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7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79화(79/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79화
79화. 다시 만났다
폭시는 은호의 허망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호를 안아주었다.
태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숨도 안 쉬는 것 같기에 은호가 다가가 태호의 어깨를 흔들었다.
“형? 형. 숨은 쉬어야죠.”
“……하.”
태호가 그제야 겨우 숨을 내쉬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나, 살아있어?”
“아뇨. 죽었어요.”
태호의 품에 안긴 폭시가 눈에 들어왔기에 은호의 말투는 살짝 퉁명스러웠다.
그 퉁명스러움에 태호가 뒤늦게 낄낄거렸다.
“은호 씨 설마 질투해?”
“은호, 멍멍이 형님 닮아가.”
태호와 폭시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튀어나왔다.
태호는 그렇다고 치는데, 폭시가 꺼낸 저 말에 은호는 뒤에 있던 흑견을 바라보았다.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나랑… 멍멍이 형님이?”
은호 역시 덩달아 기분이 이상했다.
“응! 태호가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아. 그래서 기특해서 칭찬했어.”
폭시는 태호를 두드려준 뒤에 헐레벌떡 은호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전세가 뒤바뀌자 은호는 태호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웃어주었다.
“질투라뇨. 그런 거 안 하죠. 혹시 형, 질투하나요?”
장난기가 가득 담긴 그 웃음에 태호는 쉽사리 말문이 나오지 않았다.
아련한 눈으로 폭시를 바라보다 은호를 향해 감정을 세게 넣었다.
“은호 씨는 왜 또 병실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는 거지? 이거 안 되겠네, 아윤 씨를 불러와야겠네.”
“형. 치사하게 그렇게 나오지 말고 내 말부터 들어봐요. 아니지, 물어볼 게 많은 건 형이잖아요. 나 진짜 갈까요?”
은호가 여유만만하게 미소를 흘렸다.
태호가 바쁘기에 이렇게 직접 왔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한 건 그였다.
“이번에 만난 환수가 어떤 친구인지 무척 궁금할 텐데요?”
은호는 태호에게 받은 작은 카메라를 가리켰다.
자신이 원할 때 영상을 찍을 수 있었고, 그 영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태호가 주었다.
믿음의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태호는 은호가 가리키는 걸 보자 속으로 후회했다.
“…하하. 당연히 농담이지, 은호 씨. 일단 앉을까?”
“발견되지 않은 환수가 맞았어요.”
은호가 흘린 말에 태호는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 그거 정말이야?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
태호는 은호의 저 당당한 말의 근거를 알고 싶었다.
어쨌든, 은호는 기억을 잃었고, 자신은 환수 연구소의 소장이었다.
상식적으로 은호보다 자신이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했다.
“일단 앉자면서요.”
먼저 자리에 앉은 은호를 따라 태호 역시 앉아서는 마른침을 삼켰다.
“형이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은호는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
그제야 태호는 머쓱함을 드러냈다.
잠깐 웃다가 너스레를 떨며 말을 내뱉었다.
“방금 진짜 어떤 생각을 했냐면, 은호 씨한테 환수와 관련된 어떤 도감이 있는 줄 알았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 도감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묘한 침묵이 몰려오자 태호는 은호의 눈치를 살폈다.
“아, 아니, 그렇다는 거지. 어쨌든, 그 영상 나한테 꼭 줘야 해.”
“당연하죠.”
은호는 싱긋 웃었다.
‘…좀, 떨렸는데?’
자신에게 태블릿이라는 도감이 있었다.
다른 사람 눈에는 이게 보이지 않기에 그냥 이상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들켜봤자 좋을 건 없었다.
“그런데 그 친구, 데려오진 못했어요.”
은호는 괜히 목이 멨다.
크라슨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은호 씨가 데려올 수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태호는 굳이 깊게 묻지 않았다.
이 이상 은호에게 뭘 요구하는 것도 웃겼고.
“환수가 같은 환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알았는데, 그래도 직접 보니까 기분이… 너무나 이상했어요. 힘이 있으니까, 그 규모가 커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은호는 뒷말을 더 잇고 싶었지만, 그만뒀다.
어쩌면 자신 혼자 착각해서 멋대로 눈에 필터를 덮어씌웠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환수라는 존재는 사람과 달리 착한 이들이 더 많다고.
“은호 씨.”
“좀 이상한 소리를 했나요?”
“그렇지 않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사실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해.”
“…정말요?”
은호가 놀라며 묻자 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해결한 거예요?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기분을 극복하게 된 계기 같은 게 있던 거예요?”
“아니. 그런 건 없어.”
“그러면 이걸 어떻게 극복한 거죠?”
은호는 호기심을 드러내기보다는 어떤 방법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태호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무조건 방법을 찾아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강박과도 같은 모습을 내보였으니까.
