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10
29. 첫 번째 멸망
베르무디를 떠나 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보이는 풍경들은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다고 하지만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치고 적다는 것일 뿐 지금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예상은 했지만···.”
알렉시안이 무너진 건물 잔해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대비를 잘했다고 하더라고 제국 전역을 방어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일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을 중간거점으로 모아서 대응하게 했다.
“제국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옵니다.”
피오라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국가들 역시 남부의 상황을 대비하여 병력을 충원했지만, 제국처럼 대비하진 않았다.
거기에 신성력도 없었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었다. 게이트라는 것에 대응을 제대로 못 해 계속해서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느 정도 대응은 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신성력이 없다지만 마광석을 수출한 상황이기에 최소한의 대응은 된다.
거기에 제국으로부터 대량생산 되기 시작한 마도구들을 일부 개조해서 무기를 만들면서 자경단까지 만들어지는 상황.
그렇기에 게임처럼 많은 나라가 붕괴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중립국들은?”
“그들도 버티고는 있습니다.”
제국과 협약을 체결했으나 동맹의 위치에 있지는 않은 애매한 나라들.
거기에 서부국가들과 제국의 사이에 있는 국가들의 경우 국력조차 애매한 나라들이 많다. 실제로 게임에서 가장 먼저 쓸려나간 나라들이 바로 이곳이었다.
“상황이 좋지 못한 것 같군.”
“예.
동맹국들이야 다른 중립국들처럼 국력이 약하다고 해도 제국과 가깝고, 대량의 마광석들을 서부로 수출하다 보니 그것을 이용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 중립국들은 서부국가들처럼 비싼 값에 마광석을 사들일 돈이 없다.
“동맹국들과 일반 중립국이 너무 차이 나는데?”
북서부를 일부 잡아먹으면서 국토가 넓어졌다지만 땅만 넓다고 국력이 강해지진 않는다. 거기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고 인구가 늘어야만 비로소 국력이 강해지는 것.
그러나 아직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자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걸 고려하면 차이가 너무 극심했다.
“폐하께서 보인 기적 때문입니다.”
피오라의 말에 알렉시안이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동부에서 보였던 기적. 그것이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그녀의 말에 알렉시안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짐을 숭배라도 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몇몇 무리들은 폐하를 신처럼 모시는 모양이지만 그건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은 잊혀진 신전을 복구하는 정도입니다.”
신전이 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때 제국 곳곳에 있었던 신전이었기에 찾아보면 옛 신전의 터나 낡은 형태로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신전을 찾을 수 있다.
“한데 왜 신전을 복구하는거지?”
알렉시안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묻자 피오라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옛 신전에서만 미약하지만 신성력이 나온다고 하옵니다. 저희야 폐하께서 계시니 석상만 세우면 축복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상황이 다른 것 같사옵니다.”
그녀의 말에 알렉시안이 혀를 찼다.
‘좀팽이 같으니···.’
어디선가 보고 있을지 모르는 신을 향해 혀를 차준 알렉시안.
하지만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쭉 무시하며 지냈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니 자신을 찾는 인간들을 좋게 볼 리 만무했으니까.
“그래도 신의 사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니 지금보단 나아질 겁니다.”
“글쎄··· 과연 나아질까?”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진 않는다. 오히려 나빠질 터.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게이트를 관리하는 방법을 정형화시켜야 한다.
지금이야 남부와 북부 일부를 시작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제 곧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첫 번째 멸망이 힘을 회복할수록 더 빨라질 것이다.
“멸망이라는 존재를 찾는 것은 현재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피오라의 말에 알렉시안이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분간은 게이트를 파악하는 데만 집중해. 마탑이 사전에 게이트 생성을 감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면 그때 본격적으로 국토 수복을 시작한다.”
“예!”
어차피 지금 당장 제국 전역을 회복할 수는 없다.
식량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럴 줄 알고 대수림과 동남부 국가들에서 막대한 식량을 당겨와 쟁여뒀다.
그러니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터.
