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Gaiden (139)
– 외전 139화
외전 139화
<……얼마 전. 〉
“ 옛날이야.”
이 녀석들의 시간 감각은 믿을게 못 된다. 내가 정정하자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고쳤다.
〈옛날…… 한 인간이 찾아왔어. 〉그 뒤에 들은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은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인간이 찾아왔다.
처음에 그녀는 이 땅에 나타난 인간들을 낯설게 느끼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살든 살지 않든 그것은 그 인간들의 몫.
그러나 어떤 인간이 기어코 숲에 들어와 헤매는 것을 보고는 호기심에 그만 접근한 모양이었다.
거기서 그 인간은 갑자기 부탁한 것이다.
이 땅에서 살게 해 달라고.
“그 부탁을 들어준 거냐?”
의외였다. 보통 이런 존재는 인간 같은 존재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거슬리게 여기는 경우가 흔하다.
〈몰라…… 그냥 지켜봤을 뿐. 〉대신 그들에게 추위는 힘겨운 거 같아 파힐리아의 날씨를 다소 약하게 해 주었을 뿐.
이른바 변덕이다.
설사 드래곤이 멋대로 찾아와 눌러앉더라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던 존재가 고작 인간들의 간청에 변덕을 부린 것이다.
〈부탁하는 인간은 처음이니까. 〉그 인간들은 이 땅의 은혜를 잊지 않도록 하였고. 그녀 또한 인간들이 잊지 않는 한은 배려해 준다.
“……일종의 계약이군.”
사실상 토지 그 자체와 나눈 계약.
다른 세계의 예를 떠올려도 사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뭐, 그것 치고는 꽤 느슨한 편이지만.
“대충은 알겠군. 파힐리아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건 결국……
인간들이 네게 보내는 감사를 잊었기 때문인가?”
그걸로 약속은 끝난 셈이다. 오히려 대가가 없는 만큼 무탈하게 끝난 게 기적이겠지.
문제는 왜 이제 와서 갑자기 튀어나온 걸까.
의문을 품고 있자니 그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약속 안 끝났어. 〉
“ 뭐?”
〈그 인간은 말했어. 자신들을 구해 달라고. 〉아무래도 이 녀석은 그의 소원을 다른 의미로 들은 모양이다.
저 녀석에겐 시간 감각이라는 것이 모호하다.
즉, 수백 년 전 일이라 해도 저 녀석에겐 어제 나눈 약속 같은 느낌.
“그게 약속이라는 거지?”
그건 좀 성가시다.
아마 과거에 그와 나눴다는 약속자체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설득은 어렵나.
‘……차라리 없앨까.’
없애고 난 뒤 생길 영향이 계산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마지막 수단으로 미뤄 두자.
“요컨대 보여 주면 되는 거잖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듯 갸웃거린다.
나는 기다려 보라는 듯 손짓하고는 적당한 술식을 준비한다.
〈뭘 하려는 거야? 〉
“단순히 기록 재생이야.”
〈기록? 〉
“……이 땅의 기록.”
요컨대 증명하면 납득하고 넘어갈 거라는 것.
그 수단은 역시 직접 보여 주는 게 확실하리라.
“자연에 존재하는 마나에는 그 생물의 기록이 남아.”
자연 발생하는 메모리 같은 개념. 그리고 그것은 땅을 통해 걸러지며 지맥에 축적되기 마련이다.
그것을 녀석에게 보여 준다.
이 땅의 인간들. 그리고 내가 태어나 산 것을 증명하면 자연스레 입증되겠지.
“내가 뭘 하는지 보여 주지.”
“자 실컷 봐라.”
나는 술식을 완성하고는 보란 듯이 턱짓했다. 꿀릴 게 없으니 당당하다.
술식이 발동하자 지맥을 타고 흐르며 자연스레 이 땅의 기록을 읽는다.
그 단편을 모으자 나와 녀석의 가운데에 둥그스름한 구슬이 생긴다.
“이걸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뭐, 새삼스레 설명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겠지.
녀석은 내가 굳이 사용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것에 손을 집어넣는다.
그러자 자연스레 그 구체 안에서 기록들이 출력된다.
나 역시 가만히 그것을 주시했다.
그 기록은 내가 오기 전. 그 옛 시절부터 재생이 된다.
