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19
31. 시작되는 변화!
‘시황제’라 부르긴 했지만, 정식으로 부르게 된 건 아니었다.
아직까진 그저 ‘별명’일 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제대로 사용할 수조차 없는 별명.
다수의 학자들 역시 ‘시황제’라는 칭호는 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을 정도.
그러나 그들조차 이 점은 인정한다.
‘언젠가 저 별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은 확실하다!’
라는 것을···.
약간의 헤프닝이 있던 승전식.
그러나 여전히 성대했으며, 타국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살만한 식이 거행되었다.
“저것인가?”
“오오!”
알렉시안에게 정신을 팔린 사이 광장에 떡하니 전시된 거대한 요새포.
심지어 비공정에서 수송되어 내려오는 모습마저 인상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대한 영상구에선 첫 번째 멸망과의 전투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이때만큼은 수도에 있는 모든 거대 영상구에서 같은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고, 마침 전쟁을 승리로 이끈 다중 압축 마도포를 단 거대한 비공정이 수도 상공에 등장했다.
“어디 갔나 했더니···.”
알렉시안이 하늘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포신이 과열되어 수리가 필요하다던 마도포를 단 비공정 몇 개가 때마침 우연히도 알렉시안이 수도에 복귀하는 날에 맞춰서 상공에 등장했다.
거기에 첫 번째 멸망을 마무리했던 거대한 폭격기 역시 ‘정비’를 위해 수도 상공을 가로지르며 날았다.
‘공군’에 질 수 없던 것일까?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특수군 역시 광장을 중심으로 도열하며 일제히 오러를 휘감은 검을 들어올렸다.
정령사는 소환수를, 주술사는 특수한 글자를 휘감은 빛무리를 만들었다.
그런 그들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알렉시안의 뒤를 따르는 근위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들어올려 오러를 피워올렸다.
“···장관이군.”
한 남자가 멍하니 알렉시안과 함께 행진하는 기사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화답이라도 하듯 성기사들의 오러가 거대한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오러 형상을 신성마법으로 조금씩 깎아내며 하나의 익숙한 인물을 만들었다.
“폐하다!”
한 어린 아이가 하늘에 만들어진 거대한 알렉시안의 형상을 보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마법사들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환영 마법으로 정교한 알렉시안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더 장관인 것은 거대한 두 알렉시안이 검을 뽑아 들고 서로 그 검을 교차시켰다.
게임으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던 알렉시안조차 놀랄 정도의 퍼포먼스.
“···준비 많이 했겠어.”
그 말에 시종장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 첫 번째 멸망과의 전투에서 알렉시안이 타고 있던 비공정이 지나갔다.
“저거 아직 살아있나?”
“아마 그럴 것이옵니다. 한데 그건 왜···.”
알렉시안의 물음에 마탑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녀의 물음에 알렉시안은 대답 대신 걸음을 멈추었다. 동시에 대수림에 있는 내내 링크해두었던 장치의 파장을 떠올렸다.
오직 알렉시안의 파장에만 발동되도록 만들어진 장치가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
알렉시안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막대한 신성력이 하늘로 솟구치며 비공정의 장치와 연결된다.
“”
3개의 마법을 연결하여 중첩하는 알렉시안.
비공정 아래로 겹겹이 쌓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빛의 마법진을 구경하는 사람들.
“와아아···.”
알렉시안은 마도사가 아니다.
그러나 마도구를 통해 마도사를 흉내 낼 수 있다는 소문.
다들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수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증명했다.
어느새 수많은 마법진들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겹치면서 천천히 회전했다.
마치 시계 안에 있는 장치들이 돌아가는 것처럼 작은 마법진들이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되어 환히 빛나기 시작했다.
“”
알렉시안의 말에 한계까지 압축된 마법이 연결된 장치를 통해서 파장의 형태로 터져 나왔고 그것은 곧 빛가루가 되어 수도 전체로 떨어졌다.
“짐을 위해 고생한 그대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자신을 위해 고생했을 이들에게 오늘만큼이라도 편해지라고,
전쟁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했을 중앙관료들의 피로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부담스러운 세금과 과한 노동에도 묵묵히 지지해준 제국민들에게 작은 축복이라도 내려주기 위해서 대규모 마법을 발동했다.
현재의 알렉시안의 경지로는 다소 부담스러운 규모였으나 그럼에도 수도 전체를 커버했다.
‘이걸 보고 어떻게 안 해줘?’
승전식을 위해 애를 쓴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이 정도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그보다··· 다들 눈이 돌아갔군.”
알렉시안의 말에 힐끔 타국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종장.
“그새 그걸 보신 것이옵니까?”
“우리 돈줄 아닌가? 귀한 손님들이니 확인은 해야지.”
“허허···.”
시종장이 허탈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굳이 이런 퍼포먼스가 아니었어도 샀을 것 같은 이들이지만 이걸로 인해 그 규모가 좀 더 크게 늘어날 것은 분명했다.
“승전을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황궁 앞에 나와 있는 대신들을 보며 피식 웃은 알렉시안.
“오늘은 회의 안 할 테니 긴장하지 말라.”
그 말에 몇몇 대신들이 헛기침했다.
“다들 급한 일 아니면 쉬도록 하고···미안하지만 재상은 나랑 얘기 좀 하지.”
그 말에 제이론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환한 미소를 짓는 대신들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제이론.
자신도 재무대신이었다면 쉴 수 있었을까? 하는 아련한 표정.
“금방 쉬게 해줄 테니 그런 표정은 그만 짓게.”
“크흠! 예. 폐하.”
알렉시안에게 한소리 듣고 따라오는 제이론.