“마광석이 담긴 무기는 민간에도 풀어버려.”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군대만으로 이 사태를 감당하긴 어려워. 그럴 바에 용병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지.”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의 사체나 오염된 힘의 결정을 독식할 생각은 없다. 게임에서처럼 민간에서도 충분히 자체 수급할 기회를 줄 것이다.
“게이트 관련 기술들은 소량의 기술사용료만 받고 풀어버릴거야.”
“다른 나라들이···.”
“상관없어. 그깟 기술 좀 안다고 해서 제국을 따라올 수 있을까?”
그 물음에 피오라는 입을 다물었다.
“기술사용료 받고 더 좋은 기술 개발하면 그만이야. 그리고 제국 입장에서도 다른 국가들이 완전히 무너지는 건 좋지 않아.”
지금처럼 국가 규모를 유지해야 제국도 팔아먹을 곳이 생긴다. 물론 그런다고 대비를 게을리한 국가들이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고작 신성력과 마도기술의 양산이 시작된다고 버틸 수 있었으면 게임이 진작에 클리어 되었을 것이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첫번째 멸망은 플레이어들에게 이런 식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 튜토리얼 느낌이다.
그렇기에 처음은 도망칠 수 있는 시간도 주고, 이것저것 알아볼 시간도 주기 위해 더디게 진행된다.
‘공간의 연결통로를 만드는 시간이라 했던가?’
이 세계와 다른 세계와의 연결통로를 만드는 작업.
철도도 중간중간 열차역이 있고 각 지역으로 뻗어 나가는 중간거점이 있는 것처럼 게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간거점이 만들어지기 전까진 직접 먼 거리를 연결해야 했기에 나타나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 그러나 중간거점이 만들어진 순간부터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렇기에 그 전에 최대한 게이트의 힘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해야 했다.
‘길어야 2년에서 3년쯤인가?’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성장할 시간.
하드코어한 게임답게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부족한 상황에서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기를 희망하는 거지 같은 게임.
아마 이쪽 세상 역시 마찬가지일 터.
물론 게임과 다르게 제국을 비롯한 각국은 계속해서 게이트와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발전해야 하는 거지 같은 환경.
그러나 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앙으로 빠르게 복귀한 알렉시안.
위기 상황에서 승전을 위한 축하연도, 그의 복귀를 환영하는 환영식도 거부했다. 그 대신 대신들을 소집하는 알렉시안.
“대전회의부터 소집해.”
“예! 폐하.”
알렉시안의 명령에 빠르게 뛰어나가는 에르헨.
황궁의 시종을 대표하는 총괄 시종장에 하이델이 있었지만 겸임하던 황제의 궁을 관리하는 역할은 이제 에르헨의 차지였다.
그렇기에 웬만한 일들은 전부 그가 하게 된 것.
황궁에 남아있는 이들이야 이것을 부러워하겠지만 같이 따라간 이들은 납득했다. 그의 유능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준비되었습니다.”
에르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이 곧장 대전으로 향했다.
“오랜만이군.”
황좌에 앉은 알렉시안이 오랜만에 모인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급하니 보고부터 받도록 하지.”
그 말에 대신들이 하나둘 보고를 시작했다. 상황은 예상만큼 심각하진 않았다.
게이트로 인한 희생자들이 꽤 나온 상황이지만 예상보단 잘 따라주었기에 아직까진 감당 가능한 수준.
특히 식량문제가 예상보다 깔끔했다.
제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서부와 동부의 농부들이 곳곳에 석상을 만들어 날마다 기도를 올렸기 때문인지 피해가 최소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게이트가 지금보다 늘어난다 하더라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옵니다.”
피오라의 말에 다른 대신들도 같은 의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단호히 말했다.
“지금보다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도록. 이건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예. 폐하.”
알렉시안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피오라.
“폐하. 동맹국에서 제국이 도와주기를 희망하옵니다. 서부군이라도 보내달라고 하옵니다.”
외무대신의 말에 알렉시안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도움을 요청한 국가들의 현 상황은?”
그 말에 델리아가 준비해온 자료들을 시종을 통해 넘겨주었다.
그것을 황좌에 앉아서 검토하던 알렉시안.
점점 싸늘해져 가는 표정을 보자 대전 안의 분위기가 빠르게 식어갔다. 군비를 늘리긴 했다.