처음 이 땅에 인간들이 올 때의 기록.
(이곳이 이제부터 우리의 고향이 된다.)
(잘될까? 이렇게 추운 땅에 정착이라니…….)
(분명히 그 정령님께서 우릴 돌봐주실 거다.)
희망을 가지고 정착을 꿈꾸는 인간들이 일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 삶의 뿌리를 내린다.
비록 눈이 내리더라도…… 다른 곳보다 가혹한 대지라도 그곳에 집을 지으면 누구보다 안식할 땅이 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
여러 가지 일들이 흐른다. 때로는 인간들이 기뻐하고 때로는 비극도 일어난다.
글러 먹은 드래곤이 날아와 이곳에 숨어 잠이 들기도 하고.
……그리고.
어디선가 익숙해 보이는 회색 머리의 장래가 유망해 보이는 미소년이 등장한다.
그래, 나다.
(나 아렐 에르네시아가 이 파힐리아의 새로운 영주로서 부임했다.)
왠지 쑥스럽군. 그리고 조금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영주로 부임한 나는 이 얼어붙은 땅 위에 계속해서 활기를 불어넣는다.
굶는 인간들에게 새 일과 희망을 주고.
도시를 세우고.
차가운 얼음물밖에 없던 곳에 온 천을 파내어 그곳에 사람들이 쉴수 있는 안식처를 만든다.
물론 평안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때론 몬스터들이 굶주리며 날뛰기도 하고.
때로는 바깥에서 우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자들이 괜한 흉계를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해하는 자들은 없다.
(어떻게든 될걸세.)
(암, 그렇고말고.)
희망을 가지고 맞서고 지금에 이른다.
이곳에 사는 인간들은 웃는다.
그것이 지금의 시대다. 내가 살아가는 이 놀이터. 이 땅이다.
“어때? 정말로 네 보호가 필요해 보이냐?”
대답은 들을 것도 없겠지.
무언가 고민하는 듯 보이던 그녀석이 체념하듯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이해…… 했어. 〉
“오? 정말?”
〈응, 안 구해 줘도 돼. 〉이 기록은 이곳의 모든 생물의 의사마저도 전달되겠지.
그러니 이해하지 못할 리 없다.
〈너는 사람들을 구해주는 자? 〉
“아냐 그딴 건 몰라. 관심도 없고.”
나는 녀석의 말을 단번에 부정했다.
“그냥 내가 즐겁게 살고 싶으니까 그들을 도와주는 것뿐이야. 다른 건 없어.”
그것이 내가 영주로서 하는 일.
그 말을 듣고 녀석은 무엇을 생각할까.
우선은 이곳이 평화롭다는 것은 인정한 것 같았다.
<……해방할게. 〉
다만 어쩐지 조금 쓸쓸하게 들린다. 아쉬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처럼 자기 할 일을 한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허무하기라도 한 걸까.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 지금의 저들이 저렇게 웃게 된 건 네가 그 자에게 이 땅을 허락해 주었고 또한 비호해 줬기 때문이잖아?”
이들이 지금의 시대를 누리는 건 내가 나타나고 고작 20년도 될까 말까.
그전에 긴 기간 동안 인간들이 버틴 건 저 녀석의 존재 덕일지도 모르지.
그러니 그녀는 충분히 감사받을 자격이 있으리라.
“그러니 내가 그자를 대신해 말하지.”
일단은 경의를 말하자.
“분명 그들은 너에게 감사하고 있을 거야.”
내가 그 말을 끝냈을 때는 이미 녀석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남은 것은 내 엄지손가락 정도의 크기의 광물.
그것을 집어 확인하자 그 투명한 광물 안쪽에서 새하얀 빛깔이 흡사 흩날리는 눈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음, 뭐 민폐 끼친 선물인가?”
아니면 조금 전 보여 준 것에 대한 답례인가.
아니면 나름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하는 개념인가?
하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나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는 등을 돌렸다.
그 날 이후 파힐리아의 평균 기온이 다소 상승하고 내리는 눈의 양이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것이 이 일과 관계가 있는가.
그것은 아무도 모르리라.
정신 간섭의 영향에서 벗어나자 사람들은 자연스레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우리도 바로 돌아와 사태를 수습하고는 쉬기로 했다.
“……참 별일이네. 결국 그 새는 뭐였을까?”
