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41)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41화(41/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41화
41화. 애착이 갈수록 버릴 수가 없다(3) (컨셉 아트)
깃털이라니.
그걸 가지고 뭘 하라는 걸까.
의문이 세 마리의 환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떻게 찾으면 되는 거야? 그냥 깃털을 들고 다른 얘들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야? 그런 거라면 자신 있는데.”
폭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 이내 활짝 웃었다.
“난 깃털 냄새 못 맡아. 내 코는 전기에만 작동해.”
일렉트는 윗입술을 살짝 올리며 깃털을 빤히 보았다.
“아! 그럼 내 코를 쓰면 되잖암!”
곰곰이 생각하던 레비아탐이 두 앞발에 힘을 주며 물었다.
추적하면 냄새가 아니겠는가. 냄새하면 자신이었다.
“글쎄. 냄새가 있으려나. 부울이 저기 나무 꼭대기에 산다고 했는데. 바람에 날아가지 않았을까?”
은호가 넌지시 꺼낸 말에 레비아탐은 그대로 굳어져서는 얌전히 두 손을 모았다.
꼬리마저 힘없이 내려가자 은호는 살짝 당황했다.
“레, 레비아탐…? 생각은 너무 좋았어! 어쩌면 제일 효과가 좋을지도 몰라!”
이 모든 걸 바라보던 흑견은 미간을 좁혔다. 도무지 믿음직스러운 이들이 없었다.
“내가 하겠다.”
“어허, 멍멍이 형님.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은호는 흑견에게 손바닥을 내보였다.
“뭐가 안 되는가? 내 추적을 신뢰하지 못하는가?”
“아니. 이번에는 직접 나설 수 없으니, 친구들을 부르자고 한 건 멍멍이 형님의 의견이었잖아.”
“그렇다.”
“그럼, 믿어야지.”
다른 친구들 모두 이런 경험이 없을 뿐이지,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잠깐 혼란스러운 건 당연했다.
흑견은 뭔가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지만, 입을 열진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 정도는 들어볼 수 있지. 멍멍이 형님은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회사가 거지 같아서 혼자 고민하는 게 익숙해졌을 뿐, 언제나 다양한 생각은 좋았다.
특히 은호는 우쭐한 흑견의 표정을 보았기에 더 궁금했다.
지금 부울의 깃털이 있지만, 부울은 애초에 남들 눈에 띄는 걸 싫어하는 환수였다.
꼭대기에 둥지를 지은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냄새를 지워버리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이미 인간은 해당 존재를 어디에서 발견했는지, 이와 관련된 자료를 받았다. 그걸 바탕으로 근처에 있는 놈에게 물어보면 되는 거다.”
“폭시랑 비슷한 생각이네?”
“내가 먼저 말했다는 거 잊지 마.”
폭시는 흑견을 바라보며 꼬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묘하게 얄미운 표정이라 흑견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흑견은 콧바람을 내쉬다 은호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하려는 거지, 인간?”
“지금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
이번에 가방의 요정인 코코를 만나 태블릿 업데이트를 해 얻게 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환수 추적이었다.
근처에 환수가 보이지 않지만, 태블릿을 통해 추적해 먼저 다가갈 수 있었다.
이는 폭시와 흑견이 시도하려고 하는 방법과 매우 유사했다.
아니면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존재했다.
태호가 범위를 좁혀줬기에 근처 나무나 풀을 통해 물어보는 방법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리고 맹금류의 눈을 발동시켜도 되는 거고.’
모두가 고민하는 사이, 레비아탐이 말문을 열었다.
“있잖암.”
모두가 레비아탐을 바라보았다.
“다 하고 싶은 방법을 해보는 게 어땜? 각자 방법이 맞을 수 있잖암.”
“좋은 생각인데, 솔직히 걸리는 게 있어서 추천하진 않아.”
은호는 레비아탐을 쓰다듬었다.
“걸리는 거? 그게 뭔데?”
폭시의 물음에 은호는 입가를 살짝 혀로 핥았다.
말하기가 좀 어렵지만, 저들을 이해시키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물건을 찾아달라고 했던 그 친구가 인간한테 공격을 당했어. 구출되긴 했는데, 아직도 이 근처에 정화자가 맴돌고 있을지도 몰라.”
정화자는 아주 큰 변수였다.
존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정화자가 있다고 전제를 깔고 가는 게 맞았다.
흩어지다가 정화자한테 공격이라도 당하면 그게 더 큰일이었으니까.
“…그럼, 내가 할래.”
일렉트가 앞발을 꼼지락거리며 시선을 내렸다.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해줄래?”
은호는 일렉트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천천히 기다리자 일렉트는 용기를 품으며 힘차게 생각을 알렸다.
“나, 전기 말고 모르니까, 내가 꼭대기에서 보고 있을게. 나무에 있으면 나뭇잎 같아서 모를 거야.”
‘…아, 시력은 되게 좋았지?’
처음 일렉트를 만났을 때, 먼 거리에 있었음에도 전등을 마구잡이로 이용해 빛을 퍼트렸던 게 생각났다.
