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84)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84화(84/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84화
84화. 별을 품은 친구
콰아아앙!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은호는 눈을 황급히 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당장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을 바라보았다.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빛이 감돌았다.
꽤 먼 곳에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와아…….”
감탄부터 새어 나왔다.
이내 손을 깍지 낀 채 고개를 숙였다.
무조건 소원을 빌어야 할 차례였다.
잠깐 침묵을 유지하는 사이 은호가 만든 작은 침대에서 누워 있던 위그드라실이 이불을 걷고 일어나서는 제자리에서 뛰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은호는 의문을 품으며 눈을 떴다.
다시 앞을 물끄러미 보려던 차 갑자기 검은 안개가 빠르게 올라왔다.
흑견의 힘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힘을 사용할 줄이야.
“멍멍이 형님. 이거…….”
“자라.”
흑견이 딱 잘라 말했다.
“아니, 이걸 봤는데 어떻게 다시 잠이 오겠어? 힘을 살짝만 치워줘. 나 운석 처음 본단 말이야.”
샥샥샥.
문을 긁는 소리가 들리자 은호는 당장 뛰어가 문을 열었다.
“큰일 났엄! 큰일 났엄!”
“방금 소리 들었어? 방금 엄청 거대한 소리가 났어!”
레비아탐과 폭시가 들어와 동시에 말을 꺼냈다.
소리가 섞여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위험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봤지! 운석…….”
은호는 즐겁게 말을 꺼내다 말고 이내 눈이 커졌다.
어디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저번에 론을 만났을 때, 그곳에 운석이 떨어진 듯한 흔적을 발견하지 않았는가.
바로 그거였다.
그런 느낌의 힘이었다.
“멍멍이 형님. 이거 설마 환수의 힘이야?”
“그렇다.”
“잠시만, 기다려 봐.”
실망도 잠깐, 은호의 눈동자에 깊은 설렘이 섞여갔다.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저기 가려는 건가?”
“맞아. 저기로 가야지.”
은호가 옷장으로 가자 폭시가 따라왔다. 호기심이 가득 보였다.
“저기에 어떤 존재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정말 갈 거야?”
“가야지. 어떤 친구가 기다리는지 궁금하지 않아?”
“나도 사실은 궁금했는데, 살짝 무서웠어. 은호는 용감해.”
“폭시도 갈 거잖아?”
“응. 나도 갈 거야. 갈래.”
“그럼, 너도 용감한데? 무려 잠을 이겨낸 거잖아?”
은호가 폭시의 코를 건드리자 폭시는 은호의 다리를 붙잡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은호는 안 졸려?”
“나는 원래 잠이 없어.”
“그건 맞다. 밤에 더 눈이 맑아진다.”
흑견은 불만을 담아 뒤를 이었다.
“사실 내가 야행성이거든.”
은호는 키득거리며 옷을 찾다 말고 태블릿을 불렀다.
“태블릿 씨.”
론을 만날 때 찍었던 그 흔적을 당연히 태호한테도 보여주었다.
―…이거, 흑묘성이라는 환수가 저지른 거야.
뭐가 심각한지 몰라도 이름을 알려준 뒤, 태호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가버렸다.
참 황당했지만, 나중에는 어차피 알려줄 거라 생각했기에 아주 아주 큰 나무를 보러 가지 않았는가.
“태블릿 씨. 흑묘성의 정보를 보여주세요.”
《인식하지 못한 환수는 볼 수 없습니다.》
‘……아. 이건 안 되나 보네?’
아직 안 되는 건지, 지금 안 되는 건지 몰라도 아쉬웠다.
‘그렇다면 지금 만나면 되겠네!’
은호는 얼굴을 가릴 준비도 했다.
흑묘성이라는 환수가 저 일을 벌인 게 맞다면 환수 관리국이 올 테니까.
모자를 손에 쥐다 말고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하나에 휴대전화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제야 침대 위에서 계속 뛰고 있는 위그드라실을 보았다.
“아이고, 늦게 봤네. 놀랐어? 괜찮아?”
