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28
32. 절망적인 대륙!
어떤 고인물이라도 멸망을 공략하면서 피해가 없을 수는 없다.
첫 번째 멸망조차도 어느 정도 피해는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본신의 힘이 약하기에 함정만 잘 파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다 두 번째 멸망부터는 무조건 대규모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고 봐야 했다.
‘2페이즈 시작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멸망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듯 보스들의 패턴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멸망 역시 마찬가지다.
1페이즈가 거대군단이라면 2페이즈는 본격적으로 정령 마법들이 시작된다.
지진, 화산분출, 지형 변형 등.
대지에 관련된 모든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솔직히 서부와 북부의 특무부대 같은 경우 마스터를 제외한 기사왕국의 전력에 비견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수도원의 힘까지 더해지면 충분히 공략할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알렉시안이 기사단 중에 정예만 골라서 이 임무에 투입하는 이유가 있었다.
“지상 병력을 최대한 태워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지상에 남아있는 자들은 최대한 정예병력으로.”
“예!”
“수도원을 통해 결계 생성해. 저렇게 보여도 마법 계열이라 결계만 잘 치면 지형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
알렉시안의 명령을 곧바로 반영하면서 서서히 후퇴시켰다.
일반 병력은 현시점에서 피해만 늘리는 수준이다. 그러니 전부 후방으로 배치하고 전방엔 기사급 전력과 마법사들만 남겨놓았다.
거기에 수도원의 빛의 영역이 지형 변형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전장에 배치했다. 물론 완전히 억제하는 것은 아니기에 피해는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퇴할 시간 정도는 벌어주리라.
“기사단을 엄호해! 멸망에만 집중하게 해야 한다.”
알렉시안의 명령에 마법으로 만든 지도를 통해 실시간으로 병력을 배치했다.
크게 세 가지다.
1. 일반 병력들은 후방의 방어선 구축에만 사용한다.
2. 멸망의 공략은 기사단으로만 진행한다.
3. 정예병력을 통해 주요 거점을 지키도록 하며 주요 화력을 담당할 병기들을 이곳에 배치한다.
최전방에 위치한 기사단이 멸망을 공략하는 동안 중간지점에 배치한 화력을 담당할 무기들이 주변의 병력들을 지속적으로 청소한다.
그 과정에서 무기들이 소모되지만, 그 소모된 무기들을 후방에 위치한 방어선에서 정예병력들이 만든 보급로를 통해 충당한다.
여기서 핵심은 보급이었다.
기사단이 멸망을 공략할 때까지 쉬지 않고 보급을 할 수 있는 능력.
“피해가 클 거다. 대비해.”
“예.”
멸망도 가장 핵심전력은 이곳에 배치하겠지만 멸망 특성상 대륙 전역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나타난 타락한 정령들이 자신들의 왕을 지키기 위해 북서부로 몰려들 것이다.
특히 제국이나 연합군의 보급을 끊으려 할 터.
정령이라고 머리를 쓰지 않고 단순 공격만을 하지 않는다. 고위 정령일수록 똑똑하고 살아남는 놈들은 학습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전략을 따라 할 것이다.
“안타깝네.”
알렉시안이 영상구에 보이는 국가들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살만해지면 자꾸만 욕심을 부린다.
분명 수차례나 경고했다.
거기에 정말 위험한 국가들 같은 경우 제국이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해라.
게이트 공략을 도와줄 테니 그 돈으로 방어에 투자해라.
심지어 제국이 먼저 모범사례를 보여주었다.
거점을 중심으로 개발하되, 다수의 지역은 언제든 포기할 수 있게끔 한다.
게이트 역시 오염지역 내부에 있다면 포기할 각을 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과욕을 부렸다.
발전된 무기로 인해 게이트 클리어는 점점 더 쉬워진다.
전체적인 수준의 상승, 그리고 신성력이 담긴 성물의 보급으로 오염된 지역도 빠르게 회복된다.
그러다 보니 ‘이대로 버텨도 되겠는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
‘멸망을 버티는 것’이 아닌 ‘극복하고 한 단계 발전할 수단’으로 생각한 것.
그들은 제국이 아니다.
첫 번째 멸망으로 인한 혜택은 끝났다. 진짜 멸망이 시작된다고 수차례나 경고했음에도 못 알아먹는다면 뒤져야 한다.
게임에서도 욕심으로 멸망하는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알렉시안이 괜히 지하나 안전지역에 식량 생산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다.
멸망이 진행될수록 인류의 영역은 줄어들 것이다. 점점 한정된 공간에서 몰려드는 멸망의 군대를 상대로 후반부까지 버텨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 되지 않는 기회를 통해 멸망을 사냥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후반부까지 살아남는 것.
설령 멸망이 죽는다 한들 멸망의 군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본래 나와야 할 군대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뿐.
“짐은 이 거점에 머무를 것이다. 방어선에서 여기까지 무조건 보급라인 유지해.”
“예! 폐하.”
알렉시안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는 이들.
“폐하. 저희들이 나서겠습니다.”
기사단이 아닌 알렉시안과 같이 있는 세 명의 절대자들.
그들이 나서겠다 말하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들을 벌써 써먹으면 안 된다.
보통 엿 같다고 하는 게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게임 역시 여러 개의 장치들이 되어 있다. 여러 가지 패턴들이 나오는데 알렉시안이 보기에 최소 한가지 패턴이 더 나올 수도 있다.
거기에 재수 없으면 최악의 이벤트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게임과 현실과의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나오는 패턴들은 똑같이 나왔었기에 이번에도 이 부분만큼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기하게.”
그렇게 말하며 알렉시안이 몸소 전면으로 나섰다.
현시점에서 제국 최후의 비밀병기는 자신들이 아닌 절대자들이었으니까.
