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9화(9/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09화
9화. 대화하자고!(2)
카메라로 줌을 확 당긴 것처럼 먼 곳이 너무도 가까이 보이자 은호는 머리를 붙잡아야 했다.
‘……어지러워.’
토악질이 바로 올라왔다.
헛구역질하며 땅을 바라보자 기어가는 벌레가 보였다.
어떤 벌레인지 몰라도, 더듬이와 다리에 난 털까지 선명하게 보이자 은호는 징그러움에 눈을 감아버렸다.
“…태블릿 씨. 이거 어떻게 되돌리죠? 지금 벌레가 너무 징그러워요.”
가장 중요한 질문을 그만 깜박했다.
《기록된 검색 결과, ‘당신의 것을 돌려드립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은호는 태블릿을 바라보았지만, 그마저도 확대된 것도 모자라 갑자기 가장자리만 또렷하게 보여 글자를 알아보는 것도 어려웠다.
슬쩍 안경을 내리자 은호는 도수를 아주 많이 올린 안경을 쓰듯 바로 비틀거리며 주저앉아버렸다.
다시금 헛구역질을 몇 번이나 해서는 입가를 쓸었다.
‘왜 훈련하는지 이제야 알겠네.’
눈을 감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았다.
그대로 눈을 뜨자, 아파트에 묻힌 물감 같던 액체가 가까이 보였다.
시야가 조금 전처럼 가장자리만 또렷하다가 갑자기 정 가운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멀리서 봤을 때는 5살짜리 아이가 마구잡이로 한 낙서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보자 달랐다.
어떤 감정을 표현하려는 것 같았다.
《관찰합니다.》
《.》
《.》
《관찰을 완료했습니다.》
《아직 미발견된 환수의 몸에서 나온 것으로 점성이 높습니다. 인체에 해가 없으며 3일 정도 햇살을 받으면 굳어지기에 차후 처분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태블릿에 글자가 떠올랐지만, 은호는 이를 보지 못하고 그저 느낌으로 파악했다.
‘저건 위험하지 않아.’
오히려 인간을 향한 명백한 경고가 적혀 있었다.
‘……마지막 경고? 그렇게 적힌 것 같은데… 맞나?’
글자조차 되지 못한 낙서였지만, 자신은 그 감정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이게 드루이드의 힘인 걸까.
사아아아.
갑자기 눈에 보이는 검은 바람의 흔적에 은호는 조금 집중했다.
그 흐름이 평소보다 느렸다. 흑견이 어디로 갈지 알기에 미리 고개를 아래로 돌렸다.
자신의 그림자로 흑견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왔어?”
“인간, 저기에 독은 없다. 오히려 경고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거다.”
“역시 멍멍이 형님이야. 나랑 생각이 통했는데? 나도 그렇게 보고 있던 참이거든.”
“…인간. 얼굴에 그건 뭔가?”
“아, 이거 안경이라고 하는데 지금 훈련 중이거든. 사실 엄청 벗고 싶긴 해.”
은호는 안경을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다 밀려오는 어지러움에 잠깐 휘청거렸다.
입을 가렸다.
‘……적응된 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럼, 인간. 지금 눈동자가 바뀐 것도 그 안경이라는 것 때문인가?”
아래에서 호기심을 담은 시선이 느껴졌다.
아쉽게도 지금은 확인할 수 없기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혹시 근처에 아파트를 저렇게 열심히 채색하고 있는 환수를 봤어?”
“이 주변에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냄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흔적을 쫓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 판단해 추적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추적을 피할 만큼 꽤 영리한가 본데?”
“그럴지도 모르지.”
탐탁지 않은 흑견의 목소리를 들으며 은호는 가볍게 웃었다.
주변을 더 넓게 보고자 눈동자를 굴리려다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왼쪽 눈부터 감아버렸다.
확대 버튼을 누른 것처럼 갑자기 아파트가 가까워지는 걸 보며 오른쪽 눈마저 감았다.
‘방금…….’
놀라며 다시 눈을 떴을 때, 아파트 사이에 놓인 건물의 창문에 누가 매달렸는지가 보였다.
밖이 아니라 건물 안 창문에 매달렸기에 잠깐 눈을 의심했지만, 환수였다.
‘착각이 아니었네? 아까는 딱 건물만 보였는데.’
지금 있는 곳에서 저곳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카메라로 최대한 줌을 댕겨 본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건 분명했다.
농담 아니라 눈앞에 그 환수가 있는 것처럼 생생해 밀려오는 신기함이 가슴을 때렸다.