하지만 제국은 커녕 서부국가들이 투자하는 비율보다도 적다.
대부분의 비용이 철도 건설과 주변에 마도구를 생산하는 공장들을 투자하는 비용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잘도 제국에 도움을 요청한다.
“준비는 개판으로 하고 제국에 도움만 요청한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에 델리아를 바라보았다. 싸늘한 눈빛에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이는 델리아.
말을 대신 전한 것뿐인 그녀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직접 보고 싶군.”
알렉시안의 명령에 수도에 머무는 동맹국의 사신들을 데리러 간 시종들.
얼마 후, 몇 명의 사신들이 알렉시안의 앞에 섰다.
“폐하. 현재 저희의 상황이···.”
“폐하! 저희쪽이 더 심각한 상황이옵니다.”
“가장 가까운 곳부터가 먼저가 아닐는지요.”
마치 제국에 뭐라도 맡겨놓은 것처럼 지원군을 요청하는 사신들.
그런 그들에게 알렉시안이 물었다.
“제국에 뭐 맡겨놨나?”
“···예?”
“제국이 그대들에게 빚이라도 졌냐고 묻는 것이다.”
알렉시안의 물음에 사신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짐은 분명히 말했다. 남부의 재앙이 다가오니 준비하라고.”
그렇게 말하며 시종들을 바라보았다.
“제국의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서부국가들보다 준비가 미흡하더군.”
그 말에 대전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대들은 자국의 발전을 위해 돈을 물 쓰듯이 쓰고 안보는 제국에 도와달라 하면 그만인가? 왜? 동맹국이니 공짜로 도와줄 것으로 생각했나?”
“그···그것이···.”
“제국은 대륙을 위해서 마스터를 셋이나 보내 겨우 해룡을 처치했다. 북부 산맥에서 개미 떼처럼 몰려오는 몬스터를 틀어막고 있다. 지금도 남부 해역의 주요 무역로를 지키기 위해 해군을 희생시키고 있지.”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분노한 듯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한데··· 준비는 개판으로 하고 제국군에 군대를 보내달라 요청한다? 거기다 서로 맡겨놓은 것처럼 먼저 보내달라 싸운다? 제국을 호구로 보는 것인가? 아니면···짐이 호구처럼 당연히 군대를 보내줄 것이라 생각했나?”
그의 물음에 사신들이 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제국군을 보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맹국이니 이 위기를 극복할 도움은 주어야겠지.”
마광석을 기반으로 한 마도무기들.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제들.
병력을 훈련시킬 수 있는 교관들.
스스로 싸울 수 있는 도움은 줄 것이다. 공짜는 아니겠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도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제국군 역시 짐의 제국을 지탱할 소중한 제국민들이다. 그들의 목숨을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국가에 희생시킬 수는 없다. 그대들의 국가는 스스로 지키거라.”
동맹국에게 제국군을 보내지 않기로 한 알렉시안.
누군가는 이 판단에 불만을 느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내 그 불만은 쏙 들어갔다.
“제발 팔아주십시오!”
“우리도 사제를 파견해주십시오! 돈은 달라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울부짖는 중립국들.
정말로 멸망할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한해 동맹국처럼 싼값에 무기들을 보내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거기에는 게이트 파괴용 폭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멸망만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 중립국들.
그러나···
“이제 와서 다급히 싸울 준비를 한다 한들···결과가 달라지진 않겠지.”
알렉시안의 말에 외무대신 델리아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조차 멸망이 시작되기 전에 사력을 다해 준비해 결과 겨우 틀어막고 있는 상황이다.
고작 중립국 따위가 이제 와서 제국의 무기를 받아 싸운다 한들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그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고문일 뿐.
그런 그의 예상처럼 고작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남부의 중립국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남부 xx 무역국 멸망!」
「남부 도시국가 6개 3달도 버티지 못하고 멸망하다!」
「재앙이 올라온다! 내륙에 위치한 중립국도 위기!」
멸망하는 국가들을 보며 걱정하는 대륙인들.
그러나 그들에겐 안타깝게도 멸망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