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8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89화(89/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89화
89화. 짧은 고민 (컨셉 아트)
은호는 하늘을 멍하니 보며 숨을 쉬었다.
시야 안에 전기 나무와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일렉트가 보였다.
“자?”
“아니, 안 자. 내가 눈 뜨고 자는 법을 아직 익히지 못했어.”
“은호는 전기 맞는 거 싫어하잖아? 왜 여기 있어?”
왜 왔냐는 물음에 은호는 당장 서러움을 털어냈다.
“삐죽아. 내가 오늘 좀 서러운 일이 있어.”
“삐죽이 아니야!”
일렉트가 발끈했지만, 은호는 오히려 즐겁게 바라보았다.
“멍멍이 형님이 차가워졌어. 폭시도 안 오고, 레비아탐도 나만 보면 고개를 휙 돌려.”
일렉트는 그 말에 조금 더 아래로 내려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왜?”
“나도 모르겠네.”
은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뭘 잘못했을까.
“은호가 뭘 잘못한 거 아니야? 나처럼 막 삐죽이라고 부른 거 아니야?”
일렉트가 단춧구멍 같은 눈에 힘을 주며 말을 꺼냈다.
다른 인간이라면 몰라도 은호였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다.
“아니야. 삐죽이는 너뿐이라고.”
“나도 이름이 있는데.”
일렉트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알지. 그래도 삐죽이라고 부를 건데? 멍멍이 형님도 이름이 있고, 폭시도 이름이 있잖아? 그냥 별명인 거지.”
삐죽 나온 일렉트의 입이 들어가질 않자 은호는 넌지시 물었다.
“내가 네 이름을 물어보지 않아서 섭섭해?”
“아니.”
“너는 왜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
흑견은 이름을 알려주는 건 복종의 의미라고 했다.
폭시에게도 물었는데, 처음으로 우물쭈물하며 망설였다.
―…나중에 알려줄게. 정말이야. 약속해.
폭시도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내 이름… 이상해.”
일렉트는 고개를 추욱 내렸다.
“그러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게. 나는 네가 어떤 이름이라도 예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이상해. 이상한데, 그래도 버릴 수 없어.”
“소중해서?”
은호의 물음에 일렉트는 몸을 돌돌 말다 꼬리를 물었다.
“…응.”
뭔가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동족한테 키워지지 않았어.”
일렉트는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꺼냈다.
일렉트가 환수 밀렵꾼에게 붙잡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태어나서 본 건 아주 좁은 우리였어. 거기에서는 내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데 이름은 달라. 누구도 못 뺏어가잖아? 이름이 이상해도 내 거야. 내 거.”
전기에 강한 집착을 내보이는 이유도 저런 일 때문이었다.
천천히 그 증상이 회복되고 있지만, 일렉트에게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했다.
급할 게 없기에 은호는 웃으며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저기 더 있잖아?”
“맞아! 이건 내 거야!”
일렉트는 기어가 나무로 앞발을 뻗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집은 자신의 것이었다.
입을 벌리자 전기가 입안으로 들어갔다. 몸에 스며드는 전기는 정말이지 최고였다.
“아, 삐죽아. 혹시 최근에 여기 온, 까맣고 몸에 박 별이 박힌 듯한 친구 봤어?”
“또 왔어?”
그 물음에 일렉트가 미간을 찌푸리자 은호는 키득거렸다.
전기 나무를 탐내면 어쩌나 그걸 생각하는 게 아닐까.
“다음에 같이 보자.”
“…같이?”
“응. 혼자 보면 뭔가 민망할 수도 있잖아?”
“그래서 네가 엉망이 된 거야?”
일렉트가 눈을 깜박거렸다.
너무도 순진한 그 물음에 은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엉망? 내가? 내가 엉망이야?”
“은호는 늘 엉망인데?”
“……내가?”
“응.”
“그럴 리가 없는데.”
은호가 꽤 진지하게 고민하자 일렉트는 완전히 내려와 은호의 옆에 안착했다.
“뭔가 피 냄새가 나.”
“아아,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아버지를 구하다 조금 다쳤어. 물론, 지금은 괜찮아.”
은호는 살짝만 붕대를 두른 팔을 붕붕 흔들었다.
지금은 좀 시큰거릴 뿐이었다.
흉터도 남지 않았다.
아주 효율적인 몸이 되었기에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다들 화가 난 거 아니야?”
일렉트가 묻자 은호는 아주 좋은 질문을 들은 것처럼 반응했다.
“그렇지. 내가 다쳐서 다른 얘들이 화가 날 수 있지. 그런데 분명 얼마 전까지 괜찮았단 말이지.”
