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11
29. 첫 번째 멸망
분명 대륙적으로 보았을 때 호재는 있었다.
「게이트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장치 개발!」
이것 하나만으로 살아만 남는다면 분명 국력이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다.
대륙 전체적으로 봤을 땐 그대로라 하더라도 이 세계에는 대륙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도 없이 늘어나는 게이트. 점점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진다!」
게이트가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뿐이라면 버틸 만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게이트가 꼭 사람 눈에 보이는 곳에서만 나타날까?
그럴 리가.
용암, 심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정글, 심지어 저 높은 하늘에서도 열린다.
물론 게이트가 꼭 몬스터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하늘 높이 열린 게이트에서 날개가 없는 몬스터가 넘어올 경우 그대로 추락사한다.
용암이나 심해에 열린 게이트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만약 사람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에 몬스터가 살아서 계속 넘어온다면?
“그쪽은 포기해. 추후 여유가 되면 밀어내는 거로 하지.”
“예. 폐하.”
“이쪽은 특수장비가 곧 마련될 테니 일단 좀 더 버텨보라고 전해. 대신 최대한 병력을 보충해주는 방향으로 가지.”
오늘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직접 정리해주는 알렉시안.
지구 쪽의 공무원이나 제국의 관료들이나 기본적으로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것은 똑같다. 그러니 알렉시안이 책임지고 밀어 붙여주는 것.
그러나 다른 나라도 과연 알렉시안처럼 할까?
밑에 사람한테 자신의 실수를 미루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게다가 제국처럼 일정 지역을 포기할만한 국토를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에 무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xx왕국! 위험지역을 토벌하기 위해 대규모 토벌대! 결국 전멸!」
토벌이 성공하는 때도 있지만 전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그 실패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xx왕국! 결국 멸망하다! xx왕국과 함께 토벌군을 결성했던 근방의 도시국가 3개국도 멸망 수준으로···」
힘없는 나라가 인근 지역의 강국을 중심으로 모여 방어해보지만 될 리가 없다.
문제는 그 나라의 백성들이다.
나라가 멸망하기에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하는 이들. 그러나 이들을 받아줄 곳이 없었다.
「피난민들을 받아주지 않는 국가들! 이들은 어디로?」
주변국에서 망국의 피난민들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가뜩이나 자신들도 힘든데 다른 나라의 국민들까지 받아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렉시안이 나섰다.
「’갈 곳 없는 자들은 제국으로 오라! 전부 받아들여 주겠다!’ 피난민의 빛 알렉시안 황제!」
한 국가의 멸망은 고위층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 그 국가의 백성들은 죄가 없다. 거기에 앞으로 제국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기도 했다.
물론 피난민을 그냥 도와주고 먹을 것을 나눠줄 수는 없다.
“여기 서명하시오.”
“여보···.”
걱정스레 남자를 바라보는 여인을 손으로 토닥여준 남자가 제국의 관리가 넘겨주는 펜을 들고 이름을 적어넣었다.
「제국 이민정책 동의안」
이 동의안에는 한 가족의 가장이나 일부 사람들이 제국 군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인 역시 마도무기를 생산하는 공장에 나가야 하거나 봉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 역시 들어 있었다.
제국이 피난민을 위해 많은 물품을 지원해주긴 하겠지만 공짜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순서가 밀려 기다리는 이들이 속출한다.
군부에서 복무를 하는 것도, 군수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무급으로 부려 먹는 것이 아닌 일당을 주기 때문이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수당을 주니 미어터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립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위기에 처한 국가를 이용하는 제국? 과연 이것이 맞나?」
제국 혼자만 잘나가는 것 같자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 여론은 금방 박살 났다.
알렉시안이 받아들인 피난민이 자기들이 힘들다고 내팽개친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로 인해 제국이 더 안정되고 노동시장이 더 견고해졌지만 그건 제국이 잘나서였다.
거기에 더해 알렉시안은 분명 경고를 했었고 정말 위험한 지역 같은 경우 많은 물자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버티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결국 거기까지인 셈이다.
그렇기에 살아남기 위해 인근의 강국에 스스로 속국이 되거나 병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멸망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을 시점엔···
「해룡의 죽음 이후 고작 1년. 8개의 남부왕국과 13개의 도시국가 멸망!」
서부국가와 제국의 동맹국 사이에 있는 중립국이 절반이 넘게 멸망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국가도 서부와 제국을 연결하는 철도가 있는 지역 혹은 해상 무역로에 위치한 국가였기에 살아남은 것뿐.
그것이 아니었다면 전부 멸망했을 것이다. 물론 이들도 그냥 살아남은 것은 아니었다.
“이쪽 항구는 향후 20년간 제국의 소유요.”
항구 일부분 혹은 작은 항구 같은 경우 통째로 소유권이 뜯겨나갔다.
서부까지 연결된 철도가 있는 지역 일부 역시 강국들이 수십 년을 소유하기도 한다. 국가 입장에선 분명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선 제국에 뜯기는 것이 차마 나았다.
제국 소유가 되었으니 제국군이 직접 와서 지키기도 하고, 막대한 물자가 몰려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쪽을 통해 제국으로 이민을 오려는 자들 역시 많았다.
그런 자들이 제국의 수도에 오면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을 한다.
“정말로 신께 구원받은 곳인가?”
자신들은 몬스터들한테 도시가 박살 나고 나라가 망했다.
혹은 멸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한들 절망적인 상황이다. 당장에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으니까.
하지만 제국의 수도는 달랐다.
먹고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온갖 편의 시설이 갖춰진 수도에서 바쁘게 발걸음을 놀리는 제국민들.
