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Gaiden (138)
– 외전 138화
외전 138화
나는 휘파람을 불며 녀석을 주시했다.
나타난 것은 푸른 날개를 가진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띤 존재다.
“의식이 흐릿할 때 보면 소녀처럼 보이기도 하려나.”
저것에 성별 따위는 없다. 애초에 생물도 아니고.
하물며 요정 따위도 아니다.
굳이 계통을 따지자면 정령과 유사한 계열. 하지만 정령보다도 존재가 모호한 부류다.
“너는 이 일대의 지맥에서 태어난 신령이냐?”
예를 들면 인간의 손이 타지 않는 숲이나 혹은 그에 비견되는 마경.
그런 곳에 길을 잃은 인간들이 이따금 누군가에게 이끌려 탈출한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어느 땅이든 신비한 힘은 흐르기 마련이지.”
지맥이라든가 혹은 그 토지만의 고인 기운들. 속되게 비유하면 특산물일지도 모른다.
뭐, 가장 흔한 부류는 호수지. 그런 곳에서 고이고 고여서 의지를 가진 기운이 생긴다.
그리고 그런 기운에는 의지가 싹트기 마련.
특히나 기후가 험하여 자연의 특색이 강한 곳일수록 그런 경향이자주 있다.
요컨대 저 녀석은 파힐리아의 ……이 땅의 의지 그 자체다.
문제는 그렇다면 저 녀석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인간한테 원한을 가진 건 아닌 것 같은데?”
인간을 해로운 것으로 취급하고 움직이는 일도 있을지 모르는 법.
‘그 경우는 실피아라도 불러서 이 녀석의 존재를 통째로 정화해 버릴 수밖에 없지만.’
다만 강경한 수단까지는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적의는 없다.
그렇다면 무슨 생각일까.
녀석이 무언가를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래 봐야 입 모양을 흉내낼 뿐. 언어는 되지 못한다.
“음. 음. 그런 뜻인가?”
그래도 알아듣는 데는 지장이 없다.
타심통을 비롯하여 몇 가지 소통수단을 조합하면 간략한 의사소통은 된다.
공감이야말로 대화의 기본. 그 수단은 늘 가지고 있는 편이 좋지.
“인간이…… 많이 와서…… 약속대로? 음? 무슨 소리래?”
무심코 갸웃거렸다.
녀석의 말을 해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녀석의 말을 빠르게 번역하여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간이 많아지면 그들을 지켜주기로 약속했다. 〉라는 의미.
“뭐? 인간이 살아가도록 허락해 준 건 너라고? ……그게 무슨……
아……
그제야 짐작 가는 게 떠올랐다.
“……그 촌장이 하던 소리였나.”
약속.
얼마 전 들었던 그 노인이 말했던 일화를 떠올렸다.
“실은 그것은 실화였습니다?. 라는 느낌 말이지.”
녀석은 내 푸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멍한 고갯짓을 한다.
“요컨대 이 장난을 네가 꾸민 게 확실하다는 뜻으로 알아들어도 되겠지?”
굳이 범인은 너다! 하고 지적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유.
“약속이라고 했지? 그렇다는 건너와 그 약속인지 뭔지를 이야기한건 그자인가?”
달리 생각할 것도 없다. 그 촌장이 말한 파힐리아 정착기에 언급된 그 사내.
“그래서 용건은?”
〈약속. 나는 이 땅을 빌려줬어.
대신 그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고. 〉
“……그래서?”
〈하지만 약속 지키지 않았어. 〉얼추 이해가 갔다.
아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언제부터인가 파힐리아가 축제를…… 정확히는 저 녀석에게 지내는 감사의 의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아하…… 과거 파힐리아의 기상악화는 그것과 관련이 있나?”
아마 약속이라는 것이 말하는 의미에는 인간을 이 땅에 살 수 있게 끔 돌봐준다.
요컨대 기후가 가장 관련이 있겠지.
그러나 지키지 않으니 더는 의리를 지켜줄 이유는 없으리라.
‘……사실 흔한 일이기도 하고.’
강한 힘이나 혹은 권한을 가진 존재에게 대가를 바치고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 같은 것은 흔하다.
“거기까지는 납득하겠지만 왜 지금 와서 튀어나온 거지?”
그게 의문이다.
이미 그 약속도 당사자가 죽고 후손이 지키지 않은 시점에서 아웃이다.
무엇보다 이 녀석부터가 포기하고 단념한 게 아닌가. 파힐리아의지금의 추위가 그 이유.
그렇다는 건 따로 계기가 있다는 소리다.
‘……우린가?’
달리 생각할 것도 없겠지. 녀석이 변덕을 부릴 만한 원인의 대부 분은 우리가 제공하고도 남았을 테니.
