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51)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51화(51/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51화
51화.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나요?(2)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복도는 비어 있었다.
석현은 등 뒤에 흐르는 진땀을 느꼈다.
“왜 그래?”
지혜는 가만히 멈춰선 석현을 재촉했다.
“방금……. 아닙니다.”
말을 꺼내던 석현은 입을 다물었다.
죽은 서은호가 이곳에 있을 리가.
“부국장이 긴장도 다 하고, 떨리긴 한가 보네.”
비웃음이 지혜에게서 흘러나왔다.
석현의 눈매가 가늘어졌지만, 대수롭지도 않게 받아쳤다.
“그만큼 신경을 쓸 일이니까요.”
말을 꺼낸 뒤 석현은 숨을 내쉬었다.
“신경이 쓰일 만하지. 여러 가지로 말이야.”
그를 쳐다보며 지혜는 수상쩍은 미소를 지었다.
석현의 눈썹이 살짝 움직이자 지혜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복도 끝에 문이 있었고, 그 앞을 지키는 환수 관리국 대원이 보였다.
“나는 잠깐 관계자들 좀 만나고 올 테니, 나중에 봐.”
지혜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문이 열린 그 사이로 다른 환수 관리국 대원이 기자 회견을 위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석현은 그냥 방에 있던 게 아니었다.
환수 관리국 대원이 사방에 퍼진 이곳에 쥐새끼가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석현은 만일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조용히 물었다.
“혹시 여기 외부인이 들어왔나?”
“아뇨. 그런 일은 없습니다.”
“확실해?”
다시 이어진 석현의 질문에 대원은 굳어진 얼굴로 숨을 들이마신 뒤에 대답했다.
“…확실합니다.”
석현은 그대로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갔다.
분명히 승기를 잡았거늘, 조금 전에 들렸던 그 생생한 목소리 때문에 무언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서은호는 죽었다.’
정화자 놈들이 쓰레기이기 하나, 뒤처리만큼은 깔끔했다.
김성태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모든 사건을 다 뒤집어쓰고 죽었다. 이것만 그럴까.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에서 이제 뭘 더 캘 수 없기에 슬슬 경찰과 초능력 관리국에서 수사의 부진을 느낄 순간이었다.
이 역시 자신이 막았다.
이대로 시간만 지나면 모두의 기억에서 흐릿해지겠지.
그때, 지금까지 거래를 나눴던 정화자와 환수 밀렵꾼들, 이 모두를 이지혜와 함께 처리하는 일만 남았으니까.
오늘 열리는 기자 회견은 그곳을 가기 전에 거쳐야 하는 단계일 뿐이었다.
기자들이 무어라 지껄이든 논점만 피해 간다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적당히 대답하면 끝이었다.
‘그래. 어차피 잊히질 사건이니까.’
석현은 문 하나를 앞뒀다.
그곳에 있는 기자들의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시죠.”
대원이 문을 열었고, 석현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셔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기에 석현은 최대한 웃어주었다.
단상으로 걸어가 깔끔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환수 관리국의 부국장, 권석현입니다.”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의 책임자였지만, 이는 초능력 관리국에게 넘어갔다.
그저 이름만 올렸다는 걸 여기 있는 기자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환수 관리국이 얼굴마담이기에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었다.
“우선, 이번 환수 납치 및 감금 사건을 사전에 막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리겠습니다.”
석현은 단상에서 옆으로 나와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찰칵. 찰칵.
셔터 소리가 또다시 시끄럽게 들려왔다.
“저희 환수 관리국은 언제나 환수와의 공존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 분명 말씀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든 석현은 단상으로 다시 향했다.
미리 준비된 대본을 내려놓은 채 앞을 보았다.
“우선, 해당 사건에서 구출한 환수들은 환수 연구소로 넘겨져 무탈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을 회복하는 즉시, 환수 보호 구역으로 이송될 예정입니다.”
잠깐 뜸을 들인 뒤, 석현은 뒷말을 꺼냈다.
“이 사건에 얽힌 모든 정화자와 환수 밀렵꾼을 찾아낼 것이며 법이 허락하는 최고의 형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석현은 갑자기 위에서 쏟아진 빛에 눈을 찌푸렸다.
빔 프로젝터가 갑자기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석현이 갑작스러운 사고에 무어라 말을 하려던 차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얘들을 모아서 죽여야 할 사람이 있다.
찰칵. 찰칵.
갑자기 쏟아지는 셔터 소리를 따라 석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자신이 있었다.
며칠 전에 정화자를 만났던 그 장소가 뒤이어 보였다.
쿵.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딜 봐도 자신이었다.
그때 내뱉었던 말이 화면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저 장소는 자신들만 알 텐데.
―서은호.
영상 속 자신이 그 말을 내뱉었다.
―그 새끼를 죽여. 주변에 누가 있을지도 모르니, 얘들을 좀 많이 데려가야…….
영상 속 자신이 말을 다 내뱉기 전에 석현은 다급히 손가락을 뻗어 빔 프로젝트를 가리켰다.
