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57)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57화(57/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57화
57화. 밤놀이는 즐겁다
* * *
은호는 폭시랑 같이 나무 근처를 뛰어다니는 플라빗 형제를 보며 웃다가 조용히 나무에 손을 올렸다.
“이 일대를 썩게 만든 존재가 누구인지 확인하려는 건가?”
흑견이 물었다.
“그래야지. 조금만 늦었다면 플라빗뿐만 아니라 이 주변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위험했을 거잖아?”
은호는 위를 바라보며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막지 못했다.
“멍멍이 형님도 궁금하지 않아? 여기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 같지만, 어쨌든, 멍멍이 형님의 앞마당이잖아.”
은호의 말에 흑견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 주변만 오지 않으면 된다.”
“집 주변에는 그렇게 영역을 표시하더니. 방금 말이 많이 다른데?”
은호가 실실 웃었지만, 흑견은 어쩐지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하던 일이나 해라. 주변을 둘러보고 오겠다.”
흑견은 은호의 얼굴을 꼬리로 치며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그 뒷모습을 보던 은호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흑견이 말하는 ‘내 영역’이 집 주변일 줄이야.
‘아, 너무 좋네.’
폭시도 집에 데려올 거고, 레비아탐도 치료가 끝나면 집에 오니 왁자지껄해지지 않을까.
늘 조용하고, 삭막하던 집과 전혀 다른 이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기쁘네. 응. 기뻐.’
은호는 나무를 톡톡 두드린 뒤에 슬쩍 물었다.
“있잖아, 친구야.”
나무가 나뭇가지를 크게 흔들었다.
“혹시 누가 너한테 이랬는지 본 적 있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줄래?”
나무가 은호에게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어두운 밤이 보였다.
‘밤에.’
이어 바람이 크게 부는 소리와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진동처럼 느껴졌다.
‘뭔가 다가왔어.’
쿠웅!
온몸을 타고 흐르는 거대한 진동에 은호는 놀라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놀란 눈으로 나무를 바라보았다.
뭔가 거대한 힘이 나무를 향해 돌진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나무와 땅을 이렇게 만들어버렸다.
‘초능력자인가? 아니면 환수……?’
이런 힘을 낼 존재는 이들뿐이었다.
어쨌든, 누군지 몰랐다.
“은호? 왜 그래?”
폭시의 목소리가 뒤에 들렸다. 얌전히 앉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은호는 금세 플라빗 형제를 향해 뛰어가는 폭시를 본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근처에 있는 환수 친구한테 물어보는 게 맞겠지?’
은호가 가방을 뒤적거려 태블릿을 손에 쥐었다.
주변에 있는 아무 환수를 소환한 뒤 대기 시간을 보았다.
5분.
가방의 요정 코코를 만난 뒤로 꽤 빨라졌기에 시간이 꽤 줄었을 텐데.
‘여기 땅이 죽어버린 영향이 그렇게 큰가? 하긴, 범위가 좀 넓었어.’
우우웅.
땅에서 진동이 오자 은호는 생각을 멈췄다.
땅을 통해 나무의 슬픔이 전해지자 당황하며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미안해하지 마! 못 볼 수도 있지.”
애초에 여긴 조명도 없었고, 나무가 무언가를 보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느끼기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주기도 어려웠다.
다른 나무들이 자신에게 이미지로 보여주긴 하지만, 흐릿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럼, 이 나무는 왜 다를까.’
은호는 밀려오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않았다.
“있잖아. 너는 왜 다른 나무와 달라? 다른 식물은 나 별로 좋아하지 않던데.”
나무가 나뭇가지를 흔들려다 말고 그만뒀다.
마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잠해지다 다시 크게 몸을 흔들었다.
하얀 꽃잎과 검은 꽃잎이 은호에게 쏟아졌다.
그는 멍하니 손을 뻗었다.
‘선물인가?’
손바닥 안으로 꽃잎이 슬그머니 들어왔다.
당신 탓이 아닙니다.
낯선 위로가 뒤이어 닿자 은호는 나무에 얼굴을 기댔다.
뭔가 잔잔하니 좋았다.
은호는 세 마리가 터트리는 웃음을 들으며 잠깐 눈을 감았다.
