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29
32. 절망적인 대륙!
‘적들이 끝도 없이 몰려나온다.’
이것이 일선에서 싸우는 병력들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러나 직접 싸우는 병사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이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제국의 수도에 설치된 거대한 영상구.
이곳에서는 제국의 병력들이 만든 방어선에 설치된 영상구에 보이는 모습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모든 제국민이 현재 상황을 알 수 있도록 공유하라!’
라는 알렉시안의 명령에 따른 것.
제국의 모든 사람이 멸망이란 재앙이 대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오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
한 사람이 방어선 일부가 붕괴하면서 죽는 병사를 보면서 탄식을 내뱉었다.
다른 이들 역시 혹시라도 방어선이 완전히 붕괴할까 걱정한다.
일부 무너진 방어선으로 포탄을 나르던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막아선다. 목숨 걸고 시간을 버는 사이 다른 병력들이 와서 간신히 막아낸다.
“와아아아!”
겨우 복구된 방어선을 보면서 환호하는 제국민들.
싸우는 건 일선의 병력들이지만 화면으로나마 그 감정을 공유하는 제국민.
멸망이 시작되면서 높아진 세금.
높아진 식료품과 마도구의 비용들.
불편해진 공공 서비스.
이 모든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이 정도였구나.”
“그래서 폐하께서 계속 경고하셨던 것인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 하셨었지?”
알렉시안이 말했던 멸망의 규모가 거대한 영상구를 통해 전해진다.
수도보다는 늦긴 하겠지만 각 지역 역시 주요 도시들에게 설치된 영상구를 통해 이것이 보여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통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이 영상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전해졌다.
“저게 제국의 방어선이라면 다른 곳은?”
제국조차 저리 위태롭다면 방어선이 반쯤 붕괴하여 최후의 방어선에서 싸우고 있는 중부지역은?
작전이 실패하며 후퇴 중인 기사왕국과 마도왕국, 그리고 다른 서부국가의 방어선은?
그들은 제국처럼 공식적으로 영상을 촬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속속 정보가 퍼져나왔다.
종군기자들이 소형 영상구를 통해 촬영한 영상들.
화면이 흔들리고 질 나쁜 영상이었으나 최전선의 병력들이 느끼는 감정만큼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사···살려줘!-
-막아! 못 막으면 다 죽어!-
제국처럼 방어선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안전지역으로 후퇴할 시간을 벌기 위해 병력들을 갈구고 있었다.
그런 이기적인 결정에 말을 들을 병사들이 있을 리 없었다. 이미 사기는 바닥을 기고 있었고 전열은 붕괴한다.
“며···멸망하는 거 아니야?”
한 남자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제국처럼 자신들도 버틸 수 있을까?
한 국가의 멸망이 아니다.
‘대륙 중부지역의 멸망.’
모두가 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제국이라고 안전하지만은 않다.
“서북부 방어선 6곳이 뚫렸습니다!”
“이것으로 총 17곳인가? 후···일단 병력을 보강해주시오.”
재상의 한숨이 채 멎기도 전에 북부 쪽의 소식이 전해졌다.
“북부 지역 역시 3곳이 추가로 뚫렸다고 알려왔습니다.”
북서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정령들의 폭주가 단단해 보였던 제국의 방어에 균열을 일으킨다.
그러나 아직까진 버틸 만하다.
‘앞으로가 문제군.’
알렉시안을 대행해서 국정을 운영하는 제이론.
그러나 점점 버거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폐하께선 매번 이런 압박감을 버티고 계셨던 것인가?’
언젠가 시작될 멸망.
그것을 대비하면서 이제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버티고 있었다.
“아직 그것이 시작되진 않은 것 같소만?”
“예. 폐하께서 말씀하신 대대적인 게이트 폭주는 없었습니다.”
르센의 말에 제이론이 살짝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버텨야지. 그때가 올 때까지 버텨봅시다.”
“”예!””
알렉시안이 떠나기 전 했던 경고.
그때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지금은 버틸 때다. 여기저기 얻어맞더라도 버티면서 때를 기다려야 했다.
알렉시안이 말했던 것처럼 이제 시작된 것이라면 장기전을 위해서라도 올해까진 식량을 최대한 비축해두어야 했다.
제국이 다음 계획을 미루면서 좀 더 버텨보기로 결정을 내린 그 무렵, 대륙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퍼졌다.
「서부 1차 방어선 결국 붕괴!」
무리하게 공략하다 큰 피해를 본 기사왕국, 그리고 퇴각하는 과정에서 정령마법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마도왕국.
이 둘이 방어선에 합류했지만 결국 적들의 공세에 밀렸다.
“서부까지 밀린다고?”
“아니지? 여기도 멸망하는 건···.”
안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서부의 사람들.
멸망은 중부지역의 일이라 생각했었으나 남 일이었던 멸망이 자신들의 코앞까지 다가온 느낌이었다.
아직 중부지역처럼 최후의 방어선마저 곳곳이 뚫려 나가진 않았으나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문제는···
「알렉시안 황제: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고난의 시간을 버티길 바란다.」
멸망을 공략하기 전에 찍어둔 알렉시안의 영상이 대륙 전체에 퍼졌다.
그와 동시에 제국에서 한가지 발표를 했다.
「게이트에 이상 현상이 부쩍 늘어났다. 대규모 폭주 현상 대비해야···」
대륙을 위해 제국이 조사한 자료들을 전부 발표하면서 대비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발표는 대륙인들을 완전히 좌절시켰다.
처음엔 대비를 못 한 자신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라고 현실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위해 제국은 자신들의 자료를 전부 공개했다.
