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43)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43화(43/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43화
43화. 애착이 갈수록 버릴 수가 없다(5)
“일단 진정하자, 멍멍이 형님.”
은호는 바로 흑견부터 말렸다.
흑견이 그림자에 들어온 상태지만, 지금 흥분하고 있다는 게 선명히 느껴졌으니까.
“진정하고 있다.”
흑견은 조용히 목소리를 냈다.
“인간이 붙잡은 적 말고, 몇 놈이 흩어진 상태다.”
은호는 그 말을 들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완벽하게 다 붙잡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흘린 놈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뭔가 화가 났다.
역시 초능력자이기에 다른 걸까.
“그러면 멍멍이 형님. 놈들을 붙잡고 있어 줘. 그거면 충분해.”
은호가 내린 지시에 그림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가 여러 개로 쪼개져 흩어지는 걸 본 뒤, 은호는 나무들로 시선을 돌렸다.
정확히 세 그루가 흔들렸다.
‘흩어진 정화자가 세 놈이라는 거지?’
이렇게 숨을 죽이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때, 다른 한 그루가 크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점점 번졌다.
‘멍멍이 형님이 놓친 건가?’
그럴 리가.
놓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곳에 있다가 소란을 보고 이제 막 온 거라면.
무엇이 되었든 공기가 따가워졌다.
파직.
정전기와 함께 아주 사나운 소리를 내며 예열하고 있었다.
급격히 뜨거워지는 온도에 당황할 법하나, 은호는 다른 방향에서 밀려오는 바람을 느끼며 입꼬리를 올렸다.
파지지지직!
순식간에 포악함을 드러내며 퍼져 나오는 수많은 전기에도 은호는 차분히 다음을 바라보았다.
수십 개의 갈래로 흩어진 전기가 은호에게 닿는 순간, 한 방향으로 틀려 버렸다.
그곳에 일렉트가 있었다.
쏘오오옵.
어쩔 줄 모르는 두 앞발을 휘적이며 일렉트는 전기를 빨아들였다.
“전기 좋아!”
해맑게 웃던 일렉트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헙!”
놀란 채 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 전기를 뿜으며 움직이기에 본능적으로 그냥 달려들었으니까.
그곳에 은호가 보이자 일렉트는 고개를 추욱 늘였다.
“잘했어.”
귀에 꽂히는 칭찬에 일렉트는 다시 고개를 올렸다.
파직.
다시금 공기가 뜨거워졌고, 막 내리친 번개를 온몸에 두른 듯한 정화자가 일렉트 앞으로 순식간에 나타났다.
“이 미친 새끼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당장이라도 심장에 검을 박아넣을 듯 살벌했지만, 일렉트에게는 다르게 보였다.
걸어 다니는 전기.
마구잡이로 뿜어져 나오는 전기.
연구소에 있는 가로등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전기를 두른 정화자가 일렉트를 향해 손을 뻗기도 전에 일렉트가 먼저 정화자의 목을 휘감았다.
입을 벌리자 파란빛을 내뿜던 전기가 순식간에 일렉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채 깜박이지도 못한 사이에 전기를 모조리 잃어버렸다. 정화자는 방전된 건전지처럼 우두커니 서서는 그저 숨만 내쉬었다.
일렉트는 우물거리며 행복하게 올라온 입꼬리를 막지 못했다.
정화자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눈이었다.
“더 줘.”
일렉트는 앞발을 내밀며 정화자를 바라보았다.
“이, 이 미친 새끼가!”
정화자는 일렉트의 손짓과 울음소리가 본인을 향한 기만처럼 느껴졌다.
속에 남아 있는 힘을 끌어오던 차 달콤한 냄새가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그렇게 내 친구를 때리려고 하면 나 화나는데?”
나뭇가지에 앉아서는 폭시가 눈웃음을 짓자 정화자가 덩달아 웃었다.
“하하하하!”
치미는 웃음으로 몸을 가누질 못하고, 눈으로 다급히 본인에게 강제로 힘을 씌운 환수를 찾고 있었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듯, 눈동자에 핏대가 바짝 섰다.