<.. 네가 아냐. 〉
그러나 녀석은 그리 말하면서 강렬한 냉기를 뿜는다.
마치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듯한 반응.
바로 그 냉기가 내 전신을 휘감으려 한다.
“흐음…… 난폭한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인가.”
<……네가 아냐. 〉
녀석이 한 번 더 말하자 냉기가 더욱 강렬해지더니 허공에 단단한 얼음의 알갱이가 맺힌다.
그대로 알갱이는 점차 면적을 넓히며 순식간에 퍼져 나가서 얼음의 장벽이 되어 나를 가두려 한다.
“ 호오??????
그 현상을 느긋하게 관찰하며 나는 저 녀석이 행동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딱히 나 개인에 대한 적의로는 판단이 되지 않는다.
‘음,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나.’ 경험상 나오는 근거는 아마 약간의 오해와.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발산하는 힘에 대한 경계겠지.
전자는 둘째치고 후자는 확신을 할 수 있다.
‘꼭 보통 인적 없는 비경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저런 녀석들에게 공격받더라……
저런 존재들은 우리 동업자들을 평범한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아마 은연중 가진 기운을 알아채는 것이겠지.
요컨대 나나 다른 동업자의 존재에 겁을 먹은 것이다.
‘뭐, 이것 자체는 별거 아냐.’
얼음덩어리가 나를 완전히 감싸기 전에 나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날파리라도 내쫓듯 가볍게 휘둘러 치는 느낌으로.
파창!
그것만으로 유리 깨지는 소리처럼 녀석이 생성한 얼음이 전부 깨져 흩날린다.
<……
“일단 오해부터 풀어라. 나는 딱히 여길 어떻게 하려는 생각이 없거든. ……일단 우리 집이기도 하고.”
〈거짓말. 〉
그러나 내 말을 믿을 생각 따윈없어 보였다.
그 불신의 대답과 함께 날아온 것은 얼음의 창날.
그것도 수백 개가 한 번에 날아 든다.
조금도 봐주는 게 없군.
“……어이쿠 이건 위험하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피해도 되지만 이게 엉뚱한 곳에 날아가 누군가에게 맞으면 큰일이다. 전부 처리해 두는 편이 좋다.
그러자 사방에서 화염이 몰아치며 그대로 그 얼음을 감싸 태워 버린다.
“흐음…… 귀찮네.”
쉽게 상쇄한 듯 보이나 꽤 난처하다.
지금 보인 위력만 치자면 7서클빙결 마법과도 맞먹는 수준. 아마 저것도 진심은 아니겠지.
‘이거, 여기서 설득 못 하면 귀찮아지겠지.’
저래 보여도 대자연적 존재와 맞먹는 괴물이다.
없애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경험상 분명히 뒤끝이 있다. 남의 땅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면 몰라도 내 집 앞마당에서 그런 폭거를 저지를 수는 없지.
무엇보다. 오해 하나 때문에 덤비는 녀석을 없애는 취미도 없고.
뭐,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설득 섬멸 반격. 어느 쪽이든 질릴 대로 경험해 봤다.
다행히 저 녀석의 힘 자체는 썩강한 편이 아니다.
아마 파힐리아의 토지 자체가 비옥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내 영지라지만 참으로 씁쓸한 사실이다.
“일단 경고해 두지만 먼저 공격한 건 너다?”
“맞고 나서 불평하지 말라는 뜻이야.”
나는 싱긋 웃으며 녀석의 공격을 장난으로 여기듯 가볍게 피하거나 상쇄하며 틈을 노렸다.
“여기군!”
나는 그대로 상공으로 뛰어올라 위에서 틈을 엿보다가 드디어 노리던 곳을 포착하고는 고속으로 하강했다.
저건 일종의 분신체 같은 것.
노려야 할 것은 저 녀석의 의사를 발하는 본체.
‘녀석의 본체는 파힐리아의 지맥그 자체……
그중에서도 그 의사가 모이는 핵같은 것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걸 확신하는 근거는 경험.
“핫!”
그대로 녀석을 무시하고 어느 한 지점을 향해 힘껏 발을 내리찍었다.
콰앙! 굉음과 함께 일대의 지면이 너무나도 간단히 가라앉는다.
얼핏 보면 엉뚱한 곳을 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게 정답이다.
녀석이 당혹스러워한다.
그야 제대로 노리고 쳤으니까.
“하하하핫! 여기구나!”
내가 파괴한 땅 안쪽.
파힐리아의 지맥이 흐르는 그 응결지가 녀석의 의사가 존재하는 핵이 고여 있는 곳이리라.
