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12
30. 멸망 사냥!
멸망이란 존재를 사냥하기 위해선 일단 멸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알렉시안이 수없이 게임을 해보면서 느낀 점은 멸망은 마스터보다 상위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한계를 초월해 절대적 존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게임에서 멸망을 사냥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마스터란 존재가 자신이 구축한 심상을 유형화하는 것처럼, 멸망이란 존재는 그가 쌓아 올린 개념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이것이 알렉시안이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나름대로 멸망을 정의한 개념이었다.
오늘도 멸망에 대해 고심하고 있던 알렉시안이 최근 한계를 부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스터들이 떠올렸다.
“지금보다 강해진다라···.”
알렉시안이 체스판 위에 올린 세 마리의 말을 바라보았다.
검성과 근위대장이 스스로의 심상을 무너뜨려서 더 강해지고자 한다.
그에 자극받은 마탑주 역시 그녀가 쌓아 올린 법칙을 재조립하고 있다.
“멸망급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한결 편해지겠지만 꼭 성공하리란 법은 없다. 거기다 언제 성공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일.
행복회로를 돌려서 마스터의 한계를 벗어난다 한들 모든 멸망을 상대하진 못할 것이다.
게임에서 완전히 묘사되진 않았지만, 마도왕국의 마도왕이 과거부터 대대로 내려온 마법지팡이를 통해 잠깐 동안 한계를 벗어나는 힘을 사용했다.
거기에 다수의 마스터와 마도 기술의 정점인 ‘그것’까지 사용했으나 후반부에 등장한 멸망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후···.”
끝내 보지 못한 마지막 멸망.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정말 신적 존재일까?’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애써 불안감을 감추었다.
대신들을 비롯해 시종들까지, 전부 알렉시안의 표정 하나하나에 반응한다. 위기의 제국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 그였기에 그런 그가 흔들린다면 대신들도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제국민까지 흔들리게 된다면 여태껏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
“가봐야지.”
게임에서 없었던 신성력, 그리고 이미 멸망했던 제국의 힘을 믿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알렉시안.
“확실히 이 힘이 없었으면 힘들 뻔했어.”
알렉시안이 자신의 손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강화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제국이 빠르게 발전하긴 했지만 게임 중반부 이후의 마도왕국 수준에 도달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종말세력은 그 전에 일을 벌렸으니 북부의 사룡은 몰라도 남부의 해룡 같은 경우 최소 제국 남부의 절반이 쑥대밭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에 첫 번째 멸망까지 함께 한다면 대륙 남부는 못쓰게 되는 거라고 봐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제국이 주도하는 현 대륙의 상황은 분명 최상의 결과 중 하나로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국 위험지역 추가로 7지역으로 늘림」
「제국 남부 일부 해역 통제 중. 위험지역으로 격상 가능성 고려 중.」
.
.
.
위험지역이 계속 늘어난다.
특히 최근 몇 달간 늘어난 숫자는 가파르다고 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게 아직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전의 수치라는 것.
제국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어떨까?
제국 내에 머무는 제국 사람들, 특히 중앙지역에 사는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은커녕 조금 위험한 상황 정도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외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중부연합체 탄생!」
이대로라면 멸망이 확정적이라 서부와 제국 사이에 있는 모든 국가가 연합했다. 막지 못할 곳은 과감하게 버리고 갖고 있는 재물과 인력들을 주요 지역에 끌어모아 대응하려는 것.
서부 역시 마도 왕국을 중심으로 기사왕국, 해상왕국, 용병왕국이 뭉쳐 서부연합을 탄생시켰다. 이에 최근 동부 역시 대수림을 중심으로 뭉치려 한다.
제국과 친한 대수림의 덕을 보기 위해 동부 연합을 추진하는 것.
제국을 제외한 대륙의 모든 국가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
“1/7이라···.”
알렉시안이 대륙 전도를 보면서 혀를 찼다.
