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5)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5화(5/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05화
5화. 짜잔, 대화가 통하네요(2) (컨셉 아트)
‘……이런 미친놈들!’
은호는 인간을 욕하며 이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낸 자기 자신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자고 저렇게 건드려버렸는지.
쫑알거리던 목소리가 사라지자 흑견은 고개를 돌려 은호를 보았다.
얼굴 가득한 미안함에 흑견의 눈동자가 아주 살짝 흔들렸다.
“……미안해.”
이어지는 사과마저 흑견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고개를 다시 돌리며 은호가 아닌 동굴 벽을 바라보았다.
“…네가 죽인 건 아니다. 살아가는 존재에게 죽음은 당연한 거니까.”
“그래도 미안해.”
“됐다. 동족에게 애착도 없었다.”
누가 들어도 거짓말이었다.
조금 전 그 슬픈 목소리를 기억했기에 은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했다.
“한 대만 때려. 두 대는… 안 되겠으니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들으며 흑견은 은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멍청한 낯짝이었다.
원래도 약한 인간 몸뚱어리에 상처까지 입었다.
지금 애벌레 정도로 약했다.
“내가 너를 친다면 너는 죽는다. 덜떨어졌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멍청한 소리는 하지 마라.”
“아니, 살살 맞겠다는 거지. 살살.”
“됐다.”
“다음 기회는 없어. 진짜 괜찮아?”
“……너는 참 귀찮다.”
흑견은 콧바람을 세게 내쉬었다.
발가락을 하나 들어 아주 조심스럽게 은호를 건드렸다.
툭.
은호는 입으로 ‘압’하며 소리 없는 비명을 내뱉었다.
“이거 살살 맞아? 너 화가 많이 났네! 되게 아파!”
“네가 약한 거다.”
“…오케이, 이번에는 인정.”
순간 아니라는 말이 은호의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흑견에게 실수했으니 겸허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는 약하니, 특별히 먹이도 구해다 주지.”
“영광인데? 내가 입이 좀 고급이라 맛있는 걸로 구해줘야 해. 고기를 구한다면 굽기 정도가 폭신폭신, 촉촉. 뭔지 알겠지?”
흑견이 내쉬는 한숨을 따라 바람이 밀려왔다.
은호는 조용히 숨을 참았다.
양치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오던 차, 흑견이 물었다.
“너는… 뭐지?”
“사람.”
“그 힘 말이다. 그건… 달랐다.”
흑견은 식물을 움직이던 그 힘을 생각했다.
식물을 움직이는 건 자연을 사용한다는 뜻인데, 그건 가능하지 않았다.
자연의 힘은 간청해 빌려오는 거지, 사용할 순 없었다.
‘……그리고 이 인간도 뭔가 달라.’
서은호.
이 이상하고, 약하고, 덜떨어진 인간에게서 따뜻한 냄새가 났다.
이렇게 옆에 둠에도 불쾌함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 혹시 드루이드라고 알아?”
은호는 위로 시선을 올렸다.
“모른다.”
“아쉽네. 하여튼 내가 그거래.”
“초능력 중 하나인가?”
“어……? 이것도 초능력의 일종인가?”
꽤 그럴듯했기에 은호는 꽤 진지하게 고민했다.
느닷없이 나타난 힘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나, 이대로 염동력 같은 것도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사실 제일 부러웠던 게 순간이동 같은 능력이거든. 그걸로 출퇴근할 수 있었으면…….”
“됐다.”
흑견의 꼬리가 은호의 얼굴을 때렸다.
“아니, 왜 때려?”
말과 달리 은호는 꼬리를 붙잡았다.
정말 설명처럼 털과 다른데 털처럼 보였다.
감각도 달랐다.
젖지 않는 물속에 얼굴을 대는 기분이 몰려왔다.
“생각하는 모습이 멍청해 보인다.”
흑견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자 은호는 꼬리를 더 붙잡았다.
“…갑자기 어디가?”
“너는 아프다. 그렇지 않나?”
“좀? 진통 효과가 사라져서 그런가, 식은땀이 자꾸 나네.”
“아픈 걸 낫게 해주는 식물을 알고 있다. 갔다 오지.”
“지금 나가면 안 될…….”
흑견은 꼬리를 휙 빼서는 은호의 얼굴을 찰싹 쳤다.
“너는 잠이나 자라.”
“이대로 눈 감으면 진짜 잘 것 같아.”
“그러니까, 얼른 자라. 잠으로 회복하는 거다.”
“이불이 있다가 없으면 잠 못 자는 거 알아? 나 자고 난 뒤에 가.”
흑견이 크게 한숨을 내쉬자 은호는 말을 하다 말고 숨을 멈췄다.
“너는 손이 참 많이 가는 인간이다.”
다시 엎드린 흑견은 꼬리로 은호를 덮어주었다.
물속에 둥둥 뜬 기분에 은호는 금세 잠에 빠졌다.