이게 정답이었는지, 위그드라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앙증맞은 이불을 덮었다.
은호는 가볍게 웃다가 휴대전화를 쥐었다.
이 정도면 완벽했다.
지이이잉.
갑자기 진동이 느껴지자 은호는 하마터면 휴대전화를 놓칠 뻔했다.
오가을 씨.
죄가 없음에도 그 이름을 보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태호가 가을이라는 이름에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여, 여보세요?”
<지금 일어난 환수 반응이, 은호 씨 집 근처에서 일어난 게 맞습니까?>
“맞아요!”
다른 이야기였기에 은호는 안도하며 활짝 웃었다.
<서은호 씨.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권석현을 치웠다고 해도 아직 환수 관리국은 온전하지 않습니다.>
“알죠. 아아, 그러니까 먼저 가서 그 친구를 확보하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힘을 일으킨 해당 환수를 저희는 현재 ‘흑묘성’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환수 관리국이 정상화가 되려면 썩은 싹을 도려내야 합니다. 분명히 잔당이 있다면 아직도 노릴 겁니다.>
“그 친구가 약간 특별 취급되는 것 같은데 이유만 짧게 들어봐도 될까요?”
<직접 보면 아마 아실 겁니다.>
“고마워요. 깨워서 미안하고요. 어서 주무세요.”
<괜찮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습니다.>
“……네? 지금 새벽 3시인데?”
은호는 뒤늦게 말을 꺼냈다.
이 시간에 일이라니.
갑자기 연구소가 내적으로 멀어졌다.
<저희 쪽도 긴급이라서요. 환수를 구조하고 있으니까요.>
“도와줄까요?”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알겠어요. 나중에 봐요.”
은호는 연결을 끊은 뒤에 입꼬리를 올렸다.
“자, 친구들. 졸리면 다시 자러 가도 되니까, 같이 갈 친구들만 갈까?”
레비아탐과 폭시가 졸린 눈을 하며 다급히 앞발을 올렸다.
은호가 고개를 돌려 흑견을 보자 한숨을 푹 내쉬며 아주 살짝 앞발을 올렸다.
그제야 은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 *
“…이럴 거면 집에 던져뒀어야 했다.”
흑견은 불만을 드러내며 달렸다.
레비아탐과 폭시가 흑견의 등에서 푹 쓰러져 꿈나라에 갔고, 혹여나 떨어지지 않게 흑견이 어둠으로 붙잡고 있었다.
“아직 잘 시간이긴 하잖아? 이 친구들, 아직 성체가 아니래.”
레비아탐은 4살이고, 폭시는 8살이라 추정하고 있었다.
이게 각 종마다 수명이 달라서 정확히 몇 살로 쳐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태호가 성체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알고 있다.”
“알고 있었어?”
“내가 왜 화를 참는다고 생각했는가?”
“설마, 어린아이라서 그랬던 거야?”
“그렇다. 아이는 그 누구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푸핫.
은호는 저 말에 웃음이 튀어나왔다.
뭔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아서 더 웃겼다.
“인간도 자라.”
“나는 다 자랐어. 더는 안 커. 멍멍이 형님만큼 자라면 14시간도 잘 수 있는데.”
“그냥 잠깐 눈 붙이라고 하는 거다. 인간은 약하니까.”
“무슨 소리야, 멍멍이 형님? 저번에 크라슨의 독은 이미 다 나았잖아? 솔직히 이 정도라면 이제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게 아닐까?”
은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쭐거렸다.
‘이세계에서 내가 최강의 뭐 어쩌고저쩌고’하는 그런 존재가 된 게 아닐까.
“인간은 멍청한가? 다쳤다는 개념을 모르는가?”
“어허. 내 지식을 의심하면 되겠어?”
“인간은 위험에 대한 경고가 없다. 아니면 다치는 걸 좋아하는가?”
“아니, 아니이. 나도 아픈 건 싫어. 그걸 누가 좋아해?”
“인간이.”
흑견이 딱 잘라 대답했다.
