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8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88화(88/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88화
88화. 별을 품은 친구(5)
은호는 붕대를 칭칭 감은 모습으로 링거 거치대를 끌며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
그 옆에는 폭시가 꼬리를 흔들며 웃고 있자 레비아탐은 주저 없이 달려갔다.
폭.
레비아탐이 말없이 은호의 다리를 붙잡고는 고개를 파묻었다.
통통하던 꼬리마저 바닥에 축 늘어진 뒷모습에 은호는 쪼그려 앉아 레비아탐을 토닥거렸다.
“걱정 많이 했어?”
“…응.”
레비아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나오는 건데.”
은호는 바로 흑견을 바라보았다. 지그시 이어지는 시선에 흑견은 앞 발가락으로 은호를 건들려고 하다가 말고 주저했다.
“내 마음은 바로 오는 거였어. 멍멍이 형님이 일어나지 말라고, 일어나면 안 된다고 그래서 실랑이 좀 하느라고 늦어졌지 뭐야.”
“그건 멍멍이 형님 말이 맞아.”
폭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고, 고개를 든 레비아탐은 굳센 표정으로 얼굴을 위아래로 크게 끄덕거렸다.
“맞암. 멍멍이 형님 말이 맞암. 은호는 지금 일어나면 안 ??”
“봤는가, 인간?”
모두의 의견을 등에 업은 흑견이 우쭐거리자 은호는 고개를 돌려 흑묘성을 바라보았다.
“아, 아이고, 우리 친구 벌써 일어나 있었네?”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때문에 아팠더냐?”
물을 먹은 듯 몸이 너무도 무거워 흑묘성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앞발만 꼼지락거렸다.
“아니. 내가 내 실력에 맞지 않는 버거운 힘을 써서 그래.”
느려졌던 아빠 흑묘성의 심장을 일시적으로 뛰게 했다.
힘이 떨어진 후 바로 심정지가 왔지만, 가을이 의사들에게 말을 잘해줬는지 빠르게 대응해 흑묘성을 살렸다고 했다.
그러니 흑묘성을 살린 건 이곳 환수 담당 의사들이었다.
―미쳤어, 은호 씨? 그렇게까지 몸을 갈면서 도와달라는 건 아니었어!
뒤늦게 연구소로 온 태호가 자신의 꼴을 보자마자 화를 냈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봤기에 놀랐고, 사실 그 전에 가을한테도 아윤한테도 혼이 났기에 그냥 멍했다.
늘 회사에서 듣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빠져서 그런지 몰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 힘은 대체 뭐였을까.’
태블릿에게 몇 번을 물어도 화면에 제대로 표시가 되지 않았다.
‘그 나무는 대체 뭐였고.’
깨어나자마자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다 접고 은호는 새끼 흑묘성을 바라보았다.
“친구야, 아빠 보러 가자.”
쉽사리 일어나기가 어려워 보이기에 은호는 손을 내밀었다.
“…아빠? 아빠가 여기에 있는가?”
금세 밝아진 얼굴에 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을 뻗었다.
“그래. 여기에 있어.”
붕대가 칭칭 감긴 손을 보자 흑묘성은 주저했다.
많이 아파보였다.
“괜찮아. 이제 덜 아파. 같이 가기로 했잖아?”
은호가 웃자 흑묘성은 조심스럽게 앞발을 뻗었다. 저번과 달리 날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순진한 고양이 같았기에 즐겁게 흑묘성을 안았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너무도 가벼웠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아 살며시 쥐었다.
“이제 갈까?”
“…정말인가? 정말 아빠가 있더냐?”
이미 안겨 있지만, 흑묘성은 멍한 표정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몸에 새겨진 수많은 별이 반짝거리며 더 빨리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기뻐서 그런 걸까.
“정말이야. 널 기다리고 있어.”
“아, 아빠는 날 기다리면 안 된다.”
갑자기 흑묘성이 앞발을 허우적거렸다.
“……?”
그게 무슨 말일까.
은호는 가다 말고 흑묘성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아프니라. 많이, 많이 아프니라!”
“설마 약을 가져다주려고 보금자리에서 나온… 거야?”
“그렇다. 아빠가 먹는 약초를 봤느니라!”
그 대답에 은호는 당장 이마를 치고 싶었다.