본격적으로 멸망이 시작되기 전인데 벌써 대륙의 1/7이 날아갔다.
그만큼 초기 충격이 컸던 것.
알렉시안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대륙의 1/3정도 선에서 인류가 막아내는 것. 그렇다는 건 앞으로 이보다 많은 국가들과 영토가 날아갈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게이트 파괴폭탄 양산 시작!」
「대륙 사제연합 창설!」
「제국 및 주요국가 마도무기 양산 시작!」
제국이 뿌린 기술을 바탕으로 대륙 전역에서 각 나라의 특색이 담긴 무기들이 양산되기 시작한다.
특히 게이트의 힘을 기반으로 한 엔진 기술을 수출한 것이 주요했다. 물론 제국이 초기에 만든 프로토 타입에 가까운 효율이 높지 않은 엔진이었지만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마저도 안되는 이들은 제국이 민간에 풀어 만들기 시작한 양산형 엔진 등을 수입해갔다. 그럼에도 중부지역에 수많은 국가가 멸망의 길을 걸은 것이다.
급작스럽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게이트를 감당하지 못한 것.
그러나 이젠 그보다 더 큰 재앙이 다가온다.
“폐하. 군부대신이 급히 뵙고자 하옵니다.”
“들어오라 하게.”
어느 정도 기력 회복이 되었는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하이델이 조용히 문을 열어주었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게이트 문제인가?”
피오라가 이 정도로 다급하게 말할 사안은 하나뿐이다.
“···예. 현재 예상되는 게이트 생성 숫자는 중앙지역에서만 400여 개에 다다릅니다.”
“제국 전역은?”
“현재 예상치로는 최소 2,000개는 넘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면 만 단위를 찍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룡이 죽은 후 2년이 넘었다. 최대 3년까지 봤었지만 거기까지 여유를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첫 번째 멸망 입장에서 볼 때 힘들게 연 게이트를 이용해 인류가 발전하고 있는 점을 못마땅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힘을 회복해야 하기에 숨어있었지만, 종말세력처럼 인간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이론 좀 불러오게.”
“예. 폐하.”
하이델에게 부탁을 한 후 피오라와 함께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준비는?”
“예비전력을 소집하고 있습니다. 현재 예상되는 게이트 숫자까진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 이상 늘어난다면 힘들 것 같습니다. 송구합니다.”
“아니. 준비는 충분히 잘해줬어. 이 이상 준비하는 건 어렵다는 것을 짐도 알아.”
피오라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매번 보고를 받는 알렉시안이 잘 알고 있었다.
“현 상황에서 이게 한계야. 이 이상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
병력 충원이나 제국 전역에 생길 게이트 예상지점에 방어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이 이상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좀 더 수월하게 게이트를 파괴할 무기와 게이트를 능숙하게 공략할 용병들의 수준이 올라와야 할 일.
이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대는 검성과 근위대장, 마탑주에게 연락을 해두게.”
“예. 폐하.”
알렉시안의 명령에 피오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히 나섰다.
이전처럼 먼 거리에 있는 이들을 불러올 필요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침내 군대 개편이 끝났기 때문이다.
마스터급과 기사급 전력이 전원 중앙지역에 머물고 있다.
전투에 나설 워 메이지와 배틀메이지 역시 한데 뭉쳐있다.
제국의 고위급 특수 전력이 만약을 위해 전부 중앙지역에 머물고 있는 것.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해룡을 상대하던 영상이 각 지역의 병력들에게 보여졌고, 알렉시안이 직접 이보다 더한 이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해두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거의 용이라 불리었던 절대적인 존재 이상의 재앙을 막기 위해선 특수전력을 한데 모아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물론 검성을 사용하는 건 최후의 상황이 될 때뿐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하는 것.
얼마 후, 제이론이 들어왔다.
“앉게. 상황은 오면서 들었겠지?”
