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8화(8/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08화
8화. 대화하자고!
* * *
“…아이, 이렇게 오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은호는 가을과 태호를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미 퇴원 날짜를 다 알지만, 그래도 반가웠다.
“다 챙기셨나요?”
가을의 물음에 은호는 침대를 한 번 살폈다.
회색빛을 띠는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을 따라 살짝 흔들렸다.
“잠시만요.”
“네. 천천히 확인하세요.”
가을은 안경을 올리는 척 은호를 보았다.
은호의 입원 기간만 한 달 정도였다.
원래는 3달 정도라고 했는데,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이 아닐까 싶었다.
“없네요. 여기에 한 달 정도 묵으니까,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병원은 역시 병원이었다.
어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아, 집이 없는데, 저 어디에서 지내죠?”
은호는 슬쩍 태호를 바라보았다.
“잠시만요.”
가을이 태블릿을 조작하며 말을 꺼냈다.
햄피아가 떠났던 그날, 은호는 태호에게 뭘 하고 싶은지를 알려주었다.
임시 보호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환수를 돕고 그들을 보호하고, 같이 놀고 싶다고.
동물원을 운영하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이 바뀌고, 달라진 결과물이 아닐까.
여전히 동물들이 좋았고, 새롭게 환수라는 존재가 추가되었다.
또 그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드루이드의 힘으로 그들을 도우며 교감하는 삶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태호와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느낌이네요. 결국 같은 꿈을 꾸고 있잖아요? 연구소는 은호 씨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태호는 좋은 협력자가 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연구소가 돈이 많다는 건 비밀이라며 슬쩍 언질을 주기도 했다.
―이걸 부업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환수도 털갈이 같은 걸 한단 말이죠? 산이나 물속 등 자연에 퍼지면 찾기가 어려운데 잘 모아주시면 값을 치르고 가져가겠습니다. 연구에 필요한 부분이라서 그러는 거니까 부담가지지 않아도 돼요.
일단 환수 자체는 보호종이기에 연구원이 아닌 이상, 이를 거래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 강하게 막았기에 암시장 쪽이 활성화되어 있고, 어느 환수 할 것 없이 털, 발톱 등 대부분 모든 부위가 고가에 값이 매겨져 있었다.
―…환수 사냥이 왜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는 알겠죠? 일단, 돈이 밑에서 돌고 있습니다. 환수 자체가 환상 동물로 취급되고 있어 미신 역시 많죠. 그리고…….
태호는 이상하게 마지막 말만큼은 아꼈다.
원래 말을 하려다 그만두는 건 몹시 나쁜 행동이나, 좋은 파트너 사이를 유지하려면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었다.
“흑견을 생각해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을 매입했어요. 마당이 넓은 주택이죠.”
가을은 사진을 내보이려다 이내 주저했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고요?”
은호가 깜짝 놀랐다.
솔직히 투룸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단위가 달라지고 말았다.
“…아파트가 주택과 비교해 장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생활적 부분에서 많이 떨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와 주택이 얼마나 다르길래, 그래요?”
마당이 딸린 집.
머릿속으로 집을 잠깐 상상하던 은호는 의문을 드러냈다.
여긴 이세계였기에 뭔가 다를까 싶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가 하나의 작은 마을처럼 형성되어 있어 아파트 내 식당, 헬스장, 수영장, 도서관, 건강 센터 등 셀 수 없는 생활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아아, 그런 거라면 있어도 사용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아서 괜찮아요.”
“그렇습니까? 조금 안심했습니다. 배려심이 깊으시네요.”
가을은 안도하며 태블릿을 은호에게 내밀었다.
‘……와.’
은호는 당장 입을 가리고 싶었다.
살면서 누군가는 마당이 넓은 집에 살고 싶다는 환상을 품고 있지 않은가.
그런 환상을 이루게 해주는 집이었다.
주택이라고 하는데, 건물의 높이는 3층이었고, 마당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너무 넓었다.
오로지 흑견이 뛰어논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는지, 집 뒷마당이 이름 모를 숲과 이어져 있었다.
‘미쳤다!’
은호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은 장소는 아파트 위주로 되어 있기에 상업 시설 역시 다 그쪽으로 쏠렸습니다. 자연스럽게 단독 주택이 있는 쪽은 여러 편의 시설의 질이 떨어진 터라 걱정했는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자인가요?”
편의 시설이고 뭐고 이렇게 주택을 주는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어 은호는 그 말을 삼키지 못했다.
연구비가 진짜 펑펑 나온다고 하는데, 대체 어느 정도기에 이런 집이 성큼 줄 수 있을까.
가을은 슬쩍 태호를 눈으로 가리켰다.
태호가 부자라는 말이었다.
“…와아, 내적 친밀감이 막 샘솟는데요? 지금 당장 형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이미 박사님이 좋아하는 걸 다 가지고 계시니, 제일 친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 씨. 태호 씨랑 너무 친해져도 질투하시면 안 돼요.”