자식은 아빠를 위해 위험하게 밖으로 나와서 죽을 뻔하고.
부모는 자식을 찾으러 아픈 몸을 끌고 가다 죽을 뻔하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마음이 금세 미어졌다.
“아빠가 죽는 건 싫다. 나는 아빠가 오래 살길 바라느니라!”
흑묘성은 은호의 품에 살짝 기댄 채 꼬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나는 팔푼이라, 약초도 잃어버렸다. 그렇게 인간들한테 쫓겼는데…….”
흑묘성은 코를 벌름벌름하다 꼬리에 얼굴을 묻으며 흐느꼈다.
서러웠던 지난날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빠의 병을 낫게 할 약초도 잃어버리고, 쫓겨 다니고.
구해준 인간의 손마저 물었다.
“나는, 나는… 나쁜 아이야아!”
흑묘성은 울부짖었다.
몽글몽글 떨어지는 눈물에 은호는 붕대 너머로 나온 손가락을 이용해 스윽 닦아주었다.
“그런 거 아니야. 가족은 언제나 소중하잖아? 잃어버리면 다시는 볼 수가 없으니까. 그만큼 간절했잖아?”
흑묘성은 은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거 알면서도 용기를 내서 나간 거잖아?”
흐느끼다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흑묘성의 고갯짓에 은호는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니까, 넌 나쁘지 않아.”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 안전한 보금자리를 뛰쳐나간 행동은 무모한 거지, 나쁘다는 말과 이어질 수 없었다.
“물론, 함부로 집을 나온 건 혼나야겠지?”
은호가 볼을 찌르자 흑묘성의 볼이 안쪽으로 밀려가다 이내 다시 탱글탱글하게 튀어나왔다.
‘오…….’
흑묘성이 고개를 들어 은호를 물끄러미 바라봤기에 그는 모르는 척 손을 내렸다. 맑고 순수한 눈망울에 뭔가 나쁜 짓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갈까?”
머쓱한 표정으로 다른 얘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 * *
“…안녕하세요.”
은호는 시선을 내리며 말을 꺼냈다.
아윤이 팔을 걷은 채로 은호를 째려보고 있어 식은땀이 흐를 것만 같았다.
“제가 이제껏 사람들도 안 돌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 환자는 처음인데요?”
환자분, 맞을래요.
딱 그런 살벌한 표정이라 은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이 아이 봐요.”
은호는 손가락으로 흑묘성을 가리켰다.
낯선 인간 때문에 흑묘성은 당장 이를 드러내며 ‘하아악’하고 위협했다.
오동통한 볼과 앙증맞은 눈동자를 보자 아윤은 걷었던 팔을 내려 뒤로 물러났다.
휴대전화를 꺼내 최대로 확대한 뒤에 숨을 죽이며 바라보았다.
한창 예민할 때였다.
작은 소리마저도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은호의 다리 뒤에서 빼꼼히 쳐다보는 레비아탐과 폭시를 이어 바라보다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
‘…진짜, 미쳤어. 미쳤다고!’
이게 연구소에서 존재하는 최고의 복지가 아니고 뭘까.
맨눈으로 흑견을 바라보다 시선을 마주쳤다. 본능적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살짝 무서운 걸 빼면 전부 다 미친 듯이 귀여웠다.
지금 당장 소리를 지르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필사적으로 꾹 참고 있었다.
‘…치사하네.’
아윤은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저렇게 귀여운 군단을 은호만 끌고 다닐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아니야, 정신 차려!’
아윤은 자신의 볼을 때렸다.
“……저어.”
은호가 입을 열었다.
혼자 뭘 하는지 몰랐다.
괜찮냐는 은호의 눈빛에 아윤은 휴대전화를 내린 채 크게 기침했다.
“상당히 귀엽네요. 그래서 무슨 일로 왔죠?”
“저 친구의 새끼예요.”
은호가 꺼낸 말에 아윤은 눈을 크게 떴다.
“……네?”
그런 사항은 보고받지 못했다.
저 환수의 새끼라니.
“혹시 저 친구, 깨어났나요?”
“아, 네네. 약 때문에 몽롱한 상태예요. 저 환수 원래 몸이 약했나 봐요. 원기 회복을 돕는 풀을 먹은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본인한테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었어요.”
