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74)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74화(74/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74화
74화. 안녕하고 인사하고 싶어(2)
“네네. 그거요.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요.”
은호는 괜히 가을의 눈치를 한 번 살폈다. 묘하게 눈동자가 날카로워졌다.
“그런데요. 제가 중요한 순간에 들어온 거 아니겠죠?”
“그렇지 않아도 마침 서은호 씨에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저, 저요?”
은호는 가을의 말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아윤 씨에게 들었습니다.”
정아윤.
그 이름이 가을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은호는 다급히 태호를 바라보았다.
태호가 바로 그를 외면했다. 괜히 헛기침도 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동에 배신감이 밀려왔다.
‘아니, 저 형이?’
디어네 무리한테 가기 전에 본인만 믿으라고 하더니. 그때 느꼈던 든든한 전우애는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탈출하셨다면서요?”
“타, 탈출이라뇨. 잠깐 갔다 온 거예요. 그렇죠, 형?”
은호는 눈에 힘을 주어 태호를 더 쳐다보았다. 태호는 가을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곤란합니다, 서은호 씨.”
화를 낸 것도 아니고, 가을이 그저 덤덤히 던진 그 말이 왜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다음에 나가실 때, 저한테 연락이라도 주십시오.”
“……네?”
“혹시 모르니 알리바이라도 만들어야 하니까요.”
“나가지 말라는 소리 하려는 거 아니었어요?”
“저는 이미 서은호 씨를 박사님과라고 판단했습니다.”
가을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게 뭐죠……?”
“사고뭉치요.”
“푸핫.”
태호가 웃음을 터트리자 은호는 멍한 눈을 했다.
“큰일이 터지기 전에 수습하고 싶습니다. 웬만하면 모를 테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네……?”
“서은호 씨는 이곳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
은호는 저 말에 자신의 팔을 문지르며 괜히 머쓱하게 웃었다.
그 뒤로 태호도, 가을도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솔직히 얼마나 의심스러울까. 아무것도 등록되지 않은 사람인데.
그럼에도 저들은 그 뒤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도움을 진짜 많이 받았네.’
은호가 아무 말도 없자 가을은 입을 벌린 채 숨을 살짝 들이마셨다.
“그, 그러니까, 그런 말로 한 게 아닙니다. 신분이 만들어졌기에 조심하자는 의미였지, 절대로 뭐 등급을 나눈다는 의도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점점 가을의 목소리가 떨렸다. 머리카락 끝을 두 손으로 쥔 채 교차해서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이게 생각보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기에 가을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당황한 얼굴은 처음 보기에 태호도 얼이 빠진 듯 바라보았다.
“알아요. 그냥 도움을 되게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두 분에게 고마워서요.”
꽤 진지한 은호의 표정에 태호와 가을은 그대로 굳어졌다.
저런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다.
“…갑자기?”
태호가 넌지시 물었다.
“솔직히 제가 의심스러울 수 있잖아요? 어쨌든, 제가 가진 능력이 두 분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오래오래 좋은 협력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 은호 씨?”
태호는 미묘하게 선을 긋는 은호의 태도에 머뭇거리다 다른 말을 꺼냈다.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환수를 상대할 때의 느낌이 났다.
‘직업병인가.’
태호는 속으로 가볍게 웃었다.
“일단, 갈까?”
“삐약이가 가져온 그거 보러요?”
“맞아. 가면서 이야기하자고. 가을 씨도 따라오고.”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가을은 태블릿을 챙기며 문으로 걸어갔다.
“아, 그리고 서은호 씨.”
“네.”
은호는 한 걸음 나아가다 말고 걸음을 멈춘 가을을 따라 제자리에 섰다.
“저희가 늘 더 감사합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보여줬으니까요.”
가을은 잔잔한 미소를 흘리며 밖으로 나갔다.
저 말에 은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태호는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우리를 계속 의심해도 돼. 은호 씨의 의심이 자연스럽게 풀릴 만큼 우리는 계속 믿음으로 보여줄 테니까.”
은호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눈으로 묻자 태호는 걸어가며 넌지시 말을 흘렸다.
“직업병이라서 그런가, 믿음을 주는 게 좀 익숙하거든. 하여튼 그래. 우리는 이런 게 일상이야.”
말을 통하지 않는 환수를 상대할 때보다 훨씬 쉬웠다.
적어도 말은 통했으니까.
은호는 그 자리에서 잠깐 서서는 미묘한 감각에 괜히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가을도 그렇고 태호도 뭔가 달랐다.
그 다름이 아직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은호는 꽤 기쁘다고 생각하며 태호의 뒤를 따라갔다.
* * *
“…그래서 연락이 끊어졌다?”
후.
긴 연기가 여자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네.”
부하는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나른한 눈을 하며 손을 까닥거렸다.
부하가 다가가자 담배를 얼굴에다가 지져버렸다.
치이이익.
“아아아아악!”
“모처럼 디어네를 찾았어.”
“요, 용서해주…….”
“정보를 사느라 꽤 많은 거금이 들었지.”
서늘한 시선이 부하에게 향했다.
