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50)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50화(50/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50화
50화.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나요?
* * *
‘……그 새끼가 서은호였다.’
석현은 목구멍까지 치솟는 짜증에 이빨을 세게 깨물었다.
빠드득.
금세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머릿속으로 침착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다져놓은 침착함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얇은 얼음판으로 발을 내디딘 기분에 휘감겨 조금만 잘못 걷게 된다면 와르르 무너져내려 깊은 물 속으로 빠질지도 몰랐다.
‘나를… 떠민 게 너였다.’
자신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최근에 꽤 많이 하곤 했다.
완벽.
그것보다 더 고고한 단어가 있을까.
외부인에 불과한 이지혜를 무너트리고 원래 주인인 자신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그 무엇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정화자든 환수 밀렵꾼이든 통제하에 두었다.
그랬는데, 그 사건부터 모든 게 꼬였다.
이상민.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이 얼마나 흔하게 벌어지는가.
왜 그 사건만 특별한지, 어째서 이상민이 이상한 행동을 했는지 몰랐는데, 서은호가 그곳에 있었다.
‘이상민을 흔든 게 너였네.’
그때부터 모든 게 꼬였다.
망가진 수도관처럼 사건이 헤아릴 수 없이 커졌고, 이를 막으려 더 큰 사건을 벌였고, 그게 결국 이렇게 돌아왔다.
서은호는 이지혜와 손을 잡았다.
자신을 죽이려.
석현은 잠깐 걸음을 멈춰 웃음을 토했다.
이게 무엇이라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러니 이제 널 죽이면 되겠네, 서은호.’
머리를 찌르는 수많은 사건을 끝낼 해결법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까만 하늘을 바라보는 석현의 눈동자에 벅찬 환희가 어렸다.
* * *
“…아니, 또 이 시간에 무슨 일입니까? 대장 몰래 나와서 들어가 봐야 하는데요?”
비니를 쓴 채 크게 하품하는 남자는 슬쩍슬쩍 주변을 기웃거렸다.
비소속 초능력자이기에 정부에서 걸어놓은 현상금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것만 있을까. 국가에 끌려갔다가 소식이 끊어진 비소속 초능력자가 얼마나 많던가.
현실이 이 모양이니, 작은 소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나무에 몸을 살짝 감춰서는 석현을 바라보았다.
“얘들을 모아서 죽여야 할 사람이 있다.”
석현은 대수롭지도 않게 말을 내던졌다.
“또요?”
남자는 비니를 만지작거렸다.
“아니, 부국…….”
사아아아.
남자가 말을 멈췄다.
본인이 몸을 숨긴 나무를 제외한 주변 나무가 우수수 잘리며 떨어졌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기에 뒤이어 소름이 쫙 일어났다.
석현의 손가락 끝에 무언가 빙글빙글 돌며 덩달아 그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밖에서 그 말을 꺼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목이 하나뿐이라는 걸 잊었나?”
석현은 바닥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빙글빙글 돌던 무언가가 고스란히 땅에 박혔다.
콱!
묵직한 소리를 잡아먹듯 위로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아니, 그렇다는 거죠.”
남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초능력은 으레 사람마다 비슷하거나 미묘하게 다르거나, 혹은 확실히 다른 존재가 있었다.
권석현이 바로 확연히 다른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놈은 공기를 이용했다. 지금 당장 자신의 숨통을 틀어막을 수 있는 존재란 소리였다.
“그래. 그렇게 기어야지.”
석현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쭈뼛거리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등에 닿는 단단함에 더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서서히 바람이 퍼지며 목으로 올라오는 섬뜩함으로 남자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자꾸 너희들이 기어오르니까, 내가 착각하는 거 아니겠어?”
“자, 잠깐만요.”
“쓰레기들이 대체 왜 사람 노릇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네. 그렇지 않나?”
“…그, 그, 그렇죠.”
“그럼, 웃어.”
석현이 웃자 남자 역시 몸을 덜덜 떨며 웃었다.
