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2
5. 본격적인 시작
계획을 바로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달리 곧바로 종말세력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진 못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폐하. 신입 관료들의 후보자 명단이옵니다.”
“페하. 내궁으로 들일 시종들의 후보명단입니다.”
“폐하. 궁내부 대신을 비롯한 내관 일부의 교체자 명단입니다.”
연이어서 들려오는 검토 서류들.
숙청으로 인해 많은 곳이 비어있었기에 새로 들여야 할 인원들.
그리고 그 인원들은 1차적으로 검토를 했겠지만 자신 역시 검토를 해야만 했다. 숙청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장난질을 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대충 사인하고 넘겨버린다면 또 다시 장닌질을 칠 수 있었다.
“쯧.”
알렉시안이 혀를 차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장난질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깨끗하다 보기에도 애매한 후보자들.
시종장이 감찰대신이 가져온 주요 자료들을 비교하던 알렉시안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전부 거를까요?”
시종장의 물음.
황궁의 시종을 비롯한 내관을 전부 친 황제파로만 뽑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타협을 보긴 해야 해.’
숙청을 했다고 황궁이 완전히 깨끗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깨끗한 놈 뽑겠다고 선황처럼 어정쩡한 놈 뽑아다 굴려본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더러워질 놈들이니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귀족들도 그것을 알기에 적당히 중립적이지만 자신들과 끈이 닿아있는 자들을 밀어 넣었다.
그러나 가끔 눈치 없이 선을 넘는 이들이 있었다.
“여기까지만 받아주지. 나머진 다시 뽑게.”
“예. 폐하.”
황제가 할 일은 하나하나 검토하는 것이 아니었다. 적당한 커트라인이 될만한 시종을 찍어주자 시종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검토하는 것은 밑에 사람들이 해야 할 일.
그러니 자신은 범위를 설정해주는 일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자꾸 심기를 건드는 놈이 나타나니 빡칠 수 밖에 없었다.
“요놈, 요놈, 요놈 추천한 놈들 명단 가져와.”
“그리하겠습니다.”
숙청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선을 넘으려 드나?
벌써 이런 놈들을 봐주다 보면 죄다 기어오르려 할 터.
초장에 밟아놔야 서로가 편해진다.
심기도 불편해진 마당에 대표로 조져줄 놈들을 고르고 난 후 시종을 보냈다. 그러나 아직도 일이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오늘도 야근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
가장 먼저 새로 뽑힌 재무대신이 그를 찾았다.
“폐하를 뵙습니다.”
남부 출신의 귀족.
그러나 외가쪽이 중앙의 귀족가문 출신. 그것도 선황의 충성파 쪽 세력이었다.
‘제법···.’
남부귀족 출신에게 할당된 영역이었음에도 자신을 배려한 마르코 공작.
그건 곧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보자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마르코 공작의 선물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3할은 비워두었군.”
“폐하께서 원하시는 자들로 채워 넣을 생각입니다.”
대놓고 말하는 재무대신.
“괜찮겠나? 남부 쪽에서 불만이 많을 텐데?”
알렉시안의 말에 재무대신이 쓴웃음을 지었다.
안 그래도 자신들의 영역조차 갈라먹는다며 온갖 불만을 다 듣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르코가 중재를 해줬기에 넘어갈 수는 있었지만,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은 분명했다.
솔직히 자신이 내정된 시점에서 남부는 황제에 대한 배려는 다 한 셈이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배려를 하려는 것은···.
“짐에게 원하는 것이 있군. 무엇이지?”
“폐하께서 하시려는 일을 돕고자 하옵니다.”
“짐이 무엇을 할 줄 알고?”
“무엇이든 그 결과는 귀족파의 세력 약화가 아닐는지요.”
그의 말에 알렉시안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제이론 파이스.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게임 스토리상 들어본 적은 없는 인물.
남부 귀족들에게 욕먹어가며 자신에게 직접 말할 정도의 강단.
