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20
31. 시작되는 변화!
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천명한 알렉시안.
이 역시 철저히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제국은 앞으로 있을 재앙을 대륙의 모든 국가와 함께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말하며 타국에서 온 사신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제국에서 공유한 정보를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멸망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앞으로 점점 국가 혼자 감당하기는 힘든 재앙들이 올 것이다. 그러하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 말에 다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게이트를 통해서 넘어오는 몬스터들만으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점점 힘들어지리라는 것이 각 국가의 지표로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영상에서도 봤다시피 앞으로 나올 멸망은 과거 사라졌던 ‘대지의 정령왕’이란 존재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대승적 차원에서 기후에 관련된 기술 같은 경우 원한다면 일부 공유할 의향도 있다.”
물론 공유한다고 했지 그게 ‘공짜’라는 말은 없었다.
그러나 과연 안 할 수 있을까?
주변 국가들이 다 하는 것도 있겠지만 대륙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재앙을 무시한 결과를 지금 이곳에 참석한 사신들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왜? 지금 그 국가의 사신들은 올 수 없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멸망 당하지 않으려면 사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은 알렉시안.
“제국은 앞으로 대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첫 번째 멸망에 사용된 무기를 원하는 국가에 판매하고자 한다.”
발에 땀 나도록 뛰어와 요청했던 사안들을 받아들인 것에 환호하는 사신단들.
설마? 했는데 정말로 해준 것이다.
통칭 ‘중부연합’이라 불리는 중립국 연합세력이 일제히 환호했다.
그리고 서부의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생이 용병들이 모여 만들어져 ‘용병국가’라 불리는 곳이나 해양몬스터에 골치를 썩이고 있는 해상왕국 같은 경우 이 결정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면에 마도왕국 쪽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감인가?”
제국의 마법부와 교류하면서 사신단의 대표를 해왔던 에디온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분명 초기만 하더라도 마도왕국이 많은 부분에서 우위에 있었다.
‘마도왕국이 부족한 건 자금과 대량생산을 할 기반 시설의 부족뿐이다.’
물론 맞는 말이긴 했다.
기본적으로 마도공학에 한해선 몇 수는 앞서고 있는 것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대량생산을 할 기반, 그리고 압도적인 자금력 앞에서 빠르게 그 차이는 줄여졌고, 결국 오늘에서야 마도왕국이 제국에 마도 공학마저 뒤처지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온갖 제약에 대륙에서 가장 뒤떨어진 국가라는 오명까지 얻어야 했던 제국이다.
스스로 멍청한 선택을 하면서 압도적인 국력을 깎아 먹던 멍청한 국가.
그런 국가를 개혁해오며 기어코 여기까지 이뤄냈다.
“부럽군.”
“···.”
에디온의 말에 옆에 있던 제자가 침묵했다.
분명 처음에 에디온이 이런 말을 했으면 인정은 하더라도 마도왕국이 여러 부분에서 더 유리하다고 말했으나 이젠 달랐다.
타국에 자국의 최신무기를 판다고?
그렇다는 건 더 앞선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마 그것이 공개될 시점은 다음 멸망과 싸움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지금 무리하게 공개하지 않아도 제국은 충분히 안정적이었으니까.
“기술을 팔고 그 돈으로 더 발전된 기술을 개발한다.”
그를 통해 멸망을 더 안정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제국의 계산.
그뿐인가?
대륙을 위해 기술을 공유했다는 명예마저 챙겼다.
이를 통해 제국이 대륙의 대표라는 이미지를 보다 확고하게 만들 수 있다. 제국이 하락세를 탈 때 그 제국을 쫓아가고자 가랑이 찢어지게 움직였던 서부 강국들 입장에서 이제는 감시 쳐다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저 제국의 아성을 언제쯤 넘볼 수 있으려나?”
“이번 세대는 불가능합니다.”
제자의 말에 에디온이 피식 웃었다.
“이번 세대만? 아니, 이미 개혁을 통해 기반을 다진 제국의 아성은 다음 세대도 따라잡기 어려울 거다.”
이미 제국이라는 거대한 벽은 요새가 되어 하늘을 넘보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포지션을 달리 취해야 할 때가 되었다.