석현은 손을 뻗어 남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끔찍한 온기가 밀려왔다.
“내가 네놈들의 대가리를 죽이지 못해서 내버려 두는 것 같나? 내가 정말로 네놈들을 처리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
달빛을 등진 석현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아니.”
석현은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토했다.
이 이상 모든 걸 알려줄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행동은 모두 환수 관리국을 위해서였으니까.
“주제를 알아. 내가 짖으라면 짖고, 물으라면 물으란 소리야. 알아듣겠나?”
“…네, 네! 알아들었습니다!”
남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석현은 그제야 놔주었다.
“콜록, 콜록!”
남자는 땅에다 엎드려 기침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석현은 웃었다.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서은호.”
석현은 바닥에 사진을 뿌렸다.
“그 새끼를 죽여. 주변에 누가 있을지도 모르니, 얘들을 좀 많이 데려가야 할 거다.”
이어 석현은 봉투를 던졌다.
묵직한 봉투 사이로 튀어나온 돈을 보자 남자는 무릎으로 기어 왔다.
“반드시 처리하겠습니다!”
석현의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큼 최고였다.
돈.
석현은 그대로 돌아섰다.
그가 가든 말든 남자는 봉투를 쥔 채 거꾸로 숲으로 들어갔다.
평평한 돌이 보이자 그곳에 앉아 돈을 세었다.
셀 때마다 올라오는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그거 얼마야?”
“졸라 많지.”
“진짜? 그럼, 나도 줘봐.”
“미쳤…….”
남자는 말을 꺼내다 말고 눈동자를 굴렸다.
환청일까.
이유 모를 서늘함과 함께 갑자기 숲이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리가.
숲이 움직일 리가.
그 순간, 온몸이 무언가에 휘어 잡혔다.
입까지 틀어막는 것도 모자라 눈동자에 다가오는 날카로운 무언가를 보며 숨을 멈췄다.
손아귀에 쥔 봉투를 뺏긴 채 정체 모를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와, 많이 받았네? 이거 나 줄래?”
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검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야? 대체 누구야?’
남자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여긴 권석현과 자신들만 아는 장소였다.
당연히 장소는 돌아가면서 정했고, 지금 이 장소는 정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
‘배신자가…….’
“배신자는 이제 너야. 나랑 같이 작업을 해야 할 시간이니까.”
훅 들어온 말에 남자는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알았으니까.
“내가 어떻게 여길 찾아왔는지는 안 가르쳐줄 거니까, 꿈 깨, 사이비야.”
찰싹.
은호는 남자의 이마를 내리쳤다.
이어 어둠이 내려와 남자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소리도 없이 남자가 추욱 늘어지자 은호는 옆을 바라보았다.
“이거 어떻게 한 거야, 멍멍이 형님? 나도 해보고 싶어.”
“인간은 따라 못 한다.”
흑견이 우쭐거리며 콧바람을 내쉬었다.
“…치사하네.”
“원하는 건 이뤘나?”
“응. 여기 봐봐.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녹화됐어. 잘 찍었지?”
은호는 자랑스럽게 휴대전화를 들어 흑견에게 보여줬다.
흑견의 눈이 가늘어질 때쯤, 은호는 앞을 바라보았다.
맹금류의 눈을 발휘하지 않아 환수 친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식물들을 통해 그들이 있음이 느껴졌다.
슬금슬금 흑견이 은호의 앞에 다가와 앉았다.
은호는 웃음을 죽인 채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말을 꺼냈다.
“안녕 친구들아.”
잠깐 침묵이 밀려왔지만, 나무 사이로 푸른 불꽃이 하나씩 보였다.
“…너도 우리 공격하려고 왔어? 우리, 못 살게 하려고 왔어?”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기에 은호는 더욱 웃었다.
“아니. 이 자식을 데려가려고 왔어.”
“정말?”
“정말이야?”
“인간이 여기 오는 게 싫어. 다시는 안 왔으면 좋겠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거세지며 어둠 속에서 고요하게 빛이 나던 푸른 불꽃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은호는 흑견을 토닥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친구들아.”