-전군에게 알린다. 현시점부터 제국의 기조는 기사단이 멸망을 토벌할 때까지 ‘버틴다’ 그리고 기사단을 ‘지원한다!’이다.-
사룡을 죽일 때도,
해룡을 죽였을 때도,
첫 번째 멸망을 죽였을 때도.
제국은 늘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제국이 약자의 입장에서 적들을 상대한다. 알렉시안이 남부의 항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버텼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리해야 했다.
-그러니 버텨라!-
단순한 명령.
그러나 이번 전쟁의 핵심을 관통하는 그 명령에 모두가 작전대로 움직인다.
어느새 자리를 잡은 기사단이 진형을 갖춘다.
그 주변을 향해 중간 거점에 모인 비공정과 포대가 일제히 기사단 주변을 청소하기 위해 화력을 쏟아붓는다.
“밀리지 마!”
“여기 밀리면 보급라인 막힌다! 무조건 지켜!”
서부와 북부기사단이 양쪽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밀고 나간다.
그 사이사이 각 부대의 특수부대들이 간이 거점을 만들고 마법사들이 결계를 친다.
수도원의 사제들이 빛의 영역을 만들어 일명 ‘빛의 길’이라는 것을 만든다.
그렇게 보급라인이 만들어지면 두텁게 방어선을 구축한 후방에서 소모된 무기들을 교체할 물자들을 운송한다.
상대가 버티기 위해 요새를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엔 제국이 멸망으로부터 버티기 위해 방어라인을 만든다.
그리고 그 최전선의 거점지역에서 알렉시안이 직접 첫 번째 멸망 때 사용했던 기구를 이용해 빛의 영역을 만들어 낸다. 거신의 몸을 반쯤 날려버렸던 막강한 힘을 오직 거점의 방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폐하. 무리하지 마십시오. 저희들도 있습니다.”
엘로니안의 말에 그의 곁에 모여든 수도원 최강의 인재들.
성녀라 불리는 세르핀부터 성기사단장 후보 로웰, 최고 수도승 엘릭, 그리고 첫 번째 추기경으로 낙점된 카리엘까지.
모든 이들이 알렉시안을 도우려 했다.
“그대들은 짐의 부재 시 커버해야 해.”
알렉시안이 24시간 코어를 붙잡고 있을 순 없다.
인간인 이상 잠을 자야 하고 먹을 것을 먹어야 한다. 그 짧은 시간을 이들이 전부 달려들어 커버해야 한다.
그만큼 알렉시안과 이들의 차이는 크다.
그렇기에 홀로 최전선의 결계를 유지하면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몇몇 포대들이 방어를 위해 포탄을 발사하는 것이 보였다.
“방어는 신성력으로! 화력은 최대한 기사단을 엄호하는 데 써라!”
“하오나···.”
몇몇 이들이 망설였지만 알렉시안은 단호했다.
그동안 황궁에 있으면서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보며 최적의 공략 루트를 짰다.
그 결과 알렉시안의 힘은 공격보다 방어가 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멸망은 강력하다. 단기간에 공략할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장기전으로 가야 하는데 알렉시안의 힘이 고위 마도사의 힘에 비견된다 한들 멸망에게 큰 타격을 주긴 어렵다.
반대로 약한 존재일수록 알렉시안의 힘은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광역 결계 및 디버프를 통해 공격하는 적들에게서 아군을 보호하는 것.
남은 화력은 전부 멸망을 공격하는 기사들을 엄호하는 데 사용해야 했다.
“수도원!”
“예! 폐하.”
“기사단 공략지점 부근에 광역으로 디버프를 깔아. 조금이라도 적의 힘을 약화시켜.”
“큰 효과는 없지 않겠습니까?”
카리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광역으로 깐다면 분명 단기적으로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가도 그럴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작전은 단기전이 아니고 장기전이야.”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멸망에 관해선 누구보다 전문가의 영역에 있는 알렉시안이기에 지금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도원이 기사단을 돕기 위해 곳곳에 석상과 그 석상의 힘을 한 번 더 증폭시키기 위한 성물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제국에서 속속 모여드는 지원군이 모조리 그 작전에 투입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기사단은 계속해서 전투를 벌였다. 마침내 4인의 마스터들이 두 번째 멸망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앞으로 가야 한다. 지친 기사들이 잠시 후퇴해 회복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전진하는 것을 염두에 둬.”
“예!”
알렉시안 역시 쉬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기사들의 주변은 그들이 알아서 할 거야. 바운더리 안에 화력을 욱여넣지 마!”
“신성력을 디버프에만 사용할 생각하지 마! 기사들에게 조금이라도 활력을 불어넣어 줘! 미미하더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니까.”
“화력보다 서포트에 집중해! 욕심부리지 마!”
전술이 아니다.
공략이다.
그렇기에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알렉시안.
매번 전문가들을 존중해왔던 알렉시안이기에 이러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한 효과가 눈에 보일 정도이기에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뛰어다니기 바빴다.
그럼에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나오고 있었으니 모든 이들이 긴장의 고삐를 놓을 생각조차 못했다.
천하의 제국조차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공략에 들어가는 동안,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
제국을 따라잡겠다는 자신감으로 전진했던 마도왕국의 비공정이 하나둘 추락하면서 후퇴하기 급급하다. 하지만 이들은 공중전력이기에 그나마 나았다.
반대로 기사왕국의 경우 죽을 맛이었다.
돌진력은 사라지고, 진형을 갖춘 채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의 공격을 막는 데 급급한 상황.
그러나 시간이 지난다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알렉시안이 생각한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
‘멸망이 진행될수록 적들이 쌓이는 것.’
그 현상이 북서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