바람도 잔잔하니 좋았고, 밀려오는 꽃냄새도 좋았다.
‘이게 힐링이지.’
은호가 조용히 내쉬는 숨결을 따라 자연이 덩달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그의 머리를 건드리던 바람이 갑자기 거세지자 은호는 눈을 떴다.
그림자가 짙게 졌다.
흑견이 아니었다.
“누가 날 불렀지?”
당당한 소리가 위에서 들리자 플라빗 형제는 은호에게로 다다다 도망쳐왔다.
은호는 바짓자락을 잡는 플라빗 형제를 본 뒤에야 고개를 올렸다.
호랑이 얼굴에 부리가 달린, 그리폰과 닮은 거대한 새가 커다란 날개를 휘두르며 내려왔다.
호랑이 손이 새의 손처럼 변해 있는 앞발이 먼저 땅에 닿았고, 전형적인 호랑이 다리인 뒷발을 이어 땅으로 내려왔다.
머리 위에 천사 링처럼 떠오른 고리가 반짝거리며 기다란 꼬리가 흔들렸다.
“어?”
익숙한 환수를 보자 은호의 눈이 커졌다.
집 앞에 죽어 있는 멧돼지 때문에 만난 환수가 있었다. 이름이 윈디드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때 그 윈디드가 맞을까.
“오, 말썽꾸러기야!”
윈디드가 은호를 반기며 꺼낸 말에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크하하.
어디선가 웃음이 들리자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언제 온 건지 몰라도 멀리서 흑견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은호가 바라보자 뚝 하고 끊어진 웃음소리는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흑견의 태도에 그는 기가 찼다.
“말썽꾸러기 인간. 여긴 어쩐 일이야?”
윈디드는 은호에게 다가가 가슴을 부풀리며 내려다보았다.
“오!”
이내 윈디드는 고개를 올렸다.
“꽃을 구경하러 왔어? 이건 장관이네.”
윈디드는 꽃을 보며 굵직한 미소를 지었다.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뒤덮은 꽃은 그렇게 오래 떠돌아다녔음에도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아주 좋아.”
윈디드의 미소와 쏟아지는 찬사에 플라빗 형제는 언제 무서워했냐는 듯 뿌듯함을 담아 활짝 웃었다.
“우리가 했지!”
“응. 나랑 형이 했지!”
“그래? 너흰 진짜 멋진 친구들이네.”
윈디드는 크게 웃으며 플라빗 형제를 칭찬했다.
* * *
“우리는 여길 좀 더 구경하고 떠날래.”
꽃을 구경한 지 3시간쯤 지났을까, 형 플라빗이 갑자기 목소리를 냈다. 머리에 분홍 꽃이 꽂혀 있었다.
“벌써? 이렇게 빨리?”
은호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빨릴 떠날 줄이야.
“응! 형하고 더 여행을 다니고 싶어. 이번에는 나 때문에 가는 여행 말고, 형이랑 나를 위해 가는 재밌는 여행 말이야.”
동생 플라빗은 형 플라빗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처음 봤을 때와 달리 밝아진 표정에 은호는 꽤 만족스러웠다.
“이 꽃이 지기 전에 올 거야. 우리한테 아주 특별한 꽃이니까.”
형 플라빗은 눈웃음을 지으며 은호에게 앞발을 내밀었다.
피워낸 흰 꽃과 검은 꽃이 들려 있었다.
“우리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받아줄래?”
꽃을 싫어하는 인간도 있기에 형 플라빗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마워. 이 꽃은 너희한테 아주 소중한 거잖아?”
하지만 그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알리듯 은호는 따뜻한 눈을 하며 꽃을 받았다.
“은호. 이 꽃이 시들 때쯤, 그때, 다시 만나.”
동생 플라빗이 은호에게 다가가 다리를 꼭 안았다.
“그래, 그러자. 그때 보자.”
은호는 플라빗 형제를 쓰다듬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이제 자신은 연구소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타라, 인간.”
흑견이 목소리를 내자 뒤이어 윈디드가 불쑥 끼어들었다.
긴 날개를 펼쳤다.
“나한테 타도 돼, 말썽꾸러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뭔지 알려줄 테니까.”
