔다.
뭐가 되길 원해.
은호는 가방에서 전기를 품은 토템을 꺼냈다.
“전기를… 너무 좋아하는.”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 친구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
은호는 자라난 싹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오직 그걸 위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은호는 싹에 손을 얹고 토템의 전기를 방출시켰다.
파지지지직!
전기가 퍼져나가며 환한 빛을 뿌리다 은호를 힘껏 찔렀다.
온몸으로 퍼지는 전기에 파르르 몸을 떨던 은호는 뒤로 쓰러졌다.
잠깐 세상이 어두워졌다 귓가로 스며드는 소리에 생각했다.
‘…아직 안 돼.’
아직 부족했다.
이 정도 전기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은호는 시야 안으로 들어온 세 마리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무어라 말을 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그냥 웃었다.
“…괜찮아. 괜찮아.”
은호는 그저 괜찮다고 말하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
떨어진 피를 머금어 자라난 식물들이 느껴졌다.
그들을 움직여 자신의 몸에 휘감았다. 식물을 이용해 몸을 움직였다.
땅에 뿌리를 박은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자신의 무릎 높이보다 작았지만,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은호는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뻗었다.
따뜻했다.
행복함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더 강한 전기가 필요했다.
은호는 흐려진 시야로 전기를 품은 토템을 찾았다.
무릎으로 무언가 굴러왔다. 토템을 손에 쥐며 고개를 들자 일렉트가 보였다.
은호는 웃다 말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전기는 이래서 위험하다니까.’
은호는 먹먹했던 귓가로 천천히 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내가 해.”
일렉트가 말했다.
어쩐지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았다.
“아니. 같이… 해.”
식물은 전기만 붓는다고 자랄 수 없었다. 자신의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설명할 순 없었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았다.
“…가자.”
은호는 마지막 힘을 짜내듯 교감의 힘을 사용했다.
초록색 빛이 번지는 그 사이로 하늘이 어두워졌다.
일렉트는 입술을 깨물며 나무를 향해 힘을 사용했다.
콰릉!
번개가 내리꽂혔다.
“……으으으.”
나무를 타고 은호의 몸으로 번개가 파고들었지만, 일렉트가 이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점점 두꺼워지는 나무를 느끼다 은호의 몸이 무너졌다.
흑견이 그를 붙잡았다.
“봐라, 인간.”
강하게 은호를 부르며 그의 정신을 붙잡았다.
은호는 눈을 파르르 떨며 가늘게 떴다.
땅을 파고든 두꺼운 뿌리를 물론, 하늘로 힘껏 손을 뻗은 나뭇가지를 따라 새하얀 전기가 휘감긴 모습은 머릿속에 그렸던 이미지 그대였다.
‘…….’
은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뭇잎 대신 자라난 전기는 쉴 새 없이 모습을 바꾸었고, ‘파직’거리는 소리가 잔잔히 울렸다.
은호의 눈동자에 차차 물결이 번져갔다.
‘그러니까…….’
누구도 접근하기 어렵고.
오로지 일렉트만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
그런 장소일까.
그게 맞을까.
의심이 차오르던 그때, 태블릿이 가방에 튀어나와 은호의 시야를 가렸다.
《새로운 종이 탄생 되었습니다.》
단 한 줄이지만, 은호는 가슴 속에 들끓는 기쁨을 강하게 느끼며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일렉트 컨셉 아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