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99)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99화(99/3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 099화
99화. 그래서 너희가 싫다니까(2)
* * *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 짧은 단발을 한 여자는 거울로 물건을 던져버렸다.
옆에 걸린, 긴 붉은 머리카락 가발이 덩달아 흔들렸다.
와장창.
거울이 깨져버리며 그 사이로 붉은 머리카락이 비췄다.
“왜? 왜! 왜! 또 무슨 일인데?”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들어오는 부하를 보며 입을 놀렸다.
“그게 아니라…….”
“아닌데, 아닌 건데, 지금 여기를 찾아와?”
그녀는 당장 다가가 남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너도 날 비웃으려고 온 거지? 그렇지?”
“…크헉.”
“내가 분명히 급한 일 아니면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내 말이 우스워?”
겨우 목숨을 부지했지만, 목숨만큼 소중한 머리카락이 사라졌다.
이런 짧은 단발을 누군가에게 내보이는 건 자신에게 있어, 굴욕이었다.
“그, 그놈이 나타났습니다!”
남자가 ‘꺽꺽’하며 말을 꺼내 그녀는 손을 내려놓았다.
“그놈이라니?”
여자는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당장 지껄이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기세였기에 남자는 겨우 숨을 돌린 뒤 바로 입을 열었다.
“……테리스 빌딩. 그, 그곳에서 누군가 팀장님의 이름을 언급한 건 물론, ‘내가 왔다’라고 말했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하.”
예림은 기가 막혔다.
다시 이어진 헛웃음은 이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자만이 느껴졌다.
그때는 그 거지같은 놈하고 입씨름하느라 방심했을 뿐이라는 걸 몸소 느끼게 해줘야 알까.
예림은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입을 살짝 가렸다.
‘재미있네. 재미있어.’
어차피 목숨만 붙어 있으면 그만이었다.
제 발로 찾아왔는데 왜 이를 거절할까.
“팀장님. …이건, 함정입니다.”
“알고 있는데?”
“환수 관리국이 있을 겁니다.”
“주인님은 그걸 알아보고 싶은가 보지. 그 새끼가 환수 관리국과 손을 잡았는지, 아닌지. 내가 잘 짖어야 주인님이 날 죽이지 않을 테니 어쩌겠어? 잘 짖어봐야지.”
가발을 뒤집어쓴 채 붉은 머리카락을 넘겼다.
“주변을 잘 살펴보라고 해. 환수 관리국, 그 멍청한 새끼들이 보이는 즉시 알지?”
“죽이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 멍청이는 어차피 우리 못 죽여.”
저들이 곧 죽어도 자신들을 쫓을 수 없는 이유는 하나였다.
“걔들은 법에 얽혀 있으니까.”
예림이 밖으로 나오자 전시대처럼 수많은 환수가 우리에 갇힌 채 시끄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짐승이나 다름없는 저따위 환수가 뭐라고.
돈이 되지 않았다면 진작 멸종했을 생물 주제에.
* * *
‘……으음.’
은호는 휴대전화를 슬쩍 보았다.
얼마나 전화를 했는지 몰라도 진짜 불이 날 정도로 뜨거웠다.
마지막으로 쓰러트린 환수 밀렵꾼을 오두막으로 보낸 뒤, 전화를 받았다.
“네, 형.”
한숨부터 들려왔다.
<…은호 씨. 아주 화끈하게 사고를 쳤네? 설마, 우리 둘을 속일 줄이야.>
“그건 미안해요. 하지만 형. 이제 여기에는 아무도 없어요.”
<없다니……?>
“나랑 멍멍이 형님이랑 삐죽이가 다 처리했거든요.”
은호는 걸음을 옮겼다.
“여기에 환수 친구들이 참 많네요. 오늘의 제품처럼 내놓으려고 했나 봐요. 참, 거지 같죠?”
<잠시만. 잠시만.>
태호는 무슨 상황인지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했다.
“나하고 친구들이 이곳에 있는 환수 밀렵꾼을 처리했다는 말이에요.”
