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98)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98화(98/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98화
98화. 그래서 너희가 싫다니까
“…은호 씨.”
태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은호는 눈을 떴다.
“형!”
당장 상체를 일으켰다.
“무슨 새로운 정보가 없냐고 물어보는 듯한 표정인데?”
“맞아요. 정확한데요? 역시 천재인 형을 속이기는 너무 어려운데요?”
은호가 웃자 태호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가을 씨가 뽑아온 명단과 환수 관리국에서 뽑은 명단을 비교하던 중에 내가 이상한 걸 봤거든?”
“이상한 거요?”
“이번 사건에 차출되는 환수 관리자 중 ‘하동윤’이라는 이름이 있더라고. 대체 왜 들어가 있을까? 그 자식은 지금 레딩일로 조사받고 있는데 말이야.”
태호는 말을 하며 대놓고 은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차피 나올 말은 하나였기에 은호는 순순히 말을 꺼냈다.
“내가 갈 거니까요. 국장님하고 합의했어요.”
“그래. 이지혜 국장이 은호 씨의 부탁을 거절할 리가 없지. 그건 알아, 그건 아는데…….”
태호는 치솟은 한숨을 억눌렀다.
솔직히 지혜는 웬만큼 이상한 게 아니라면 은호의 부탁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지혜가 원하는 건 은호가 환수 관리국 사람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은호야 알아서 밀당을 잘 하니까, 이 이상 간섭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태호는 은호 옆에 앉았다.
자신의 등장으로 환수들이 물러난 게 뼈가 아파도 이 말은 반드시 해야 했다.
“은호 씨는 환수 관리자가 아니야.”
“알아요. 나는 백수죠.”
당당한 저 말에 태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깊게 들이마시는 숨과 함께 짜증을 억눌렀다.
“어디 아파요?”
“지금은… 다른 곳이 아프네.”
“아윤 씨한테 가보는 게 어때요?”
“은호 씨.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내가요?”
은호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굴자 태호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을 주자 은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은호 씨. 상대는 환수 밀렵꾼이야.”
“알아요.”
“……?”
“형. 그 환수 밀렵꾼 놈들, 내가 잡아 왔어요. 그런데 등신같이 누가 놓쳤네요? 도망간 유예림이 어디로 갔을 것 같아요?”
“어디로 갔냐니? 그걸 지금 쫓으려고 하는 거잖아.”
“애초에 왜 유예림은 도망갈 수 있었을까요? 그게 이상하지 않아요?”
“일부러 살린 거겠지. 쓸모가 있을 테니까.”
태호가 잠깐 앞을 보자 은호는 미소를 길게 지었다.
“맞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이유는 무척 간단하니까요.”
“간단하다고?”
“날 봤잖아요.”
은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 의미를 알아들은 태호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
은호는 어느덧 헤드셋을 벗고 있었으니까.
“내가 방해되잖아요. 거슬리잖아요. 그러면 치워버려야죠.”
웃고 있지만, 은호의 눈은 웃지 않았다.
태호는 드문드문 나타나는 저 표정을 보면 은호가 굉장히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했다.
“내가 그 입장이라고 해도 이렇게 생각하겠죠. 왜 하필 그때 내가 나타났을까. 이걸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비슷한 결론이 난단 말이에요. 혹시 환수 관리국하고 손을 잡았거나, 그들이 숨긴 자가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 이게 확실한 게 아니에요. 그럼, 뭘 하게 될까요?”
은호가 물었다.
마치 질문이 아니라 면접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은호 씨.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적이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함정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 사실을 다 알고도 은호는 당당하게 하동윤이라는 이름을 썼다.
그 정도는 환수 관리국에서 가벼운 실수라며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알죠. 적의 아가리 속으로 뛰어든다는 말이니까요.”
문제는 저 당당한 입이었다.
태호는 그림자로 시선을 돌렸다.
“멍멍이 형님은 지금 산책하러 갔어요. 방금까지 낮잠 시간? 뭐 그런 거였어요. 멍멍이 형님이 레딩일로 화가 났거든요.”