“무섭네. 눈 좀 감아줄래?”
은호는 주먹을 꽉 쥐고는 놈에게 그대로 휘둘렀다.
“은호, 안 ?”
레비아탐이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은호의 주먹은 정화자에게 닿지 않았다.
은호 뒤에 있던 나무가 대신 주먹을 휘둘렀다.
빠악!
‘손만 멀쩡했어도, 휘둘렀는데.’
얼굴이 덜렁거리는 놈을 보며 은호는 시선을 내렸다.
“괜찮아, 레비아탐.”
붕대로 칭칭 감긴 손을 레비아탐에게 내보였다.
“봤지?”
“응!”
레비아탐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은호는 일렉트를 쓰다듬으며 폭시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잘 왔는데? 어떻게 알고 왔어?”
“멀리서 보는데, 난리가 났더라고. 바로 은호가 생각이 나서 빨리 왔어.”
“고마워. 혹시 온 김에 잠깐 다른 놈들도 붙잡아줄 수 있어?”
은호는 자신이 붙잡아둔 정화자들을 가리켰다.
“…지금 웃음소리 안 들려?”
폭시가 귀를 쫑긋 세우며 물었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이렇게 잘 들리는데, 은호는 소리를 잘 못 듣는 걸까.
“벌써 하고 오는 길이야? 와, 엄청 빠른데?”
깜짝 놀란 듯한 은호의 행동에 폭시는 걱정을 담아 바라보았다.
“내가 앞으로 은호 대신 잘 들어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너무 든든한데?”
은호는 밀려오는 웃음을 참은 채 자신이 붙잡은 정화자들을 바라보았다.
흑견이 발목을 붙잡고, 폭시까지 가세했다.
뭘 주저할까.
처음 속박을 피하고 도망쳤던 나머지 정화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위로 올렸다.
이로써 모든 정화자가 붙잡혔다.
사회가 규정한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건 당연한 거고,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거대한 공포를 심어주고 싶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르듯이 자연에서는 압도적인 힘을 따라야 하지 않은가.
은호는 한 번 더 칼로 팔을 벴다.
피가 땅으로 떨어지기 전에 은호는 나무 한 그루에게 모든 피를 주었다.
“크게 크게 자라나자고, 친구야.”
은호의 바람을 따라 나무는 자라났다.
포이키 때처럼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하게 자라났다.
멀리서 보았을 때 누군가의 시선을 끌겠지만, 상관없었다.
은호는 씨익 웃었다.
거대하게 자라난 나무의 나뭇가지 하나를 야구방망이처럼 크게 키웠다.
“잘 들어, 이 사이비들아!”
은호는 정화자들에게 목소리를 키웠다.
놈들은 움직이지 못할 뿐,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어디가 됐든, 어떤 의도든 상관없어. 한 번만 더 이 숲에 발을 들이면 이걸로 끝나지 않을 거야!”
은호는 오른쪽 팔을 위쪽에서 사선 아래로 내렸다.
부우우우웅!
그의 손길을 따라 거대하게 자란 나뭇가지가 바람을 삼키듯 휘둘러졌다.
붙잡힌 정화자들은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저토록 거대한 몽둥이는 처음이었다.
설마.
설마.
그 생각이 머릿속이 스며들었지만, 나무는 멈추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놈들을 후리자 거센 폭음 소리가 퍼져나갔다.
정화자들을 붙잡은 나뭇가지들마저 덩달아 꺾이며 놈들은 땅 아래로 거침없이 내리꽂혔다.
쿠우우우웅!
땅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울리며 매서운 바람이 모두를 스쳐 지나갔다.
‘총 맞아도 안 죽는다고 했으니까, 안 죽겠지.’
바람 때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바로 잡으며 은호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태호 형!”
이럴 때야말로 태호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어, 어?>
“나 사고 쳤어요!”
은호는 해맑게 고백했다.
* * *
“…그러니까, 저 아저씨는 너희 협박에 이기지 못해서 환수가 사는 곳을 불었다는 거지?”
은호는 전기를 쓰던 정화자의 머리카락을 쥐며 물었다.