“그럼 왜 그러지?”
일렉트가 꽤 진지하게 대꾸하자 은호는 어쩐지 입이 다 간지러웠다.
왠지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지만, 저 감정을 헤치고 싶지 않아 말을 이어 나갔다.
“어제부터 다들 차가워졌어.”
“은호, 혹시 또 밖에서 잤어?”
“어…?”
“아니면 밖으로 나와서 기다란 걸 끌고 돌아다녔어?”
일렉트의 물음에 은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다란 거라면 링거 거치대를 말했다.
“그것도 아니면 기다란 걸 끌고 다른 얘들하고 놀고, 말하고, 뭐 도와줬어?”
“……어떻게 알았어?”
은호는 진짜 놀랐기에 상체를 일으켜 일렉트를 바라보았다.
지그시 바라보자 일렉트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실실 웃는 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 보고 있었네? 날 계속 보고 있었어!”
“그, 그런 거 아니야!”
일렉트가 말을 꺼낸 뒤, 삐죽 내민 입술을 위로 틀었다.
“왜? 나는 좋은데?”
전기에만 관심을 가지던 일렉트가 자신이든 뭐든 시선을 돌렸다는 사실에 은호는 기뻤다.
“나는 왜 다들 화났는지 알아!”
일렉트가 힘껏 목소리를 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유가 뭔데?”
은호는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일렉트가 도출할 결론에 귀를 기울였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에 일렉트는 넌지시 말을 던졌다.
“그래서야.”
“뭐가 그래서야?”
“은호가 자꾸 돌아다녀서.”
“돌아다니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 일이야?”
은호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자 일렉트는 왠지 웃음이 나 키득거렸다.
일렉트는 지금까지 은호를 관찰하며 알아낸 걸 말했다.
“은호는 안 자.”
“잠은 자는데…….”
“은호는 가만히 안 있어.”
“…그, 뭔가 좀이 쑤신다는 게 있어. 삐죽이는 그런 거 없어?”
“나?”
“여기 계속 있어도 좋아?”
은호가 궁금증을 담아 묻자 일렉트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파지지직.
옅은 소리를 내며 튀는 전기를 보자 바로 웃음이 나왔다.
“좋아!”
일렉트의 꼬리가 조금 전과 다른 느낌으로 흔들렸다.
날개가 달린 앞발이 위아래로 흔들리더니 그렇게 눈이 부신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너무 좋아!”
‘역시 삐죽이가 좋아하는 건 전기네.’
은호는 괜히 심술이 나 볼을 콕 건드렸다.
일렉트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또 입술이 위로 올라가 삐딱해졌다.
“은호는 눈 감아!”
“눈?”
“잠을 자야 해. 그러면 다른 얘들도 화가 풀릴걸?”
“그래야 하나?”
“날 믿어.”
다른 누구도 아닌 일렉트가 꺼낸 말이었기에 은호는 바로 눈을 감았다.
“믿을게.”
순순히 말을 들어주자 일렉트는 은호를 빤히 보았다.
볼 때마다 신기했다.
자신의 무얼 보고 믿는 걸까.
은호에게 앞발을 뻗다가 잠깐 주저했다.
만져도 될까.
앞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전기 때문에 은호의 목을 휘감은 적은 많지만, 그건 뭔가 의식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
‘…은호가 나한테 더럽다고 말하면 어떡해.’
인간들이 쳐다보던 싸늘한 시선과 닿았을 뿐인데 맞았던 일이 생각이 났다.
“만져도 괜찮은데.”
“…아, 아직 안 잤어?”
“지금 굉장히 말똥해. 그런데 삐죽이가 날 토닥거리면 다를지도 몰라.”
은호가 눈을 감은 채로 꺼내는 말에 일렉트는 쭈뼛거리다 앞발을 뻗었다.
은호의 볼을 찔렀다.
밀려오는 체온에 일렉트의 눈이 커졌다.
은호가 안아줄 때 느꼈던 그런 따스함이라 한 번 더 뻗었다.
만질만질.
부드러웠다.
은호는 일렉트가 뭘 하는지 몰라도 눈을 감은 채로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아, 이걸 봐야 하는데.’
너무도 아까운 그림이라 슬쩍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어떤 표정일지 궁금했다.
열심히 볼을 찌르던 일렉트의 손길이 이내 머리로 번져갔다.
어색하게 쓰다듬는 그 손길이 생각 이상으로 좋아 은호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진짜 다들 내가 안 자서 화가 났나?’
솔직히 3시간만 자도 충분하지 않을까.
