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5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59화(59/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59화
59화. 밤놀이는 즐겁다(3)
* * *
“…속았어.”
일렉트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가득 담았다.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서는 앞발에서 멀리 있는 뒷발을 흔들었다.
“속았어! 여기에는 전기가 없어!”
이내 고개를 살짝 들어 은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원망과 함께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한 시선이 이어졌다.
“난 여기 전기가 있다고 말한 적 없어. 모른다고 말했는데?”
“맞암. 은호는 그렇게 말한 적 없엄.”
레비아탐은 은호의 팔에 매달린 채로 한쪽 앞발을 흔들었고, 은호는 손가락으로 슬쩍 폭시를 가리켰다.
쟤가 그랬어.
일렉트는 눈동자를 움직이며 폭시를 바라보았다.
새로운 숲에 신나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폭시를 보던 일렉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은호를 눈동자에 담았다.
조금 전보다 입이 더 삐죽 나왔다.
“작은 친구.”
윈디드가 일렉트를 앞발로 움켜쥐었다.
갑작스럽게 몸이 붕뜬 것도 모자라 푸른 눈동자와 마주하자 일렉트는 깜짝 놀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여기에 전기는 없지만, 별은 가득 있어.”
윈디드는 일렉트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방향을 바꿔 앞발을 높이 올렸다.
질끈 눈을 감았던 일렉트가 천천히 눈을 뜨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별이 반짝거리는 전기처럼 놓아져 있었다.
일렉트의 눈동자에도 그 빛깔이 조용히 담겨왔다.
“하지만 저건 전기 아니야. 별이라고.”
일렉트는 입꼬리를 뒤틀며 냉정하게 말했다.
“…푸핫.”
은호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저기서 저런 말을 할 줄이야. 아주 일렉트다웠다.
그의 팔에 매달린 레비아탐이 고개를 올리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뭔지 몰라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아, 미안. 미안.”
은호는 멍한 표정을 한 윈디드를 향해 사과했지만,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일렉트.”
은호가 목소리를 내자 일렉트는 삐죽 나온 입을 살짝 집어넣고는 바라보았다.
“나는 쟤한테 속은 것뿐이야.”
꼬리 끝으로 폭시를 가리켰다.
“여기가 그렇게 싫으면 다시 보내줄게. 어때?”
은호가 연구소와 이어진 공간을 다시 열자 일렉트의 꼬리 끝이 파르르 흔들렸다.
그대로 빠르게 날아가던 일렉트가 잠깐 멈춰 은호를 바라보았다.
뭔가를 고민하는 듯 꼬리를 입가에 물다 목소리를 냈다.
“…내가 가면 넌 슬퍼?”
“당연하지. 하지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나도 슬픈뎀. 나는 가지 말라고 하고 싶은뎀. 나랑 있잠, 응?”
레비아탐은 은호의 어깨로 올라가 두 앞발을 내밀었다.
동그란 눈동자에 간절함과 슬픔이 어리자 일렉트는 뜨끔한 표정을 하며 레비아탐에게 다가갔다.
이 과정이 익숙한지 레비아탐은 배시시 웃으며 일렉트를 꼭 껴안았다.
일렉트가 레비아탐과 고개를 반대로 돌린 채 꼬리로 은호도 같이 안아주었다.
그 작은 행동에 뭉클거림이 밀려왔기에 은호는 활짝 웃으며 일렉트와 레비아탐을 안았다.
‘정말 너무 좋네.’
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도 둘이 아옹다옹하는 모습도 그냥 다 좋았다.
은호는 그들을 안은 채 앞으로 걷다 다리에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시선을 내렸다.
지금은 끼어들 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지 폭시는 꼬리로 다리를 건드리며 웃고 있었다.
이어 은호는 시선을 움직였다. 묘하게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흑견을 향해 장난스럽게 물었다.
“멍멍이 형님도 안아줄까?”
“됐다.”
“그래? 그럼, 삐약이는 어때?”
“좋지.”
“……?”
흑견이 가다가 잠깐 걸음을 멈췄다.
진짜냐는 표정으로 윈디드를 보던 차, 갑자기 숲이 움직였다.
흑견은 은호에게로 움직여 귀를 쫑긋 세웠다.