“예. 폐하.”
“본격적인 시작은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일어날 거야. 그러나 대비는 해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알렉시안이 장치를 작동시켜 책장을 개방하고 그곳에 숨겨져 있는 금고를 열었다.
그 금고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비밀 계획.
「위기를 기회로!」
알렉시안이 직접 적은 비밀 계획.
이 계획에 신성력은 배제했다.
오직 게임을 플레이할 시절에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세웠던 계획들을 떠올리며 적은 노트.
그 이유는 본격적으로 멸망이 시작되기 전에 흐릿한 기억 속에만 있던 것들을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신성력은 변수가 많아. 일단 내가 확실히 아는 선에서만.’
이 생각으로 적은 계획들.
그 첫 번째 계획은 게이트였다.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이트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
그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아직 알렉시안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올라갈 것이다.
“폐하의 기준엔 현재의 제국이 고작 20% 수준인 겁니까?”
제이론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쓴웃음을 짓는 알렉시안.
“그것도 후하게 쳐준 거네. 그보다는 그 밑이 중요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제이론이 노트를 다시 살펴보았다.
「2. 멸망 사냥계획」
「3. 기후변화 대응책」
「4. 미정(암살?)」
“이 4번은 무엇입니까?”
제이론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 짐도 완벽하게 구상한 것은 아니야. 추후 좀 더 보완하게 되면 말해주지.”
그렇게 말하며 말을 아끼는 알렉시안.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구상은 끝내놓은 상황이다.
‘후반부 멸망은 나오는 즉시 암살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
계획대로 될진 모르지만 지금보다 더 촘촘한 정보망을 갖고, 게이트 분석 역시 높아진다면 불가능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장기계획.
“폐하의 말씀대로라면 이 멸망이란 존재가 늘어난다면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군요.”
“그래. 그러니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지.”
알렉시안의 말에 제이론은 그동안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회가 되면 죽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알렉시안의 계획서엔 멸망이란 존재의 개념부터 그들이 살아있을 시 어떤 재앙이 일어날지 대략 적혀 있었다.
그들의 개념은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고, 개념이 중첩되면 될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폐하.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보게.”
알렉시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론이 조심스레 물었다.
“인간들이 이 멸망이란 존재로부터 살 수 있는 겁니까?”
“모르네. 내가 아는 건 일부일 뿐이네. 이후에는 어찌 될지 짐도 몰라.”
그 말에 제이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첫 번째 멸망이라는 존재라 표현된 존재만으로 대륙이 이 지경이다. 그런데 점점 심해진다?
과연 살 수 있을까?
“절망적이어도 어쩌겠나? 살려고 발악이라도 해봐야지.”
“그건···그렇지요.”
“나중 일은 나중에. 짐은 아는 데까지만이라도 최소한의 희생으로 막고자 하네. 최대한 완벽하게 힘을 모은 상황에서 대비하는 것. 지금은 그것이 최선일 테니까.”
알렉시안의 말에 제이론이 무거운 짐이라도 든 것처럼 표정이 구겨졌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폈다. 어쩌면 알렉시안은 자신이 오늘 들은 것 이상으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을지 몰랐다.
그런 이를 앞에 두고 고작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징징거릴 수는 없었다.
“일단 대외적으로 게이트 조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탐색작업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외적으로 멸망이 제국 내, 그리고 동맹국 지역에 탐색할 수 있는 기구를 곳곳에 심는다.
비밀작전은 친위대와 정보를 통해 할 생각이다.
그렇게 멸망이 드러낼 장소가 추려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사냥 준비를 시작할 생각이다. 물론 혹시 모르니 이중삼중으로 준비할 생각이다.
“뭘 좋아할지 모르니 전부 준비해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노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포함해 다양한 무기를 준비한 알렉시안. 과연 첫 번째 멸망이 그가 준비한 것을 어디까지 꺼내게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하네.”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는 알렉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