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4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45화(45/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45화
45화. 그들도 우리가 궁금하다(2)
‘어쩐지, 이런 짓을 해도 괜찮다 싶더니, 부국장이라면 2인자 아니야?’
이렇게 큰 월척이 걸릴 줄이야.
은호는 밀려오는 흥미로움에 입가를 핥았다.
“권석현 부국장.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태호가 석현을 날카롭게 불렀다.
“보다시피 피해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길래 그렇습니까?”
“오늘, 이 사건에 환수가 없다고 결론이 났는데, 이걸 뒤집는 겁니까?”
“뒤집는 게 아닙니다. 다른 증거가 나왔을 뿐입니다. 불쾌하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씀을 하시면 서로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따로 자료를 보내겠습니다.”
석현의 미소에 날이 서자 태호의 표정 역시 빠르게 차가워졌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거지, 권석현?’
사건에 환수가 빠지게 될 경우, 환수 관리국에서 다룰 사건이 아니었다. 저놈들은 관여할 수 없을 테니, 당연히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건 뻔했다.
저항이 있을 거라 생각해 은호가 준 것들을 통해 미끼를 던져두었다.
하지만 자신과 은호가 예상했던 것보다 사태가 더 급박한지 이렇게 본인이 튀어나올 줄이야.
이걸 기뻐해야 하는지, 놈한테 농락당한 사실에 분노해야 하는지.
태호는 그게 참 짜증 났다.
“무엇보다 지금 이곳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피해자분에게 사과하러 왔으니까요.”
석현은 태호를 향해 무엇이 불만이냐는 듯 비웃음을 꽉 누른 듯한 미소를 내보였다.
여기서 무어라 말을 하면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알기에 태호는 입을 다물었다.
“그럼, 두 분 다 잠깐 자리를 비켜주시겠습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석현은 승기를 붙잡은 듯 당당히 태호와 서율에게 목소리를 냈다.
특히 서율을 바라보는 그 눈초리에 불쾌함이 가득했다.
서율도 태호를 대했을 때와 달리 석현을 향해 노골적으로 아니꼬움을 드러냈다.
“부국장님이 여길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보고 받지 못한 내용이라 놀랍네요.”
“내가 보고하고 와야 할 위치에 있는가?”
“국장님의 지시가 없었단 말입니다.”
“이 중대한 사항에 겨우 자네를 보내다니. 국장님이 감이 많이 떨어진 모양일세.”
“시키지도 않은 행동을 하는 건 무슨 모습으로 보일지 아십니까?”
“죄송합니다, 서은호 씨. 별 볼 일 없는 대원을 보내서 사과의 의미를 희석할 뻔했습니다.”
태호는 서율의 말을 무시하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놈의 웃음과 목소리에서 묻어난 건 은은히 숨긴 살기였다.
부울 사건을 일으킨 정화자들이 친절하게도 자신의 말을 놈에게 옮긴 모양이었다.
폭시와 얽힌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을 크게 만든 것도 모자라 이목을 옮기려고 일으킨 부울 사건도 막았으니 얼마나 열 받을까.
이런 도중 환수 관리국에서 평범한 사람을 공격했다는 말까지 새어 나간다면 본인의 자리마저 위태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생각하니 아주 급할 만했네.’
“저희 환수 관리국에서는 진심으로 서은호 씨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금 그 대화로 이지혜라는 환수 관리국 국장과 선을 그어버리고 서율을 내려쳐서 사과에 무거움을 드러냈다.
“이제 두 분 다 비켜주시겠습니다.”
석현은 다시금 두 사람을 재촉했다.
다른 이야기도 아닌 사과를 위해 왔기에 태클을 걸 여지 역시 없었다.
“밖에 있겠습니다.”
서율은 석현을 마주 보며 목소리를 냈다.
“권석현 부국장.”
무겁게 석현을 부른 태호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이 이상 거슬리는 행동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나는 아주 많은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태호는 석현이 서율에게 그랬던 것처럼 손을 올려 어깨를 쥐었다.
“그러니 부탁합니다.”
몇 번 두드리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더니 물러났다.