“…나무가 움직였다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윈디드의 날개가 들썩거렸다. 나무는 애초에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뒤로 드러난 모습에 윈디드는 설렘을 드러냈다.
나무에 매달린 듯한 푸르른 등불 같은 빛을 따라 샛노랗게 핀 꽃이 보였다.
그 등불을 자세히 보자 환수의 등에 피어난 불꽃이라는 걸 알았다.
“얘들아!”
은호가 환수들을 보자마자 뛰어갔다.
아직 인식하지 못한 환수이기에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동이 파도가 되어 밀려왔다.
“정말로 약속을 지켜줬네?”
왼쪽 나무에서부터 한 환수가 입을 열며 나무에서 내려왔다.
“지켜야지. 너희와 한 중요한 약속인데.”
은호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꺼내자 목소리가 오른쪽에서 이어 들렸다.
“우린 그때부터 쭉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피워준 이 꽃, 불꽃을 통해 보고 또 봐도 아름다웠어.”
“꽃을 통해 노란색이 뭔지 알 수 있었어.”
우르르 쏟아지는 말과 함께 환수들은 은호를 향해 달려왔다.
어렴풋이 쥐를 닮은 그들은 주먹만큼이나 작았다. 등 뒤에 화려한 꽃만큼이나 빛이 나는 푸른 불꽃이 일렁거렸다.
환수들은 처음 만났던 때처럼 자신에게 한 걸음 정도의 거리를 벌린 채 다가오지 않았다.
저번에는 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잠깐만.”
은호는 품에 안긴 레비아탐과 일렉트를 내려놓은 뒤, 피가 담긴 병을 꺼냈다.
쪼그려 앉아 피가 튀지 않게 땅에 뿌렸다.
환수들은 갑자기 일어나는 냄새에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이야? 왜 피 냄새가 나는 거야?”
환수들이 내는 푸른 불꽃이 강해졌다.
“아무것도 없는데?”
“맞아, 아무것도 없어.”
저 불꽃으로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지만,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닌 듯했다.
“걱정하지 마.”
은호는 그들을 다독였다.
그저 자신을 이렇게 기다려준 저들한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저들은 자신이 피운 꽃을 또렷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아는데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둘까.
은호는 나무가 없는 땅을 향해 피를 옮기며 그대로 퍼트렸다.
“꽃을 피워줄 수 있을까?”
은호의 부탁과 함께 땅에서 가지각색의 꽃이 땅속에서 깨어났다.
꽃은 하나의 길을 만들어 나무를 피해 숲속 끝까지 쭈욱 이어졌다.
꽃길이 만들어지자 등불과도 같은 푸른 불꽃을 내뿜던 환수들이 그대로 멈췄다.
은호는 그대로 저번에는 넘지 못했던 그 한 걸음을 내디뎠다.
손가락을 뻗어 아주 조심히 가장 앞에 있는 환수를 건드렸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
《블라스》
《많게는 수백, 적으면 수십의 무리 단위로 땅 밑에서 사는 환수입니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돌아가며 뽑습니다. 낮에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밤이 되면 주변을 탐색하며 먹잇감을 찾습니다. 선천적으로 시력이 거의 좋지 않아 촉감이 예민합니다.》
《등에서 나는 특유의 푸른 불꽃은 밤에 일시적으로 시력을 상승시키고, 몸을 지킬 수단으로 진화했습니다. 뭉쳐서 다닐 수밖에 없기에 서로를 향한 애정이 끈끈하며 다툼이 거의 없습니다.》
‘역시.’
은호는 떠오른 태블릿에 적힌 정보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저 불꽃이야말로 블라스의 생명줄이었다. 그들에게 눈이자 보호할 수단이었으니까.
“…이게 뭐야? 이거 꽃인데? 꽃이 맞는데.”
블라스들은 주변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꽃이야. 그런데 노란색이 아니야. 꽃이… 계속 있어!”
블라스들은 앞발을 뻗어 꽃을 만졌다.
“맞아. 다양한 색이 있어. 저기 먼 곳까지 이어져 있을 거야.”
은호가 꺼낸 그 말에 일부 블라스들은 힘차게 뛰어갔다.
푸른 불꽃이 그렇게 신나 보일 수가 없었다.
은호는 덩달아 뿌듯했다.
“…말썽꾸러기.”
