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06
28. 멸망 시작.
베르무디 항구에서 승리를 거뒀으나 전쟁은 계속되었다.
많은 숫자의 해양몬스터들이 이탈했으나 이미 변이된 몬스터들은 끊임없이 인간들을 잡아먹기 위해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종말세력의 최고 간부가 피식 웃었다.
변이가 진행된 해양몬스터들은 필수적으로 세뇌가 진행된다. 복잡한 세뇌 따윈 먹히지 않기에 단 한 가지만을 세뇌시켰다.
‘인간을 먹을 것.’
특히 인간의 살점을 먹인 해양몬스터의 경우 강력한 세뇌가 걸려 있었다.
거기에 유령군 역시 모종의 계약이 이뤄진 관계이기에 계속해서 공격하며 기다릴 것이다.
‘멸망의 전조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거나 혹은 그들과 계약한 존재들이 나타나기만을···’
그러나 이 역시 알렉시안의 예상하에 있긴 했다.
“급하게 정리할 필요 없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하라고 해.”
“예. 폐하.”
알렉시안이 항구의 상황을 점검하면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최고 간부를 힐끔 바라보았다.
비록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긴 했지만, 그의 임무는 다했다는 듯한 웃음.
“폐하! 북부에서 수상한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옵니다!”
“큰일났습니다! 동부 산맥 곳곳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옵니다.”
“남부 해역 전체에서 유령군의 대대적인 공세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옵니다.”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보고들.
그것을 보면서 한쪽에서 묶여 있는 종말세력의 최고간부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 알렉시안에게 당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마치 자기가 이겼다는 듯 구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차분하게 명령을 내렸다.
“준비했던 계획을 시작하라고 해.”
“예. 폐하.”
알렉시안의 명령에 곧바로 첨탑 아래로 내려가는 에르헨.
비록 그가 황제가 되면서 많은 스토리가 변했지만, 여전히 게임에서의 경험은 유효했다.
그 중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멸망의 전조가 죽고 난 이후다.
‘두 용의 내부에 봉인한 힘이 그들의 죽음으로 퍼져나갈 경우 멸망은 시작된다.’
사실 어찌보면 멸망의 전조들도 불쌍하다.
죽음조차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는 것. 그렇기에 꾸역꾸역 살아남아 끝없는 고통 속에서 잠들어 있어야 했다.
그 고통을 끝내고자 종말세력과 함께 했던 것.
이왕이면 죽는 것보다 잠깐이라도 고통없는 삶을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한 때 대륙을 지키기 위해 고귀한 희생을 결정했던 두 용들이 멸망의 전조가 되어 멸망의 세력에 합류했다.
‘이 스토리를 차분하게 읽어봤던 것이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
이 게임은 중수를 넘어 고인물의 반열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모든 스토리를 찾아본다.
클리어가 안되니 모든 스토리를 찾아보며 방법을 찾는 것이다.
썩은물들은 하찮은 스토리까지 죄다 찾아서 연결점을 찾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버그까지 찾아냈다. 물론 그런 노력에도 끝내 클리어하지 못한 엿 같은 게임이었다.
“아직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알렉시안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브퀘스트: 남부의 바닷길을 완성하세요!] [진행률 96%]바닷길은 진작에 완성되어 있었다.
서부국가들과 협약을 맺으면서 오래동안 봉쇄되었던 무역로를 다시금 재개했고, 동부 역시 꾸준히 동대륙 국가들과 무역을 해온 동남부 국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제국이 취약한 시점을 노렸던 그들의 죄를 일부 감면해주는 대가.
거기에 서부국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암흑기 시절 상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타대륙과의 항로를 이미 개척해놓은 상태.
그렇기에 철도만 완성된다면···
이 두가지의 ‘아주 어려움’ 퀘스트가 완료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오래동안 클리어 되지 못했던 메인퀘스트 역시 클리어 되리라.
그렇기에 알렉시안은 남부의 철도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연쇄적으로 클리어 될 퀘스트들.
이제까지의 보상을 보았을 때 멸망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충분히 견뎌낼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보상이 아니더라도 막아낼 수 있다.
“폐하. 요새 계획이 시작했다 하옵니다.”
에르헨의 보고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제국민들을 불러모아 저항하는 것. 그것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에 작게 미소를 지은 알렉시안이 항구를 바라보았다.
계속되는 공격에 조금씩 지쳐가는 병사들.
“가서 돕거라.”
