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6)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6화(6/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06화
6화. 나랑 같이 가자
‘새로운 종이 탄생됐다고?’
은호는 놀란 눈을 하며 식은땀을 닦았다.
《진통과 상처 회복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는 식물입니다.》
이런 것까지 가능할 줄이야.
사실 지금 진통제가 제일 필요한 순간이었다.
고통으로 은호의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밀려드는 호기심은 억누르지 않았다.
“그러면 태블릿 씨. …여러 채소를 섞어서 하나의 식물로 만들면, 그것 하나만으로 해독 주스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까요?”
《기록된 정보가 아닙니다. 알 수 없는 정보입니다.》
“그러면 이건 나중에 한 번 해보는 걸로 할게요.”
《식물의 이름을 붙여주세요.》
‘이름…….’
은호는 밀려드는 통증에 눈을 감았다. 문득 머릿속에 그 약이 생각이 났다.
“타이레…….”
마지막 단어인 ‘놀’까지 붙이려다 말고 멈췄다.
《정식 명칭 ‘타이레’로 입력되었습니다.》
떠오른 글자에 은호는 당황했다.
“…자, 잠깐만요.”
그 이름이 진짜 붙다니.
《사용에 충분할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섭취를 권장합니다.》
먹어도 된다는 말에 은호는 거리낌 없이 꽃을 쥐었다.
“잠깐만!”
흑견이 다급히 은호를 불렀지만, 은호는 이미 입에 넣어버렸다.
“……우읍.”
은호가 비명과 함께 목을 붙잡았다.
“인간!”
흑견이 다급히 외치자 은호는 얼굴을 가득 구겼다.
“……이거, 진짜 맛없어. 먹지 마.”
농담 아니라 진짜 맛이 없었다.
어떻게 씹자마자 헛구역질이 나올 수가 있을까.
“인간! 대체 그걸 왜 먹는가? 아무리 덜떨어졌다고 해도 뭐든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는 걸 모르는가?”
흑견이 화를 냈다.
얼굴을 구기면서까지 진심이라 오히려 은호가 더 황당했다.
“네가… 가져왔잖아. 그리고 내가 키웠고.”
“애초에 내가 가져온 것과 다르다는 건 보기만 해도 알지 않은가. 인간. 너는 대체 얼마나 손이 가는 것인가.”
“얘가 먹어도 안 죽는다고 했어.”
은호가 태블릿을 가리키자 흑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곳엔 까맣게 물든 화면뿐이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인간. 몸이 약한 건 알겠지만, 이제 헛것까지 보는 건가?”
“이거… 안 보여?”
“잠이나 자라.”
흑견이 은호의 옆에 웅크려 앉았다.
꼬리로 은호를 덮으며 앞발로 무언가를 그에게 내밀었다.
“뭐가 떨어졌다.”
흑견이 앞발을 떼어서야 은호는 그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씨앗?”
은호의 시선이 타이레 나무로 향했다.
‘씨앗만 있다면 다시 써먹을 수 있잖아?’
은호는 씨앗을 챙기며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고작 일회용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며 이 식물을 탄생시킨 게 바로 자신이라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눈을 꼭 감으며 숨을 내쉰 뒤, 천천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을 깜박거리다가 조금 전과 확 비교될 만큼 줄어든 통증에 눈동자를 굴렸다.
‘……뭐야? 효과가 생각보다 너무 빠른데?’
웬만한 약보다 효과가 좋지 않을까.
“인간.”
“왜 그래?”
은호가 시선을 올려 흑견을 바라보았다.
뭔가 머뭇거리는 듯한 눈치였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네가 만약에 갈 곳이 없다면. 그러니까, 자야 하는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은호는 그 말에 순간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왜 그러는가?”
흑견의 물음에도 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 납치됐잖아? 아니지. 납치는 아닌데, 납치잖아.’
누가 봐도 흑견이 자신을 병원에서 납치한 꼴이 되어버렸다.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여기가 너무 편해서 그 중요한 상황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은호는 아직 얼굴에 남은 식은땀을 닦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미친놈아. 어쩌자고 이걸 잊어버려서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일단,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흑견이 나를 납치한 게 아니라고 분명히……. 뭐야, 그건 쉽잖아?’
은호의 얼굴에 화색이 돋아났다.
그대로 흑견을 보았다.
탐스러운 무언가를 보는 시선에 흑견 역시 은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인간, 지금 눈빛이 이상하다. 아주 음흉해 보고 싶지 않다.”
“에이, 나만큼 맑은 사람은 없다고. 그러니까 멍멍이 형님, 혹시 나한테 협력해줄 수 있어?”
“지금 눈빛을 보면 들어주고 싶지 않다.”
“멍멍이 형님. 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흑견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멍멍이 형님의 눈빛은 더 살벌하거든. 꼭 누구 잡아먹을 것처럼 보인단 말이야.”
그 말에 흑견의 귀가 쫑긋 섰다. 앞발로 눈을 슬쩍 가리며 물었다.
