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83)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83화(83/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83화
83화. 내 이름은 레비아탐이얌(3)
“반…드시, 반드시 널 때려눕혀 주겠다!”
“그러든지.”
아크가 이를 악물었지만, 흑견은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다시는 은호에게 기어오르지 못하게 짓누르고 싶었으니까.
“이제 됐어, 멍멍이 형님.”
은호가 말리자 흑견은 아쉽다는 듯 앞발을 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 얼굴을 쳐버리는 건데.
“그리고 아크. 너도 날 계속 도발하지 마. 내가 그걸 모를 줄 알아?”
은호는 아크의 깃털에 묻은 먼지를 털어준 뒤 일어날 수 있게 앞으로 당겼다.
“네가 원하는 건 내가 너처럼 하는 거지? 그러면 네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테니까. 그걸 원하는 거지?”
“그래.”
아크는 웃었다.
어차피 딱 한 번이면 저 가면 정도는 쉽게 벗겨낼 수 있었다.
진짜 모습이 뭔지 어떻게 알겠는가.
다른 걸 다 떠나 인간이 했던 말이 무너져야 다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럴 일은 없어. 단념해, 아크. 나는 널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은호는 자신감이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크라슨처럼 아크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환수들의 임시 보호소가 되겠다고 말한 자신의 역할이었으니까.
은호는 아크의 날개를 당기다 말고 레비아탐을 바라보았다.
‘역시 혼란스러운 줄 알았지.’
방금 자신이 꺼낸 말은 어떻게 보면 아크를 옹호하는 느낌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건 절대 아니었다.
그저 환수들의 임시 보호소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였다.
“레비아탐.”
“…어, 응.”
“그렇다고 나 때문에 아크를 용서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야. 그건 네 마음이야. 절대로 강요하지 않아. 얘가 너한테 못된 짓 한 건 사실이니까. 아니면 지금 너도 아크의 혀를 뜯어볼래?”
“…뭐라고?”
아크가 발끈했고, 레비아탐이 놀라며 앞발을 꼭 잡았다.
“넌 그래도 돼, 레비아탐. 그 정도 권리는 있어.”
은호는 웃었다.
상대를 아프게 했다면 당연히 본인도 그렇게 당할 각오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암. 그건 많이 아팜.”
레비아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를 두고 은호는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착하다고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아크. 넌 진짜, 레비아탐한테 절이라도 해야겠다. 저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쉽지 않으니까.”
“맞아. 절이 뭔지 모르겠지만, 레비아탐한테 계속 고마워해야 해.”
폭시마저 거들자 아크는 레비아탐을 보며 느끼는 그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아주 축축하고, 질척한 감정이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 친구 어디 있는지 알아?”
지금은 이게 가장 중요했다.
오해를 완전히 풀어버려야 아크 역시 저 불안함을 떨쳐내고, 숲이 다시 평화를 찾을 테니까.
* * *
“…야.”
아크는 다짜고짜 나무를 부서트렸다.
그 모습에 은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이 반으로 갈라진 것처럼 너무도 잔인했으니까.
하지만 그 소리에 저 멀리서 뭔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든 말든 은호는 부서진 나무에게 피를 주며 토닥거렸다.
“친구야. 나무 부서트리지 말라고 했지?”
아크에게 투덜거리던 차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거세지자 은호는 고개를 들었다.
그림자가 깊게 졌다.
“형님!”
이어 반가움을 담은 목소리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눈을 마주쳤다.
조금 전, 식물이 알려준 범인인 그 환수였다.
순둥순둥한 멧돼지를 닮은 환수는 어떤 말도 없이 긴 팔을 움직이며 크게 주먹을 내밀었다.
방금 피를 줬던 나무가 자라나다 말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그 일격을 대신 맞았다.
쾅!
피를 머금었기에 무척이나 단단해진 나무는 환수를 단숨에 휘감았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식물이 평소와 달리 이상하게 적극적이라 은호는 슬쩍 오른쪽 어깨를 보았다.
위그드라실이 힘차게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이것도 위그드라실이?’
자신의 귀에 들리진 않지만, 지금 위그드라실이 저 나무에게 뭐라고 말을 한 게 아닐까.
만약에 사실이라면 너무도 든든했다.
‘아차. 이게 아니지.’
은호는 힘차게 흑견을 불렀다.
“안 돼, 멍멍이 형…….”
흑견은 자신의 옆에서 꼬리로 얼굴을 쳤다.
“……?”
왜 흑견이 가만히 있을까.
조금 전 아크를 대할 때와 달랐다.
저 환수를 공격할 줄 알았는데.
“주변을 봐라.”
흑견의 말에 은호는 고개를 돌리다 이내 멈췄다.
폭시와 레비아탐이 예사롭지 않은 기색을 내보이고 있었다.
은호는 두 환수를 향해 얼른 손을 뻗었다.
“친구들아, 진정하자.”
“은홈. 나 은호를 건드리는 누구든 용서 안 햄. 그러기로 했엄.”