“그건 엄청나게 큰 오해야, 멍멍이 형님.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환수 친구들에게 내 말을 전달할 수가 없어. 다들 날을 세우는걸. 하지만 나는 몸을 빨리 회복해. 이런 상황에서 멍멍이 형님은 어떻게 할 건데?”
“힘으로 강하게 짓누르겠다.”
목소리가 제법 무거워졌다.
흑견은 진짜로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기에 은호는 헛웃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면 안 돼… 어?”
은호는 말을 하다 말고 자신들을 따라 양쪽으로 피어오르는 푸른 불꽃을 보았다.
“이거 블라스 맞지?”
쥐처럼 생겨서 등에 불꽃을 품은 환수였다.
여기도 있을 줄이야.
꼭 달빛을 머금은 요정의 꽃 같기도 했다.
“예쁘네.”
“인간.”
“응?”
“이 앞이다. 근처에 다른 인간은 아직 없다.”
“예쓰!”
“깨워라.”
흑견은 걸음을 멈춘 뒤 앞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힘이 떨어진 여파가 남아 있는지, 하늘을 타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으함.”
폭시가 가다가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했고, 이에 전염이 된 것처럼 레비아탐 역시 입을 가린 채 하품했다.
“하암.”
“많이 졸리지?”
은호가 두 환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눈동자에 깃든 잠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다.
역시 새벽은 꼬꼬마 친구들에게는 무리였을까.
은호는 입을 열려다 발밑에서부터 바짝 올라오는 경고를 느꼈다.
스스스스.
뭔가가 있었다.
그 느낌이 더욱 선명해지면서 동시에 날이 선 반응이 느껴졌다.
이 앞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게 확실해졌다.
은호는 주저 없이 가방에서 피가 담긴 통을 꺼냈다.
쪽지가 붙여져 있어 눈썹을 살짝 올렸다.
「이것뿐이야. ―코코가.」
‘…벌써 이것뿐이야?’
은호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위그드라실한테 이것저것 확인한다고 막 쓴 기억이 밀려왔다.
‘…아이고.’
은호는 잠깐 탄식하다 피를 뿌려버렸다.
아무리 피 재생이 빨라도 막 쓰는 게 아니었는데.
“뭔가 있다.”
흑견이 귀를 쫑긋거렸다.
발소리가 희미하지만 들렸다.
“힘을 가진 인간이다.”
“어쩐지. 환수 밀렵꾼이나 정화자겠네. 아, 잠깐만, 폭시야.”
은호는 당장 튀어가려는 폭시를 말렸다.
“왜 그래, 은호?”
“바로 앞에 뭔가가 있지 않아?”
“앞에?”
폭시가 눈을 가늘게 떴고, 흑견은 발톱을 드러냈다.
“있다. 없애겠다.”
“잠시만, 멍멍이 형님.”
은호가 안경을 쓴 뒤, 맹금류의 눈을 발동했다.
그제야 잘 보이지 않는 선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폭탄이랑 연결되어 있나?’
은호는 실을 눈으로 따라가다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얘들아 잠깐 물러나 봐.”
은호는 저 실이 어디랑 뭐랑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누가 봐도 사람이 설치한 거였으니까.
폭시와 레비아탐이 물러난 걸 확인한 뒤에 다시 말을 꺼냈다.
“멍멍이 형님. 혹시 확인해줄 수 있어?”
“더 물러나라.”
흑견은 그들을 물린 뒤, 그림자에서 어둠을 꺼내 그 실을 건드렸다.
실이 흔들리자, 다른 곳에도 흔들리는 소리가 이어지며 위에서 힘이 쏟아졌다.
콱.
땅에 기둥 같은 게 박히는 소리와 함께 오색 빛이 맴돌았다.
빛은 하나씩 늘어났고, 그 빛을 따라 은호가 눈동자를 움직였다. 마치 하나의 새장 같은 형태가 보였다.
“…이거.”
“만지지 마라.”
“이거 초능력이지?”
이런 기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은호가 손을 내리며 물었다.
사람이 만든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 힘을 가진 인간이 만든 거다.”
흑견이 발톱을 드러낸 채 그대로 할퀴어버렸다.