페나가 신기하다는 듯 여긴다.
“나중에 조사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퇴치했으니 다신 나오지 않을 거 같슴다만.”
“어휴 방심은 안 좋다니까요.”
다들 그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간만의 소동으로 제법 피곤하기도 하기에 다 같이 우리 일가 전용 온천탕에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내내 그 화제가 떠나지 않는다.
“혹시 아렐은 아는 거 없어?”
“글쎄올시다.”
나는 탕 한구석에서 녹은 것처럼 늘어진 채 나 몰라라 딴청을 부렸다.
“정말?”
“없어? 없어?.”
나는 사실대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공표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저 그 얼음 새를 무찌르니 사람들이 자연스레 해방되어 돌아왔다. 그 정도로 인식하게끔 놔두었다.
신종 몬스터라느니. 혹은 어떤 마법사가 쓴 환각이라느니 말은 많지만 이런 건 멋대로 추측하게 놔두는 게 좋다.
“아무렴 어때. 그보다 이 평온한 때나 즐기자고?.”
축제는 예정대로 계속하기로 했다.
오히려 그 얼음 새 사건이 입소문에 올랐는지 그것을 구경하겠다며 오는 손님도 있다는 보고가 올라온 참이다.
나로서는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겠지.
본의 아니게 그 녀석이 축제의 흥행에 일조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소동 때문에 돌아보지 못한 곳도 제법 있고. 에텔파이나 쪽 주민들도 그쪽 섬만의 행사를 생각해 주지 않겠냐고 요청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바쁘겠어.”
내 관심사는 오로지 그것뿐이다.
이번 축제가 끝나면 다음에는 무슨 행사를 벌일까 정도뿐이다. 하하핫!
“참, 아렐다우면 다운 말이네.”
“그러게 말이에요.”
다들 이젠 익숙하다는 느낌으로 웃을 뿐.
“그런데 결국 축제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줄 선물은 무엇입니까?”
뜨끔.
디아의 질문에 뜨끔.
“그전에 현재 가장 크게 기여한건 누굼까?”
세이나의 질문에 뜨끔!
“그, 글쎄다? 하하하하하하.”
잊었다.
하필 그 망할 신령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기에. 이제 와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은 타국에서도 손님이 온다지? 준비해야겠네.”
“아렐 님?”
“우와 잊고 계셨던 검까?”
“잊긴! 이제부터 생각할 거야.”
거기까지 얼버무렸을 때.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나 딱 맞춰 저 멀리 밤하늘에 축제를 기념하여 쏘아올린 불꽃이 터진다.
마치 모든 근심을 모아 저 하늘에 터트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정말 평화롭기 그지없는 나날.
인간의 일생은 짧고 영원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수십년간은, 한 번의 일생 동안은 이렇게 질리지 않는 평화를 누리자.
한때의 휴가라도 누린다는 생각으로.
나는 이곳에서 그런 식으로 사리라.
긴 시간이 흐른 뒤. 사람들은 그리운 듯 회자한다.
역사를 통틀어 가장 평안하고도 또한 가장 격렬했던 시기.
그 시기에 존재했던 인물. 아렐에르네시아.
혁명가로서 혹은 자애로운 영주로서 어느 쪽으로든 후세에 가장 뛰어난 위인으로 꼽히는 그가 이룩한 것은 참으로 다양하다.
문화 정치 그리고 무력. 어느 면으로든 세상의 상식을 과감하게 끌어올리며 지금의 태평한 시대를 이루는 데 크게 일조하였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고작 인간 한 명의 일생이 나고 자라는 시기.
인간 한 명의 일생이 역사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아렐의 존재감은 그 뒤에도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회자되었고 그들은 두고두고 그의 존재를 칭송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의 전설을 들려주며 그를 모범 삼아 가르치고 아이들은 그것을 눈을 빛내며 듣는다.
하지만 결코 후대에도 전해지지 않은 것이 있으리.
그 아렐이 정말로 무엇을 위해 그렇게 위대하게 살았는가 하는 것.
그것만큼은 후대의 인간들은 상상하지 못하리라.
단순히 늘고 편안히 쉬고 싶었기에 그렇게 많은 위업을 이뤄내었다.
그것은 당사자와 그와 같이 일생을 지냈던 이들 외에는 모를 테니까.
〈외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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