실실거리는 은호의 웃음에도 태호는 표정을 풀지 못했다.
사람은 본디 위험하다는 걸 알면 어떻게든 빠지고 싶어 했다.
사명감일까.
아니, 사명감과 거리가 멀기에 자신이 이렇게 말리고 싶어 하는 게 아니겠는가.
“형. 내가 궁금해서 그래요.”
눈치 빠른 은호는 금세 감정을 읽어나갔다.
대체 과거에 뭐였을까.
태호는 은호가 몹시 궁금해졌다.
“어떤 단체 같은데, 그쪽 머리가 누구인지 궁금하고, 그 단체에 돈을 바치는 머저리가 누구인지도 궁금해서 그래요.”
은호는 이번 일이 너무도 가벼운 일인 것처럼 대수롭지도 않게 말을 꺼냈다.
“형도 궁금하지 않아요?”
동시에 은호는 설득을 위해 세 치 혀를 놀려댔다.
평소 말로 사람을 수없이 휘어잡은 것처럼.
따악!
은호는 눈을 크게 떴다.
이마가 아팠다.
놀란 채 이마를 붙잡자 뒤늦게 태호가 코웃음을 쳤다.
“은호 씨. 나는 지금부터 이지혜 국장한테 연락해서 은호 씨가 절대로 막 나가지 않게 막아달라고 설득할 거야.”
“……네?”
“은호 씨, 나를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마.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올랐는지 알면 손뼉을 사흘 연속 쳐도 모자랄 테니까.”
태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멍한 표정을 한 은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고집쟁이를 어쩌면 좋을까.’
이 모든 게 환수를 위한 일이라 잘한다고 손뼉을 마주해야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여야지.
비즈니스고 뭐고,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은호가 참 눈에 밟혔다.
그냥 뒀다가는 안 될 것 같았으니까.
태호는 지혜에게 바로 연락했다.
“여보세요.”
<소장님께서 무슨 일로 연락을 주셨습니까?>
“우리 쪽에 준 자료하고 다르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참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십니다.”
<벌써 들켰습니까?>
지혜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웃음을 드러냈다. 자신이라는 핑곗거리 만들어 은호에게 ‘소장님이 반대해서 안 되겠습니다’라는 걸 에둘러 말하고 싶은 걸 왜 모를까.
“어차피 은호 씨를 따로 뒤로 빼거나 적이 없는 곳에 배치할 걸 압니다.”
<그것도 파악이 빠르시네요.>
“다 좋은데, 은호 씨, 잘 지켜봐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심서율을 붙여놓을 생각이니까요.>
“무슨 일 생기면 이쪽으로 보내는 거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저도 서은호 씨가 외부로 노출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위험해지는 걸 바라지 않으니까요.>
* * *
바로 오늘이 환수 밀렵꾼들을 치는 날이었다.
회원권을 이용해 장소가 무작위로 배치되는 것 같았고, 위치는 이미 레딩을 감금했던 하동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백아리로 132번길 43, 테리스 빌딩 24층.
위치를 아는데, 뭐 하러 주저할까.
‘미안해요, 형. 내가 누구 손바닥에 놀아나는 꼴은 이제 싫어서요.’
은호는 그림자에서 나왔다. 창밖을 보자 밤이 찾아와 있었다.
태호도 그렇고 지혜 역시 뭘 걱정하는지 알지만, 자신은 환수 관리국과 별개의 존재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견제해야 할 세력이 하나보다 둘이 나을 테니까.’
무엇보다 구태여 자신의 정체를 적들이 알 수 있게 정보를 줘야 할까.
은호는 주변을 돌아본 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회사든 어디든 화분은 빠지지 않았다.
여기도 그런 모양인지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피를 약간 뿌린 뒤, 은호는 손가락을 탈 위에 올렸다.
“아직은 기다리고 있어 줘.”
성장하고 있다가 위그드라실이 고개를 빼꼼 내밀자 갑자기 그대로 멈췄다.