윈디드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흑견이 불쾌함을 담아 으르렁거렸다.
“너는 뭐길래 갑자기 끼어드는가? 갈 길이나 가거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나는 바람을 따라가는데, 지금 내 바람은 저 말썽꾸러기라고, 친구.”
“누가 친구인가.”
“널 만났을 때 바로 느꼈어. 넌 나와 몇 안 되는 동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동등?”
흑견은 비웃음을 그렸다.
이내 윈디드를 바라보며 몸집을 부풀렸다.
“너와 나의 차이는 크다. 그 차이를 내가 알려줘야 하는가?”
“은호, 은호.”
폭시가 은호를 슬쩍 불렀다.
“응?”
두 환수를 말리려던 은호가 잠깐 멈춰 폭시를 바라보았다.
“저 존재는 언제 저렇게 멍멍이 형님하고 친해진 거야?”
“…이게 친한 거야?”
아무리 봐도 신경전이 오가고 있었다.
“당연하지. 바로 싸우지 않았잖아? 이렇게.”
폭시가 앞발을 휘둘렀다.
솜방망이 같건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자 은호는 살짝 몸이 뻣뻣해졌다.
‘누가 소리를 잘못 틀은 거 아니야?’
“그러니까 친한 거야. 나도 친해지고 싶어! 친해질래!”
폭시가 밀려드는 근질거림을 참지 못하고 윈디드에게 달려들었다.
“안녕! 안녕!”
윈디드 앞에서 폭시가 성큼성큼 뛰었다.
“반가워, 자그마한 친구야.”
마음 넓게 폭시를 받아들이는 윈디드의 모습에 은호는 슬쩍 흑견을 바라보았다.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의 차이인가?’
은호는 태블릿을 꺼내 윈디드의 핵심 정보를 슬쩍 바라보았다.
?떠돌이이며 누구에게든 친절하다.
?배고프면 예민해지니 주의하자.
어쩌면 폭시하고 잘 맞을지도 몰랐다. 폭시는 그냥 대놓고 봐도 외향적이었으니까.
은호는 저 의미 없는 싸움을 끝내려 조용히 공간을 열었다.
“이만 갈게, 친구들아.”
플라빗 형제를 향해 손을 들었다.
“잠깐, 인간!”
“말썽꾸러기! 그거 뭐야?”
흑견에 이어 윈디드가 눈을 크게 떴다.
“일단 가자고. 방해할 순 없잖아?”
두 형제가 여행 끝에 찾아낸 희망이 바로 저 나무에 피어난 꽃이었다.
솔직히 지금 얼마나 서로를 향해 여러 가지 말을 나누고 싶을까.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 눈치껏 빠져줘야지.’
은호는 플라빗 형제를 향해 다시금 두 손을 크게 흔들어주었다.
* * *
“…그런데, 말썽꾸러기.”
윈디드가 연구소 주변을 바라보며 은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서은호야.”
“그래, 말썽꾸러기.”
“서은호라니까?”
“알아. 하지만 나는 너는 말썽꾸러기라고 부르고 싶은데? 괜찮지 않아?”
“그럼, 내가 너를 삐약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야?”
“얼마든지. 이것 참 영광인데?”
윈디드는 굵직한 미소를 흘리며 부리를 딱딱 부딪쳤다.
갑자기 팍 죽었던 흑견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결코 기분 탓이 아닌지 앞서가는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웠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삐약아?”
은호가 입맛을 다시며 아니꼽게 바라보자 윈디드는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다시 봐도 참 신기한 말썽꾸러기야.”
“손이 많이 가는 인간이기도 하지.”
흑견이 뭔가 공감하듯 목소리를 냈다.
“그거 좀 들어맞는데? 말썽꾸러기를 처음 봤을 때, 내 발에 매달렸으니까.”
“인간이 좀 바보 같은 짓을 한 번씩 한다.”
“친구. 그래도 용감한 행동이라고 감싸줘야 말썽꾸러기가 쑥쑥 잘 자란다고. 지금 봐봐. 얼마나 말랐어?”
“그런가?”
흑견이 윈디드의 말에 솔깃하며 귀를 기울이자 은호는 기가 찼다.