이 모든 걸 처음 본 윈디드는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응?”
“이게,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너, 대체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 거고. 애초에 너는…….”
윈디드가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달랐다.
이유 모를 기백을 담아 오자 흑견이 몇 걸음 더 나아가 윈디드를 노려보았다.
“위압을 멈춰라. 당장.”
그 소리에 다급히 뒤로 물러난 윈디드는 놀란 표정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멀쩡한 모습에 잠깐 숨을 돌렸다.
“내, 내가 너무 놀란 나머지 실수했어. 미안해, 말썽꾸러기. 절대로 널 해칠 생각은 없었어. …그러니까 이건, 본능이었어.”
오랫동안 떠돌다 보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랐다.
무엇보다 힘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역시 가득했기에 반사적으로 피어오른 위압을 막지 못했다.
“겨우 사과로 넘어갈 셈인가?”
흑견은 윈디드에게 이를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낮게 울음을 토할 것만 같았다.
은호가 흥분한 흑견의 얼굴을 매만졌다.
밀려오는 온기에 흑견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무얼 말할지 잘 알고 있기에 오히려 언성을 더 올렸다.
“인간은 위압이 뭔지 모르는가? 이렇게 가볍게 넘어갈 게 아니다.”
“사알짝 짓눌리는 느낌은 있는데, 그거 이외에는 모르겠던데?”
은호의 멍청한 소리를 듣자 흑견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잘 들어라, 인간. 우리는 힘을 사용한다.”
“그건 잘 알고 있어.”
“그 힘의 강도에 따라 위압이라는 게 사용된다. 내가 인간들이나 다른 존재를 그저 바라볼 뿐인데, 겁에 질린 걸 보지 않았는가.”
“봤어. 엄청 이상했지. 아무리 멍멍이 형님이 크다고 해도 그렇게 할 정도인가 싶더라고. 나는 멍멍이 형님을 몇 번이나 봐도 아무렇지도 않잖아?”
지금도 그랬다.
은호는 샛노란 흑견의 눈과 마주해도 무섭다든지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게 위압이다. 힘을 끌어내는 것만으로 상대를 짓누를 힘을 말하지. 이걸로 손을 대지도 않고, 상대를 죽일 수도 있다.”
“……죽일 수 있다고?”
“그래. 이제 이해가 되는가?”
진지한 흑견의 물음에 은호는 고개를 끄덕인 뒤 흑견을 힘껏 안았다.
“……?”
난데없는 행동에 흑견은 귀를 꿈틀거렸다.
“그냥. 기특해서.”
은호는 뒤로 물러선 뒤에 흑견을 향해 이를 내보이며 웃어주었다.
멍한 표정을 한 흑견을 본 뒤에 신나게 윈디드에게 걸어갔다.
발뒤꿈치를 든 뒤에 윈디드에 최대한 손을 뻗었지만, 닫지 않았다.
흑견은 알아서 고개를 숙여 닿았는데.
뒤늦게 윈디드가 은호가 하려는 행동을 눈치챈 뒤에 고개를 숙이자 토닥거렸다.
“괜찮아, 삐약아. 나 생각보다 튼튼해.”
“…….”
“자, 이제 끝.”
은호는 깔끔히 끝맺음을 내민 뒤 다시 블라스에게 걸어갔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여기에 불 좀 피워도 될까?”
“불? 도와줄까?”
“그래 주면 좋지.”
“그런데 불은 왜 피우는 거야? 추워?”
“아니. 여기서 자고 가게.”
은호가 던진 말이 블라스들은 서로를 바라보거나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입을 뻐끔거렸다.
차마 ‘왜’라는 말을 던지지 못하자 은호는 싱긋 웃었다.
“너희한테 꽃의 색을 알려주려면 그게 맞다 싶어서. 다 알려주고 갈게.”
“……왜?”
“지금 수많은 꽃이 보이지?”
“보여. 정말 많아.”
블라스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앞발부터 내밀었다.
매일 밟던 땅에 딱딱함이 아닌 꽃잎의 부드러움이 가득 느껴졌다.
“그러니까 하나씩 알려주고 가려고. 괜찮지?”
은호가 묻자 블라스는 눈을 깜박거렸다. 괜히 꽃을 만지작거리며 낯선 반응을 일으켰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우리’라는 울타리 안으로 성큼 넘어오는 저 인간이 참 이상했다.