숨소리가 나빴다.
흑견은 자리에서 떠나려다 앞을 보았다.
“거기.”
“……힉!”
흑견이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지나가고 있던 뭔가가 놀란 소리를 냈다.
“이리 와라.”
쏟아 내리는 물 사이로 누군가 얼굴을 내밀었다.
햄스터를 닮았지만, 조금 더 각이 져 있었고, 머리에 뿔 두 개가 달려 있었다.
파란색 털을 가졌으며 눈이 동글동글했다.
크기는 1M쯤 됐을까, 흑견을 보며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천둥 같은 울음소리에 도망가봤자,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 말하는 거예요?”
“그래, 너.”
“……나요?”
“그래.”
흑견이 고갯짓하자 환수는 덜덜 떨며 날아왔다.
등에 앞발만큼이나 작은 날개가 4개나 달려 있었는데, 생긴 게 꼭 공작 꽁지깃처럼 생겼다.
“네가 잠깐 몸을 데워주는 거다. 알겠나?”
번개같이 거센소리에 환수는 황급히 뛰어와 흑견 앞에서 배를 내보였다.
눈까지 질끈 감자 흑견은 앞발로 환수를 찔렀다.
“피아아악!”
서러움을 터트리듯 울자, 흑견은 환수의 입을 막았다.
“……더 지껄여 봐.”
뼛속까지 치미는 서늘함에 환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흑견은 환수를 앞발로 쥐어서는 은호의 옆에 살짝 내려놓았다.
“그냥 있어라. 움직이면 죽여버릴 테니까.”
환수가 숨도 못 쉴 만큼 강하게 몰아친 뒤에 흑견은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입을 오므리며 눈물만 흘리던 환수가 아주 희미하게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
검은 화면을 유지하던 태블릿에서 불이 들어왔다.
《환수를 인식했습니다.》
* * *
“……나는 죽을 거야. 죽을 거라고.”
“하! 누가 잡아먹는다고 했나? 그저 따뜻하게만 온도를 데우라고 했다.”
누군가 쥐 죽은 듯이 울고 있는 소리와 분노하는 흑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호가 눈을 살며시 뜨자 눈앞에 무언가가 보였다.
자신의 얼굴이 다 덮일 만큼 수북했기에 의문이 들었다.
‘풀……? 아니, 꽃인가?’
꿈틀.
의문을 느끼던 차, 무언가 품에서 꿈틀거리자 은호는 시선을 내렸다.
‘……뭐지?’
훌쩍거리며 울고 있자 은호는 환수를 쓰다듬었다.
“…저 멍멍이 형님이 뭐라고 했어?”
“……!”
환수는 놀라며 얼굴을 들었다.
‘햄스터……. 아니, 햄스터라기에는 좀 크고, 다르네.’
“……이, 이, 인간이 말했어!”
환수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자 무언가에 부딪쳤다.
고개를 슬쩍 올리자 흑견과 시선이 마주쳤다.
“가라. 당장.”
“멍멍이 형님. 잠깐만…….”
은호는 팔에 힘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흐르는 건 식은땀이었다.
몸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뭔가 더 이상했다.
진통제 효과가 사라져서인지 몰라도 통증이 너무도 강렬하게 밀려와 입술을 깨물어야만 했다.
“…태블릿 씨. 혹시 인식했나요?”
《네. 인식했습니다.》
태블릿은 화면을 은호가 볼 수 있게 배치했다.
《햄피아.》
《주로 물가 근처에서 살며 물속보다는 물 밖에서 생활합니다. 등에 달린 작은 날개로 날아다니며 속도는 느립니다. 대신, 몸의 온도를 최대 200도까지 뜨겁게 끌어올릴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
《조심성이 높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예민한 만큼 편안한 장소에는 친밀감이 강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 햄피아구나.”
은호는 햄피아를 보며 힘겹게 웃었다.
“내가 사과할게. 우리 멍멍이 형님이 지금 좀 예민해서 그래. 그리고 고마워.”
“……인간이, 고맙다고 했어.”
털을 가득 올리고 있던 햄피아가 은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코를 벌름거리며 바짝 굳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
은호는 잠깐 웃다가 햄피아를 바라보았다.
“이제 무서워하지 말고, 가도 돼. 바빴을 텐데, 옆에 있느라 힘들었지?”
햄피아가 슬쩍 흑견을 바라보자, 은호는 햄피아부터 내보냈다.
“얼른 가. 다음에 만나면 인사하자.”
“……이상해.”
햄피아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 있지. 나도 네가 이상해 보이거든.”
조금 전과 달라지지 않는 은호의 표정을 보며 옆으로 슬슬 움직이던 햄피아는 다급히 밖으로 뛰다 날아갔다.
통통한 그 뒷모습에 은호는 활짝 웃었다.
‘한 번 찔러 보고 싶네.’
“인간.”
흑견은 묵직함이 어린 목소리로 은호를 불렀다.
이번 일은 거슬렸다.