“……제가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가을은 밀려드는 감정에 눈을 찌푸렸다.
“…아, 실수했네요.”
은호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태호가 가을에게 아무리 잘해줘도 결국, 직장 상사였다.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선이라는 게 존재했으니까.
“좋은 사람인 건 맞습니다.”
“…가을 씨, 지금 뭐라고 했어?”
태호가 놀란 표정을 하자 가을은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말씀 나누시고 내려오세요. 먼저 출발 준비하겠습니다.”
가을은 병실 밖으로 나가자 태호가 문을 가리키며 으쓱거렸다.
“내가 소장직을 맡은 이후로 가장 잘한 일이 가을 씨를 뽑은 겁니다.”
“확실히 그래 보이네요. 가을 씨, 정말 일을 잘하니까요.”
“은호 씨도 그렇게 보이죠?”
“이제 은호 씨 하지 말고, 은호라고 마음껏 불러 주세요. 저도 이제 형이라고 부르려고요.”
“…갑자기요?”
“원래 다 갑자기 시작되는 거잖아요? 저는 처음 볼 때부터 형이라고 생각했죠, 태호 형.”
은호는 손을 내밀었다.
그 능청스러운 행동에 태호는 웃음이 나고 말았다.
회사 생활을 아주 굵직한 사람 같았다.
앞으로 좋은 파트너로서 잘 지내고 싶었기에 이런 말은 오히려 반가웠다.
“잘 지내보자, 은호 씨.”
“그럼요. 먼저 갈게요.”
은호는 활짝 웃은 뒤, 그림자를 보았다.
“가자, 멍멍이 형님.”
“……인간. 너는 입도 가벼웠다.”
갑자기 세게 들려오는 흑견의 실망감에 은호는 절뚝거리며 앞으로 가려다 아래를 바라보았다.
―나 누구한테 형님 소리한 적이 거의 없어. 이건, 영광이라고.
은호는 문득 자신이 흑견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초등학교 3학년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 * *
끼익.
차가 급히 멈췄기에 은호는 깜짝 놀랐다.
그림자 속에서 앞발이 살짝 나와 은호의 등이 떨어지지 않게 막았다.
“내가 살피고 오겠다.”
“아니야, 멍멍이 형님은 여기 잠깐 있어봐.”
은호는 앞을 바라보았다.
음주 운전 단속처럼 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저 사람들 누구예요?”
“환수 관리인이에요. 왼쪽 팔에 사자 얼굴 문양이 박힌 옷을 입은 사람은 무조건 그들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도시 입구부터 통제가 일어난 걸 보니,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에요.”
“여기 있어 봐, 가을 씨. 은호 씨도. 내가 가볼게.”
태호가 안전 벨트를 풀어서는 차 문을 열었다.
“박사님. 같이 가요.”
가을 역시 태호를 따라 문을 열자 은호마저 안전 벨트를 풀었다. 그녀는 한 발 밖에 내민 채 뒤로 돌아보았다.
“서은호 씨는 여기에 있어도 됩니다.”
“그러면 너무 섭섭하죠. 따라갈게요.”
내리자마자 은호는 숨을 잠깐 삼켰다. 아파트 꼴이 어딜 봐도 너무 엉망이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누가 작정하고 물감으로 도시 전체를 테러한 것처럼 여기저기 다양한 색을 가진 끈적한 액체가 보였다.
사람들이 저 액체를 피해 도망가고 있기에 너무 이상했다.
“제가 몰라서 그런데 혹시 여기 예술의 도시 이런 곳이에요?”
가을이 조금은 차갑게 쳐다보자 은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내뱉었다.
“아, 그건 아닌가 보네요. 그러면 초능력자의 습격인가요?”
“…은호 씨. 이건 환수가 저지른 거야.”
태호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급히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통화했다.
머리를 때리는 말에 은호는 숨을 삼켰다.
아파트 벽면마다 칠해진 그 끈적한 액체를 다시 보니 앓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임시 보호소가 되겠다고 했는데…….’
너무 철없던 말이었을까.
이것만 본다면 환수가 인간을 먼저 공격했기에 저 짓을 저지른 환수를 감쌀 수조차 없었다.
“형. 어떤 환수가 그랬는지 알아요?”
“이렇게 색을 내는 공격을 하는 환수는 하나야. 포이키.”
은호는 이름을 듣자마자 태블릿을 슬쩍 건드렸지만,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만져야만 정보를 볼 수 있나? 아니면 아직 내가 덜 성장해서 그런가?’
아직 헤드셋 없이는 흑견과 말을 나눌 수는 없었다.
환수와 말을 나눌 수 있는 훈련법 중 하나라 잘 때 빼고는 거의 계속 쓰고 있었다.
“원숭이랑 아주 살짝 닮은 환수야. 영역이 확실한 환수라 이렇게 도시로 잘 나오지 않는 얘들인데, 뭔가 이상해. 수많은 아파트를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화가 날 만한 일이 있다는 건데…….”