은호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달빛에 비친 환수들의 몸에서 은은하게 빛이 났다.
나뭇가지 위에 주먹만큼 작은 그들은 쥐를 어렴풋이 닮았으며 등 뒤에 화려하게 핀 꽃 같은 불꽃을 품고 있었다.
그들이 이 모든 것들을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은호는 두 손을 뻗었다.
나무마다 하나씩 노란 꽃이 피어났다.
환수는 주춤거리며 푸르른 몸의 불꽃을 꺼트렸다.
“괜찮아, 이 꽃이 너희들을 지켜줄 거니까.”
“정말?”
“정말이야?”
새처럼 지저귀며 파란빛이 거세지자 은호는 크게 웃었다.
“약속해.”
은호는 가방에서 칼을 꺼내 붕대를 풀고 팔을 깊게 그어 피를 뿌렸다.
떨어지는 피가 잘 퍼지도록 땅을 이용해 사방으로 뿌렸다.
은호는 그대로 쪼그려 앉아서는 땅을 탁탁 건드렸다.
“자연님, 저 친구들 보호해주는 거 알죠? 아, 물론 명령이 아니라 그럴 거라고 믿는 마음이에요. 약속했는데, 지켜야죠.”
그들이 있는 주변에 나무들이 자라났다. 빽빽하고, 울창한 모습에 환수들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쉽네.’
은호는 여기에 주저앉아 저들을 자세히 바라보고 싶었다.
“친구들아. 나 이제…….”
은호가 말을 꺼내자마자 나무 가장 높은 곳에 있던 환수들이 갑자기 움직여서는 은호에게 다가왔다.
파란 불꽃이 다가오는 모양새는 정말로 꽃이 움직이는 것같이 아름다웠다.
한 걸음.
딱 그 차이를 앞두고 환수들이 멈췄다.
은호 역시 그 한 걸음을 내디디지 않았다.
이미 저들이 코를 벌름거리는 모습도, 등에 은은하게 빛나는 파란 불꽃도 선명히 보였으니까.
다만, 그들의 눈동자가 묘하게 죽은 듯한 느낌을 주며 초점이 맞지 않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걸까.
“나무들이 자랐어. 자라는 소리가 들렸어.”
“맞아. 나무들이 자랐어.”
“그리고 꽃이 폈어. 냄새가 너무 좋았어.”
“노란색을 띤 꽃이야.”
은호는 쪼그려 앉아 환수를 보았다.
저 등에 난 불꽃은 뜨겁지 않을까, 토실토실한 볼을 누르면 얼마나 부드러울까.
그런 생각이 맴돌았다.
“아아, 이게 노란색이구나.”
“불꽃으로 봤는데, 이상하게 네가 피운 꽃은 달라. 색깔이 너무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예뻤어.”
“맞아! 너도 잘 보여. 빛이 나는 것 같아.”
환수들이 웃었다. 아주 작은 앞니가 보여서 그런지 은호는 건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으며 덩달아 웃었다.
“내가 좀 빛이 나지. 우리 친구들, 사람을 제대로 잘 보는데?”
은호의 우쭐거림에 흑견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왜 웃어, 멍멍이 형님?”
은호가 흑견을 보자 재빠르게 고개를 휙 돌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자 은호는 흑견을 탁 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친구들아.”
은호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내가 갑자기 와서 엄청 당황했겠지만, 나는 정말 만나서 반가웠어.”
“벌써 가?”
“맞아. 이제 널 알아가는 길인데?”
“나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진짜 그런데,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러니까 다음에 또 찾아와도 될까?”
“그럼, 이름을 알려줘. 그러면 너를…….”
“나는 서은호야.”
은호는 양손으로 턱을 바친 채 웃었다.
“저 꽃을 보며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도 돼?”
훅 들어온 환수의 말에 은호는 심장이 날뛰는 걸 느꼈다.
왜 이렇게 말을 다정하게 하는지 몰랐다.