“환수도 생명이야. 사람과 똑같아. 사람도 같은 사람을 공격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당장 뉴스만 봐도 초능력자 문제로 시끌벅적해. 하지만 우리가 관심이 있는 건 환수이다 보니까 초점이 조금 흐려지는 건데, 결론은 똑같아.”
“똑같다뇨?”
“환수는 사람처럼 다양한 생각과 성격을 가졌다는 거야. 그러니까 어떤 틀을 두고 바라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
‘틀을 두지 않는다고?’
은호는 그 말을 되짚어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태호의 말이었다.
자신보다 얼마나 더 깊이 고민했을까.
“하지만 사람하고 공존하려면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제지가 필요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게… 힘으로 억누르는 거라도요?”
“은호 씨. 우리도 권력이라는 힘과 법이라는 힘으로 짓눌리고 있어. 뭐가 다르다고 생각해?”
태호가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꺼낸 그 말에 은호는 눈이 커졌다.
“가장 중요한 건 기준점이지. 그렇지 않아?”
“그렇죠…….”
“나는 은호 씨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태호의 미소가 길어져서는 은호를 기특하게 보고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가 가진 힘 때문에 연구소 직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환수를 두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저 모습에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오싹.
은호는 이유 모를 소름을 느끼다가 태호를 찾아온 다른 목적을 꺼냈다.
“형.”
“응?”
“혹시 환수의 왕을 알아요?”
은호의 물음에 태호는 등받이에 깊숙이 기댔다.
그 말을 마치 들을 줄 알았다는 듯 숨마저 길게 내쉬었다.
“왕은 있어. 잘 살아 있고. 이게 말해줄 수 있는 전부야. 그 이상은 은호 씨라고 해도 안 돼. 내 목이 간당간당할 일이니까.”
“기밀인가요?”
“그래.”
“그럼, 내가 스스로 찾는 건 괜찮다는 거죠?”
“그렇지.”
태호의 웃음에 은호는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아, 깊이 파고들지 마. 이건 경고야, 은호 씨.”
태호가 언제 웃었냐는 듯 미소를 싹 지웠다.
경고라는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지만, 그래도 은호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어째서요?”
“죽을 수 있으니까.”
상당히 오싹한 말임에도 은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환수 밀렵꾼들이 그렇게나 가지고 싶고, 정화자들이 그렇게나 죽이고 싶은 환수가 바로 왕이야.”
왕의 정보를 파고들수록 이 둘과 마주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러니 죽을 수 있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
“당장 나도 그놈들이 만든 리스트 중 상위 자리에 안착해 있을걸?”
“만약에 그 리스트 보게 되면 형 이름은 지워줄게요.”
그 말을 저렇게 받아치다니. 태호는 뻔뻔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 참 웃겼다.
“제발 그렇게 해주라. 어디 갈 때도 주변 눈치 보는 게 참 피곤하니까.”
태호는 낄낄 웃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형. 이번에 디어네 사건으로 잡은 환수 밀렵꾼이 꽤 크다면서요?”
“그럴 낌새가 나긴 하더라고.”
“형. 얼굴 가릴 수 있는 거 뭐 하나만 만들어 줘봐요. 튼튼한 걸로요.”
“…은호 씨. 나는 진짜 은호 씨가 사고를 칠까 봐…….”
“락이터 새끼, 데려가기로 했죠? 나하고 같이 갈래요?”
“걱정되기 한데, 그래도 사람이 대의를 위해 일한다는데 내가 한 몫 거들어야지.”
태호는 급히 말을 바꿔 은호와 손을 잡았다.
락이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거절할까.
“그런데 은호 씨. 지금 가려는 거 아니지?”
활짝 웃으려던 태호가 넌지시 밀려오는 물음에 말을 꺼냈고, 환히 웃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은호였다.
* * *
“…은호는 우리의 왕이 궁금해?”
폭시가 은호 옆에서 걸어가며 물었다.
“당연히 궁금하지.”
은호가 대답하자 흑견이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대답해줄 수 있다.”
“정말?”
은호가 호기심을 드러내자 흑견은 길게 하품하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인간이 바라는 대답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괜찮아. 내가 궁금한 건 그렇게 큰 건 아니야.”
“그럼, 물어봐라.”
“혹시 만나봤어?”
“만나지 못했다.”
“나도!”
흑견에 이어 폭시까지 꺼낸 말에 은호는 부풀어 오른 여러 질문이 확 꺼져버렸다.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로 그냥 모든 질문이 사라졌으니까.
“그…러면 괜찮아.”
왕을 잘 아는 윈디드는 이미 가버렸다.
―삐약이가 그 존재를 데리고 간다고 했엄. 나중에 보자고 전해달라고 했엄.