정화자 목에 일렉트가 감겨 있었고, 그는 폭시의 힘으로 계속 웃고 있었다.
“그, 하하하, 그렇다고! 하하하!”
“진짜였네요?”
은호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의 말을 어떻게 넙죽 믿겠는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정말이라고 말했잖아… 요.”
남자는 은호와 정화자들의 눈치를 살폈다.
나뭇가지에 뒤엉켜 있는 정화자들의 모습도 비현실적인데, 놈들을 붙잡은 저 남자는 대체 뭔지.
“그럼, 있잖아, 사이비.”
은호는 정화자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의문이 드는 게 하나가 있단 말이야.”
“빨리, 하하하! 지껄, 하하! …이라고!”
“너희 범죄자잖아. 어떻게 아저씨 SNS도 뒤지고, 아저씨가 사는 곳도 알아내고 그랬어?”
“초능력… 하하하! 몰라, 이 병신아?”
은호는 험악한 말을 꺼내는 놈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짝.
저놈이 말한 것처럼 가을과 같이 해킹 관련된 초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정이었고, 초능력으로 했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들이 이렇게 요란하게 일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
저들은 우선, 비소속 초능력자일 확률이 높았고, 고로 범죄자였다.
“너는 왜 이 아저씨를 안 죽였어?”
은호가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키자 그는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다.
정화자의 숫자가 열 명이 넘어갔는데, 초능력이 없어 보이는 저 아저씨를 죽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총이 무서웠을 리도 없고, 애초에 바로 처리하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번거롭게 만든 걸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너무 이상하잖아? 너희들 나를 보자마자 죽이려고 한 건 알아? 이거 차별이야, 차별.”
은호는 말을 내던지며 폭시에게 잠깐 멈추라고 지시했다.
계속된 웃음으로 눈물범벅이 된 정화자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저 아저씨나 나나 너희가 지껄이는 변절자니, 뭐니 하는 건 똑같잖아. 우리 다 환수하고 친하니까. 그런데 사람 섭섭하게 왜 다르게 행동해?”
은호는 질문했다.
잠깐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불리하니까 입 다무는 거 봐봐. 어쨌든, 내가 떠오른 생각이 있으니까, 듣기 싫어도 들어봐.”
놈이 입을 다물든 말든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너희가 뭔가 꾸미는 일이 있는데, 아저씨는 그 계획 속에 있는 사람이니 봐준 거지. 하지만 나는 아니잖아? 누군가한테 계획에 방해되는 놈은 다 배제해라. 딱 이 명령을 들은 거지.”
“더러운 변절자 주제에 상상력 하나는 풍부하네.”
“사이비야, 내 말이 상상 같아? 그럼, 계속 말해볼게. 사실 점점 상황이 짐작되고 있어.”
은호는 실실 웃었다.
아예 자리에 앉으며 남자를 보았다.
“아저씨는 잠깐 자리 좀 비켜줄래요? 들으면 안 될 이야기라서요. 물론, 아저씨 걱정해서 하는 말이에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서자 은호는 기쁜 듯이 정화자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 건드렸다.
조용히 목소리를 낮춘 채, 상체마저 살짝 숙였다.
“…너, 환수 관리국하고 엮여있지?”
정화자의 눈이 커졌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찔러 들어온 사실 때문이었다.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았기에 찔린 곳에 제법 아팠다.
“이야, 이거 재밌게 됐네.”
지금 환수 관리국에서 점점 뜨거워지는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려면 뭘 해야 하겠는가.
다른 사건이 필요했다.
‘나는 실패했으니, 다음 대상이 필요할 차례긴 하네.’
상황을 극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존재.
바로 눈앞에 있는 사이비나 마찬가지인 정화자였다.
어느 때든 무자비하게 뭘 죽이는 미친놈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저 아저씨를 살려만 놓으면 일어났던 모든 일을 알아서 다 말할 테니까, 얼마나 좋아?’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져 갈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는 오로지 환수뿐, ‘사람’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당연했다.
이번에 ‘사람’이 피해자인 사건이 터진다면, 그것도 환수와 얽힌 사건이라면 어떻게 될까.