은호는 가족이었다.
레비아탐은 더듬이를 바짝 올린 채로 이를 갈았고, 폭시는 앞발 하나를 내민 채 발톱을 드러냈다.
“당연하지. 은호를 건드리면 너무 화가 나니까.”
두 친구 모두 화를 내고 있지만, 은호의 눈에는 달리 보였다.
병아리들이 ‘삐약’하고 우는 것 같달까.
참 고마웠다.
은호는 폭시와 레비아탐을 동시에 쓰다듬었고, 날을 세웠던 두 환수 모두 그 손길에 표정이 사르르 풀려버렸다.
‘이러니까 병아리들이지.’
은호는 키득거렸다.
“도와줘요, 형님!”
나무에 묶인 환수가 아크를 향해 애절하게 부탁했다.
아무리 해도 이 나무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저 까맣고 커다란 존재는 대체 뭔지.
세상에서 아크가 제일 크다고 생각했기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아크는 그저 차갑게 그 환수를 바라보았다.
“…형님?”
환수의 표정이 빠르게 무너져내렸다.
원래도 차가웠지만, 늘 보던 표정과 달랐다.
“네가 내 보금자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나?”
평소라면 몰라도 집을 건드린 이상, 전과 같은 표정과 시선으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거리를 저질렀으니까.
환수는 저 눈빛에 놀라며 시선을 내렸다.
“…저, 저 아니에요.”
“다시 묻겠다. 네가 저질렀어?”
아크는 아예 선을 그을 생각으로 환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형님! 나중에 다, 다 설명할 테니까, 저 인간부터 같이 처리해야 해요!”
환수는 은호를 보며 다급했다.
“여기에 인간이 있으면 큰일이 나요. 다른 인간을 부른단 말이에요! 형님도 알잖아요? 인간이 있으면…….”
“잡히거나, 죽는다고?”
은호가 뒷말을 이어주었다.
환수는 그 소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 말을 하려고 했어, 친구야?”
은호가 웃으며 환수를 만졌다.
태블릿이 튀어나오자 환수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멧복서》
《.》
《강한 외형과 달리 다른 존재를 향한 의존이 있는 편입니다. 같은 종보다는 주로 다른 종인 무리에 있으며 충성심 역시 높습니다. 하지만 그 충성심은 개개인 별로 달라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중 보행에 맞게 진화해 팔이 유달리 길며 주먹 역시 커다랗습니다. 주로 육체적인 능력 쪽으로 특화되어 있어 주먹이 굉장히 매섭습니다. 호전적인 부분 역시 존재해 다짜고짜 싸움을 걸 때도 있습니다. 이는 의존할 상대를 찾기 위한 과정이니 당황하지 마십시오.》
‘어쩐지 형님이라고 말을 하더라니.’
설명을 읽은 은호는 멧복서가 아크를 향해 꺼내는 저 ‘형님’이라는 소리를 이해했다.
지금까지 환수를 보았지만, 진짜 형제 관계 이외에는 ‘형님’이라는 소리를 언급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까.
“그런 걱정이라면 하지 않아도 돼. 난 그럴 생각이 없으니까.”
은호는 손을 뻗어 아크를 건드렸다.
그 모습에 멧복서는 눈을 크게 떴다.
“친구가 아크의 보금자리를 엉망으로 만들었어? 그래서 일부러 숲에 갈등을 일으키려고 했어?”
“…혀, 형님. 왜 가만히 있으세요?”
멧복서는 은호의 말 따윈 들리지 않았다.
그저 은호가 아크를 만지고 있음에도 가만히 있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었다.
멧복서는 그제야 알아챘다.
바로 저 인간이라는 걸. 눈이 바로 가늘어졌다.
“너구나! 형님의 자리를 빼앗는 그 존재가!”
차오르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저 인간 때문에 결국, 아크가 이 숲의 1인자에서 밀려나게 된 거라니.
그렇게 분통할 수가 없었다.
“형님이 최고여야 한다고! 형님이야말로 이곳을 통치할 자격이 있는 존재야! 네가 아니고!”
아크가 가는 그곳에 자신이 있었고, 아크가 향하는 그곳이 자신의 길이었다.
잠깐 자리를 비웠던 그 날, 모든 게 달라지고 말았다.
숲에 있는 모두 ‘은호’를 언급하며 아크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서로 공격하지 않기’라는 이상한 규칙을 들먹이며 오히려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그대로 길을 잃어버렸다.
“친구야.”
은호는 멧복서를 불렀다.
“닥쳐!”
“……하.”
흑견이 숨을 짧게 내쉬었다.
겁대가리 없는 닭대가리의 부하가 아니랄까 봐, 똑같았다.
귀찮게.
흑견은 멧복서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에 멧복서는 순간 땅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말았다.
뭔가 달랐으니까.
“그만큼 아크를 좋아한 거지?”
그때, 밀려오는 목소리에 멧복서는 그제야 은호를 바라보았다.
화낼 줄 알았는데, 웃고 있었다.