“그럼, 다음에는 이 한 발을 내디뎌도 되는 거네?”
은호는 거리 차이를 가리켰고, 환수는 살짝 놀랐다.
이 거리 차이를 알고도 넘지 않았으니까.
환수는 고개를 올렸다.
인간인지, 아닌지 헷갈렸지만, 어쨌든 저 존재가 만든 그 꽃 냄새가 가득했다.
“다음번에 네가 온다면, 그럴게.”
환수의 등에 달린 불꽃이 등불처럼 은은하게 주변을 비췄다.
* * *
‘…왜 소식이 없지?’
석현은 휴대전화를 붙잡은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서은호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뒤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 몰랐다.
살피려면 살필 수 있지만, 용의선상에 들어가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은호와 거리를 두지 않았는가.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죽였다는 그 흔한 메시지 하나 오지 않았다.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죽였으면 죽였다는 신호를 보냈을 텐데.
지이이잉.
그때, 휴대전화에 진동이 느껴졌다.
[보냈습니다.]간단한 내용을 보자 석현은 밀려오는 승기에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죽었다.
서은호가 죽었다.
석현의 눈동자에는 희열이 가득 담겼다.
이제 다음에 보내야 하는 존재는 오직 하나였다.
그동안 다져왔던 계획을 터트릴 때였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석현은 웃었다.
“뭐야, 긴장했어, 부국장?”
지혜는 살갑게 다가왔다. 언제나 거슬리던 저 웃음도 오늘은 달랐다.
이제 하나, 바로 눈앞에 있는 이지혜만 남았으니까.
“아뇨. 긴장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벌써 시간이 됐습니까?”
“맞아. 오늘, 중간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날이니까.”
“국장님. 생각해보면 참 우습지 않습니까? 언제나 서면 보고만 올리던 일이 언론에서 떠들어댄다고 발표까지 하게 되니까요. 언제부터 다들 환수에 관심이 많았다고.”
“이게 맞지 않아? 처음부터 이랬어야지. 환수와 공존하는 지금, 그 무엇보다 환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순간이니까.”
“국장님.”
석현은 지혜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그런 석현을 쳐다보았다.
“그런다고 환수는 인간과 어울릴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다른 존재인데, 어떻게 함께 살 수 있겠습니까?”
“우리 부국장은 ‘공존’이 뭔지 모르나 봐. 아니면 환수들을 다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걸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보일 때가 있어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부국장이기에 더더욱 국장님에게 첨언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 꺼낼 수 있지. 그러니 나도 국장으로서 부국장한테 꺼낼 조언이 있어.”
“그게 뭡니까?”
“나중에. 지금은 집중해야지. 환수 관리국의 명예를 망치면 안 되잖아?”
지혜의 한쪽 입꼬리가 유난히 많이 올라갔다.
“국장님. 제가 환수 관리국의 명예를 해칠 일을 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글쎄. 사람 일이란 모르는 법이잖아.”
“국장님. 제가…….”
“어쨌든, 이번 사건은 권석현 부국장이 책임지고 해결하기로 했으니까 제대로 해야지.”
“그렇습니다. 제가 그랬죠.”
석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감당할 테니까요.”
“그런 자세 좋네. 그럼, 이제 기자회견장으로 가자.”
지혜는 먼저 문을 열고 방을 벗어났다.
석현이 그 뒤를 따라갔다.
오늘로 이런 구조는 끝이었다.
이제 이지혜는 지금껏 일어났던 모든 죄를 뒤집어쓴 채로 사라질 테고, 자신이 진짜 환수 관리국을 차지하겠지.
진짜 환수 관리국의 진정한 주인이었던 바로 자신이.
석현은 웃었다.
이토록 찬란했던 순간이 없었다.
오늘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새어 나올 것만 웃음을 참던 중 복도에 한 남자가 스쳐지나갔다.
“즐거워 보이네요?”
대수롭지도 않게 던진 질문보다 그 목소리가 너무도 익숙했다.
‘……서은호?’
석현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