은호는 위그드라실을 손가락으로 살살 건든 뒤, 공간을 열어 일렉트를 불렀다.
“삐죽아.”
“삐죽이 아니… 어?”
일렉트의 꼬리가 바로 반응했다.
파르르 떨리더니 바로 날아와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렇지, 전기는 어디든지 흐르니까.’
모름지기 전기를 끊어놔야 했다.
전선 하나만 망가져도 죄다 꺼질 테니, 그 후에 보안실을 건드는 게 맞았다.
일렉트가 입을 열자 벽을 타고 무언가 빛이 반짝거렸다.
얌얌.
일렉트는 전기를 먹으며 행복함을 얼굴에 드러내다 말고 깜짝 놀라 은호를 바라보았다.
무의식중에 먹고 말았다.
실수라면 어떡하지. 은호가 화가 났을까.
“…은호. 내가…….”
갑자기 주변 불이 꺼졌다.
은호가 뒤집어쓴 탈에 불이 들어오자 일렉트는 시선을 빼앗겼다.
반짝거렸다.
신기함이 밀려오자 은호에게 다가가 앞발을 뻗었다. 아주 옅지만, 찌릿찌릿했다.
“삐죽아.”
은호의 목소리에 일렉트는 방금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생각나 고개를 힘없이 숙였다.
“잘했어.”
은호는 손을 뻗어 일렉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장갑을 껴 은호의 온기가 직접 닿지 않았지만, 일렉트의 꼬리가 파르르 흔들렸다.
“그렇지 않아도 전기가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어. 너라면 반드시 잘 알 거라 생각했으니까.”
혼나는 게 아니라니.
전기를 먹어도 칭찬을 듣다니.
‘기뻐.’
일렉트는 수줍은 듯 본인의 꼬리를 물었다. 단춧구멍 같던 눈동자가 커지며 기쁨이 가득 담겨왔다.
“물러나라.”
흑견이 목소리를 내자 은호는 뒤로 물러섰다.
그림자에서 치솟은 어둠이 그대로 벽을 뚫었고, 은호는 입꼬리를 올렸다.
“삐죽아. 이제 들어가 ?羚?”
“나도 은호 도울 수 있어.”
“그런 게 아니야. 진짜 위험하니까, 그래. 여기는 아주 쓰레기 같은 인간들만 가득해. 너를 그놈들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아까울 정도라서 그래.”
은호가 둘러 말했지만, 일렉트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았다.
곧 눈을 찌푸렸다.
“나쁜 인간들이야?”
“맞아. 네가 무서울 수 있어.”
은호의 말에 일렉트는 입을 삐죽 내민 채 입꼬리를 올렸다.
은호가 뭘 걱정하는지 알았다.
얼마 전에 새로운 존재가 왔다.
날개를 잃어버리고 귀까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인간이 그렇게 했다는 말에 다른 얘들도 술렁거렸다.
여러 말이 나왔지만, 단 하나는 절대로 변하지 않았다.
―은호는 달라.
그건 바로 은호였다.
인간에게 상처받은 애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그 상처를 보듬어준 건 다름 아닌 인간인 은호였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건 더 싫어.’
지금도 은호가 움직이는 이유는 자신들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일렉트는 고개를 돌렸다.
저 너머에 누군가 오고 있었다.
파직.
일렉트의 몸에서 전기가 올라왔다.
“삐죽아?”
“내가 무서워지면 은호한테 갈 거야.”
그럼, 은호는 분명히 힘껏 안아주겠지.
일렉트는 문이 열리는 순간,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나는 전기를 쏘아냈다.
은호가 자신에게 준 집의 전기를 먹고 머물고, 잠이 들었다.
모든 건 은호가 줬는데, 그를 위해 내뱉는 전기가 왜 아까울까.
전기는 갈래로 쪼개져 다가오는 이들을 향해 차갑고, 매섭게 할퀴어버렸다.
몸을 부르르 떠는 그들을 보며 일렉트는 허공을 날아 꼬리를 바짝 올렸다.