모두가 물러난 뒤, 석현은 어깨를 툭툭 털었다.
곧 아무 일도 아니란 듯 미소를 짓는 석현과 마주하며 은호는 담담하게 물었다.
“이제 와서 왜 이러시죠?”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거라는 걸 압니다. 이렇게 늦게 찾아온 것 역시 면목이 없는 행동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서은호 씨를 환수 관리국에서 보호하게 될 겁니다.”
은호는 당돌한 그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나를 감시하겠다?’
호의를 가장한 저 말에 은호는 너무 우스웠다.
‘뭐지? 나를 멍청이라고 생각하나?’
저 머릿속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은호는 눈웃음을 지었다.
“뭘 믿고요?”
“제가 누구인지 혹시 잘 듣지 못했습니까?”
“잘 들었죠. 그래서요?”
은호는 대수롭지도 않게 대답하며 밥을 떠먹었다.
이런 부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권력에 취하든, 권력을 믿고 설쳐대는 놈이든 제일 열받게 하는 방법은 간단했으니까.
은호는 우물거리며 석현을 바라보았다.
숨기려고 해도 드러나는 불쾌함이 얼굴 여기저기 보였다.
“설마 지금 화내시는 거예요?”
“서은호 씨.”
“눈빛 좀 숨기실래요? 진짜 잡아먹힐 것 같은데요.”
“아, 오해입니다. 여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환수 냄새가 짙게 나서 저도 모르게 날이 섰습니다. 꼭 방금 있다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석현은 웃었다.
“이번에는 이걸로 엮게요?”
은호는 세워진 침대에 등을 기대며 석현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왜 그렇게 절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요. 사과하러 왔다면서요? 이게 사과입니까?”
“오해입니다. 그저 이 병원 근처에 환수가 있다는 걸 알려드렸을 뿐입니다. 흑견한테 납치당했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솔직히 사람이 더 무서운데요? 특히, 권석현 씨 말이에요.”
눈이 은은하게 돌아 있었다. 목적이 있으면 무조건 달성하겠다는 의지마저 엿보였다.
그게 무엇이든 은호는 어울려줄 생각이 없었다.
“농담이에요. 정화자 때문에 무서운 거 맞아요. 그런데 죽었다던 김성태가 저한테 칼을 들이밀었을 때, 그때가 더 두려웠어요. 간단히 말해서 저는 환수 관리국 사람들이 무서워요. 그래서 싫고요.”
은호는 선을 그었다.
그 대답에 무언가를 생각하고 판단한 듯한 석현의 얼굴 위로 측은함을 살짝 담은 표정이 그려졌다.
“이해합니다. 그때, 얼마나 충격이 크겠습니까? 이 이상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서은호 씨를 습격한 정화자를 찾겠다고 이 자리를 빌려 약속드리겠습니다.”
“……음. 솔직히 환수 관리국에서 그럴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김성태가 제 초능력을 확인하려고 했거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까요. 환수 관리국에서 누가 저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요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은호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석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너 말이야. 너.
“짐작되는 사람이 있습니까?”
오늘 봤던 석현의 표정 중 가장 사람다운 표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괜히 부국장이 아니었다.
“모르죠. 그걸 알아보는 건 권석현 씨의 역할이니까요.”
“실례했습니다. 혹시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물어봤습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이 맞죠. 누가 범인인지, 왜 그랬는지 싹 다 알아내야죠. 그리고 범인을 찾으면 반드시 그 죄를 엄하게 물리겠습니다.”
석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꼭 자신을 염두하고 꺼낸 경고같이 들렸기에 은호 역시 가시를 한껏 드러내며 말했다.
“부디, 이 가벼운 입이 이 이상 움직이지 않게 일 좀 해줬으면 하네요.”
“이번 사건을 다른 곳에 알리지 않은 점,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석현은 고개를 숙였고, 은호는 아래로 바라보았다.
“이만 가겠습니다. 이 이상 붙잡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가세요.”
넘어지면 좋겠네.
그 바람을 드러내며 은호가 싱긋 웃었다.
“아, 서은호 씨. 혹시 형제가 있습니까?”