거기에 어느 정도는 자신이 할 일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인물.
그렇다는 건 머리도 제법 돌아가는 놈일 터.
‘이런 놈이 게임에서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라···.’
의아한 표정을 지은 알렉시안이 물었다.
“파이스 가문이라···생소하군.”
“그러실 것이옵니다. 저희 가문이 정식으로 인정받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사옵니다.”
“음?”
“부끄럽사오나 한때는 해적이었던 가문이옵니다.”
가문의 부끄러운 역사를 솔직하게 밝히는 제이론.
그의 말에 그제야 기억이 나는 알렉시안.
“설마···소리아 해적단?”
“폐하께서 기억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알고 있는 알렉시안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 제이론 파이스.
막대한 돈을 통해 중앙 귀족과의 연을 맺어 귀족가문이 된 파이스 가문.
제국이 몰락한 이후 해적으로 돌아가 남부를 주름잡았으나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가문.
이제서야 모든 것을 알게 된 알렉시안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재밌는 곳에서 왔군.”
“송구합니다.”
“아니, 이는 칭찬일세.”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빙그레 웃으면서 물었다.
“짐이 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고?”
“그렇사옵니다.”
“그럼 묻지. 어디까지 도울 수 있나?”
그의 물음에 제이론이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자금이라면 최대한 도울 수 있을 것이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비밀자금 역시 저희들이 대드릴 수 있습니다.”
“자금이라···짐의 앞에서 돈을 논하는가?”
“물론 폐하께 비할 바는 아닐 것이옵니다. 하오나 비밀리에 자금이 필요하시다면 결코 실망시켜드지 않을 정도는 될 것이옵니다.”
그 말에 가만히 제이론을 바라보았다.
“암상인이라··· 지하세계에서 그대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지?”
“열손가락 안에는 든다 자부하옵니다.”
자신하듯 말하자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허언은 아닐 것이다.
“그대들의 힘을 빌린 다라···원하는 것이 있겠지? 설마 자네들의 불법적인 일들을 눈감아 달라는 것인가?”
“해준다면 감사하겠으나 전부 용서받긴 힘들겠지요.”
“그럼?”
“일부만이라도 벌금이나 처벌을 통해 죗값을 받고 양지로 올라올 기회를 주십시오.”
그 말에 제이론을 바라보았다.
일부만이라고 했지만 그 뜻은 뒷세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즉, 자신들이 원하는 자에 한해 양지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뜻.
그 대가로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냥 올라오는 것이 아니겠지. 그럴듯한 가문이나 제대로 된 상단을 만드는 것까지겠지.”
“···양지로 올라가게끔만 해주신다면 더는 바라지 않겠습니다.”
제이론의 말에서 느껴지는 울분.
그것을 느낀 알렉시안이 조용히 물었다.
“짐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은 자칫 남부귀족들이 불편하게 들을 수 있을 텐데?”
“상관없습니다. 저희는 남부의 토착세력과는 계열이 다릅니다.”
“그 다른 계열에 마르코 공작 역시 포함되나?”
그의 물음에 침묵하는 제이론.
그러나 그것으로 답이 되었다.
‘마르코 공작은 남부의 현 상황을 바꾸고 싶어 한다.’
게임 내에선 이런 그의 움직임이 두드러지진 않았다.
불만 불평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보듬어 안고 갔던 공작.
그러나 그것이 어쩔 수 없었다면?
거기까지 생각한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지. 단 돈보단 다른 것이 필요하다. 정보를 주거라.”
“정보라 하오 시면···.”
“뒷세계.”
“···뒷세계를 없애시려는 것이옵니까?”
“아니. 그들을 없앨 수 없음은 안다. 하지만 제약은 필요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안 제이론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렵사옵니다. 소신이 정보를 준다 한들 금세 자취를 감추고 다른 곳에서 또 그런 일을 벌일 것이옵니다.”
“안다. 그러니 지금은 정보만 받는 것으로 하지.”