<그게… 가능했다고?>
“원래는 안 되겠죠. 그런데 여기는 실내잖아요?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해요. 멍멍이 형님의 능력 알잖아요?”
전기가 끊겨 어둠이 내려온 이곳에서 어둠으로 녹아들 수 있는 흑견의 힘을 따라올 이들이 누가 있을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형. 늘 만나는 장소 앞에 서 있어 줘요. 잠깐 국장님하고 통화 좀 할게요.”
은호는 태호와 연락을 끊은 뒤, 계속 걸어가며 지혜에게 연락했다.
“국장님.”
<…서은호 씨. 이건 좀 뒤통수가 아픕니다.>
“국장님도 형도 말릴 거라 생각해서 그랬어요. 우선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할게요.”
<말씀하시죠.>
지혜는 생각 이상으로 이성적이었다.
“여기 있는 환수 밀렵꾼을 다 잡아뒀으니, 체포할 준비 해주시고요.”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부하들의 배치를 더 넓게 퍼트리면 되겠습니까?>
“맞아요! 이제 이곳으로 유예림이 올 거거든요. 당연히 염탐하겠죠?”
<…유예림을 부른 겁니까?>
지혜가 이를 악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왜 이렇게 했는지 슬슬 감이 오시죠?”
<서은호 씨는 환수 관리국과 관련이 없다, 너희들을 노리고 있는 게 환수 관리국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적에게 견제 세력을 더 늘리고 싶은 겁니까?>
“맞아요. 믿든 믿지 않든 결국 흔들릴 테니까요. 그러니 극적인 순간에 찾아오세요. 저와 처음 본 것처럼 행동해주세요. 그러면 앞으로 그려나갈 그림이 참, 재미있겠죠?”
은호의 물음에도 지혜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표정도, 감정도 굳어져 있겠지.
“알아요. 국장님이 절 왜 환수 관리국의 일에 끼워 넣었는지요. 절 보호하고 싶으신 거잖아요.”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이런 위험한 일을 벌이십니까? 서은호 씨. 당신은 일반인입니다.>
“일반인도 이런 거 할 수 있다. 뭐 그런 걸 보여주려고 이렇게 움직이는 게 절대 아니에요.”
은호는 교감의 힘을 사용해 손아귀에서 빛을 냈다.
그 빛을 따라 우리에 갇힌 환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두렵고, 불안하며, 공포에 떠는 그 시선들이 다가왔다.
자신의 목을 휘감고 있던 일렉트의 앞발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저, 제가 기다릴 수 없어서 그래요.”
모든 걸 다 떠나 환수들이 어떻게 갇혔을지 아는데, 이걸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아차, 제가 그 쓰레기들한테 나눠준 순번이 있는데, 이거 추적할 수 있어요. 아마 쉽게 데려갈 수 있을 거예요.”
<쉽게 데려갈 수 있다뇨?>
“추적할 수 있는 키 같은 건, 가을 씨가 줄 테니까요. 그럼, 나중에 봐요.”
은호는 휴대전화를 끊고, 가을에게 문자를 보냈다.
[들켰어요. 뒤를 부탁할게요.]이번 일은 당연히 가을하고 몰래 이야기된 일이었다.
앞으로 사고 치기 전에 이야기하기로 약속했으니까.
―…해보죠. 저도 오랜만에 박사님 뒤통수를 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으니까요.
솔직히 허락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잠깐만 함구해줄 수 없겠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가을을 등에 업었기에 이보다 더 든든할 순 없었다.
자신이 어떻게 사각지대를 노렸겠는가.
은호는 숨을 짧게 내쉰 뒤, 입을 열었다.
“안녕, 친구들아.”
탈을 벗었다.
“내가 불을 꺼버려서 너무 놀랐지?”
빛을 따라 은호의 미소가 보였다.
잘 웃고 있을까.
은호는 그게 걱정됐다.
무엇이 되었든 그는 환수들이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말부터 꺼냈다.
“친구들은 이제 자유야.”
레딩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가장 빨리 두려움을 지워버릴 수 있는 건 바로 실질적인 원인을 제외하는 일이라는 걸.
“밖에 아무도 없어. 우리가 다 치워 버렸으니까.”