“아크가 너한테 굉장히 소중한 존재였던 거야? 그렇지?”
이어진 질문은 멧복서는 힐끔 아크를 보았다.
무척 화내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한 일은 아크를 돕는 게 아니었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인간 주제에!”
“아크는 네가 저지른 행동에 화가 났으니까.”
“…….”
은호가 사실을 언급하자 멧복서는 입을 다물었다.
“네가 아크를 돕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알았지만,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 일이었어. 아크는 이렇게까지 해서 나한테 이기고 싶은 게 아니거든.”
아크의 행동이 잘못되었지만, 적어도 비겁하지 않았다.
아크는 계속 자신을 이기고 싶어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힘으로 억누르지 않아도, 몇 가지 규칙만으로 모두 다 즐겁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 자신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을 테니까.
“…제가, 제가 그랬나요? 제가… 형님을 곤란하게 했나요?”
멧복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금방 울먹거렸다.
그만큼 아크에게 진심이 아니었을까.
“형님을… 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요?”
“……그래.”
아크는 모든 걸 내려놓은 것처럼 대답했다.
방금 저 대화로 모든 게 나왔다.
이번 일을 저지른 건 그간 자신이 괴롭혔던 환수들이 아니라는 걸.
‘…졌다.’
아크는 이 순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에 거슬리는 모든 걸 때려 부수며 살아왔다.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하지만 그 행동이 틀렸다고 주장한 저 인간으로 모든 게 뒤바뀌었다.
자신이 패배한 그 날, 숲에서는 낯선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은 점점 커졌고, 자신이 지나갈 때마다 사라지곤 했다.
숲이 이렇게나 적막했던가.
무언가 고립되어 가는 걸 느꼈다.
답답했다.
금방이라도 힘으로 억누르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누군가 비웃을 것만 같았다.
이번 일은 어쩌면 마지막으로 발견한 희망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허상이었지.’
자신이 그들을 괴롭혔기에, 피해 다닌다는 그 간단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1인자가 아니라, 그저 제 잘난 맛에 취한 망나니라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
“죄송… 해요, 죄송해요, 형님. 저는… 저는 형님을 위해 했는데…….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저는 멍청이에요!”
아크는 멧복서의 눈물과 미안함이 담긴 저 표정에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을 다 흘러내렸다.
이런 자신이라도 저렇게 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고맙다.”
“……?”
멧복서는 그대로 모든 행동을 멈췄다.
그 아크가 저런 말을 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간.”
아크는 은호를 불렀다.
“응?”
“내가 틀렸고, 네가 옳았다. …졌다.”
아크는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들이 부끄러워졌다.
“친구야. 사실, 그런 건 없어. 하면 안 되는 행동만 있을 뿐이지. 넌 진 게 아니라, 변한 거야.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은호는 아크를 매만졌다.
아크는, 코카트레스는 선천적으로 포악할 뿐이었다.
이렇게나 억누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 말은 나한테 먼저 할 건 아니라고 봐.”
은호의 말에 아크는 레비아탐을 바라보았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저 어리고, 작은 존재가 거슬려 혀마저 뜯어버렸다.
진짜 거슬렸던 걸까. 아니면 다른 심정이었을까.
자신에게는 없고, 저 작은 존재에만 있는 그게 질투라도 났던 걸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다.
아크는 숨을 깊게 내쉰 뒤, 진심을 담아 말을 꺼냈다.
“…미안하다.”
레비아탐을 보며 느끼던 축축함과 질척거리는 감정이 죄책감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난… 믿엄.
저 인간에게 지고, 약속을 다짐한 그때 유일하게 믿었던 존재가 웃기게도 저 조그마한 존재였다.
―내 혀를 뜯어갔지만, 거짓말할 존재가 아니라는 건 알암.
마주했던 그 눈빛이 너무도 올곧아, 그래서 도망치고 말았다.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으니까.
“나는 너에게 못 할 짓을 했다.”
아크는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이게 꺼낼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레비아탐은 사과가 담긴 그 모든 말에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으흑.”
이내 울음을 쏟아냈다.
앞발로 얼굴을 파묻었다.
“……고마웜.”
아크한테 사과를 받고 싶은 건지, 보복하고 싶은 건지 몰랐다.
이제야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아크한테 사과를 받고 싶었다는 걸.
드디어 그날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고마웜.”
레비아탐은 눈물을 닦은 뒤 아크를 향해 웃어 보였다.
하지만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러웠다.
괴로웠다.
그래도 지금은 너무도 기뻤다.
“내 이름… 은, 레비아탐이얌.”
레비아탐은 다시 이름을 말하며 앞발을 내밀었다.
그 앞발을 본 순간, 아크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저게 어떤 의미일까.
“잡아줘, 아크. 레비아탐이 바라고 있으니까.”
은호가 속삭이듯 말하자 아크는 천천히 날개를 내밀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사과도 태어나 처음 해보았다.
화를 낼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서럽게 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다 낯설었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아크다.”
아크는 어색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