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14
30. 멸망 사냥!
그 자신감엔 이유가 있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알렉시안이 그동안 정리한 첫 번째 멸망의 습성들을 토대로 현재 일어난 일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르센과 피오라가 분석한 자료들을 가지고 자신이 연구한 자료와 결합해 답을 도출했다.
“인제 와서 사룡들의 힘을 노릴 이유는 없어. 그쪽은 제외해.”
“예! 폐하.”
“물론 진짜 제외하면 곤란해. 군사적 움직임은 가져가도록. 어디까지나 이 작전의 핵심은 멸망을 낚는 것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피오라를 통해 북부군과 남부군 일부를 그쪽으로 움직이라고 명했다.
“고대의 신 쪽도 계속 연구해.”
“적들에게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내라는 말씀입니까?”
르센이 척하면 척 알렉시안의 의도를 알아듣고선 물었다.
“그래.”
알렉시안의 대답에 가만히 듣고 있던 제이론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럼 폐하께선 멸망이란 존재가 어디서 나올 것이라 보십니까?”
그의 물음에 빙그레 웃으며 르센을 바라보는 알렉시안.
“내가 준 정보들은 다 확인했지?”
“예. 폐하.”
“그럼 그대가 추려보지.”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다음 멸망의 존재는 고대에 사라진 ‘정령왕’이란 존재에 가까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특정 속성에 유리한 지대로 추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산지대, 바다, 강풍이 부는 지대, 암석들이 가득한 지대 등등.
시종장이 찾은 고대시대의 정보들과 알렉시안이 준 정보를 조합해 대륙 전도 몇 곳에 표시했다.
“과거 정령들의 시대에 있던 정보들을 토대로 몇몇 ‘정령왕’들이 머물렀다 전해지는 곳을 추렸습니다. 전설이 맞다면 이곳 중 하나를 노릴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 알렉시안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해.”
르센의 답은 정답에 가까웠다.
하지만 가까울 뿐 정답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추린 곳 중 한 곳을 짚어내는 것이 정말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해. 이렇게 추려진 곳들을 중 한 곳을 정확하게 짚어내서 미리 함정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멸망을 완전히 죽일 수 있는 작전의 핵심이다.”
그 말에 모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아직까진 짐의 말을 의심할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상황이 진행될수록 짐의 생각이 옳았음이 증명될 것이니 지금은 그냥 따라와라.”
그렇게 말하며 대신들에게 하나씩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짐이 생각하는 멸망은 ‘개념적’ 존재이다. 만약 불에 관련된 존재가 넘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대륙 전체가 더워지거나 화산이 폭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르센의 말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 인한 피해는 다양하지. 급격하게 더워지면서 식량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 만약 물과 관련된 존재가 나타나 폭우를 계속 쏟아내면?”
알렉시안의 말에 농부대신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를 대비해야겠군요.”
“그래. 지금부터라도 더 많은 식량을 비축하고 조금이라도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재배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예!”
“내무대신.”
“예. 폐하.”
“기후 변화를 위한 예산 편성과 법. 준비해.”
알렉시안의 명령에 내무대신이 고개를 숙였다.
“농부대신과 내부대신은 굳이 여기 있지 않아도 될 것 같군. 본격적인 전쟁 준비를 위해 움직이게.”
“예! 폐하.”
“네!”
두 대신이 회의장을 나섰다.
“외무대신. 그대는 각국에 제국이 파악한 정보들을 상황에 따라 전하게. 순차적으로 전하는 게 중요해.”
첫 번째 멸망이 겁먹고 숨지 않도록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짐이 직접 신호를 줄 테니 그때마다 차근차근 풀도록.”
“굳이 외국에 풀 필요가 있습니까?”
르센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리고 그건 제이론과 피오라 역시 같은 의견이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올 재앙들을 준비시켜야지. 무엇보다 첫 번째 재앙이 꼭 그곳에 가리란 법도 없거든.”
그렇게 말하며 살짝 이를 가는 알렉시안.