은호의 말에 한 번 흔들리고.
“맞아. 다 전기로 구워버렸어.”
맞장구를 친 일렉트의 말에 그들은 다시금 흔들렸다.
“너희와 더 많은 말을 나누고 싶은데, 지금 나한테도, 너희한테도 시간이 없어.”
은호는 그게 너무도 아쉬웠다.
지금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나는 서은호야.”
은호는 이름을 알려줬다. 주변 어둠이 요동쳤지만, 그의 미소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부터 나는 너희를 풀어줄 거야.”
그 소리에 우리 속에 갇힌 환수들이 목소리를 냈다.
“……정말?”
“정말이야? 우리를 풀어줄 거야?”
아직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의심 역시 존재하나, 그렇게 깊지 않았다.
환수 밀렵꾼들에게 붙잡힌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기에 은호는 안도했다.
“대신 하나만 약속해줘.”
“약속……?”
“이제 너희는 환수 연구소라는 곳에 가게 될 거야. 그곳에서 너희를 기다리는 인간이 있어.”
건드리면 안 될 걸 건드린 것처럼 인간이라는 말에 갑자기 조용해졌다.
“절대로 너희를 다치게 하지 않아. 너희가 건강한지 검사만 할 거야. 그 후, 건강하다고 판단이 된다면 얼마든지 떠나도 좋아.”
인간에게 당한 환수들에게 이런 말이 얼마나 웃긴 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은호 간절함을 담아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를 돕고 싶어.”
부디 이 마음이 전해지길.
* * *
문을 향해 화살촉을 닮은 게 다다닥 붙었다.
콰아아앙!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안에 사람이 있든 말든 지금 예림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어떻게든 저놈을 처리해야 자신이 살 수 있었다.
“쥐새끼야, 내가 왔어.”
예림은 좌우를 살피며 입꼬리를 올렸다.
불이 꺼져 있었다.
‘머리가 좋네?’
함정이라는 걸 알린 듯한 저 풍경이 너무나도 웃겼다.
‘그래서 뭐?’
예림은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주변을 확인했다.
환수 관리국은 없었다.
아예 이곳을 모르는 것처럼 그 잘난 제복도 보이질 않았다.
이게 뭘 의미하겠는가.
저 안에 환수 관리국 사람이 있든, 혼자든 둘 중 하나였다.
예림은 같이 온 부하를 보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미끼 역은 아주 많이 데려왔다.
오늘을 위해 이곳에 시공도 거쳤다.
소리와 빛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24층으로 올라오고, 내려오는 계단은 물론 엘리베이터 역시 공사를 위한 일이라고 건물 전체 미리 공지를 통해 알렸고, 통제 역시 철저히 했다.
하루에 공사를 하는 곳이 몇 군데겠는가. 그 허점을 노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역으로 작용할 줄은 몰랐다. 꼭 쥐구멍에 몰린 것만 같았다.
‘이 점도 생각해야겠네.’
그놈은 이 행동 자체가 자신들에게 허점을 알려줬다는 걸 알까.
예림은 안에 들어간 부하가 뭐라도 지껄이길 기다렸다.
하지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기다려도 부하는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어떻게 됐지?”
예림은 어두운 저 안을 바라보았다.
가뜩이나 밤이라 더욱 어두워 보였다.
“……소리가 사라졌습니다.”
부하는 귀를 기울이다 입을 열었다.
“내가 그걸 몰라? 내가 눈이 없어 보여? 안에 어떻게 됐냐고.”
예림은 사납게 부하를 바라보았다.
사라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저 안에 사람이 있냐, 없냐였다.
“있습니다.”
“몇 명이야?”
“…….”
부하는 잠깐 망설였다.
예림은 부하의 멱살을 쥐었다.
“몇 명이냐고. 내 말 안 들려? 내가, 우스워?”
점점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올라갔다.
처한 상황에 계속 날이 설 수밖에 없었다. 그놈이 자발적으로 찾아왔는데, 이걸 놓친다는 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하, 한 명입니다.”
튀어나온 저 소리에 예림의 손이 미끄러져 내렸다.