수도만이 아니었다. 제국의 주요 도시만 가더라도 다른 나라는 꿈도 못 꾸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그러한 곳에서 가족들이 지낸다면?
“오늘도 딸 사진을 보는 건가?”
“예.”
활짝 웃으면서 답하는 피난민 출신의 병사.
최전방에 몬스터를 막기 위해 차출되었지만,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알렉시안의 명으로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병력의 경우 제국에서 특별한 복지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게 세 가지다.
「높은 급여+위험수당+중상 혹은 사망 시 특별한 보상」
이것만으로 피난민들에겐 감사한 혜택이었지만,
「최전방에 복무 중인 병력의 자녀 같은 경우 우선적으로 기초아카데미 입학 및 장학금 지원.」
「공공시설 복지혜택」
자녀들과 공공시설에 대한 혜택이 있다.
거기에 차후 기초적인 수준의 약들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하면 이에 대한 혜택도 추가할 것이라 한다.
이러다 보니 피난민들이 최전방으로 자원해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피난민을 받아도 굳건한 제국.’
이것이 제국의 밖에서, 그리고 일반 제국민이 보는 현재의 제국이다.
하지만 내부는 다르다.
“후··· 아슬아슬하군.”
알렉시안이 재무부의 보고서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의해 가뜩이나 많은 예산이 나가는 상황에서 대륙 곳곳에서 피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복지 예산 역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빠른 기술개발 덕분일 것이다.
「게이트 생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탐색기 개발!」
마침내 완성된 장치.
이를 통해 공간의 뒤틀림이 일어날 만한 지역을 광역으로 탐색하면서 적어도 제국 주요지역은 어느 정도 안전해졌다.
“장치들의 판매는?”
“폐하의 명대로 이뤄지고는 있사옵니다만 제국 내에서 불만이 있습니다.”
알렉시안의 물음에 재상이 된 제이론 파이스가 골치 아프다는 듯 말했다.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알렉시안의 집무실이지만 제이론의 집무실은 이보다 훨씬 더 심했다.
재상이라는 곳을 한번 거쳐 가는 것이기에 알렉시안은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것.
그렇다는 건 제이론은 그딴 게 없다는 뜻이다.
“이 재상 자리 반납하면 안 됩니까?”
“힘들면 짐의 이름을 팔라고 했잖아.”
“후···. 요즘은 그것도 안 먹히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이론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재무대신 때까진 나름 긴장하며 선을 지켰으나 일에 치여 사니 이제는 매일같이 찾아와 불만 불평을 내뱉었다.
“민간영역이야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긴 하는데 군부나 필수지역이 문제입니다.”
“음···그쪽도 순번이 밀리긴 했지. 그래도 보내줘야 해.”
많이 보내주는 것도 아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라고 각국에 몇 대만 보내주는 것이다.
심지어 따라 하라고 기술설계도를 돈 받고 팔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설계도 본다고 다 따라 할 수 있었으면 수입해달라고 매일같이 제국 외무부를 사신들이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륙에서 제국만 살아남아서 뭐 하겠나?”
적어도 동맹국 일부, 그리고 서부의 강국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현재의 위기조차 견뎌내지 못하는 쭉정이들을 도와줄 생각은 없지만 추후에도 도움이 될만한 국가는 살려둬야 한다는 것이 알렉시안의 지론이었다.
이는 제이론도 공감하는 바였다.
“그래도 이번만 버티면···.”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는 제이론.
그런 그를 보며 알렉시안이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괜찮아지는 날은 오지 않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꿈에 젖어있는 제이론을 내버려 두고 시종을 불렀다.
제이론이 온 김에 식사나 하기 위해서였다.
오전 내내 일한 후 유일한 자유시간인 식사 시간에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고 있을 때였다.
“폐하!”
“음···.”
밥 먹고 있을 땐 개도 안 건드리기에 불편한 표정을 짓는 알렉시안.
그러나 차마 물릴 수는 없었다.
다급하게 달려온 것이 뻔히 보이는 피오라의 얼굴.
“무슨 일이지?”
“일단 이 보고서를!”
그렇게 말하면서 알렉시안에게 보고서를 건네는 피오라.
“으음···.”
“무슨 일이십니까?”
제이론이 불안한 표정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올 것이 온 것 같군.”
“무슨 말씀이신지···.”
불안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피오라가 건넨 보고서를 건넸다. 그것을 보자마자 표정을 구기는 제이론.
보고서 상단에 그려진 제국 내 게이트 생성 숫자의 그래프.
그것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폐하께서 말씀하신···.”
제이론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신의 사도라 불리며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고 알려진 덕분에 일부 게임의 스토리를 가장 최측근에 알려주었다.
그렇기에 한결 편하게 제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된 알렉시안.
그런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슬슬 멸망의 존재가 움직이기 시작할 것 같군.”
“···준비해야겠군요.”
피오라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어야 2~3년으로 보긴 했지만 2년이 되기도 전에 움직일 가능성이 있겠어.”
알렉시안의 말에 제이론과 피오라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빠르게 안정화 작업에 돌입하겠습니다.”
“친위대와 함께 멸망의 존재를 찾을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제이론과 피오라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 황제의 궁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 알렉시안.
그동안은 발전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어느 정도 게이트를 이용한 기반기술을 만든 지금 이제는 첫 번째 멸망을 처리할 준비를 했다.
그 시점은···
‘다음 멸망이 튀어나올 때. 그때 무조건 한번은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이 제국일지 아니면 다른 지역일지 모르지만, 만약 제국이라면 반드시 죽일 생각이었다.
“앞으로 1년이라···.”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 알렉시안이 먹다 남긴 스테이크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맛있게 먹었던 고기가 지금은 음식물 쓰레기처럼 보였다.
“쯧! 입맛 버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