자신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인간은 아니었다.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그 고민이 어려워 블라스는 끙끙 앓았다.
실실거리는 웃음소리에 블라스는 고개를 살짝 올렸다.
“기뻤어?”
“…맞아. 이상해서 기뻤어.”
블라스가 그제야 눈을 크게 뜨며 푸른 불꽃을 더 크게 키웠다.
소통했다.
그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다.
“얘들한테 얼른 장작 모으라고 말할게. 빨리 갔다 올게.”
블라스는 다른 블라스에게 힘차게 뛰어갔다.
피부에 닿는 꽃잎의 보드라움에 가다 말고 향기를 맡았다.
배시시.
블라스는 낯설지만, 코를 콕 찌르는 따스한 향기에 웃다가 다시 뛰어갔다.
꽃을 피우고 다니는 플라빗 형제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은호는 신이 난 블라스들의 모습에 덩달아 마음이 들떴다.
* * *
타탁.
크게 만든 모닥불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은호는 조용히 눈을 떠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았다.
새근새근.
자신의 주변에 옹기종기 웅크려 있는 환수 친구들을 은호는 소리를 죽인 채 웃었다.
언제 잠이 든 건지 몰라도 조용해지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은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별이 총총 떠 있는 하늘이 낯설었다.
―…아. 이게 보라색이야? 그럼 이건 뭐야?
몸에 핀 불꽃을 보라색으로 바꾼 블라스는 금세 다른 꽃을 물었다.
불꽃의 색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란색, 보라색, 하얀색 등등.
여러 색으로 물든 블라스를 바라보자 조용히 피어난 불꽃놀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 피어나는 미소를 막지 못했다.
―꽃향기가 너무 좋아. 매일 맡아도 좋은 냄새야. 그런데 이걸 무슨 냄새라고 해?
블라스들의 질문이 그치질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차례대로 한 줄씩 서서 물어보는 게 좀 웃겼다.
모두의 질문을 듣고 대답하는 시간이 꽤 길어졌지만, 이곳에 온 본분을 잊지 않았다. 가득 가지고 온 음식들을 꺼냈다.
남은 고기도 가지고 왔고, 감자에 고구마, 마시멜로 등등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신나게 구웠다.
가장 인기가 많은 건 당연히 마시멜로였다.
―그건 뭐야? 포근한 냄새가 나서 침이 고여.
아무래도 블라스에게 있어 가장 신기한 음식일 테니까.
“…은홈. 은홈.”
레비아탐의 목소리가 들리자 은호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입을 가렸다.
놀란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흑견이 어디 갔는지 몰라도 여전히 새근새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일어났어? 안 졸려? 아니면 혹시 나 때문에 일어났어?”
작게 속삭이는 사이 레비아탐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은호의 팔에 얼굴을 대고 누워 그를 바라보았다.
원래도 맑은 눈동자에 별까지 보이자 더욱 초롱초롱했다.
“아니얌. 막 심장이 두근거려서 깨어났엄.”
“설렜어?”
은호의 미소가 길어졌다.
“응. 엄청, 엄청 설렜엄. 나 오늘 거품도 안 나왔엄. 맛있는 것도 먹었고, 이야기도 실컷 했엄.”
아무도 다치지 않게 했다는 사실이 제일 좋았다.
“행복햄. 매일매일이 이랬으면 좋겠엄.”
하늘을 바라보는 레비아탐의 통통한 꼬리가 흔들렸다.
타탁.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리는 그 사이로 은호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나도.”
은호는 덩달아 속으로 빌어보았다.
가끔 이 모든 게 꿈이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몰려왔으니까.
꿈이 아니길, 은호는 별을 다시금 눈에 담았다.
* * *
말랑.
은호는 얼굴에 밀려오는 촉감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슬쩍 뜨자 폭시가 보였다.
“…폭시야.”
갈라진 목소리부터 나왔다.
“일어나야 해, 은호.”
“조금… 있다가.”
“아침이 밝았어! 마트 가자. 마트. 이름만으로 나 너무 설레.”
폭시가 은호에게 얼굴을 밀어 넣고는 볼로 비비적거렸다.
은호는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얼굴로 베개에 얼굴을 묻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