‘이대로 좀 더 내리찍으면 그 흐름을 끊어서 소멸 혹은 약화시키는 것도 가능하지만.’
말했다시피 그건 내가 손해 보는 게 더 크다.
무엇보다 대화로 끝낼 여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협상 테이블은 강제로 차려야지!”
상대가 협상할 의사가 없다면 강제로 의자에 앉히고 묶은 다음에 서명할 수밖에 없는 자리를 친절하게 베풀어 주면 되는 법.
……어? 그거 친절하긴 한 건가?
뭐, 됐다.
“나도 한가하지 않으니 후딱 끝내자고!”
그대로 바닥을 한 번 더 내리찍었다. 조금 전 일격은 단순히 녀석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것을 위한 것.
“그리고 술식 발동!”
틈틈이 피하면서 설치해 놓은 마법진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쿠궁!
땅속이 한 차례 울린다.
그리고 한 번으로도 모자라 그 진동이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지진.
녀석이 당혹스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 하나 이미 늦었다.
“흐읍!”
내가 한 손을 위로 들어 올리는 시늉을 하자 굉음이 더욱 커지며 그대로 내 주변의 시야가 위로 솟구친다.
주변 1킬로미터 내의 땅덩어리를 그대로 들어 올린 것이다.
“간단한 부유 마법진을 설치한 장난이지.”
그리고 위장 마법도 치밀하게 걸어두었기에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보이지도 않을 것이고.
일종의 격리 조치인 셈이다.
녀석이 말을 들을 생각이 없으니 강제로 흐름을 끊어서 듣게 만드는것.
“이렇게 해 두면 너도 더는 힘을 쓸 수 없겠지?”
그 신령은 내 말이 정곡인 듯 어깨를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주저앉는다.
더 낼 수 있는 힘이 없는 것이다.
‘그야 녀석의 근간은 이 파힐리아일대의 지맥 그 자체…… 그걸 분리 했으니 당연히 힘이 떨어지겠지.’
어떻게 보면 조금 난폭한 수단일지 모른다.
이대로 내가 이 땅덩어리를 소멸시키거나 장기간 방치해 두면 연료가 다 떨어져 사라질 것이다.
어차피 이 대화만 끝내면 다시 돌려놓을 셈이니 문제는 없겠지만.
<……나 죽어. 〉
“안 죽여.”
이젠 부들부들 떠는 게 놔두면 유언장이라도 쓸 기세인지라 나는 적당히 한마디 내뱉고는 녀석의 앞으로 다가갔다.
무방비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공격할 여력도 없고.
“일단 내 이야기만 듣고 나면 제자리에 돌려놔 주마.”
<……진짜? 〉
“뭐, 약속은 할게.”
어디까지나 돌려놓고 난 뒤고 최악의 경우 어떻게 될지까지는 보장하지 않는다.
그게 어른의 비겁한 약속인 법.
우선은 나는 녀석도 알아듣기 쉽게끔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일단 나는 평범한 인간이다.”
<……평범? 〉
녀석이 나를 쭉 훑어보고는 ‘대체 어디가?’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보다 저렇게나 어이없어하다니. 대체 내가 어떻게 보이는 걸까? 무슨 괴물처럼 보이나?
“평범한 인간 맞아.”
〈이상해. 인간 아냐. 〉……꼭 내가 인간쓰레기라는 것처럼 들린다만?
아무튼, 적당히 우겨 넘기자.
“여기 인간들이 많이 살지?”
끄덕끄덕.
“그들을 지금 통솔하는 게 다름아닌 나야.”
짐승조차도 무리를 짓고 우두머리가 있다. 내가 영주라는 개념을 이해시키긴 어려워도 그에 빗대면 얼추 납득시킬 수 있겠지.
〈우두머리…… 하지만 그는? 〉당연히 혼란스러워한다. 이게 오해의 근본이겠지.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
그리고 아마 네가 알고 있는 그 인간은 지금으로부터 몇백 년이나 전의 사람이지.”
차근차근. 설명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당연히 모를 리 없다.
<……이해했어. 〉
인정하지만 어쩐지 씁쓸하게 여겨진다.
“그래, 거기까지 이해했다면 당장 내가 해 줄 이야기는 이제 거의 없다만.”
“왜 갑자기 이런 장난을 친 거지?”
이젠 내가 들어야 할 차례. 단순한 장난으로 일을 벌였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 의도가 있다.
“혹시 여기에 인간이 사는 게 싫은가?”
〈상관없어. 〉
그럴 거라 여기긴 했다.
“그럼 아까 네가 말한 그자와의 약속이 어쩌고 하는 것과 관련이 있나?”
<……응. 〉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순순히 들려주었다.
전생의 프로가
꿀 빠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