은호는 날뛰는 마음을 누른 채 창문에 매달린 환수를 바라보았다.
굳이 어떤 동물을 닮았냐고 하면 원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관 쪽만 그럴 뿐, 눈은 인형처럼 훨씬 크고 동그랬으며 귀는 마치 판다처럼 둥그스름했다.
이렇게까지 난리가 났음에도 들키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털 색은 오색 빛을 모은 듯 풍성하고 여러 색을 띠고 있었다.
꼬리는 아주 길었고, 몸과 같은 색을 품고 있었다.
은호가 환수를 바라볼 동안 태블릿에 글자가 떠올랐다.
《환수를 인식했습니다.》
《포이키.》
《.》
《.》
《숲과 산에서 무리를 지어 살며 영역 구분이 확실한 편이라 해당 영역 이외의 지역은 침범하지 않습니다. 꼬리 끝이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으며 특유의 점성 있는 액체를 내뱉는데, 강한 독성이 존재합니다. 독성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장난기가 많고, 잠자는 시간 이외에 끊임없이 움직일 정도로 활동량이 많습니다. 경계심이 적고, 친밀감이 높은 편이나, 허락받지 않고 영역 안으로 들어온 대상을 적이라 인식하며 집요하게 공격하는 편입니다.》
은호가 슬쩍 오른쪽 눈을 감자 비로소 축소가 이루어졌다.
‘아아, 이렇게 사용하는 거야?’
비로소 원래 눈으로 보던 세상과 가까워지자 은호는 잦아든 어지러움에 그 자리에서 만세를 불렀다.
그림자에서 흑견의 앞발이 나와 은호의 머리를 아주 살짝 눌렀다.
“정신 차려라, 인간. 그 안경이라는 것에 홀린 것인가?”
위에서 짓누르는 힘에 은호는 주르륵 주저앉아서는 그림자에서 고개를 내민 흑견과 시선을 마주쳤다.
걱정하는 눈빛을 보며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맞아! 이럴 게 아니지. 태블릿 씨.”
은호는 당장 자신에게 날아온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아까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다시 띄워줄래요?”
맹금류의 눈.
앞으로 무조건 사용할 거라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야 하는 건 물론, 이걸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했다.
은호는 그 눈으로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를 하나씩 살폈다.
“……아니, 태블릿 씨. 오른쪽 눈 감으면 축소랑 왼쪽 눈 감으면 확대되는 기능은 왜 여기에 안 적혀 있는 거죠?”
《저는 기록을 위한 장치입니다. 기록되지 않는 내용은 화면에 띄울 수가 없습니다.》
《해당 내용을 기록합니다.》
“하긴. 다 보여주면 재미없긴 하네요. 하나씩 채워가는 맛도 있긴 해야죠.”
은호는 여우처럼 눈웃음지어서는 실실거렸다.
“그럼, 우리 새로운 친구 좀 볼까요?”
태블릿 환수 어플에 새롭게 생긴 ‘포이키’라는 이름을 바라보았다.
맹금류의 눈으로 관찰한 대상도 인식이 되니 얼마나 편안한지 몰랐다.
“포이키.”
은호는 포이키를 부르려다 귀를 때리는 태호의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직 독이 있는지 아닌지 모르는데 사살이라니? 지금 뭐가 더 급한지 몰라?”
사살이라는 말에 은호는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 땅을 돌아다니던 환수 관리인이 갑자기 허공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포이키가 쏜 액체 주변을 딱딱한 껍질 같은 걸로 뒤덮는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영화라면 주인공이 등장해 알아서 했겠지만, 여긴 현실이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아니, 왜 벌써 결론을 짓고 그래?’
아파트를 뒤덮은 저 액체에 독이 들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무서운 건 맞았다. 하지만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공포만 불어넣는 건 최악의 일 처리라고 할 수 있었다.
“화를 내지 마시고, 상황을 봐주십시오. 포이키가 내뱉는 액체에 독이 있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알아. 아는데, 사살이 먼저가 아니라 저 독부터 처리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그게 맞지만, 혹여나 또 포이키가 올 수 있잖습니까.”
“포이키가 오는 건 가정이지, 지금 대처해야 할 일이 아닐 텐데. 설마, 포이키를 죽이면 독도 사라진다는 헛소문을 믿는 건 아니겠지?”
태호의 압박에 환수 관리인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위에서, 위에서 명령이 내려와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내가 연락할까? 아님, 먼저 연락할래?”
“그게, 그게…….”