“거짓말해서 미안해. 자존심이 상했다면 그것도 미안해.”
솔직한 사과에 흑견은 화를 낼 마음이 싹 사라졌다.
무슨 평생 사과만 했는지, 장난기가 쏙 빠진 은호의 말에 진심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됐다. 너는 손이 많이 가니까.”
“고마워, 멍멍이 형님. 이거 날 위해 가져온 거지?”
“알았으면 씹어 먹어라.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당연하지. 지금 되게 감동했어. 눈물이 다 난다니까? 대체 이 많은 걸 언제 따왔대?”
“막 왔다.”
막이라고 말하기에는 주변이 따뜻했다.
은호는 키득거리며 이름도 모를 잎사귀로 손을 뻗었다.
태블릿이 반짝거리더니 자신이 잘 볼 수 있게 바닥에서 섰다.
《치아꽃을 인식했습니다.》
‘어……?’
《토나나무를 인식했습니다.》
은호는 손가락을 치아꽃이라는 글자를 건들자 설명이 나왔다.
《치아꽃.》
《상처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성분이 존재합니다.》
다음이라는 말을 외치기 전에 설명이 넘어갔다.
《토나나무.》
《진통 효과가 있습니다.》
《.》
《.》
《상태를 살펴본 결과, 사용에 효율적인 단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거 아직은 먹으면 안 된다는 거지?’
하지만 은호는 주저 없이 꽃과 잎사귀로 손을 뻗었다.
알게 뭐람.
‘흑견이 날 암살하기 위해 뜯어온 게 아니라고 하잖아.’
자신을 위해 가져온 걸 어떻게 내다 버리겠는가.
그대로 손을 움켜쥐었다.
뭐가 날카로웠는지 몰라도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아주 살짝이라 참고 곧바로 입에 넣으려던 차, 초록색 빛이 손아귀에서 맴돌았다.
은호는 빛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천천히 손가락을 펼치자 꽃과 잎에서 초록색 빛이 나타나는 걸 보며 흑견을 바라보았다.
“…인간. 대체 뭘 한 거지? 저번에 봤던 빛이랑 같다.”
“이거, 형님이 가지고 왔잖아.”
“나는 저런 빛은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럼…….”
갑자기 꽃과 잎사귀가 자라나는 모습에 은호는 입을 꾹 다물며 황급히 던져버렸다.
심장이 벌렁거리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드드드득.
이곳이 동굴이건만, 누군가 수천 배나 압축된 농축 성장제를 뿌린 것처럼 두 식물은 미친 듯이 빠르게 자라났다.
“천장은 안 돼! 무너져. 죽는다고.”
천장을 향해 뻗어가다 은호가 꺼내는 목소리에 응답하듯 식물은 잠깐 멈췄다.
아주 잠깐 고민하는 것처럼 위와 옆을 두고 가지가 움직이더니 폭포를 향해 몸을 재빨리 내밀었다.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흑견을 뒤로한 채 은호는 태블릿을 불렀다.
“태블릿 씨.”
태블릿이 날아와 화면에 새로 생긴 어플을 보여주었다.
「드루이드가 어려운 당신을 위한 설명서.」
은호가 그 어플을 누르자 화면이 빠르게 바뀌며 현재 상황에 맞는 설명이 나왔다.
《자연의 축복을 받은 당신은 이제부터 식물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순응과 다른 일에는 대가는 필요한 법.》
《성장을 위해 드루이드로 각인된 당신의 피가 필요합니다. 피가 많을수록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성장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피를 낭비하지 마세요. 대가를 바친 피가 사라지면 원래대로 돌아갈 테니까요.》
‘……아, 대가가 있었어?’
은호는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손가락 끝에 아주 살짝 피가 고였을 뿐이었다.
상처 크기로 봤을 때, 세 방울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겨우 몇 방울 정도로 이만큼이나 자랐어?’
동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굵직한 식물의 모습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두 식물이 뒤엉켜 자라나 각각 다른 모습을 띠었는데, 자라날수록 그 뒤엉킴이 점점 사라지며 하나의 식물처럼 보였다.
“와…….”
은호가 뒤늦게 감탄했다.
“형님. 이거 내가 했나 봐.”
“누가 봐도 인간, 네가 한 거다. 나는 저런 힘이 없다.”
당연한 소리를 꺼내는 은호의 모습에 흑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은호는 흑견의 말을 흘려들으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바라보았다.
가지 하나가 은호 방향으로 자라나더니 그의 얼굴 쪽에서 손가락처럼 하나씩 뻗었다.
그 속에 꽃이 자라났다.
치아꽃이 노랗다면 이건 하얀 꽃이었다. 색뿐만 아니라 모양도 전혀 다른 꽃처럼 보였다.
“……나 주는 거야?”
은호가 밀려오는 감동에 젖을 때쯤, 태블릿의 화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새로운 종이 탄생 되었습니다.》
<흑견 컨셉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