콰직.
수십 개로 쪼개져 바닥에 떨어지자 비명이 들려왔다.
석현은 숨을 천천히 내쉬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기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더럽고 이상한 걸 보는 듯한 시선이 되었다.
하지만 석현은 그들을 보지 않았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 모든 걸 기록한 카메라가 눈에 들려왔다.
‘안 돼.’
석현은 귓가에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멈춰야 해. 부숴서라도.’
그저 저 카메라를 부서트려야 한다는 본능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부서트리라고!’
두 손아귀에 맞대며 공기를 압축시켰다.
이것만 터트린다면.
콰아아앙!
갑자기 위에서 짓눌리는 힘에 석현은 머리를 땅에 박았다.
순식간에 눈이 커졌다.
고통보다 이 힘을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에 숨소리가 빨라졌다.
중력을 움직이는 힘을 지닌 초능력자는 자신이 알기로는 이지혜뿐이었다.
“권석현!”
그때, 지혜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석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억지로 그 힘에 저항하려고 했다.
“권석현 네가 지금 사람을 죽이려고 했어? 부국장인 네가?”
목소리는 날카롭지만, 지혜는 카메라를 등진 채 오직 석현을 향해 웃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웃음을 터트릴 것처럼 비웃음을 가득 품어서는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뭘 더 숨기지 않는 저 표정을 보자 석현의 피가 들끓는 걸 느꼈다.
‘……당했다.’
이 모든 게 지혜의 계략이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당할 줄이야. 수치심마저 느꼈다.
“다들 어서 나가십시오!”
지혜가 사람들을 보며 목소리를 키우던 사이에 누군가 석현에게 다가왔다.
깊게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석현의 앞에서 쪼그려 앉았다.
모자를 슬쩍 올리고, 마스크를 내렸다.
“안녕하세요.”
은호가 웃자 석현은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목에 핏대가 급격히 곤두섰다.
‘저 새끼가아!’
이지혜가 아니었다.
서은호였다.
저놈이 이지혜 뒤에 있었다.
또 저놈이 자신의 모든 걸 망쳐버렸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부수면 안 되죠. 학교에서 안 배웠어?”
“이…….”
“방금 본 그 영상, 다 퍼졌어요. 못 내려요. 지금쯤, 난리가. 오, 이것 봐요.”
은호는 즐거워하며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댓글의 수가 새로고침을 하고, 또 해도 계속 늘어났다.
“이… 새……!”
“제가 죽었다고 하니까, 즐거웠나요?”
은호는 휴대전화를 내리며 웃었다.
“사람 죽었다는데, 울지 못할망정 너무 신나 보여서 저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잖아요.”
그 말에 곤두섰던 석현의 눈꼬리가 내려갔다.
그의 입가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저 이 모든 게 기가 찼다.
“감옥에서 봐요. 면회 정도는 한 번쯤 가줄게요.”
사람을 세차게 긁는 은호의 말에 석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이 더욱 커졌다.
“죄수복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봐야지.”
은호는 웃음을 흘린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 끼야.”
석현은 온몸에 핏줄을 세우며 은호에게 손을 뻗었다.
점점 얼굴이 빨갛게 타올랐다.
이렇게 끝낼 순 없었다. 절대로 이렇게 모든 걸 잃을 순 없었다.
“짓밟힌 상태로 발악하지 마. 꼭 지렁이 같잖아? 아, 이러면 지렁이한테 실례겠지?”
지혜는 석현을 안쓰럽게 바라보다 고개를 올렸다.
“이쪽입니다.”
그녀는 이내 누군가를 보며 말을 꺼냈다.
“권석현 씨. 당신을 김성태 살인 및 서은호 살인 교사, 비소속 초능력자 수사 혼선 및 은닉, 결탁한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또박또박 들려오는 그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석현은 웃음을 다시 터트렸다.
‘날 체포한다고? 날?’
이내 웃음을 지우며 그저 앞을 뚫어지라 노려보았다.
“이제 됐습니다. 잠깐 초능력을 거둬주시겠습니까?”
석현 주변에 둥근 막대를 널찍하게 설치한 뒤 경찰은 지혜를 바라보았다.
“조심하십시오. 상당히 까다로운 초능력을 가졌으니까요.”
지혜가 초능력을 거두자 경찰이 석현 주변에 설치한 둥근 막대에서 그물이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그물은 서로의 몸을 엮었고, 석현을 온전히 덮었다.
초능력을 막는 도구였다.
경찰은 익숙하게 석현의 팔을 잡으며 그대로 수갑부터 채웠다.
그제야 그물을 걷은 채 양쪽에서 석현을 붙잡아 일으켰다.
“날!”
석현은 어깨를 뒤흔들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를 잡은 두 사람이 덩달아 흔들릴 정도였다.
“감히 날 체포한다고?”
헤어스프레이로 흐트러지지 않게 잘 고정해둔 머리카락이 얼굴에 흘러내렸다.
“날?”
석현은 분노를 터트리며 지혜에게 달려들었다.