“없는데요?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죠?”
“현재 저희가 찾는 사람이 있는데, 느낌이나 여러 가지가 닮았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물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석현은 그대로 등을 돌렸다.
잠깐 눈을 휘둥그레 뜨던 은호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우리가 찾는 A, 그거 너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물어볼 줄이야.
문을 열려던 석현이 그 웃음소리에 행동을 멈춘 뒤, 고개를 돌렸다.
“권석현 씨. 사과하러 왔으면 그 의도에 맞게 사과나 해요. 기분 나쁘게 떠보지 말고요.”
가소로움이 은호의 얼굴에 가득했다.
저런 표정을 누군가 짓는 건 처음이었기에 석현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누가 감히 자신을 무시할까.
“알아들었으면 조심히 가세요.”
은호가 고갯짓한 뒤, 태연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 있네?’
석현은 기가 막혔다.
권력을 드러내면 으레 누구든 고개를 숙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저 남자는 달랐다.
무얼 믿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참 거슬렸다.
처음 흑견과 얽혔을 때, 정화자가 은호를 공격한 건 맞지만, 저 상처는 정화자가 낸 게 아니었다.
다 알고도 어울려줬을 뿐이었다.
지금 환수 관리국 내부에 골치 아픈 일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은호였다.
오늘 그를 만나보니 확실히 느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이라는 걸.
농담 아니라 서은호가 입을 벙긋한다면 많은 변수가 생길지도 몰랐다.
금방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태호하고 안면까지 튼 상태였다니.
이미 거슬리는 것들이 가득한 상태인 것도 모자라 거기서 하나가 더 얹어졌다.
그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거슬렸다.
저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태호가 있기에 더더욱 골치 아팠다.
* * *
“…괜찮아요?”
태호가 바로 안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우물우물.
은호는 신나게 밥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문을 닫으며 들어온 서율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만나도 왜 하필 저 자식을 만나……?”
“속마음 튀어나왔어요.”
은호가 웃자 서율은 다급히 입을 가리다 이내 어깨로 숨을 내쉬었다.
“…이건 정말로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입니다. 절 보낸 사람이 환수 관리국의 국장님이니까요.”
서율은 그냥 털어놓았다.
석현을 보았으니 뭘 숨길까.
‘환수 관리국에서 나눠진 세력이 국장과 부국장이었어?’
은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이 맞아떨어지자 꽤 자랑스러웠다.
“이러니 환수 관리국이 엉망이네요?”
정곡을 찌른 은호의 말에 서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저번 일을 사과하러 왔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전달하기 전까지 김성태는 죽지도 않았습니다. 처분이 결정된 뒤에 이 사실을 알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 지금 찾아온 겁니다.”
서율은 말을 끝낸 뒤, 조금 전부터 계속 진동이 울렸던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미 쌓인 메시지를 확인한 뒤에 미간을 찌푸렸다.
김성태 사망.
이 글자를 보니 짜증이 확 치밀어올랐다.
“…권석현 부국장을 향한 경고도 함께요. 아, 아. 왜 자꾸 늦어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지금 말해. 네가 알고 있는 것 전부 말이야.”
태호가 서율을 째려보았다.
“그래야겠네요. 권석현 손에 놀아나는 것도 솔직히 짜증 납니다.”
지혜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누구한테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사태에서 어느 쪽도 휩쓸리지 않은 사람은 바로 태호가 아닌가.
도움이 필요했다.
서율은 귀에 찬 피어싱을 만지작거렸다.
“우선 국장님은 권석현이 환수 밀렵꾼과 정화자와 내통하고 있음을 의심했습니다.”
서율은 은호가 있음에도 거리낌 없이 말을 내뱉었다.
‘이미 은호 씨가 사건에 휘말렸다고 판단한 건가?’
태호는 일단 기다렸다.
“현재 환수 관리국 내부에 여러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중에 크게 터진 게 바로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입니다. 이건 마치 경찰이 범인을 잡진 않고 적과 내통했다는 사실과 같은 일이죠. 그런 중요한 사건이 현재 환수 관리국을 떠나 경찰과 초능력 관리국으로 넘어갔습니다.”