그 말에 근위기사들이 그대로 첨탑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대들도.”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친위대들.
근위기사들이 망설임 없이 움직인 데는 이들을 향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용히 고개를 젓는 친위대원들. 그러나 알렉시안은 신성력을 일으켜 첨탑의 방어시설을 작동시켰다.
“짐은 안전하니 도와. 최대한 피해를 줄인 상황에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에르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친위대원 전원이 근위기사들처럼 첨탑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대도 내려가 있게.”
알렉시안의 명령에 에르헨이 잠시 종말세력의 최고간부를 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내려갔다.
그렇게 모든 이들을 내려보내자 최고간부가 의아한 듯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한가지 묻고자 한 것이 있어서 모두를 내보냈다.”
그리 말한 알렉시안이 조용히 최고간부를 바라보았다.
“그대도 인간일 터. 한데 어찌하여 멸망을 바라지?”
예전부터 궁금했었던 것.
게임에서는 끝내 종말세력이 어째서 멸망을 바라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어째서 종말세력이 이 세상을 종말로 이끌려 하는지를···.
그의 물음에 최고간부는 한참 동안 말없이 저 멀리서 몰려오는 해양몬스터를 바라보았다.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는 거 잘 안다. 그저 순수한 호기심일 뿐이다.”
이제와서 종말세력을 설득하고 용서하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다.
그들이 이제까지 저지른 죄악들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니까. 거기에 멸망이 시작되게 만든 책임 역시 그들의 죽음으로도 갚을 수 없는 것.
“공짜로 알려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대가 말해준다면 짐도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려주지.”
어차피 고문을 한다고 해도 제약이 걸려 있다면 말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터.
그러니 처음부터 계약을 하고자 했다. 지금 하는 말은 최고간부에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존재에게 하는 것.
그 말에 최고간부가 빤히 알렉시안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그와 계약한 존재에게 허락이라도 받았는지 웃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이유는 별거 없다. 복수.”
그렇게 말한 최고간부가 저 멀리 보이는 유령들과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주술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핍박받았던 부족들의 대를 이어 내려온 복수심. 하찮은 이유지?”
최고간부의 말에 알렉시안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거 아나? 사령술사들이 처음부터 이리된 것은 아니었다는 거. 시작은 사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주술로부터 시작한 사령술은 마법과 결합하며 빠르게 발전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워진 역사 속에서 그들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들이 되었다.
신전이 한 때 큰 죄를 지어 숨어지내야 했던 것처럼 이들 역시 그러한 역사를 지니고 있을 터였다.
“종말세력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이 멸망이 언제부터 예견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수장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 말하며 알렉시안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아니었어도 결국 멸망은 이뤄졌을 것이라는 점. 그럴 바에는 일부라도 구원받는 게 나은 것 아닌가?”
제국과 대륙에게 억울하게 누명을 당해 지옥같은 삶을 사는 자들.
어차피 멸망 당할 세상이라면 그들만이라도 구원받는 게 낫지 않겠는가?
“글쎄.”
그의 물음에 알렉시안은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는 듯 답했다.
자신이 이 세상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아직도 억울한 이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가정일 뿐 현재의 세상은 알렉시안에 의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거기다 굳이 그러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종말세력의 방식은 잘못되었다.
“너희들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 나간 이들은?”
“···.”
“너희들에게 이용당한 아이들이 무슨 죄지? 또 지옥같은 삶을 사는 이들을 노리고 끔찍한 실험을 자행한 것은?”
자신들이 억울하다는 이유로 죄 없는 이들을 이용했다.
“너희들은 그토록 증오하던 위정자들과 더 한 짓을 저질렀다. 그 시점에서 할 말은 없는 거야.”
그 말에 침묵하는 최고간부.
그런 그를 보면서 알렉시안이 작게 혀를 차고는 말했다.
“약속대로 짐의 비밀을 말해주지.”
약속은 지켜야 했기에 비밀 일부를 알려주고자 했다.
“본래 짐의 계획에 이 힘은 없었다.”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고 간부.
“말 그대로 짐은 본래 이 신성력이란 힘 없이 너희들을 막고자 했다.”
“그 말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는 최고간부.
마치 자신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말하는 알렉시안. 그 시점이 어쩌면 그가 즉위하기 이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너희들이 이날을 위해 준비했던 것처럼 짐 역시 이날만을 바라보며 준비해 왔다. 짐이 굳이 이런 비밀을 털어놓는 이유는 그대들에게 말하고자 함이다.”