그 말에 뭔가가 있음을 느낀 제이론이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묻는 순간 황제와 함께 해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에게도 고민이 필요한 일임을 알기에 이 정도에서 멈춘 알렉시안은 비워져 있는 3할의 자리는 준 귀족이나 평민 출신을 중심으로 뽑으라는 명령을 내리며 물렸다.
그리고 그건 다른 대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숙청으로 대거 비워져 있는 자리 중 일부를 평민이나 준귀족으로 채워버렸다. 이런다고 이들이 알렉시안에게 충성하는 것은 아닐테지만 상관없었다.
굳이 친황제파 만들겠다고 하나하나 골라서 임명할 시간이 없었다. 귀족출신을 뽑으려면 이해관계 생각하고 복잡하니 깔끔하게 평민출신 박아놓고 기어오르는 놈들은 숙청하는 방식으로 가야 했다.
‘속도전으로 가야 해.’
완벽을 기하며 갈 시간 따윈 없었다.
부족하더라도 일단 구색만 맞춰놓고 움직여야 했다.
앞으로도 숙청할 기회는 많이 찾아올 것이니 그때그때 날려버리고 새로 뽑아야 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제국답게 인물은 많았으니 적당한 놈 뽑아다 앉히는 건 쉬우리라.
문제는···.”
“귀족파로 꽉꽉 채워왔군.”
다른 대신들은 재무대신이 하는 걸 보고 대충 2할 정도는 자신에게 선택권을 주었는데 내무부는 그런 것 따윈 없었다.
이제는 명백히 적이라고 여겼는지 남은 자리를 귀족파로 꽉꽉 채워서 보고를 올렸다.
“받아들이지.”
그 말에 짐짓 놀란 표정을 짓는 여인.
설마 단번에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각 부처에 조금이라도 황제의 끄나풀을 심어두려는 시도조차 안 하는 것이 의아한 것이다.
“많이 뺏었으니 이 정도는 양보해야지. 단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협조를 해주었으면 좋겠어.”
“···어떤 것이온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수도 내 불온한 세력이 있다고 들어서 조사를 해볼 생각이야.”
“···.”
“귀족파를 치진 않을 테니 쫄 거 없네.”
피식 웃는 알렉시안을 보며 애써 표정관리를 한 여인이 물었다.
“하오 시면···.”
“때 되면 말해주지. 귀족파에 해가 되진 않을 것이라 맹세하지.”
맹세까지 하는 알렉시안을 보며 애써 고개를 숙이는 카엘라 내부대신.
그러나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황제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기에 조용히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든 대신을 만나본 알렉시안이 피곤한 표정으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밑그림은 그려놨고, 남은 건 실행하는 것인가?”
종말세력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밑그림은 그려놨다.
본래 귀족파부터 조지며 안정적으로 다져나갈 생각이었지만 비밀세력이 생겼으니 좀 더 당겨도 될 터.
귀족파는 일단 종말세력을 양지로 끌어낸 후 조져도 될 터.
“어느 곳까지 침투해 있으려나.”
제국이 멸망하기 직전처럼 곳곳에 숨어있을까?
아니면 아직은 제국의 핵심까진 뚫지 못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덫을 놓을 수도 없었고, 어느 한 곳만 집중적으로 조질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전방위적으로 포위하면 그뿐.
일단 녀석들이 제국 내에 암약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만 한다면 성공한 것.
쥐새끼들을 조질 준비는 끝났다. 그러나 그의 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후···.”
그에게는 메인퀘스트 뿐만 아니라 서브퀘스트들 역시 남아있었다.
수도를 갈아엎는 수준의 대공사부터 안정화 작업등 등 수도 없이 많은 업무가 남아있었다.
“언제 하냐.”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쉰 알렉 시안.
결국, 그 날 밤 달이 중천에 뜰 때까지 업무를 보면서 급한 일을 처리한 알렉시안.
그러나 그가 잠자는 시간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변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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