“그런데 여기 연구소랑 달리 나무가 꽤 빽빽한데 괜찮겠어?”
“할 수 있어.”
일렉트의 대답에 잠깐 생각하던 은호는 활력이 넘치는 일렉트의 행동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전기는 없었다. 일렉트가 예상치도 못할 행동을 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면 우선, 해당 범위에서 중심이 되는 곳으로 가자.”
태호가 알려준, 부울이 발견되었던 곳 주변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싶었다.
* * *
“…위험하면.”
“알린담! 좌우로 왔다갔다 한담!”
레비아탐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됐어. 그거면 충분해.”
은호는 힘찬 대답에 만족하며 웃었다.
“내가 태블릿으로 보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손에 들린 태블릿을 좌우로 흔들었다.
태블릿의 카메라로 해당 환수를 찍으면 대상을 바로 추적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기능이 업데이트가 덜 됐는지 잘 찍어야 인식이 됐다.
카메라를 이용해 폭시와 레비아탐, 그리고 일렉트를 추적 대상으로 뒀다.
정작 추적할 수 있는 건 한 마리였지만, 기록이 남아 편하게 누르기만 하면 추적 대상을 바꿀 수 있었다.
추적을 작동시키면 태블릿에 지도가 나타났고, 내비게이션이 떠올라 가장 최적의 길을 알려줬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
은호는 만족스러웠기에 폭시와 일렉트를 바라보았다.
두 마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폭시야. 일렉트.”
은호는 쪼그려 앉아 폭시와 일렉트를 손가락으로 콕콕 건드렸다.
“여기까지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정말 괜찮겠어?”
“은호는 걱정이 많아. 이미 괜찮다고 말했는데도 물어봐. 하지만 나는 그래서 좋아. 은호가 있으면 하나도 안 무서워.”
폭시는 은호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에 앞발을 올리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안 붙잡힐 자신이 엄청 큰데?”
폭시 주변으로 푸른 나비가 흩날렸다.
가늘어진 폭시의 눈꼬리를 따라 나비 문양이 눈가 근처로 퍼졌다.
웃음소리가 일렉트한테 들려왔다.
“……웃었담.”
레비아탐이 깜짝 놀랐다.
전기를 품에 안을 때 말고 잘 웃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하면 대부분 행동을 멈춰. 더 할 수도 있는데, 마음이 다칠 수 있으니까 하지 않는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폭시가 눈웃음을 짓자 은호는 슬쩍 태블릿을 꺼내 폭시의 설명을 읽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정신 계열의 힘을 가져 가까이 가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달콤한 냄새와 나비를 조심하세요.》
“힘을 다 안 쓴 거구나!”
“맞아! 내가 힘을 쓰면 정신이 망가지더라고. 난 그게 너무 싫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하기엔 제법 살벌한 소리였지만, 은호는 폭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친구는 참 다정하네.”
폭시의 귀 끝이 급히 살짝 달아올랐다.
“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데? 정말인데? 나, 다른 얘들한테 물어보고 올게!”
폭시는 당황하며 앞발과 뒷발을 동시에 내뻗었다.
“발이 동시에 나오는데, 위험하지 않아?”
“괜찮아. 나, 나 중심도 잘 잡아! 갔다 올게! 진짜 갈 거야!”
더 빨개진 귀를 숨기듯 허겁지겁 숲으로 뛰어나갔다.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은호는 레비아탐을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서 코를 킁킁거리는 모습에 은호는 새어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참다 눈을 깜박거렸다.
“그런데 멍멍이 형님이 그림자에 숨어들어서 살피고, 레비아탐이 나랑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레비아탐은 도로롱으로 원래 움직이길 좋아하지 않는 환수였다.
생각해보면 추적이 필요한 지금, 강한 흑견이 자신의 옆에 있는 게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지 않을까.
“…….”
흑견은 그대로 행동을 멈췄다.
무어라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나오지 않는 듯 눈동자가 굉장히 흔들렸다.
“왜 그래, 멍멍이 형님?”
은호는 흑견을 바라보았다. 뭐가 잘못된 건 없을 텐데.
“나 할 수 있엄.”
그때, 레비아탐이 목소리를 냈다.
“달리고, 걷는 건 싫은뎀, 할 수 있엄! 아니, 하고 싶엄! 나, 잘 숨엄.”
레비아탐이 풀 속으로 몸을 웅크리자 더듬이가 잎사귀처럼 주변과 꽤 잘 어울려 은호는 살짝 감탄했다.
“오.”
“봤짐? 봤짐?”
레비아탐이 풀 속에 고개를 내밀며 웃자 은호 역시 웃으며 팔을 내밀었다.
“우리 친구는 나랑 가자.”
레비아탐의 더듬이가 스르륵 내려왔고, 동시에 흑견은 입을 벌리며 꼭 버림받은 것처럼 은호를 바라보았다.
은호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은호 말이 맞는데?”
일렉트가 대뜸 은호의 주장에 거들었다.
당당한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흑견의 시선에 은호에게 기어간 뒤에 앞발로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너는 여기서 가장 강하잖아. 네가 가면 더 빨리 찾는 거 맞잖아.”