“들었어. 환수 관리국이 중립성을 잃어버렸다며 실망했다는 말이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미 퍼졌으니까.”
공문으로 환수 관리국을 향해 실망감을 전한 건 아니었지만, 경찰과 초능력 관리국으로 사건이 넘어간 걸 보면 뻔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수 관리국의 국장인 지혜의 선택 여부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했다.
“네. 국장님은 경찰과 초능력 관리국에게 사건을 흔쾌히 넘겼습니다. 권석현이 힘을 발휘하는 곳은 환수 관리국이지, 경찰과 초능력 관리국이 아니었으니까요. 놈이 진짜로 그 쓰레기들과 내통했다면 얼마나 초조하겠습니까. 이런 와중에 소장님이 국장님에게 제안을 하나 던지지 않았습니까?”
“했지. 내부가 이런 줄도 모르고 환수가 없는 걸로 덮자고 제안을 내버렸지. 당시에는 환수 관리국이 이 이상 시끄러워지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태호는 티도 내지 않고, 거짓말을 꺼냈다.
이건 그저 내부자가 진짜 존재하는지, 누가 범인인지 알기 위해 던진 미끼였으니까.
물론 의심의 범위 안에는 이지혜 국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의 담당자는 권석현입니다.”
서율은 입꼬리를 올렸다.
우연이든 뭐든 딱 좋았다.
“소장님의 제안에 국장님은 이걸 이용해 권석현을 짓누르려고 했습니다. 권석현의 손과 발을 잠깐이라도 묶을 기회였으니까요. 국장님도 확신이 필요했고요. 따라서 권석현은 본인 입으로 소장님한테 이 사건엔 환수가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고요.”
“정확히 들었지. 그런데 그놈이 오늘 와서 내 뒤통수를 쳤다?”
태호의 목소리가 점점 무거워졌다.
이런 통수는 오랜만이기도 했는데, 상당히 불쾌했다.
“다 떠나서 권석현은 부국장일 뿐이지.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막지 못한 건 누구 잘못이겠나?”
“잠시만요. 이것만 들어주십시오!”
“뭘?”
“국장님은 초능력 관리국에서 왔기에 아직도 외부 세력이라며 배척당하고 있습니다. 배척 세력의 중심에 권석현이 있었죠. 권석현이 일부러 소장님을 자극한 겁니다. 환수 관리국이 압박받을수록 무거운 책임을 지는 건 국장님이니까요.”
말을 끝낸 서율은 침을 삼켰다. 절대로 태호를 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참나, 같은 내부에 서로 정치질이나 하고 있으니 그 꼴이지.”
밀려오는 짜증이 꽤 거셌지만, 태호는 당장 무언가를 판단하기보다는 은호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제일 열 받는 건 은호가 아닐까 싶었다.
“권석현, 이 자식, 보통내기가 아닌데요?”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적은 명확해졌다.
해야 할 일 역시 확실해진 셈이었다.
“확실히 추락시키는 맛이 좋겠는데요? 그렇지 않나요?”
은호는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꼭 사내 정치, 그 중심에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 * *
은호는 병원 내부 작은 하늘 공원의 난관에 기대어 하늘을 보았다.
“…인간은 진짜 어떻게 된 게 변화가 없어? 변화가?”
방금 막 생각하려고 했던 말이었기에 은호의 눈이 커졌다.
‘내가 말했나? 혼잣말을 해버린 거야?’
은호는 입을 가린 채 눈을 이리저리 굴렀다.
“어휴. 인간이란 참 미련해.”
탁.
책을 덮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은호는 시선을 움직였다.
전반적으로 샛노랗기에 보지 않으려고 해도 눈에 띄었다.
크기는 6, 70cm는 될까, 얼굴이 살짝 컸기에 뒷모습은 뭔가 도마뱀을 캐릭터화하면 이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닮았다.
통통하게 올라온 꼬리는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의자에 한껏 기댄 환수는 얼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다 은호를 바라보았다.
개구쟁이같이 긴 입꼬리를 올렸다.
“왜? 책 읽는 환수, 처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