“아니, 멍멍이 형님. 아까 그렇게 삐약이랑 으르렁거리더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렇지. 이건 이거고, 그건 그거야.”
윈디드가 흑견의 말에 공감하자 흑견은 흥미가 담긴 눈으로 윈디드를 바라보았다.
“다들 은호를 너무 재미있게 말한다? 나도 말할 수 있는데, 나도 말하고 싶은 게 많은데.”
폭시가 윈디드의 등에서 껑충껑충 뛰며 웃자 은호는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포, 폭시야, 한 번만 참아주라. 지금 멍멍이 형님이 좀 신났는데, 저기서 웃음이 터지는 건 꼭 막고 싶거든.”
지금도 아니꼬운데, 흑견이 웃으면 배가 아주 많이 아플지도 몰랐다.
“그럼, 은호가 없을 때 말해줄게.”
폭시는 윈디드에게 속삭이는 척 은호가 잘 들리게 말을 꺼냈다.
“좋아! 나는 저 말썽꾸러기한테 관심이 많으니까.”
윈디드가 크게 긍정하자 은호는 윈디드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관심이 많다고? 왜?”
“말썽꾸러기는 뭔가 달라. 아주 편안하기도 하고, 신기한 존재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
“이것 참 곤란한데? 질투쟁이가 있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면 안 되는데.”
은호는 장난기를 가득 담아 흑견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낀 건지 천천히 가다 말고 고개를 휙 놀렸다.
뾰족한 눈동자를 보자 은호는 낄낄 웃었다.
“어쨌든, 말썽꾸러기. 날 왜 불렀어? 네 목소리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랐잖아. 날아가다가 다시 돌아왔잖아.”
윈디드가 건넨 말에 은호가 웃음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날아가고 있었다고?”
“맞아. 바람을 타고 기분 좋게 가고 있었어.”
“잠깐만. 혹시… 그때 주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
“무슨 일이라고?”
잠깐 생각하던 윈디드가 은호에게 급하게 다가왔다. 덩달아 윈디드 등에 탄 폭시가 몸을 웅크렸다.
“혹시 숲이 이상해서 너도 온 거야?”
“숲이 이상하다니?”
“나는 많은 곳을 여행했어. 아, 너의 집도 한 번 들렸는데, 없더라.”
“……집에 왔었어?”
입원 때문에 집을 며칠이나 비웠다.
은호는 금세 미안한 얼굴로 윈디드를 바라보았다.
“약속대로 맛있는 걸 먹으러 왔을 뿐이니까,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내가 슬쩍 온 거잖아? 뭐, 네가 왜 없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은데?”
은호를 바라보는 윈디드의 눈이 휘었다.
은호한테 채 낫지 않은 피 냄새가 났다.
“말썽꾸러기는 아팠던 거야. 인간은 아프면 어떤 건물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는 게 원칙이더라고.”
“거길 병원이라고 부르는데,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 나올 수가 없어서 그래.”
“거기서 널 가뒀어?”
“아니. 치료받고 있었어.”
“아하. 이해했어.”
윈디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무도 자신감에 찬 표정이라 은호는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의심이 될 정도였다.
“어쨌든, 네가 없어서 돌아가던 중에 거길 지나갔거든? 되게 이상하더라. …너무 조용해.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자 주변을 살폈는데, 땅이 썩어버렸더라고.”
“썩었지.”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했는지 몰라도 아주 쓰레기 같은 짓을 하지 않았나 싶었다.
“오늘도 썩은 땅을 회복시키고자 하늘을 돌던 중이었는데, 말썽꾸러기가 나를 불렀어.”
“…아, 땅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고 있었어?”
“맞아. 말썽꾸러기 너를 데려다준 뒤에 나는 다시 돌아가 방법을 찾아야 해. 이 힘을 가지고 남을 돕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그 땅 때문에 다른 존재들도 괴로워했고. 내가 꼭 해결해야 해.”
윈디드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마치 숙원을 언급하는 것 같기도 했다.
“……거기 내가 해결했는데?”
은호가 자신을 가리키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윈디드가 은호에게 더욱 다가왔다.
“아까 검은 꽃과 흰 꽃이 피어난 거기가 네가 말한 곳이야.”
느닷없는 발언에 윈디드는 그대로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