게임이 엿 같은 것이 후반부에 등장하는 멸망의 존재를 제외하면 등장순서는 무작위다.
중반부까지 이어질 멸망의 존재는 첫 번째 멸망의 존재를 제외하면 다섯이다.
불, 물, 바람, 대지, 마지막으로 짐승의 왕.
이 다섯 중 누가 먼저 나올지 알 수가 없었고, 심지어 첫 번째 멸망은 자신이 위험하다면 이들을 배려해 유리한 지역에서 통로를 열지도 않는다.
본신의 힘이 약하면서도 어째서 첫 번째 멸망을 다른 멸망의 존재보다 더 까다롭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것.
그러나 고인물쯤 되면 그 까다로움조차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알렉시안의 진가가 발휘된다.
“일단 첫 번째 멸망이 어디로 타겟을 잡고 있는지 알아야겠지. 낚시 시작해.”
알렉시안의 명령에 대신들이 즉시 움직였다.
큰 틀을 잡아줬으니 세부적인 것은 아랫사람이 알아서 할 터.
알렉시안은 회의장에 앉아 속속 들어오는 정보들을 분석하며 첫 번째 멸망이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만 하면 된다.
‘게임과 크게 다르진 않아.’
알렉시안이 자신의 손에 들린 보고서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오히려 게임 때보다 들어오는 정보는 많은 편이다.
그러니 그것을 바탕으로 첫 번째 멸망의 움직임을 예상해야 한다.
며칠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이트.
그것을 보면서 르센은 제국 내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특히 가장 많은 게이트를 열리는 곳을 중심으로 일을 벌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렉시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국은 제외한다.”
첫 번째 멸망의 특징은 자신의 안위를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것.
아무리 게이트를 많이 열어놓는다 해도 그곳이 위험지역이라면 일단 피한다.
제국이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게이트가 많이 열린다?
일단 제국은 아니라는 뜻.
그 다음도 똑같았다. 첫 번째 멸망에 관한 정보들을 최대한 르센에게 전달해주면서도 수많은 플레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감을 이용해 길을 찾았다.
그로 인한 결과는···
1. 제국은 제외.
2. 제국에서 최대한 멀어진 곳.
이 두 가지다.
대륙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가진 제국을 제외한다면 인근의 동맹국들도 제외해야 할 터.
서부 아니면 동부일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제국이 부담스러워서라면 마도왕국과 최근 막대한 자금으로 사제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서부강국들도 제외해야 할 터.
거기에 대수림 역시 제국과 가까워지며 막대한 지원을 받는 상황.
“동남부인가?”
“소신의 판단도 그쪽이 유력하다고 보여집니다.”
르센의 말에 알렉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스텝을 밟았다.
얼추 지역은 파악했으니 정확히 어떤 종류의 멸망을 부를 것인지를 찾아야 했다.
“슬슬 정보를 풀어야 할 시점이군.”
알렉시안의 시선에 외무대신이 조용히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던 외무부가 움직일 시점.
가장 먼저 각국에 비밀리에 제국의 비밀서신들이 전해졌다. 물론 처음엔 마도왕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게만 전했다. 바로 그 시점에 내무부와 농림부를 통해 기후 변화를 준비하는 법령과 준비를 위한 계획들이 발표되면서 다른 국가들에도 서신들이 전해졌다.
그로부터 고작 며칠이 지나 반응이 바로 왔다.
“화산지대를 중심으로 게이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은 제외한다.”
피오라의 보고에 곧바로 불과 관련된 지역을 제외해 버리는 알렉시안.
“폐하. 최근 수상한 단체들이 대륙 각 지역에 있는 유적지역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짐승도 제외.”
르센의 보고에 곧바로 제외하는 알렉시안.
이렇게 티 나게 일을 저지르는 놈들이 아니다. 제국을 낚아보려는 술책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까지 대수림 쪽에서 일을 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제 그 선택지는 제외되었다.
그렇다고 동대륙이냐?