“한 명… 이라고?”
“…한 명입니다.”
다시금 들려오는 대답에 예림은 천천히 머리를 식혔다.
한 명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왜 한 명일까.
‘……환수 관리국하고 관계가 없다고?’
예림은 그 사실 너머로 새로운 생각이 떠올렸다.
‘그러니까, 그놈이 저곳에 있는 내 부하들을 다 처리했다는 말이야?’
뭔가 아주 많이 이상해지고 있었다.
그게 가능할까.
저곳에 상주하는 인원이 몇 명인가.
예림은 생각을 바꿨다.
“너희 모두, 들어갈 준비해. 그리고 너, 불 피워.”
부하들에게 하나씩 지시하며 예림은 모두가 준비된 걸 보았다.
모름지기 싸움은 숫자였다.
예림은 뒤에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찌푸렸다. 딱 하나가 거슬렸다.
“벽, 부숴.”
그 지시에 힘과 관련된 초능력을 가진 부하가 알아서 벽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초능력자들을 대비해 건물 역시 굉장히 튼튼하게 바뀌었지만, 결국, 이기는 건 초능력이었다.
쾅!
벽이 부서졌다.
왼쪽, 오른쪽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는 그 소리는 한 초능력자의 손아귀로 흘러 들어갔다.
소리를 흡수하는 초능력이었다.
평소에는 쓸모없지만, 이럴 때는 또 쓸모 있었다. 이렇게라도 쓸모를 증명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예림은 사방으로 뚫린 구멍을 보자 그제야 마음에 들었다.
이러면 다 같이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죽이지는 마.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놔.”
예림은 활짝 웃으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 웃음에 화답하듯 부하들은 웅장하게 움직였다. 그 누가 있든지 간에 아주 손쉽게 쓰러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빛은 점점 번져갔고, 예림의 미소가 길어지던 차, 부하들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너희, 뭐해?”
예림은 멈춘 부하들을 보며 고개를 아주 살짝 기울였다.
저 모든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해야 어둠뿐인데, 어린아이도 아니고 어둠이 무섭다고 징징거리는 것 같았으니까.
“어서…….”
예림의 말이 멈췄다.
빛이 더 강렬해지더니 내부가 보였다.
건물 안을 가득 채운 건 빛을 내뿜는 꽃이었다.
‘나무야…? 나무가 여기에 있다고?’
이상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혹시나 정신계 관련 초능력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해야만 했다.
화르륵.
의문도 잠깐, 천장에 피어난 불꽃이 보였다.
하나, 둘, 세 개로 늘어나더니 천장에서 쏟아지는 물과 함께 꺼져버렸다.
“…푸핫.”
부하 중 누군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 대단한 걸 하는가 싶더니 겨우 저 작고, 작은 불꽃을 피우는 거라니.
지금은 그저 갑자기 쏟아지는 저 물이 너무도 거슬릴 뿐이었다.
‘……?’
하지만 예림은 웃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을 테니까. 다만,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파직.
그때, 옅은 소리가 들렸다. 너무나도 불길한 소리였다.
“피해!”
예림은 그 소리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해 소리쳤다.
“늦었어.”
가벼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하얀 번개 퍼져 나왔다.
물을 흠뻑 뒤집어쓴 이들 모두가 전기에 감전이 되어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갓 물에서 튀어나온 생선처럼 잘도 파닥파닥 뛰는 모양새에도 전기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분노를 토하는 것 같았다.
“예림아.”
그들 사이로 누군가 걸어왔다. 그곳만 전기가 닿지 않는 듯 평온했다.
네온사인과 같은 빛이 퍼져 나왔다.
“내가 보고 싶었어?”
장난기가 가득한 말에 걸맞은 표정이 나타났다.
“……너어!”
예림은 손가락으로 은호를 찔렀다.
그놈이었다.
그 목소리였다.
“나도, 그래.”
은호는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머리카락처럼 수없이 자라난 나뭇가지가 예림의 부하 모두의 숨통을 움켜쥐었다.
“네 입으로 꺼낼 말이 너무 많잖아?”
은호는 키득거리며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