그렇게 말하며 최고간부의 목에 새겨진 문양을 바라보았다.
“인류는 멸망의 존재들을 끝내 막아내리라는 것.”
동시에 속으로 말했다.
‘그리하여 지구로 돌아가겠다.’
이곳만큼이나 절망적인 지구 역시 이곳에서 얻은 힘으로 이겨낼 것이다.
그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선 또 하나의 승리가 필요했다.
그 승리를 위해서 저 멀리 유령 군도에서 막대한 힘을 내뿜는 용을 상대로 세명의 마스터가 서 있었다.
“후··· 확실히 혼자였다면 버거웠겠소.”
그렇게 말하며 근위대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검성에게 들었던 것보다 배 이상은 강해보이는 해룡.
마스터가 아니라면 타격을 줄 수조차 없는 질긴 가죽은 물론이고, 바다라는 환경 역시 근위대장을 힘들게 했다.
“이 구성 역시 계획한 것인가?”
바다를 움직이는 듯 해일을 일으켜 지상으로 끌어내는 마르코의 검술.
폭풍을 일으켜 해룡이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도망치려 할 때마다 막아서는 프랑코의 검술.
이 두가지가 아니었다면 천하의 근위대장 역시 어려운 싸움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마치 해룡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알고 있다는 듯 모은 알렉시안.
그것을 두 마스터 역시 느꼈는지 그의 강력한 한방을 위해 철저히 보조하는 두명의 마스터.
그렇기에 해룡의 몸 곳곳에 치명상을 만든 근위대장이 차분하게 다음 기회를 노리며 기다렸다. 두명의 마스터의 합공으로 다시금 해룡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마스터들만이 아니었다.
해룡의 힘에 이끌린 해양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기사들이 유령군도 위에서 사력을 다해 막아서고 있으며 그들을 태운 군함들은 결계를 치며 기사들을 도왔다.
모두의 도움 속에서 레슬러가 자세를 잡았다.
그의 오러를 폭발하듯 증폭시켜준 검이 부르르 떨며 언제라도 뛰쳐나가게끔 도왔다.
자신이야 아직 여력이 있다지만 해룡을 끌어내기 위해 무리한 두 마스터는 한계에 도달했다.
해룡과의 싸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기사들과 군함들 역시 마찬가지.
그렇기에 모든 힘을 검에 집중했다.
‘한방에 끝낸다.’
일격에 끝내버리기 위해서 온 힘을 압축했다. 검성과 전력으로 싸웠을 때를 떠올리며 그 이상으로 오러를 압축했다.
바로 그 때 프랑코의 오러스톰이 강렬한 형상을 만들어내며 해룡을 상공으로 끌어올렸다.
그것을 뚫고자 온몸을 회전시키는 해룡에 의해 프랑코의 오러로 만든 회오리가 찢겨져 나갔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듯 마르코가 한줌의 오러마저 끌어올려 만든 해일이 기어코 해룡을 바다에서 끌어내 군도에 처박았다.
“지금!”
해룡이 끌려 나오는 순간 튕겨져 나가듯 돌진하는 레슬러.
그의 돌진기에 치명상을 입은 해룡이 다급히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해일의 벽으로 가로막았으나 단숨에 찢어발기며 해룡의 아가리에 검을 박아넣었다.
“이제 그만 뒤져라!”
그렇게 말하며 검을 들어올리는 순간 섬 하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거대한 해룡의 몸이 오러의 형상에 휘감겨 하늘로 떠올랐다.
유니콘의 형상에 기어코 꿰뚫린 해룡.
하지만 레슬러의 기술은 끝나지 않았다. 북서부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더 강력한 일격이 해룡을 다시금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쿠우웅!
“헉···헉···.”
해룡과 함께 착지한 레슬러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바로 그때, 반쯤 날아간 해룡의 머리가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나의 죽음은 더 큰 재앙을 가져올 것이니···지금의 승리는 잠깐의 즐거움일 것이다.-
그 말과 함께 해룡의 거대한 눈동자가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끝내 그 거대한 눈동자가 눈꺼풀에 완전히 덮이는 순간, 해룡의 몸에서 퍼지는 묘한 파장.
해룡의 파장에 유령군도 곳곳에서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 무렵, 조용히 유령군도의 승리소식만을 기다리던 알렉시안의 앞에 그에게만 보이는 빛의 문자들이 생겨났다.
[멸망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