“……정말인가?”
“좀 찔리는 구석이 있지?”
“……아니다.”
흑견의 목소리가 떨렸다.
“오늘 우리 멍멍이 형님이 얼마나 멋진지 모두에게 알려줘야지.”
은호는 씩 웃으며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특히 부러진 다리를 움직였다. 통증이 있긴 하지만, 뭔가 조금 전과 달랐다.
방금 만든 타이레라는 식물이 제대로 작용만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자아, 형님. 다시 병원으로 가자. 내가 왔던 곳으로!”
“…인간. 너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범주에 있다. 인간은 너를 가두고, 묶었다. 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겠다는 건가?”
“형님을 위해서.”
묵직하게 들어오는 말과 함께 활짝 핀 은호의 웃음에 흑견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상한 감정이 밀려왔다. 막 속이 간지러웠다.
동굴이라 빛도 없거늘, 따사로운 빛이 은호의 뒤에 보이는 것 같았다.
흑견은 밀려오는 감정이 너무도 낯설었기에 그 웃음을 가리려 발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살짝 눌렀다.
“……너는, 이상한 인간이다.”
흑견은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며 천천히 발가락을 뗐다.
주르륵.
은호의 머리에 피가 흐르자 흑견은 다급히 발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눌렀다.
“아악. 왜 세게 눌러?”
“…아, 아무것도 아니다.”
흑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인간이 나약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 * *
“…안 됩니다. 몇 번을 말씀드리지만, 이번에는 무조건 안 됩니다.”
현 사건을 담당한 환수 관리인이 난감한 표정으로 거절하자 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한테는 연구권이 있어. 흑견이 설령 그런 짓을 해도 왜 그렇게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그런데도 지금 나를 나가지 못하게 막는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
“아니, 박사님. 이번에는 진짜 명확합니다. 이미 본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제가 정말로 곤란해집…….”
“곤란해지겠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사실 때문에 돌아버리겠지. 하지만 아직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모르잖아?”
“박사님! 환수가 피해자를 납치했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벌써 두 번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수를 사살하는 건 당연합니다. 어떤 환수도 인간 위에 설 수 없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어떤 상황인지 알아. 아는데, 순서가 틀렸잖아. 사람을 풀어서 수색부터 하는 게 먼저 아니야?”
태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점점 흥분하자 그의 옆에 선 가을이 목소리를 냈다.
“환수가 사람 위에 설 수 없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그러나 수색은 별개입니다. 아직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거지! 흑견 사살 명령보다 너희가 말하는 ‘환수 위에 인간이 있다’라는 말에 걸맞게 사람부터 찾아야 할 거 아니야? 사람을!”
태호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려치자 덩달아 환수 관리인의 어깨마저 크게 흔들렸다.
“자그마치 10년 만에 발견된 흑견이야. 너희가 10년 전에 애꿎은 이유로 사살해버린 그 흑견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환수 관리인은 ‘10년 전 흑견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아마 환수 관리인이라면 대부분 다 꺼리는 일일 테지.
환수를 관찰, 감독해야 하는 관리인으로서 환수를 무차별적으로 죽여버린 사건이며 하마터면 모든 환수와 전쟁마저 일어날 뻔한 사건이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환수 연구의 중요도가 더욱 올라가 연구소의 권한이 강화되는 일을 만들기도 했다.
“아니, 됐어. 휴대전화 줘봐. 위쪽에 내가 연락할 테니까.”
환수 관리국에 뭘 바랄까.
환수의 생존 방식이나 특성,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 그따위 연구도 없이 환수를 보호라는 이유로 다 같이 처박아놓은 이들한테.
태호가 오만상을 찌푸린 채 손을 뻗자 환수 관리인은 곧바로 말을 꺼냈다.
“…사, 사살 명령은 일시 중단하겠습니다. 위에는 제발, 연락하지 말아 주십시오.”
새파랗게 질린 환수 관리인의 표정을 보며 태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꼭 위에 연락한다고 해야 말이 바뀌네.”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 문을 연 순간, 소란스러워졌다.
덩달아 환수 관리인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단순한 소란이기에는 밖이 너무 시끄러웠기에 환수 관리인은 스마트워치를 건드렸다.
휘이이이이잉.
창문이 다 흔들릴 정도로 갑자기 거센 바람이 몰아치자 태호의 눈이 커졌다.
검은 바람이었다.
‘……흑견이다!’
태호는 달렸다.
“박사님!”
“가을 씨! 천천히 와!”
“아뇨, 여기 1층입니다.”
가을은 창문을 열어서는 거침없이 넘어갔다.
“왜 빠른 길을 두고 둘러 가는 거죠?”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경을 올린 뒤 뛰었다.
태호는 아주 살짝 멍한 표정을 짓다가 뒤늦게 창문을 넘어섰다.
“여, 역시 가을 씨야!”
* * *
환수 관리인들은 갑자기 등장한 흑견의 모습에 잠깐 넋을 잃었다.