은호는 그냥 뭐든 좋으니,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했다.
흑견을 처음 본 그때부터, 론이 노란 꽃을 넘긴 그 순간부터 환수들이 자신보다 더 소중해졌으니까.
‘그런데 이거 진짜로…….’
은호는 이상하게도 점점 쏟아지는 잠에 그냥 몸을 맡겼다.
금세 숨소리가 깊어지자 일렉트는 고개를 기울였다.
정말로 자고 있다는 걸 알자 앞발에 달린 날개가 파닥거렸다.
‘내가 재웠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몸을 돌돌 말아 은호를 빤히 보았다. 이렇게 가까이 본 건 처음이었다.
은호는 왜 머리카락이 하얄까.
은호는 왜 자신들을 따뜻하게 바라볼까.
은호는 왜.
궁금증이 점점 늘어나다 말고 일렉트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알고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풀어 배시시 웃었다.
은호는 예뻤다.
멀리 있어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전기 이외에 관심이 생긴 존재는 처음이었다.
일렉트는 앞발을 뻗다 말고 갑자기 그림자가 지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급히 앞발을 숨긴 채 고개를 돌렸다.
흑견이었다.
“자는가?”
무심히 묻었기에 일렉트는 서둘러 위로 올라가 전기 나무에 몸을 숨겼다.
“…응.”
하지만 대답은 했다.
“그런가.”
흑견은 은호 옆에 웅크려 꼬리로 그를 덮었다.
“그런데 왜 은호한테 차갑게 대해? 은호 싫어?”
일렉트가 고개만 빼꼼히 내민 채 묻자 흑견은 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이 그랬는가?”
“그랬어. 슬퍼했어.”
“너도 보았겠지? 이 인간은 둥지에 붙어 있지 못하는 멍청이다.”
“봤어.”
일렉트는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이유를 맞췄기에 기뻤다.
“그래서다.”
“…그래도 막 피할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옆에 있으면 잠은 안 자고 말을 한다. 다른 존재들이 근처에 있으면 또 말을 한다. 말만 하겠는가? 자꾸 뭘 한다.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그래서 잠깐 다른 존재들을 주변으로 물렸다.”
“다른 얘들도 부탁하러 갔어?”
“그렇다.”
흑견은 대답 후에 앞발로 은호를 가리켰다. 화가 나는 마음을 꾹 참았다.
“보이는가? 여기가 인간의 둥지인가?”
“아니지.”
“다 물려서 이 정도인데, 아니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일렉트는 눈동자를 살짝 굴리다 대답했다.
“평소처럼?”
“그런 것이다.”
흑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인간은 참 손이 많이 간다. 그러니까 너도 잘 봐두거라.”
“나…?”
“그래. 너도 인간이 이러면 뭐라도 말을 하거라.”
“내가 그래도 돼?”
“왜 안 되는가?”
당연하게 던진 흑견의 말에 일렉트는 앞발을 가슴에 올렸다.
쿵. 쿵.
갑자기 심장이 뛰었다.
저들과 자신 사이에 선이 그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선을 그은 건 자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이상하게도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내가 은호를 재웠어.”
일렉트는 우물쭈물하다 말을 꺼냈다.
슬쩍 눈치를 살폈다.
“잘했다.”
흑견의 칭찬에 일렉트는 몽글몽글한 기분을 느끼며 활짝 웃었다.
상대가 흑견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꽤 기뻤다.
“나도… 다음에는 꼭 말릴게.”
“인간이 본인을 챙기지 못하니 어쩌겠는가. 우리라도 챙겨야지.”
흑견은 괜히 은호가 얄미웠다.
은호가 챙기는 건 죄다 다른 존재들뿐이었다.
왜 그 속에 본인은 없는 건지 몰랐다.
“우리……?”
일렉트가 묻자 흑견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우리다.”
은호로 이어졌으니, 우리라는 말 정도는 뭐가 이상할까.
흑견은 아예 엎드리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흑묘성에게 사용한 그 힘, 몸에서 피어난 알 수 없는 식물을 보자마자 그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자신은 이를 본 적이 없었다.
누구의 그리움이었을까.
흑견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신기하지 않은 구석이 없는지.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해야만 잠을 잔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간은 요 며칠 잠을 자지 않았다.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계속 흑묘성이 있는 병실 앞을 서성거렸으니까.
갑자기 들려오는 발소리에 일렉트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은호가 여기 있었넴?”
“쉬잇.”
일렉트가 입을 막는 제스쳐를 하자 레비아탐은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채 발끝으로 총총 걸어와 은호 옆에 웅크렸다.
자고 있었다.