“외부인 주제에! 감히 내 환수 관리국을 빼앗겠다고?”
경찰들에게 짓눌리면서도 바짝 오른 핏줄을 드러낸 채, 지혜를 향한 깊은 증오를 드러냈다.
지혜가 다가왔다.
“이제야 진짜 모습을 드러냈네? 내가 계속 보고 싶었던 게 바로 이 모습이었어. 네 진짜 얼굴 말이야.”
지혜는 이제 웃지 않았다.
잠깐 바라보다 숨을 들이마시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나와 너, 정말 환수 관리국을 잘 이끌 수 있었을 텐데.”
“지랄하지 마! 내가 왜 외부자랑 같이 환수 관리국을 끌어가야 하지? 내가?”
석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동정까지 받았다.
그 이지혜한테.
“빨리 와서 붙잡아!”
경찰은 날뛰는 석현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추가로 온 경찰들이 석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를 붙잡고는 밖으로 끌고 나갔다.
“으아아! 이거 놔!”
석현은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
질질 끌려가서는 문에 얼굴로 버티며 지혜를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
“이 빌어먹을 새끼! 내가… 내가…….”
“시끄럽고, 빨리 꺼져.”
은호는 있는 힘껏 석현의 얼굴을 밀어버리고는 경찰이 나간 뒤에 빠르게 문을 닫았다.
쾅!
거칠게 문이 닫힌 소리가 주변으로 퍼졌다.
지혜는 멍한 눈으로 바라보다 천천히 웃음을 터트렸다.
“권석현의 얼굴을…….”
그녀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그대로 배를 잡고는 단상에 매달리다시피 엎드렸다.
은호는 덩달아 웃으며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뒷수습 부탁해요.”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쾅!
지혜가 웃음을 참는 얼굴로 고개를 들자 주변에 있는 모든 카메라가 박살이 났다.
“기자들의 카메라는 우연한 사고로 고장이 났고, 서은호 씨의 모습은 찍혀 있지 않을 테니까요.”
은호가 찍은 영상과 CCTV가 편집된 채 밖으로 나가겠지.
저기에 은호가 없어야 했다. 그건 지혜 역시 동의하던 바였다.
은호가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 갑자기 큰소리가 났다.
콰아아앙!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제가 가겠습니다.”
지혜는 문을 박차고 석현이 끌려갔던 방향으로 뛰었다.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와르르 무너진 건물 일부가 보였다.
지혜는 두 손을 살짝 뻗으며 움켜쥐었던 손가락을 뻗었다.
무너졌던 건물과 그 건물에 깔린 이들이 함께 떠올랐다.
그곳에 석현은 없었다.
‘이 새끼가 진짜…….’
“괜찮아요, 국장님. 제가 쫓아갈게요.”
은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네? 잠시만요.”
지혜가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에 은호는 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굳어졌다.
―서은호 씨와 함께 가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이걸 명심하십시오. 서은호 씨, 생각보다 훨씬 더 사고 잘 칩니다.
협상의 자리에서 가을이 신신당부하던 말이 떠올랐다.
이게 이런 의미였다니.
지혜는 일그러지는 얼굴을 막지 못했다.
‘…권석현은 괴물이라고.’
* * *
‘…이럴 수는 없어.’
석현은 공기의 압축을 이용해 단번에 먼 거리를 뛰었다.
‘나를.’
조금 전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땅에 발을 디딘다면 이미 모든 게 무너진 그곳으로 저항 없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나를…….’
하늘이 보였다.
아주 드넓은 하늘이.
절망에 휩싸였던 석현의 눈동자에 한 줄기 빛이 어렸다.
임무 이외에 초능력을 사용하는 건 금지되어 있기에 이토록 자유롭게 써본 적은 없었다.
급격하게 돌아가는 상황과 별개로 묘한 희열이 석현을 감싸자 생각 하나가 차츰차츰 커졌다.
왜 이렇게 도망가야 할까.
이어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런 힘이 있는데, 왜 제도에 억눌러 이지혜의 목을 베지 못했을까.
석현은 한 숲으로 착륙했다.
주변에 일어난 바람으로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래.’
석현은 차차 입꼬리를 올렸다.
모든 것에서 해방된 이런 희열을 비소속 초능력자만이 맛보고 있었다니.
‘다시 여기부터 시작하면 돼.’
자신에게는 힘이 있었다.
이 모든 걸 다시 일으킬 힘이.
그 멍청한 비소속 초능력자들을 끌어모아 자신에게 칼날을 겨눴던 놈들을 다 쓸어버리면 되는 게 아닌가.
얼굴에 가려졌던 모든 가면을 벗어던졌다.
바느질로 기워놓은 듯 증오가 눈동자에 가득 묻어났다.
“이제 도망치는 거 끝났어?”
석현은 귀를 건드리는 그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숲의 존재라고 느껴질 정도로 걸어오는 은호의 발걸음에 맞춰 뿌리박혀 있는 나무들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그래, 일단 너부터 해결해야겠지.”
석현은 은호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석현의 열 손가락 끝에 일렁거림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