피부가 타들어 갈 법하나, 담배를 지진 곳에 흔적만 있을 뿐이었다.
“돈만 들었겠어? 디어네를 목이 빠지라 기다리고 있는 우리 고객님들의 애절함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부하는 그 물음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데 사라졌다고?”
바로 얼굴로 밀려오는 그녀의 손아귀에 부하는 숨을 참았다.
“그런데 도망갔다고?”
슬쩍 올라간 눈꼬리에 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 눈동자와 마주한 부하의 얼굴 역시 다양한 감정이 드러났다.
“내가 무서워?”
“……아, 아닙니다.”
“권석현이 사라졌어. 이지혜 짓이겠지. 딱히 특별한 것도 없어. 그저 권석현은 실패했고, 이지혜가 성공한 거야. 하지만 나로서는 정말 안타까워. 이지혜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뭘 말하려는지, 무얼 바라는지도 모르는 채로 부하는 얼굴을 잡은 그녀의 손길에만 모든 감각이 쏠렸다.
“이렇게 환수가 넘치는 시대에 그 많은 것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잖아? 그렇지?”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누가 끄덕이래?”
목덜미를 긁듯 매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부하의 행동이 뻣뻣하게 굳어지자 그제야 그녀는 만족하며 웃었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한 건데, 이지혜는 이걸 모르더라고. 그 짐승하고 우리가 어떻게 공존할 건데? 그냥 적당히 예쁘게 생긴 거면 박제해서 보는 게 더 좋은 거잖아? 그렇지 않아?”
그녀의 시선이 벽에 걸린 환수의 얼굴로 향했다.
황홀한 미소가 드리웠다.
저렇게 예쁜데.
저기 걸리면 영원히 아름다울 텐데.
“저기 자리에 디어네가 있어야 했어. 하지만 그게 실패했네?”
빈자리를 바라보던 그녀가 웃었다.
“그래. 이게 네가 죽는 이유야.”
퍼엉!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딸랑딸랑.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종을 흔들자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익숙하게 수건을 내밀었다.
“저거 치우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어딘가로 향하다 멈췄다.
“아, 도망간 그 새끼들 찾으면 내 앞으로 데리고 와. 순순히 죽으면 아깝잖아?”
“알겠습니다.”
부하는 대답과 함께 고개를 숙인 뒤 휴대전화를 건넸다.
“네, 회장님.”
그녀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변했다.
“그럼요. 당연히 준비해뒀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아시잖아요. 없어도 잡으면 그뿐이죠.”
천천히 그녀의 입꼬리가 길어졌다.
* * *
은호는 윈디드가 들고 왔다는 그걸 보며 기겁했다.
다름이 아니라 뿔이었다.
‘…뿔이 왜 이렇게 커?’
양팔을 넓게 벌린 것보다 더 크면 어쩌자는 걸까.
그럼, 대체 그 환수 얼마나 크다는 걸까.
“…형, 어떤 환수인지 알겠어요?”
“아니. 조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솔직히 이만한 뿔도 처음 봤어.”
태호가 고개를 젓자 은호는 깜짝 놀랐다.
그 태호가 모를 수도 있다니.
“그 환수, 땅속에 힘을 묻어서 터트릴 수 있었어요. 힘에 닿자마자 나무든 땅이든 다 녹아내렸고요.”
은호는 혹시 도움이 될까 태호에게 말했지만, 태호는 여전히 미간을 만지작거렸다.
“방금 뿔과 관련된 해당 환수를 다 찾아봤지만, 이렇게 큰 뿔과 관련된 데이터는 없었습니다.”
가을이 꺼낸 말에 태호는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렇지? 역시 없는 게 맞지? 내 기억이 잘못됐나 싶었네.”
“아직 발견하지 못한 환수도 있어요?”
은호가 슬쩍 묻자 태호는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당연하지. 환수가 사는 곳이 워낙 다양하니까. 환수가 나타난 지 한, 30년은 됐으려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환수도 있어. 새로운 뿔을 보니 이게 참, 기쁜데, 기뻐하면 안 되니까 문제네.”
“박사님. 환수 관리국에도 연락해볼까요?”
가을은 태블릿에서 시선을 떼며 물었다.
“솔직히 기록이 있으려나 모르겠어. 이번 은호 씨가 겪은 디어네 일도 그렇고, 권석현 그 자식이 숨긴 정보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서 회의적이긴 하네.”
찰칵.
은호는 태블릿에 달린 카메라로 뿔을 찍었다.
“태블릿 씨. 혹시 이걸로도 추적할 수 있을까요?”
《해당 요소로는 아직 추적할 수 없습니다.》
‘아직이라면 나중에는 된다는 소리겠지? 내가 더 성장하면.’
은호는 괜히 밀려드는 아쉬움에 태블릿을 만지작거렸다.
거의 다 잡았는데, 마지막 추적이 어렵다니.
“…어, 잠시만.”
태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기억 저 건너편에 이 뿔과 관련된 자료를 본 것 같기도 했다. 워낙 스치듯 본 거라 기억을 떠올리질 못했다.
“뭔가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한데.”
“형.”
“그래, 은호 씨.”