새근새근 잠든 그 숨소리가 신기해 레비아탐은 기쁨을 얼굴에 가득 드러낸 채 발을 동동 굴렀다.
“드디어 은호가 자는 거얌?”
레비아탐이 흑견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나, 계속 은호한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엄.”
레비아탐이 엎드려 은호의 손가락으로 앞발을 뻗었다.
손가락을 꼭 잡은 채 배시시 웃었다.
옆에 있으면 은호가 계속 뭘 해주려고 하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게 보여 잠깐이라도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은호가 우리가 피했다곰, 그렇게 오해하면 어떡햄?”
레비아탐이 더듬이를 축 늘어트렸다.
그건 상상만으로 슬펐다.
흑견이 뒤를 바라보았다.
“그럴 일은 없어.”
폭시가 목소리를 낮춘 채 말을 꺼냈다.
그 옆에 흑묘성도 함께였기에 일렉트는 내민 고개를 집어넣었다.
“정말롬?”
레비아탐이 화사하게 웃자 폭시는 신이 난 발걸음으로 다가와 앞발로 레비아탐의 배를 콕 찔렀다.
간지러운지 레비아탐은 몸을 비틀었다.
“그럼. 지금 은호 되게 행복한 상태야.”
폭시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는 것이더냐?”
흑묘성이 다가오다 말고 제자리에 앉아 꼬리를 흔들며 물었다.
“내 눈에는 보여.”
폭시 주변에 번지는 나비를 보자 흑묘성은 바로 앞발을 움직였다.
휙. 휙.
나비들은 은호 주변에 맴돌았다.
“뭘 하는 건가?”
흑견이 가늘어진 눈으로 폭시를 바라보았다.
“은호가 좋은 꿈을 꿨으면 해서. 더 행복하게 하면 그러지 않을까?”
곤히 자던 은호가 웃자 폭시는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은호 옆구리 쪽에 웅크려 앉아 꼬리를 흔들었다.
“은호, 이번에는 푹 잤으면 좋겠는데.”
“난 어디 앉으면 되더냐?”
흑묘성은 이리저리 살피다 은호의 배에 앉으려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흑견이 꼬리를 움직이자, 가슴 쪽으로 걸어가 어떻게든 몸을 웅크렸다.
그제야 만족했다.
‘…저 쪼그마한 것이.’
흑견은 묘하게 거슬린다 싶었다.
킁킁.
“은호 냄새는 이상하구나.”
“은호 냄새가 이상햄……?”
레비아탐이 흑묘성의 말에 크게 반응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가 은호 냄새인데.
“너무 좋다. 그래서 이상하구나.”
인간은 이런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흑묘성은 입술을 오므린 채로 눈을 깜박거렸다.
“그렇지?”
저 말에 폭시는 기뻐하며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 * *
은호는 미간을 찌푸리다 눈을 천천히 떴다. 나른함이 얼굴에 묻어났다.
깜빡 졸고 말았다.
아직 하늘은 푸르렀는데, 뭔가 배가 짓눌린 기분에 고개를 들자 흑묘성이 보였다.
이어 따끈따끈한 느낌이 밀려와 왼쪽을 보자 일렉트를 껴안은 레비아탐이 보였다.
‘……어?’
은호는 놀라며 오른쪽을 보았다.
폭시가 혀를 살짝 내민 채로 팔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다시 자라.”
흑견의 목소리에 은호는 놀라며 잠깐 바라보았다. 말이 없자 흑견이 물었다.
“왜 그러는가?”
“…나, 싫어진 거 아니지?”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
저 퉁명스러운 말에 은호는 비로소 활짝 웃었다.
혹시나 자신이 싫어졌으면 어쩌나.
그런 걱정을 했는데, 그저 짧은 고민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배고픈데.”
“…하.”
한숨을 내쉬는 흑견을 놀리는 것처럼 은호는 하품을 내뱉었다.
“한숨 잔 뒤에 먹어야겠네. 얘들 깨어나면 깨워줘.”
“알았으니까, 제발 좀 자라.”
부탁 같지 않은 부탁에 은호는 실실 웃다 다시 눈을 감았다.
사방에 느껴지는 온기와 숨소리에 은호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금세 다시 숨소리가 깊어지자 흑견은 그제야 안심했다.
‘…우르르 있어야 잘 자는 것인가.’
흑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 말고 크게 하품했다.
아예 완전히 엎드려 은호와 다른 존재를 보다 살며시 웃었다.
‘뭐, 나쁘지 않다.’
혼자 있었던 그때보다 훨씬 좋았으니까.
<일렉트 컨셉 아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