이미 전기에 공격당했기에 놈들의 위치 같은 건 머릿속에 금방 떠올랐다.
일렉트는 주저하지 않고 놈들의 머리 위로 번개를 떨구었다.
전기 나무처럼 하얗고, 하얀 번개였다.
콰르르르릉!
놈들이 새카맣게 타버렸지만, 일렉트는 꼬리를 흔들며 인간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흥.
이래도 안 죽는 걸 알고 있었다.
힘이 있는 인간은 은호와 달리 몹시 튼튼했으니까.
은호는 일렉트를 품에 안았다.
일렉트의 눈이 커질 무렵 옆에서 뻗어나는 가지가 그들을 휘어잡고는 땅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격렬한 소리가 퍼졌다.
“고마워.”
은호의 목소리가 나오자 일렉트는 앞발로 입을 가렸다.
은호는 일렉트를 안은 채로 가지를 움직여 문부터 틀어막았다.
스프레이를 흔들며 쓰러진 적들에게 다가가 한 명씩 뿌렸다.
‘이게 진짜 효과가 좋다니까?’
초능력자는 괴물 같은 몸이기에 기절을 시키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은호는 저들을 어디로 잠깐 보내놓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 폭시와 폭시의 친구가 붙잡혔던, 이제는 사라진 그 오두막으로 열었다.
그곳으로 다 던진 뒤에 공간 너머로 손만 뻗어 피를 부었다.
“친구들아, 저놈들 좀 잘 붙잡아줘. 나중에 찾아갈게.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주기만 하면 돼.”
이미 한 번 얼굴을 봤다고 그럴까, 은호는 바람도 불지 않는데 크게 흔들리는 숲을 보며 방긋 미소를 그렸다.
공간을 닫은 뒤, 은호는 화분을 들고 그림자로 들어갔다.
콰앙!
거의 동시에 문을 박살 나며 경비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들이닥쳤다.
한 명이 빛을 뿜어냈고, 나머지는 손전등을 든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눈을 찌푸렸다.
“……왜 아무도 없어?”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니? 이렇게 그을린 흔적이 있는데!”
아주 격렬한 소리도 들렸다. 흔적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끊어진 전기선이 보였다.
“야, 여기 연결해놔.”
경비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부하를 보며 재촉했다.
끊어져 버린 전기선을 바라보는 그 모습이 하도 멍청해 보여 은호는 그림자에서 빼꼼히 손을 내밀어 화분을 놔뒀다.
이리저리 살피고 있던 경비대장은 이내 화분을 발견했다.
“야. 여기 들어올 때 원래 화분이 있었어?”
“화분이요……?”
모든 시선이 화분에 쏠릴 그때, 그림자가 움직였다.
조용히 그들의 목을 휘감으며 숨통을 조여버렸다.
화르륵.
그림자를 떼고자 불꽃이 피어나고, 누군가는 근육을 크게 키워갔지만, 죄다 흑견의 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그들이 축 늘어지자 은호는 밖으로 나와 잠재운 뒤, 경비대장의 품을 뒤졌다.
은호는 무전기를 손에 넣었다.
대충 조작하고는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유예림.”
이곳에 오기 전에 은호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유예림이 소속된 그 단체에서 그녀만 살렸다.
정말 쓸모 있어서 살렸을까.
그럴 가능성 역시 존재했다.
하지만 은호는 그 쓸모란 다른 쪽이 아닐까 추측했다.
어차피 붙잡혔기에 벌써 이름까지 나온 마당에 소용 있는 쓸모는 딱 하나였다.
버리는 패.
자꾸만 본인들을 찌르는 자신이 너무도 궁금할 테지. 그걸 알아보는 용도로 쓰기에 적합했다.
이곳에만 이런 장소가 열리지 않기에 유예림이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은호는 어차피 잡아야 하기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싫어도 그녀는 살려면 이곳으로 와야 하니까.
은호는 장난기를 담아 다음 말을 꺼냈다.
“내가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