레비아탐이 오늘 아침 헐레벌떡 뛰어와 사실을 알려주었다.
윈디드가 원래 바람을 따라 움직인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도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다음에 보자는 인사도 못 했는데.
‘……아쉽네.’
은호는 디어네 종인 라흐다의 병실 앞에서 잠깐 섰다.
똑똑.
문을 두드린 뒤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라흐다가 앉아 있었다. 꽤 정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안녕, 라흐다. 몸은 어때?”
“괜찮다.”
“이제 슬슬 친구들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다.”
라흐다는 많은 말을 아꼈다.
더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걸 알지만, 라흐다는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친구야.”
은호는 침대에 살짝 걸터앉아 라흐다를 쓰다듬었다.
“네 기분은 아는데, 내 눈치는 안 봐도 돼.”
“하지만 너는 내 은인이자, 우리 무리의 은인이다.”
“나도 그때 즐거웠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나한테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고. 이거 봐봐.”
은호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위에서 밑으로 내리자 공간이 열렸다.
라흐다의 눈이 커졌다. 공간 너머로 익숙하고 그리웠던 그 냄새가 흘러나왔다.
입이 빠르게 벌어졌다.
크게 뜬 눈동자가 누군가를 찾으러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 한 마리의 디어네가 보였다.
라흐다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저 반사적으로 그리웠던 저 존재의 이름을 불렀다.
“리네!”
그 소리에 등을 돌리고 있던 디어네가 고개를 돌리다 말고 그대로 모든 행동을 멈췄다.
이미 눈으로 모든 걸 말하고 있었으니까.
“친구야. 이리와도 돼.”
은호가 디어네를 향해 손을 휘젓자 그를 보며 크게 반겼다.
“은호!”
“…뭐? 은호라고?”
“오! 진짜다! 안녕, 은호!”
“다들 안녕.”
은호는 하나씩 모여드는 디어네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
라흐다는 놀란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불린 이름이 자신이 아니라니.
그것도 잠시, 어느새 모여든 무리의 존재들을 보며 라흐다는 미소를 지었다.
단시간 내에 무리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인간이란 소리였다.
자신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그동안… 잘 지냈나?”
라흐다는 하나씩 몰려드는 부하들을 보며 인사했다.
“……대장.”
“대자아앙!”
디어네들이 라흐다를 보며 울먹였다.
“곧 다시 너희에게 갈 테니까. 기다려주거라.”
라흐다는 익숙하게 디어네들을 달랬다.
“기다릴게.”
“꼭 기다릴게, 대장.”
라흐다와 디어네들의 행동은 꼭 넘지 못할 벽을 두고 애가 탄 가족들 같았다.
이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친구들아? 거기 서 있지 말고, 여기로 넘어와도 돼.”
은호가 공간 너머로 팔을 뻗었다.
그제야 누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디어네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립고.
또 그리웠던 대장이었으니까.
* * *
“…잠시만, 은호 씨.”
태호가 숨을 골랐다.
“형. 건너와도 돼요. 저번에 건너온 적 있지 않아요?”
공간 건너편에서 은호는 락이터의 새끼를 안은 채 태호를 재촉했다.
“넘어온 적 있는데, 나는 아무리 봐도 저 원리를 모르겠어.”
태호는 공간을 빤히 바라보았다.
한 번 본 것도 아니지만, 여간 찝찝한 게 아니었다.
정체 모를 힘이었다.
이게 초능력이 아니라면 대체 무슨 힘일까.
“끼어도 괜찮더라고요.”
은호가 넌지시 말을 꺼냈다.
레비아탐이 저번에 얼굴이 낄뻔한 뒤로 한 번 실험을 해봤다.
결과는 놀랍게도 닫히지 않았다.
목이 서걱, 댕강 잘리는 일이 벌어질 리가 없다는 소리였다.
다만, 그대로 닫힌 채로 꽉 잡고 있었기에 한 번쯤은 다르게 응용해봐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면 더 무섭잖아.”
“형. 지금, 무서운 게 중요하지 않잖아요. 이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데요?”
“…은호오, 오늘 정말 엄마 만날 수 있어?”
락이터의 새끼는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넙데데한 상어 얼굴이었지만, 한껏 젖살이 올라 통통했다.
밥도 잘 먹었기에 살도 올라 있었다.
“간다고, 가.”
태호는 겁에 질린 채로 성큼 넘어오다 말고 묵직한 소리가 들리자 뒤로 빠졌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에 은호의 눈마저 커졌다.
“아가!”
락이터가 등장했다.
새끼의 냄새를 맡고 빠르게 뛰어왔을까.
무엇이 되었든 활짝 웃는 락이터의 새끼를 보자 은호는 락이터의 새끼를 잡은 팔을 힘껏 앞으로 내밀었다.
“엄마!”
새끼가 우렁차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