그건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게임에서 항상 이 대륙에 한정해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게임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쪽에서만 일을 벌일 수 있는 이유가 있을 터.
‘잠깐. 북부산맥 너머에서 일을 벌였던 적이 있었나?’
현재 종말세력의 본거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동대륙과 북부산맥 너머였다.
동대륙은 불가능하다면 북부산맥 너머는?
수많은 플레이들을 되짚어보았으나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었다.
산맥 너머는 안 된다 하지만 산맥의 끝자락은?
“한가지 시험해봐야겠다.”
그렇게 말하며 피오라에게 한가지 명령을 내렸다.
북부의 사룡이 잠든 지역을 보다 적극적으로 압박하라는 것. 그를 위해 크롬웰 후작과 기사들까지 파견할 것이다.
당연히 남부 역시 마르코 공작과 함께 기사들을 파견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룡들이 잠든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것처럼.
동시에 한가지 거짓 정보를 흘릴 생각이다.
그 거짓 정보에 확신을 주기 위해 몇 가지 정보를 흘릴 생각이다. 가장 먼저···
“외무부는 각국에 화산지대에 대해 조사를 보다 면밀히 해달라고 요청해. 물론 비밀리에 접선해야겠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비밀리에 전달해야 했다.
거기에 이번엔 한 가지를 더할 생각이다.
“정보부를 통해 몇몇 왕들에게 직접 이 서신을 전해.”
이번엔 르센이 움직일 차례였다. 정확히는 대외정보부를 담당하는 사비에르가 뚫어놓은 통로를 통해 비밀리에 몇몇 화산지대를 특정해서 군을 움직여줄 것을 당부했다.
제국이 정말로 서부 쪽 화산지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은 정보를 흘려야 한다.
그러는 사이 동부 쪽을 면밀하게 조사할 생각이었다. 황실 마탑 쪽 전력 대다수를 비밀리에 대수림으로 파견해 동부 산악지대를 탐지할 장치를 곳곳에 심게끔 했다.
몇몇 장치는 알렉시안의 석상으로, 어떤 것은 대수림에 만들어진 공장을 가동할 동력원으로 위장시켰다.
그 결과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동부산맥 지역은 다른 곳과 달리 게이트 생성 숫자가 현저히 적습니다.”
르센의 보고에 알렉시안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찾았군.”
동부산맥 전체로 따지자면 여전히 넓었으나 대륙 전체에서 동부산맥으로 좁혔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성과였다.
“멸망 토벌대를 비밀리에 준비시키게. 시종장은 짐을 대신할 대역을 구하고.”
“네.”
“···예. 폐하.”
마침내 준비한 전력들이 움직일 시간이 되었다.
그 전에 의심 많은 놈들을 확실히 낚기 위해서 추가 발표가 이어졌다.
「전 서부사령관 프랑코 리센드로! 정예 병력 이끌고 서부로!」
「군부대신 피오라. 서부로 추가 지원군 이끌고 언제라도 움직일 준비 중.」
「제국의 가장 강력한 전력 세 명은 현재 모종의 이유로 감감무소식 중. 정말 소문대로 문제가? 제국 측은 사실무근이라 발표 중. 과연 진실은?」
제국의 개편된 특수군 중 다수가 제국의 땅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이 그 즉시 대륙 전역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각국이 이 재앙을 일으킨 원흉을 막기 위해 제국이 움직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비밀리에 알렉시안이 움직일 준비를 했다.
“벌써 가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나중에 가셔도···.”
“나중에 가면 티가 날 걸세. 미리 움직여야 대역도 연기하기 편하겠지.”
그 말에 시종장이 한숨을 쉬었다.
옆에 있는 제이론도 시종장처럼 깊은 한숨을 쉬면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대부분의 일을 그가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알렉시안이 황궁에 남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
그렇기에 대신급을 제외한 모든 관료들은 ‘알렉시안이 황궁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황궁 잘 부탁하네.”
그 말과 함께 성기사로 변장한 채 잠시 동안 동료가 될 수도원의 동지들과 함께 대수림으로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