태호는 말을 하며 얼굴을 구겼다.
“그러니까, 먼저 공격한 게 환수가 아니라는 거예요?”
“맞아.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공격처럼 보이겠지. 실제로도 공격은 맞아.”
조금 전부터 공격이라는 말은 하는데, 지우는 게 힘들어 보일 뿐, 누가 다친 건 아니기에 은호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저 액체가 잘 안 지워져서 공격이라는 거죠?”
“그것도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저 물감 같은 진득한 액체가 독으로 바뀐다는 거야.”
“……독이요?”
은호의 눈이 커졌다.
뭔가 비현실의 세계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이미 비현실적이라는 건 흑견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과 달랐다.
하필 그 대상이 가장 익숙한 공간인 아파트이기 때문에 그럴까.
그게 아니라면 이곳이 도시라는 걸 눈으로 봤기 때문일까.
“내가 환수를 좋아하고, 그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과 별개로 환수가 가진 힘은 위험해.”
태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착잡함이 표정에 묻어났다.
“…이건 흑견과 달리 사살 명령이 내려와도 막기 어려울지도 몰라.”
무거운 그 말에 은호는 시선을 내려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흑견의 외견만 본다면 도시 지배는 물론, 밑에 체급이 딸리는 환수를 주렁주렁 달린 보스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흑견은 늘어지게 잠자거나 그림자 속으로 파고들어 달리는 걸 좋아하고, 투덜거리지만, 대화하는 걸 또 즐겼다.
친근감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성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누군가를 거느리는 보스가 아니라 집에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 있길 좋아하는 쪽이었다.
“그럼, 확인해보죠. 포이키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상태인지요.”
은호는 자신감을 담아 말했다.
흑견도 보는 것과 실제가 너무도 다른데, 포이키도 그렇지 않을까.
자신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었다.
“인간.”
흑견이 은호를 불렀다.
“응?”
“잠깐만 기다려라.”
“알겠어. 여기 가만히 있을게.”
대답을 듣고는 흑견이 그림자에서 다른 그림자로 이동하는 게 느껴졌다.
갑자기 뭔가 쏙 빠져나간 듯 헛헛함이 들었으니까.
은호는 태블릿을 꺼내 작게 속삭였다.
“태블릿 씨.”
《네.》
“혹시 인식하지 못한 환수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
《.》
《「드루이드가 어려운 당신을 위한 설명서.」 중 해당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드루이드임에도 인식하지 못한 여러 존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막막한가요? 바로 여기에 정답이 있습니다.》
《여러 존재를 찾고자 한다면 해당 세계에서 가장 시야가 좋은 존재의 힘을 빌려 발동시킬 수 있어요.》
치익.
갑자기 화면이 일그러지더니 글자가 바뀌었다.
《환수를 찾고자 한다면 현재 ‘맹금류의 눈’을 발동시킬 수 있어요.》
‘맹금류라면… 새잖아? 동물 쪽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내가 동물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
은호는 그 사실에 주목했다.
동물의 힘을 빌릴 수 있다니. 군침이 돌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령, 내가 아직 환수를 별로 만나지 못해서 동물의 힘만 사용할 수 있다면. 환수를 만나면 만날수록 이 힘이 개방된다면……?’
그런 가정 하나하나가 꽤 즐겁게 다가왔다.
《우리 초보 드루이드는 여러 힘을 견디기에 아직은 일러요. 가방을 뒤져 ‘안경’을 꺼내 보아요. 이것도 훈련이에요.》
은호는 주저하지 않고 가방을 뒤졌다.
혀를 날름거리며 가방 속에서 안경을 꺼냈다.
그냥 무난한 동그란 안경이었다.
“이것만 쓰면 된다는 거죠?”
신이 난 은호의 말에 가을은 통화하다 말고 슬쩍 쳐다보았다.
빈 태블릿을 잡고 속삭이는 모습은 몹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박사님. 정말, 파트너로 괜찮은 건 맞는 거예요?’
처음으로 감정이 크게 흔들렸기에 가을은 조용히 고개를 돌리며 환수 관리인에게 다가갔다.
은호는 주변을 한 번 살핀 뒤, 다시 태블릿에게 속삭였다.
너무 신났는데, 아무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누가 보면 그러니까.’
아예 차 뒤편으로 가 쪼그려 앉으며 안경을 착용했다.
“이다음에 뭘 하면 되나요?”
《간단해요. ‘당신의 것을 빌립니다’라고 말을 하면 됩니다.》
“무서운 말인데요?”
《훈련은 훈련이기에 익숙해질 때까지만 착용하면 됩니다. 행운을 빌어요, 꼬마 드루이드님(웃음).》
《이상입니다.》
저 웃음이 살짝 마음에 쓰였지만, 은호는 작게 그 말을 읊조렸다.
“당신의 것을 빌립니다.”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