이미 밤을 향해 다가가는 시간에 나타난 까만 형상은 밤마저 덮어버릴 것처럼 거대했다.
꼭 커다란 악몽이 밀려온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환수란 존재는 언제나 바라보기만 해도 오금이 다 저릴 만큼 공포스러웠고, 이름처럼 환상 속에서 살아야 할 생물체라는 걸 오늘 몇 번이나 느끼게 했다.
과거 시대도 아니고 이 현대에서 저런 생물이 존재하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우선 포위하고 …대기해.”
환수 관리인들은 흑견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검은 바람이 그치자, 흑견은 몸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샛노란 눈동자와 마주하는 이들 모두 몸이 빳빳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팽팽한 긴장감이 바닥에 깔리며 차가운 기세만 느껴지던 그때, 흑견이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 미끄럼틀을 타듯 주르륵 내려와서는 손을 흔들었다.
“다들, 안녕하세요!”
활기찬 소리를 내며 땅에 내려온 은호를 향해 모든 시선이 쏠렸다.
“어, 어!”
태호가 은호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을 싫어하는 그 흑견과 함께라니.
다급히 휴대전화부터 꺼내 이 상황을 찍었다.
“요란하게 등장하네요.”
가을은 그 자리에서 멈춰 숨을 골랐다.
그녀의 시선은 은호의 다리로 향했다.
부러진 정도가 심각해 두 달 정도는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고 했는데, 서 있었다.
“…박사님.”
“어, 어?”
태호의 시선은 흑견과 은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 흑견한테 치료 능력이라도 있었나요?”
“아니. 흑견은 어둠 속에서 태어나기에 가진 능력 역시 어둠과 관련되어 있어. 치료 능력을 가진 환수 역시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고.”
줄줄 나오는 태호의 설명을 들으며 가을은 흘러내린 안경을 올렸다.
‘그런데 몸이 나았다고? …기적이라도 맛봤나?’
“잠깐 산책 좀 하고 왔는데, 이렇게 환영해주니 기분 하나는 좋은데요?”
은호는 저들 모두를 농락하듯 흑견의 얼굴을 매만졌다.
“…….”
짧은 침묵이 흘렀다.
사람을 거부하는 환수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환수를 만지기까지 했다.
관리인들은 은호의 팔을 바라보았다.
잘리지 않았다.
물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저 때문에 있는 건… 맞나요? 아니면 이거 되게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어쨌든,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은호는 실실 웃으며 자연스럽게 흑견과 함께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으읍.’
은호는 걷다 말고 밀려오는 통증에 신음을 삼켰다.
타이레꽃을 여러 개 씹었는데, 아직 조금 무리인가 싶었다.
잠깐 숨을 돌릴 겸 옆을 보자 익숙한 사람들이 보였다.
“설태호 씨! 오가을 씨!”
은호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태호와 가을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태호와 가을이 은호에게 다가갔다.
“멍멍이 형님이 아직 창문이라는 개념을 잘 몰라서 깨트려버렸는데, 그거 괜찮겠죠? 창문값은 괜찮나요?”
“나중에… 나중에 다 말해줄 수 있나요?”
“물론이죠.”
은호는 한쪽 눈을 살짝 감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약속은 지켰죠?”
“…….”
은호가 약속을 꺼내자 태호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흑견이 사람들 앞에 등장했다.
심지어 그냥 등장한 게 아니라 은호를 태우고 나타났다.
환수가 무조건 위험하다는 사람들의 말을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태호의 눈에 보이는 건 10년 전 사람 손에 죽은 흑견이 사람과 함께 등장했다는 사실이었다.
평생소원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던 그 장면이 이렇게 펼쳐지다니.
그의 눈시울이 찬찬히 붉어졌다.
“설… 태호 씨?”
“……고맙습니다.”
태호는 주책맞은 눈을 탓하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환수와 인간이 함께.
환수를 연구하면서부터 쭉 품었던, 그 어렵고도 힘든 목표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기분에 휩싸여 가슴이 너무도 벅찼다.
“…고맙습니다.”
“설태호 씨.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도 여기서 울면 부끄러우니까, 안에 가서 울자고요.”
은호는 태호에게 속닥거렸다.
“……인간은 다 이런가?”
흑견이 태호를 왜 저러나 바라보자 은호는 이 역시 작게 속삭였다.
“…이럴 때는 모르는 척해줘야 한다고.”
은호는 태호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린 뒤, 아무렇지도 않게 흑견에게 요구했다.
“태워줘, 형님.”
“…하.”
흑견은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몸을 낮췄다.
그대로 은호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울고 있는 태호와 이 모든 게 꿈인 듯 바라보는 환수 관리인을 번갈아보던 가을은 휴대전화를 꺼냈다.
환수 연구소 부소장, 차예림.
“상황 종료됐어요.”
<박사님은? 사고… 안 치셨어?>
“울고 있어요.”
<……운다고? 왜?>
“글쎄요. 갱년기인가 봅니다.”
가을은 전화하며 슬쩍 얼굴을 가린 채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