은호는 충격에 가까운 소리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으려고 먹었던 약이 사실은 독약이라니.
그 약이 독약으로 작용하는지도 모른 채 아빠 흑묘성은 계속 먹고 있었고, 그런 아빠가 걱정되어 약을 구하러 새끼는 보금자리를 떠났고, 갑작스럽게 사라진 새끼를 찾으러 아픈 몸을 이끌고 아빠 흑묘성이 돌아다닌 거라니.
모든 게 애정이란 존재 때문에 어그러진 일이기에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장기 기능이 전체적으로 망가진 상태라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물론, 앞으로도 잘 봐야 하고요.”
“나을 수 있나요?”
은호의 물음에 흑묘성은 귀를 쫑긋거렸다.
“아마 오래 치료해야 할 거예요. 이번에는 문제가 많네요. 부모가 여기에 있으니 저 새끼 환수도 여기에 머물러야 할 텐데, 부모가 그걸 허락할지 모르겠어요.”
아윤은 머리카락 끝을 매만졌다.
환수는 길들일 수 없는 존재였다.
길들이려고 할수록 그들은 거부하며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곤 했다.
오만하다고 하면 오만한 그들은 지능이 굉장히 높은 종족이었다.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 이해가 빠를 정도였다.
“이제까지 장기간 치료는 불가능했어요. 환수가 다 낫기도 전에 자연으로 방생해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 기간보다 더 오래 붙잡아야 해요. 그런데 새끼까지 있으니까…….”
아윤은 밀려드는 좌절감에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당연하게도 새끼는 자연에서 살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제가 설득할게요.”
은호가 웃었다.
뭔가 나사 빠진 듯한 웃음 같지만, 묘하게 믿음이 갔다.
“다른 친구들도 지금 잘 치료받고 있잖아요?”
“……아.”
아윤은 그제야 지금 상황을 눈에 담았다.
길들일 수 없다고 알려진 그 환수가 은호 주변에는 주렁주렁 달려 있다 싶었다.
인간 캣닢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갔다 와서 말해줄게요.”
“갔다 와서, 안정을 취했을 때 들을게요.”
“당연하죠. 저, 침대로 잘 돌아가요.”
은호의 표정이 밝자 아윤은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몰랐다.
그 마음 그대로 고개를 살짝 숙이자 단발로 자른 머리카락이 목을 간지럽혔다.
“…아.”
고개를 든 아윤은 갑자기 떠오른 게 있었다.
“소장님이 은호 씨 병실 앞에서 서성거리다 갔어요. …한, 네 번 정도?”
“형, 생각보다 소심한가요?”
“…….”
아윤은 그 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주변을 이리저리 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덩달아 은호 역시 귀를 기울였다.
“그분을 그렇게 말하는 건 가을 씨 이외에 처음 들어봤어요.”
“실세는 가을 씨 맞죠?”
은호는 장난기를 드러낸 채 물었고, 아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채로 물러났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은호는 놀라며 뒤를 돌았다.
마침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역시 실세가 맞았어.’
은호는 가을에게 손을 흔들어준 뒤, 병실로 천천히 들어갔다.
흑견은 본인에게 좁은 병실에 그림자로 들어갔고, 다른 친구 모두가 들어온 뒤, 문을 닫았다.
잠깐 적막함이 밀어닥쳤고, 품에 있던 흑묘성이 행동을 멈춘 게 느껴졌다.
은호는 링거와 무슨 장치를 여러 개 단 아빠 흑묘성의 모습에 벌써 마음이 좋지 않았다.
“친구야. 저건, 나쁜 게 아니야. 목숨을 유지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줘.”
은호는 혹시 몰라 새끼 흑묘성에게 알려줬다.
새끼 흑묘성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들이마셨다.
은호는 새끼 흑묘성을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아빠 흑묘성을 바라보았다.
어딜 봐도, 몇 번을 봐도 아빠였다.
코를 포근하게 감싸듯 그리웠던 아빠의 냄새가 났다.
그제야 새끼 흑묘성의 표정이 풀어졌다.
앞발을 조심스럽게 내밀다 주저했다. 혹여 건드렸다가 아빠가 큰일이 나면 어쩔까 무서웠으니까.
“아빠.”
그저 그 자리에서 웅크려 앉아 고개를 들어 올린 채 바라보았다.