본격적으로 황궁 내에서 준비한 파티를 시작하기 전에 열차 내에서 시종장과 나눴던 이야기들을 제이론과 얘기하려는 알렉시안.
“후···이번에도 가볍진 않군요.”
다음 멸망이 결정된 이상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했다.
단순히 큰 범위 내에서의 기후변화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멸망이란 이름 붙은 존재 아닌가? 가볍진 않지.”
알렉시안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제이론.
“앞으로 더 어려워지겠지요?”
“그러겠지.”
첫 번째 멸망이 개처럼 처맞고 뒤진 걸 봤으니 다음번에 나올 땐 더 준비해서 나올 것이 뻔했다.
거기에 이미 대륙에 퍼지고 있는 개념을 이용하려 할 것이 분명하기도 했고.
게임에서도 완벽하게 적을 이길수록 다음 멸망의 난이도는 상승한다. 그렇다고 게임서처럼 일부러 피해를 감수할 수도 없는 노릇.
‘이것이 최선이지.’
난이도는 상승하겠지만 그만큼 적들이 등장하는 시기도 늦춰진다.
그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가장 확실한 건 정령사를 키우는 것이겠습니다.”
제이론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경험을 쌓아가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기사들과 다르게 정령사는 재능만 있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대지의 정령력이 늘어난 만큼 재능있는 이들이 더 많이 정령력을 각성할 것이고 그들만 제대로 키워낸다면 해볼 만했다.
“기존에 해오던 재난 대책 역시 규모를 키워야겠습니다.”
“그래. 다음만이 아니라 그다음 멸망들 역시 기후변화를 일으킬 것이 확실하니까.”
가장 큰 건 식량문제일 것이다.
정령사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최대한 지력을 유지시키고, 가뭄 등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했다.
“어차피 할 계획이었으니 당기는 건 상관없겠으나 문제는 자금입니다.”
“기술 팔아.”
“···정말 팝니까?”
재상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 쪽만이 아니라 전부 팔아. 아니면 로열티 받고 전수해주던가.”
“미래를 생각하면 좀 아쉬운···.”
“멸망을 막지 못하면 미래도 없어.”
알렉시안의 말에 흠칫한 제이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 제이론이 그래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제안치고는 훌륭했기에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큰 그림이나 그릴 줄 알지 이런 세세한 부분에 대해선 초짜에 불과하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알렉시안.
“그럼 무기 개발보다 기후변화에 주력하는 겁니까?”
“아니. 무기 쪽은 계속 해야지.”
“그렇게 되면 기술을 판다 해도 돈이 부족해질 수 있을 텐데요.”
“제국의 주요시설들 어느 정도 완성되었잖나? 나머진 일정 지분만 보유하는 선에서 민간에 팔아버려.”
다소 극단적인 방법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다음 멸망은 발견만 하면 쥐어팰 수 있는 첫 번째 멸망이 아니다. 나오는 순간 인류는 처음 겪어보는 절망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나 돈 필요 없으니까 부족하면 끌어다 써.”
“···시종장이 알면 뒷목 잡을 소리를 하시는군요. 후···일단 세부 계획들을 논의해보고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래.”
제이론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알렉시안.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는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거면 되었으니 오늘은 쉬어.”
“낼부터는 지옥이 시작된다는 소리 같습니다.”
제이론의 말에 그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이는 알렉시안.
지금만큼 타국 사람들에게 세일즈하기 좋은 때가 있던가? 휴식을 위해 이 시기를 놓치면 이런 자리를 또 한번 계획해야 하는데 그것 또한 일이었다.
‘나는 상관없는데? 알아서 해.’
라고 말하는 듯한 알렉시안의 표정.
그러나 제이론에게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준비하겠습니다.”
“일은 내일 하고 푹 쉬어.”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두드려줬으나 내일 일할 것 생각하면 오늘 준비해야 한다.
공식적으로야 휴식이겠지만 그게 어디 쉬는 것이겠나?
집에 일을 갖고 가서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하급 관료들의 심정을 체감한 제이론이 이를 악물며 알렉시안을 노려보다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알렉시안을 따라 대전에 들어간 제이론.
이번 전쟁의 주역은 마스터들이 아니다.
“마법부와 개발부인가?”
“마스터나 고위기사가 시상식의 주역이 아닌 건 처음 보는군.”
“수도원 역시 이번 전쟁의 주역이라 할만하지.”
마스터가 철저히 배제된 논공행상.
그러나 어느 때보다 완벽에 가까웠던 전투.
그렇기에 알렉시안에게 직접 상을 받는 이들의 표정엔 감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제국을 빛내줘서 고맙네.”
알렉시안의 말에 결국 눈물을 흘리는 마법부 대신.
“고맙네.”
최대한 감정을 통제하려 하는 개발부 대신 역시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다른 관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논공행상의 주역이 될진 몰랐는지 모두가 감격에 차올라 통곡하듯 울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박수를 치는 사람들.
한바탕 난리가 난 식장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알렉시안이 사람들에게 선언했다.
“그대들도 보았다시피 대륙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말하며 좌중을 둘러보는 알렉시안.
“짐은 이 새로운 시대를 이렇게 말하고 싶군.”
그리 말하며 대전 밖에 전시된 골렘 하나를 바라보았다.
정교하게 돌아가는 기계장치를 통해 가동되는 기계 골렘.
저것이야말로 현 시대를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가 아닐까?
“‘기술의 시대’. ”
게임에서 마도왕국을 통해 표현된 기술의 시대.
그것이 이제는 제국에서 시작됨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멸망했을 제국이었으나 혼란을 극복하고 살아남아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제국은 알렉시안의 주도하에 가장 선두에 서서 ‘기술의 시대’를 이끌겠노라.
그리 다짐하듯 선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