사아악!
바람을 베어버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기둥이 무너져내렸다.
‘이런 초능력도 있다니.’
은호는 참 불쾌했다.
본인이 가진 능력을 이런 곳에 사용하다니.
“이제…….”
“왜 그램? 어디 아팜?”
레비아탐의 다급한 목소리에 은호는 고개를 돌렸다. 폭시가 덜덜 떨고 있었다.
“폭시야, 괜찮아?”
“…괜찮아. 친구와 날 데려간 그 힘이 생각나서 잠깐 그랬어.”
폭시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앞을 걸어가다 휘청거렸다.
3년이 지났다고 해도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발톱이 있어도 흑견만큼 강하지 않았다. 혼자 탈출하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은호는 당장 폭시를 안았다.
달달 떠는 그 떨림이 품에 가득 느껴졌다. 진정될 때까지 조심히 토닥거렸다.
“나 이제 괜찮아. 진짜 괜찮아.”
폭시가 은호의 품에서 몸을 비비적거렸다.
은호의 냄새는 봄이자 숲 그 자체라 마음이 몽글몽글해질 정도였다.
“정말 괜찮아?”
“응. 나 이제 씩씩해.”
폭시는 은호의 품에서 배시시 웃었다.
그제야 은호도 미소를 지은 채로 폭시를 내려주었다.
폭시가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며 은호는 시선을 돌렸다.
“식물 친구들아, 여기 도망치던 환수 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줘.”
은호의 부탁에 식물은 한쪽을 가리켰다.
오른쪽.
“가자.”
* * *
흑견을 타고 식물이 몸을 기울며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갔다.
얼마나 갔을까.
“다른 인간이 가까이 있다.”
흑견의 경고와 함께 은호는 조금씩 드러나는 환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풀 사이로 드러난 몸뚱어리에는 하늘에 보이는 별이 박혀 있었다.
조금 더 환수와 가까워지자 별을 닮은 반짝거림이 짙어졌다.
그 생동감이 흑견을 타고도 선명히 보이자 은호는 감탄했다.
‘…진짜 몸에 별을 품고 있네?’
은호는 가까워질수록 환수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검은 고양이를 닮았지만, 몸이 좀 더 길었고, 꼬리가 복슬복슬했다.
흑견이 고고한 밤 그 자체라면 저 환수는 몸에 수많은 별을 품은 화려한 우주 그 자체였다.
움직일 때마다 별자리가 덩달아 움직였기에 그 오묘한 분위기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직접 보면 안다는 가을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 이제야 이해했다.
멀리서 봐도 이 정도인데 가까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은호는 앞에 가는 환수를 힘차게 불렀다.
“거기 별을 품은 친구야! 멈춰 봐!”
그 소리에 놀란 환수는 뒤를 바라보다 이를 악물었다.
이건 또 뭐야?
딱 그 표정이었다.
“화났담.”
레비아탐이 말을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아 흑견이 경고했다.
“온다.”
흑견이 그 말을 남기고 그림자로 들어갔다.
지상을 달릴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 뒤 위로 올라왔다.
콰아앙.
거대한 소리부터 들려왔다.
이어 환한 빛이 퍼져나갔다.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진 걸 봤기에 은호는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입을 벌렸다.
‘운석이…….’
“…떨어졌엄.”
레비아탐 역시 입을 벌렸다.
바람은 갑자기 자라난 나무들로 막혔다.
은호의 피를 머금은 식물들이 그를 건든 환수를 향해 온몸을 뻗었다.
그 중심에는 위그드라실이 있었다.
“잠깐만, 멈춰줘.”
하지만 이를 은호가 말렸다. 그의 어깨로 올라온 위그드라실이 양팔을 흔들었다.
은호는 흑견의 등에서 내려와 천천히 다가갔다.
이미 나무들이 움직여 환수를 에워싼 상태였다.
“너도 나를 잡으러 왔느냐!”
그 환수는 딱 봐도 새끼라는 게 티가 날 정도로 앳된 얼굴로 고고함을 흉내 냈다.
“나, 나는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말과 달리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