“아빠!”
새끼 흑묘성은 그 이름을 힘껏 외치며 배시시 웃었다.
“나, 집을 나선 후로 아빠를 매일매일 생각했다? 아빠 얼굴 떠올리면 막 힘이 났어!”
다른 이들에게 내뱉는 말투와 달리 진짜 아이의 모습을 내보였다.
“아빠도 그랬어?”
새끼 흑묘성은 물어본 뒤 입을 오므렸다.
바라보아도, 아빠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화가 났을까.
“…화났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뭔가 이상 하자 새끼 흑묘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다시 앞발을 내밀어 아주 살짝 아빠 흑묘성의 앞발을 건드렸다.
잠깐 입을 다문 채 눈을 크게 떴다.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아빠 흑묘성을 바라보았다.
늘 느끼던 그 온기였다.
새끼 흑묘성은 아빠 흑묘성의 앞발 옆에 웅크려 얼굴로 체온을 느꼈다.
“나, 아빠를 낫게 해주고 싶었어.”
천천히 얼굴로 앞발을 비비적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나쁜 아이라고 하면 안 돼.”
꿈틀.
앞발이 움직이자 새끼 흑묘성은 그대로 바로 일어났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아빠 흑묘성의 앞발을 보고, 이어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 짧은 마주침에 새끼 흑묘성은 흐느끼고, 눈물을 쏟아냈다.
“아빠아!”
새끼 흑묘성은 더는 넘쳐흐르는 마음을 참지 못했다. 아빠에게 다가가 품을 파고들었다.
“……아가.”
갈라진 목소리가 아빠 흑묘성에게서 흘러나왔다.
“…내가, 내가 잘못했어!”
아무것도 몰라도 아빠가 약해졌다는 건 알았다.
다 자신이 집을 나와서 아빠가 이렇게 된 것만 같았다.
“…울지 말거라.”
아빠 흑묘성은 너무도 사랑스럽다는 듯 새끼 흑묘성을 바라보았다.
보고 또 봐도 자신의 새끼가 맞았다.
품에서 느껴지는 이 냄새도, 울부짖는 이 소리도 모두 다 현실이었다.
아빠 흑묘성은 새끼를 안으려다 멈칫거렸다.
몸에 달린 거추장스러운 걸 떼어내려고 했지만, 다급히 은호가 소리쳤다.
“안 돼, 친구야! 그거 안 돼! 큰일 나.”
“……인간.”
아빠 흑묘성은 놀란 눈으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네 아이, 무사하지?”
은호가 웃자 아빠 흑묘성은 힘이 빠진 얼굴 근육을 억지로 잡아다 웃었다.
“너를… 기억하고 있다.”
어둡고, 어두웠던 그때, 빛을 담은 꽃이 피어났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꽃을 따라 걷다 그 끝에 저 인간을 보았다.
―버텨줘.
간절하게.
―제발, 버텨줘!
그 무엇보다 애절하게 비는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구나.”
아빠 흑묘성은 눈웃음을 짓다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저 인간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유일한 소망이며 전부인 이 아이의 가슴에 빠지지도 않을 가시를 박게 할 뻔했다.
저 인간이 아니었다면 지금 품에 안긴 아이의 온기조차 느끼지 못했겠지.
“……정말, 고맙구나.”
“네가 버틴 거야. 네가 해낸 거야, 친구야.”
은호는 손을 뻗어 아빠 흑묘성을 토닥거렸다.
아버지라는 그 이름으로 죽음조차 이겨내지 않았는가.
“아빠 아직 아프니까, 너무 괴롭히지 말고.”
은호는 새끼 흑묘성의 볼을 콕 찔렀다.
언제 울었냐는 듯 새끼 흑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올게.”
그들에게 말하며 은호는 등을 돌렸다.
할 말이 많을 테지.
은호는 시선을 내려 폭시와 레비아탐을 보았다.
우는 건 저들만이 아니었다.
은호는 폭시와 레비아탐을 보며 웃었다.
“갈까?”
“……응.”
폭시가 울먹였고, 레비아탐은 눈물을 흘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물러간 뒤, 새끼 흑묘성은 그립고, 그리웠던 아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좋아! 너무 좋아!”
히히힛.
눈물에 섞였지만, 웃었다.
아주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