‘제국이 가는 길을 쫓아가기라도 하자!’라고.
“이번엔 좀 배웠으면 좋겠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어느샌가 마도왕국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완성도를 높이기에 검증과정이 계속 까다로워졌다. 그러한 방향이 관습이 되어 완벽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일전에 제국의 마탑에도 있었던 문화.
그러나 알렉시안에 의해 제국의 마법사들은 바뀌었다.
‘실패작? 어디 적용할 곳 없나?’
실패작이라 생각했던 골렘들의 활용.
이제는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각 분야별로 마도왕국 기준 ‘불완전한 골렘’을 특화시켜 사용 중인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제국에서 이 특화된 골렘들을 ‘2세대 골렘’이라 부른다.
기계들을 조립하고 위험한 작업들을 대신하는 특정 작업에 특화된 불완전한 골렘들.
그러나 이 역시 이번에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면 분명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실패를 통해서 배운다!’라는 개념을 제대로 써먹는 것이다.
이뿐인가?
불완전한 기술을 일단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보자는 개념 역시 훌륭하다.
그 개념에서 나온 것이 첫 번째 멸망의 마법력을 깎아먹는 ‘다중 집적 마도포’였으니까.
다음 세대 마도포를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임을 보는 순간 알았다. 내구도는 꽝일 것이며 자칫 잘못하면 폭발할 위험마저 갖고 있다.
‘마도왕국이었으면 저것을 활용할 생각을 했을까?’
에디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러나 제국은 했다.
밑에 사람들이야 리스크가 크고 일이 생기면 자기 책임이 될까 두려워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강행하게 한 존재가 있었다.
역대 최고의 황권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알렉시안 황제.
그가 밀어붙였을 것이다.
실패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황제.
책임을 밑에 사람들에게 미루지 않는 황제.
추진력을 갖춘 황제.
그로 인해 개혁을 성공시켰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는 신문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부족한 연구개발자금을 황실 자금에서 끌어다 메꾸는 건 이제 제국에서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버릴 정도였다.
그 밖에도 자신이 황제였어도 독점하고 싶은 이권 사업이나 기술들을 팔아치워 개발자금에 쏟아붓는다. 오직 제국을 더 발전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런 고통을 감수하고 버텨냈으니 달콤한 꿀을 마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정신 좀 차렸으려나?’
똥 씹은 표정을 하는 마도왕국 쪽 사신단을 본 알렉시안이 혀를 찼다.
게임에서도 플레이어들이 주도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끝내 멍청하게 굴다가 자멸하는 곳이 마도왕국이었다.
물론 그만큼 잠재력이 있는 곳은 맞았으나 고리타분한 관습과 규제 등을 없애지 않으면 결국 과거의 제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서서히 하락할 것이다.
당장에 용병왕국이나 해상왕국 같은 경우 제국의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려 한다.
가장 고리타분하다 여겨진 기사왕국조차 골렘을 받아들여 활용하고자 했고, 장애가 생긴 기사들을 골렘 안에 탑승시켜 써먹을 생각을 한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여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몰락한다.
그 변화를 주도하는 건 제국이고, 타국은 변화에 휩쓸려 나가지 않기 위해 제국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자 안달 난 상황이다.
‘바람직하군.’
외무대신이나 이번에 최고훈장을 받은 마법부와 개발부 대신을 만나기 위해 서성이는 수많은 사신들을 보면서 미소 짓는 알렉시안.
오늘이야 축제 분위기니 다들 간만 보겠지만 내일도 그럴까?
당장 밤부터라도 물밑 접촉이 이뤄질 것이고, 서로 먼저 사겠다고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 알렉시안의 예상은 맞아 들었다.
“오늘은 좀 쉬라니까.”
“···아니옵니다.”
자정이 되어 찾아온 제이론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알렉시안.
“오늘만 고생하게. 내일부터는 대신들을 대신 굴려주겠네.”
그 말에 제이론의 눈이 동그랗게 떴다.
“혼자 고생했으니 아프다고 드러눕게. 짐이 대신하여 대신들에게 전해주지.”
알렉시안의 제안에 죽어가던 눈에 빛이 돌기 시작했다.