“혹시 이지혜 국장님한테 연락해봤어요? 어쨌든 삐약이랑 그 환수랑 싸웠으니까, 그 주변에 반응이 왔을 거잖아요.”
“아, 그건 했지. 지금 조사 중일 거야. 그쪽에 우리 직원도 갔어.”
“그럼, 나도 거기 가봐야겠는데요?”
“은호 씨 지금…….”
“거기 멍멍이 형님이 있을 거예요.”
“……?”
태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흑견이 거기에.
“삐약이한테 들어보니까 좀 화가 났다고 하는데, 거기에 환수 관리국 사람까지 있으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은호가 던진 말에 태호는 깊게 고민했다.
권석현이 사라졌어도 환수 관리국 내부가 그렇게 빨리 달라졌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흑견을 만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니 그렇게 아찔할 수가 없었다.
“그럼, 제가 지금 바로 연락해두겠습니다.”
가을의 제안에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헬기도 준비해 줘. 은호 씨, 혹시 위치 알아? 아니다 윈디드랑 같이 가면 되겠네.”
“아뇨. 금방 가요.”
“금방 가다니?”
태호는 은호가 꺼내는 그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지금 헬기보다 빠를 수 있는 건 초능력뿐이었다.
“……아!”
이내 태호가 놀라자 가을은 안경을 올렸다.
뭘 말하는 걸까.
“저 환수도 알아낼 수 있으면 그럴게요. 형도 혹시 도중에 환수와 관련한 정보를 알게 되면 말해줘요.”
은호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윈디드와 싸우다가 도망갔다고 했다. 도망가면서 힘도 썼다고 했으니 숲이 엉망일 게 뻔했다.
더는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어쨌든, 이번에는 반드시 그 얼굴을 봐야 했다.
“이제 슬슬 압박해야죠. 잡으면 좋고요. 데려올 수 있으면 그럴게요.”
“잠시만, 은호 씨.”
“형이 말려도 갈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야. 해당 환수가 어떤 힘을 쓰는지는 알아?”
“모르겠어요.”
“부식이야.”
“…부식이요? 그게 부식이에요?”
나무와 땅이 순식간에 녹았다.
그게 어떻게 부식일까.
“땅을 분석해본 결과 부식일 확률이 매우 높았어.”
“맞습니다. 여러 성분이 섞여 있긴 했지만, 부식의 힘이 맞습니다.”
가을이 태호의 말을 뒷받침해주었다.
“원래는 부식의 힘을 중심으로 환수를 찾았는데, 저 뿔이 나오면서 찾았던 데이터가 소용이 없게 됐습니다. 어쨌든, 이 정보가 서은호 씨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꺼내는 가을의 말에 은호는 잠깐 고민했다.
“가기 전에 구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요.”
“말씀하세요. 여기는 연구소입니다. 서은호 씨가 원하는 것들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가을이 자신감 있게 말을 꺼냈다.
* * *
윈디드가 기웃거렸다.
“왜 그래, 삐약아?”
“아니, 새삼 신기해서.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다니.”
은호가 만든 기묘한 힘 너머에 있는 곳은 그 존재를 처음 만났던 바로 그 장소였다.
“삐약아 놀라는 건 나중에 하고, 일단 빨리 들어가자. 얘들이 오는 것 같아.”
은호가 뒤를 계속 살펴보았다.
느낌이 묘했다.
환수 친구들이 우르르 오는 것만 같았다.
“데려가면 되지 않아?”
“위험하잖아. 큰일 나면 어떡해.”
“…그럼, 나는?”
윈디드가 날개로 본인을 가리켰다. 타버린 깃털을 치료한 흔적을 노골적으로 내보였다.
너무도 당당했기에 은호는 눈을 몇 번 깜박거리다 이내 웃음이 터졌다.
몇 번 웃다가 말을 꺼냈다.
“너도 무리하지 않아도 돼. 저기에 있어도 괜찮아. 정말이야.”
“농담한 거야, 말썽꾸러기. 진짜로 걱정하지 마.”
윈디드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은호가 열었던 공간이 닫히기 전에 뭔가 빠르게 달려왔다.
쏘옥.
레비아탐이 얼굴을 집어넣으며 배시시 웃었다.
“자, 잠시만.”
은호가 급하게 다시 공간을 열었다.
“은홈! 은홈! 나도 갈램!”
레비아탐이 두 앞발을 뻗었다.
“이번에는 진짜, 진짜, 위험한데?”
“나 그때, 너무 화났엄. 은호를 공격한 환수얌. 내가 때려줄 거얌!”
레비아탐이 두 앞발을 펀치 하듯 번갈아 휘둘렀다.
앞발이 짧기에 은호는 고개를 돌려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아, 폭시가 온담.”
그 말에 은호는 레비아탐을 안고는 급히 공간을 닫았다.
“……?”
레비아탐은 은호의 손아귀에 대롱대롱 매달리다 눈을 휘둥그레 떴다.
폭시 이야기에 열렸던 공간이 닫혀버렸다.
“은호는 폭시가… 싫엄?”
저 물음에 은호는 덩달아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