“그게 더 효율이 높지?”
은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일렉트는 머리를 살짝 올린 채 꼬리를 흔들었다.
“……이봐.”
흑견은 겨우 말문을 열며 레비아탐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도 날카로웠기에 레비아탐은 털을 바짝 올렸다.
다급히 은호에게 더 가까이 달려가서는 다리 뒤로 얼굴을 살짝 가렸다.
“…나 말하는 거얌?”
“그래, 너.”
“왜, 왜 그렇게 무섭게 봠?”
“인간을 말려라.”
“어……?”
흑견의 말을 듣던 은호가 도리어 눈을 크게 떴다.
“그거 무슨 말이야, 멍멍이 형님?”
“스스로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거 안다. 다만…….”
흑견은 말을 꺼내다 그만뒀다.
그저 말썽꾸러기를 보는 듯 바라보다 그림자로 파고들었다.
“금방 갔다 오겠다. 사고 치지 마라, 인간.”
“아니, 멍멍이 형님. 그거 진짜 이상한…….”
은호가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흑견이 사라졌다.
허.
허탈한 웃음이 바로 튀어나왔다.
“난 저 말이 이해돼.”
일렉트는 가늘어진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다 허공에 떠서는 나무 사이로 날아갔다.
“아니…….”
또 은호의 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무슨 말을 못 하게 하니 가슴이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
은호가 레비아탐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레비아탐은 눈동자를 움직여 슬쩍 반대쪽으로 향했다.
긴장한 듯 벌름거리는 코를 보자 은호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외롭네…….’
* * *
“…이쪽이얌!”
레비아탐이 은호의 팔에 매달려 신나게 앞발을 뻗었다.
‘냄새를 생각보다 잘 맡는데?’
부울이 가족 단위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지금 연구소에 치료 중인 부울이 이 숲에 산다고 다른 부울 무리도 머물고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냄새로 추적하는 건 가장 걱정스러운 방법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레비아탐은 냄새를 포착했다.
‘한곳에 머물다 보니, 감각이 되게 예민해졌나?’
은호는 레비아탐이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레비아탐이 도로롱치고 엄청 많이 움직이는 편이지, 원래 도로롱은 웬만해서는 집을 떠나지 않았다.
나무늘보가 생각날 수 있지만, 그건 동물이었고, 레비아탐은 환수였다.
각자 여러 힘을 지닌 환수 특성상 한 장소에 머문다는 뜻은 힘과 감각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나다는 소리가 아닐까.
맹금류의 눈을 발동시키며 이리저리 바라보던 은호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램?”
레비아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흔적이 보이는데?”
어지간히도 급히 달렸는지, 나뭇가지에 걸린 옷자락이 딱 눈에 들어왔다.
은호는 그 옷자락을 손에 쥐었다.
《관찰합니다.》
《.》
《찢어진 옷가지입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다.》
가방에서 떠오른 태블릿의 글자를 확인하며 은호는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올랐다.
‘옷을 입는 건 사람뿐이고, 이 정도로 옷이 찢어지려면 누군가에게 쫓길 만큼 정신없었다는 말인데…….’
그럴 일이 뭐가 있을까.
“그거 뭐…….”
뽀글.
말을 하던 레비아탐의 입에서 거품이 튀어나오자 은호는 당장 레비아탐을 안은 채 달렸다.
이전에 당해본 적 있기에 이게 얼마나 장난 아닌지 알고 있었다.
은호가 그대로 엎드리자 레비아탐이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뭐햄?”
“…방금 거품이 일어나지 않았어?”
“나왔는데, 내가 삼켰엄!”
쉬이이이.
뭔가 바람이 빠진 소리가 들렸다.
“……어?”
은호가 놀란 눈을 하자 레비아탐이 배시시 웃었다.
“나 훈련 열심히 했엄! 은호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진짜 열심히 했엄. 잘했짐?”
레비아탐이 으쓱거리던 그때, 은호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내, 내가 그랬엄? 내가 그런 거얌?”
“아니야. 방금 바닥에 몸을 날릴 때, 좀 쓸렸나 봐. 코점막이 원래 좀 약해서 그래.”
은호는 실실 웃으며 레비아탐을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직 더 재활이 필요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발전이었다.
“잘했…….”
“누가 왐!”
다급한 레비아탐의 말에 은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풀을 밟은 소리가 빠르게 들려 오자 은호가 가방에 손을 뻗는 순간,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은호는 그대로 행동을 멈췄고, 차가운 총구를 들이밀며 남자가 수풀 속에서 걸어왔다.
꽤 험하게 굴렀는지, 남자의 옷이 찢어져 있었다.
이렇게 옷을 흘린 주인이 찾아올 줄이야.
‘꼭 신데렐라를 보는 기분이네.’
무섭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피로 자란 풀이 가득했고, 긴장한 듯이 바짓자락을 잡은 손길 역시 느껴졌으니까.
뽀글.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남자의 머리 위로 떠오른 레비아탐의 거품을 보자 은호는 아주 잠깐 실소를 흘렸다.
아무래도 걱정은 기우였던 모양이었다.
<레비아탐 컨셉 아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