“저 액체에 독이 없어요!”
은호가 급히 손을 들며 다가갔다.
“독이 없어? 정말?”
태호가 놀란 눈을 하며 물었고, 통화 중이던 가을은 잠깐 전화를 내리고는 은호에게 다가갔다.
“서은호 씨. 근거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절 믿어주세요. 포이키는 조금 화가 났을 뿐이니까요.”
평소에 짓는 미소가 달랐기에 가을의 눈빛 역시 달라졌다.
가을은 작게 속삭였다.
“대체 뭘 걸고 확신하는 거죠?”
“제가 가진 힘이요.”
은호가 가진 힘이 일단 초능력 같지만, 처음 보는 유형이라 괜히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현재 초능력자는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지정된 법안 때문에 국가의 관리와 감독을 받고 있었다.
이 나라가 초능력자의 대우가 좋은 나라 중 하나인 것과 별개로 해당 초능력자의 힘에 따라 그 강도가 무거워질 수 있기에 어떻게 될지 몰랐다.
막말로 은호가 초능력자라고 해도 연구소 소속이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환수 관리인 쪽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가뜩이나 복잡한 상황이 포이키 사살과 얽히며 더 혼잡한 상황이 되어갔다.
가을은 일단 생각을 끊고, 포이키 사살에 초점을 맞췄다.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이번 일이 뒤틀리면 자진해서 연구소 소속이 될게요.”
“그건 마음에 드네요. 다른 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보고 있진 않을 거니까요.”
가을은 태블릿을 슬쩍 보여줬다.
환수 관리인들의 개인정보가 주르륵 나오자 은호는 살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적의 약점은 많으면 좋잖습니까.”
가을이 슬쩍 웃자 은호는 당당하게 환수 관리인에게 다가갔다.
“이제 하나씩 짚어볼까요? 사람들은 대피했고, 이제 남은 건 저 액체가 정말로 독이 있냐 없냐가 아닐까요? 그 후, 왜 환수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이걸 알아봐야죠. 아파트가 더러워진 것 이외에 피해는 사실 없잖아요? 그렇죠?”
“그렇… 기는 한데, 환수가 인간을 공격했습니다. 이미 그걸로 충분합니다.”
“정말 환수가 사람을 공격했다면 사살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이 먼저 환수를 공격했다면요?”
환수 관리인이 바로 말을 꺼내지 못하는 사이 태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살 명령을 내릴 명분이 없어지는 거겠지. 오히려 보호해야지.”
“그렇죠? 앞뒤가 달라지니까요.”
은호는 환수 관리인을 비웃었다.
“…설령 그래도 환수가 사람을 공격한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뇨, 다르죠. 원인 제공을 사람이 했으면 결과도 달라져야죠. 일단, 저 액체에 독은 없으니, 굳이 사살할 필요는 없어요. 저게 독이 아님에도 계속 환수를 사살하겠다고 하면 환수 관리인이 맞는지 의심이 생기는데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은호 씨가 나보다 더 말을 잘하네.”
추임새를 넣던 태호는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환수 관리인에게 내보였다.
“사실, 내 휴대전화로도 연락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은 거거든. 어떡할래?”
“요구하는 건 하나에요. 지금 당장, 사살 명령 중지하세요.”
은호는 악동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 * *
사태가 진정되자 은호는 태호에게 뒤를 부탁하며 흑견을 타고 숲으로 들어갔다.
“…있잖아, 멍멍이 형님.”
문득 은호는 내내 묻고 싶은 게 생각났다.
“말해라.”
“혹시, 누가 만지는 거 싫어해?”
태호가 만지려고 해도 이를 거부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너는 싫지 않다.”
“정말? 나 되게 감동인데? 하긴, 날 주운 게 멍멍이 형님이라서 혹시 싫어하면 어쩌나 했거든.”
흑견은 급히 멈췄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부끄러움쟁이 같으니라고.’
은호는 모르는 척 말을 돌렸다.
“자아, 이쯤에서 슬슬 포이키를 불러볼까?”
“인간. 그건 대체 무슨 말인가?”
“글쎄.”
은호는 키득거리며 태블릿을 꺼냈다.
“포이키.”
태블릿의 소환 기능으로 포이키를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 이게 좀 느리더라고.”
흑견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순간, 꼬리로 나무를 타며 포이키가 등장했다.
포이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나무에 오르듯 흑견을 타고 은호 앞에 앉았다.
똘망똘망 눈동자를 살포시 감으며 앞발을 올렸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