“거기서 환수 몇 마리 죽일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나 보네.”
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진짜 안 되겠네.”
은호의 눈시울이 위쪽으로 휘어갔다.
“네놈들이 어떻게 처분될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네 뒷배인 그 새끼를 만나면 말해.”
아무리 환수 연구소든 경찰이든 저놈들을 먼저 발견해도 결국, 환수 관리국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절대 잊히지 않는 말을 남겨놔야지.
“내가 바로 네놈들이 찾는 그놈이라고.”
은호는 무겁게 말을 내뱉었다.
* * *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 뒤, 문이 열렸다.
은호가 뒤에 무언가를 숨긴 채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부울의 몸에 가득한 기계 소리가 얇은 유리를 뚫고 들려왔다.
“안녕, 친구야.”
날개가 찢어지기 직전의 상태였지만, 잘 봉합이 됐다고 들었다.
수술 후 경과도 좋았고.
은호는 얇은 유리로 둘러싼 작은 병실 앞에서 등 뒤로 숨겼던 걸 꺼냈다.
“네 둥지에 있는 거 찾았어.”
부울과 닮은 올빼미 인형이었다.
그 남자가 주었던 꼬질꼬질해진 인형.
“지금 네 옆에 두고 싶지만, 아직은 안 된대. 친구가 좀 더 건강해지면 옆에 둘게.”
처음에 인형을 봤을 때, 이걸 빨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게 많았다.
하지만 섣불리 빨 수 없었다.
레비아탐이 말하길, 여기에 그 남자의 냄새가 묻어 있다고 했으니까.
“널 공격한 건 정화자라고 불리는 사이비였어. 너와 지냈던 그 사람이 아니었고.”
은호는 상황이 어떻게 되었건 오해는 풀었으면 했다.
“널 해치려고 정화자를 부른 게 아니었다는 소리야. 그 사람도 정화자에게 협박을 당한 상태였대.”
이렇게 말해도 결과적으로 배신은 맞았다. 그 남자의 실수가 이 모든 사태를 불러온 것도 맞았으니까.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부울은, 정신이 희미해져 가는 도중에도 이 인형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너는 지금 많이 슬플 거야. 배신당한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은호는 잠깐 말을 멈췄다.
부울이 눈을 떴다.
의식을 붙잡아주듯 저 인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천천히 눈동자를 굴리며 은호가 쥔 그 인형을 보았다.
금세 눈가가 촉촉하게 차올랐다.
자신의 물건이었다.
그 인간이 선물한, 소중한 물건.
자신을 공격한 인간한테 망가질까 두려워 부탁했는데 정말로 가져올 줄은 몰랐다.
부울은 은호를 바라보았다.
그 인간이 생각이 날 만큼 따뜻한 시선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니까, 그 사람을 미워해도 돼.”
은호는 뒷말을 조금 힘겹게 이었다.
겨우 인형 하나에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부울에게 해도 되는 말이 맞나 싶었다.
“네가 그 사람을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말해주고 싶었다.
한 명과 한 마리의 관계.
이 관계는 서로에게도 낯설고,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자 대화가 통하지 않기에 손쉽게 부서질 수 있을 만큼 불안정한 관계이기도 했다.
“그 사람이 말하더라, 미안하다고. 친구가 본인을 용서할 수 있을 때, 그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동시에 그 특별함이 무엇으로도 끊어질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니 은호 자신이 오해를 바로잡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제 마음껏 미워해도 괜찮아.”
그 남자가 밉고 원망스럽지만, 그가 건넨 인형을 소중히 할 만큼 사랑스럽고, 좋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울까.
그러니 다시 그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게 맞았다.
감정이라는 건 손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
부울은 밀려오는 여러 말에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꿈이 아니길.
다시 눈을 떠도 저 말이 사실이길.
그 바람을 담아 조용히 대답했다.
“……응.”
은호에게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상처받았던 부울의 눈동자에 햇살이 드리우는 걸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다시 스르르 눈을 감는 부울에게 작은 바람을 빌어보았다.
좋은 꿈을 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