다음 날 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지 열성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한 제이론.
“무기 쪽은 많이들 관심 있어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곤 기후 대책 쪽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야 할 텐데?”
“일단 무기가 급하니 그쪽부터 확보 하자인 것 같습니다.”
이런 판단을 할 만도 한 것이 제국이 양산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제국 내 물량도 맞춰야 한다.
그러면 자신들까지 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터.
이걸 예상하고 일단 계약부터 박고 다른 것은 차차 생각 하자인 것 같다.
“첫 번째 멸망에 사용된 무기들은 어차피 시간이 걸릴 테지?”
“예. 이미 인력이 전부 투입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럼 이 점을 이용하지. 현 상황을 공개하고 기후변화 쪽에 투자하는 쪽에 우선하여 어느 정도 배분하는 것으로.”
이 선택은 제국의 이득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가능하다.
분명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나 알렉시안이 그동안 보인 기조를 보면 이해할만한 결정이다.
“제국의 안정을 위한 결정입니까?”
그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남부를 비롯한 대륙의 주요 식량 생산 지역이 무기에만 몰두하면 기후변화가 시작되었을 때 대처가 늦어진다.
현재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제국의 소비를 생각하면 타국의 생산량에 큰 타격이 있으면 안 된다.
2차 멸망이 시작되고 난 이후에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적어도 그 전에는 충분히 버텨줘야만 할 터.
“개별적으로 접촉해야겠군요.”
“그리고 용병왕국과 기사왕국 쪽과 주로 접촉해.”
“해상왕국이 아니고 그 둘을 선택하신 건···.”
“앞으로 있을 게이트의 변화를 생각하면 그 두 왕국이 앞으로 자원 왕국이 될지 몰라.”
헌터라는 개념을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게이트를 공략 및 유지하는 작업, 그걸 꼭 자국의 병력으로만 해결할 필요는 없다.
바로 쏟아져나오는 것이 아닌 이상 시간이 있었고, 그럴수록 전문적인 공략대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 점에서 제국 다음으로 유리한 건 용병왕국이고, 다수의 기사들을 ‘자유기사’라는 이름으로 각국에 파견하는 기사왕국 역시 그 후보가 될 수 있다.
‘헌터’처럼 타국에 파견해 게이트의 자원 일부를 넘겨받는 식이 된다면 자원 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전문적인 헌터를 양성하기 위해선 제국의 무기가 필요할 터.
“폐하. 하온데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뭐지?”
“제국이 파악한 것보다 대륙 국가들의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황이 어려운 국가들일수록 수탈이 심한 것 같습니다. 몇몇 도를 넘는 지역들도 나와 자국 내에서 통제할 수 없는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상보다 제국의 무기를 구매할 여력이 안 될 수도 있다?”
“예. 괜히 기후변화 쪽 투자를 미룬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고 너무 싼 값에 기술을 풀어버리기엔 아쉽다. 이쯤 되면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푸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치안을 비롯해 자국 내 상황이 개판인 상황에서 얼마나 잘되겠는가?
자금력이야 꾸역꾸역 만든다지만 기술을 받아도 그걸 적용하고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만 한세월일 것이다.
“방향을 좀 바꾸지. 기술 말이야. 국가 단위 말고 민간에 더 풀어버리는 것으로. 동시에 더 개방하지.”
“그 말씀은···.”
“타국에서 생산한 물품들도 협약에 따라 최소한의 관세로 들어올 수 있게끔 조정해.”
“제국 내 민간업체들이 타국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유도하시는 겁니까?”
그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이야 제국 내에서 돈이 돌아야 하기에 막아왔으나 이젠 풀어줄 때도 되었다.
마도왕국 때문에 꺼림칙했었으나 이쯤 되면 쫓아오는 것도 버거울 것이니 제국을 넘볼 국가는 없다.
“···바빠지겠습니다.”
“대신들이 바쁘겠지. 자넨 내일 아플 예정 아닌가?”
“그렇지요.”
알렉시안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제이론.
모두가 바쁜 상황 속에서 진득하니 휴식을 취할 두 사람이 늦은 밤 값비싼 와인을 개봉해 늦게나마 축제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