정령왕급 존재가 대륙에 강림하면서 생긴 공간의 균열.
그것이 북서부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게이트 역시 늘어만 갔다. 그것만으로도 감당이 안 될 지경인데 기존의 게이트 역시 더 확장되었다.
「제국, 2단계 프로젝트 준비 중.」
「제이론 파이스: ‘앞으로 제국은 요새를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할 것.’」
모든 제국민들이 요새화된 도시를 중심으로 모을 것이다.
최대한 넓게 만든 요새를 통해 그 안에 웬만한 건 전부 모아둘 생각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살 수는 있게 만들 생각이다.
그럼 그 많은 땅을 그냥 놀리는가?
아니다. 대량으로 양산한 골렘을 통해 할 수 있는 데까지 식량을 양산할 생각이다. 물론 갈수록 인간들의 영역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 오염된 땅을 정화할 방법을 계속 찾을 생각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제국의 영상구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두 번째 멸망의 공략부대.
이들이 두 번째 멸망을 공략한다면 어쩌면 이 절망적인 상황이 잠시나마 해소될지 모를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국의 기사단과 최전방에서 그들을 돕는 알렉시안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제발 이겨주세요!’
어린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사람이 제국을 응원했다.
그러나 이들이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인류의 시대는 끝났군.”
한 노인이 허탈한 표정으로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인류의 시대가 마치 저 노을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멸망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몇몇 회의론자들이 말하고 다니기는 했다.
하지만 모두가 무시했다.
제국을 필두로 인류 역시 무지막지한 성장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확신한다.
인류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한다 하더라도 버티는 것조차 기적이라는 것을.
“이젠 살아남기를 기도해야 하는가?”
어쩌면 끝까지 살아남은 인류는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발전으로 다시금 인류의 시대를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함께 영상구를 바라보았다.
대륙의 모든 사람들의 희망을 받고 있는 알렉시안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 시종장을 대신해 온 에르헨이 말했다.
“폐하. 조금 쉬시지요.”
그 말에 어느새 모여든 수도원의 성직자들.
다들 알렉시안이 쉬기를 바랐으나 그는 대답 대신 가만히 기사단을 바라보기만 했다.
벌써 이틀째 결계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바라보기만 하는 알렉시안.
그렇기에 온몸에서 지쳐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일선에서 싸우는 기사들보다는 괜찮다며 버티고 있었다.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고위기사들이지만 무적은 아니다.
그런 그들을 보조하기 위해 기어코 최전선까지 뚫은 알렉시안으로 인해 쉴 시간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멸망과 직접적으로 싸우는 마스터들은 아니다.
무려 일주일을 넘게 싸우고 있음에도 단 한 번도 쉬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이렇게까지 무리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멸망의 패턴이 바뀌었다. 그리고 하늘도···.’
정령마법을 난사하듯 사용하던 멸망이 힘을 아끼기 시작했다.
거기에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 계열인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알렉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슬슬 절대자들에게 준비하라 전해.”
“···예.”
에르헨이 물러나자 어느새 그의 곁으로 다가온 카리엘이 말했다.
“절대자들에게 마무리를 맡기시려는 것이옵니까?”
그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쉴 시간은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저들은 두 번째 멸망을 버릴 생각은 없는 것 같네.”
알렉시안이 마지막까지 절대자들을 아낀 이유.
그것은 혹시나 있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첫 번째 멸망을 공략할 당시 두 번째 멸망은 그를 살리기 위해 무리해서 게이트를 나오려 했다.
그럼 두 번째 멸망 공략 때도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본래 신성력이 없었을 당시 알렉시안의 멸망 공략 방법은 버티는 것이었다.
첫 번째 멸망처럼 다른 멸망들도 방심을 유도하면서 최정예로 구성된 병력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성력,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한 제국의 기술력을 믿고 공략 방법을 바꿨다.
멸망을 빠르게 공략하는 것으로.
그럴 때마다 제국을 비롯한 대륙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더 가파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비록 다른 국가들이 그 여유로움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 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공략은 제국의 힘으로 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신을 무너뜨리고 다수의 병력들을 분산시켜준 것만으로도 저들은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힘은 다 뺐나?”
알렉시안이 마지막까지 경계한 것.
그것은 두 번째 멸망의 도주였다.
마지막까지 힘을 남겨둔 두 번째 멸망이 도망치면 지금 한 고생은 말 그대로 개고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숨겨둔 힘이 마침내 사용되었다.
‘3페이즈 시작!’
숨겨둔 모든 힘을 꺼내든 멸망이 할 일은 딱 하나.
도망칠 힘까지 모조리 소모했으니 동료를 소환하는 것.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 더 거칠게 날뛰기 시작할 것이다.
쿠구구궁!
갑자기 대지가 솟구치면서 하늘에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암석들이 허공에서 짜 맞춰지면서 거대한 게이트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수많은 바람의 정령들이 튀어나왔다.
“뿔피리를 불어.”
알렉시안의 말에 거점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멸망을 공략하던 기사단의 기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4인의 마스터들 역시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던 온 힘을 개방했다.
“저들이 멸망을 공략할 때까지 잘 막아주게.”
알렉시안의 말에 어느새 그의 곁으로 모여든 절대자 3인방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고, 알렉시안이 손짓으로 수도원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아직은 자신의 혼자서는 발동이 불가능한 신성마법.
“그걸 쓸 때가 되었다.”
“준비하겠습니다.”
엘로니안이 대표로 답하자 수도원의 최정예 사제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동시에 성기사들 역시 각 결계의 꼭짓점으로 움직였다.
사제들이 알렉시안을 도와 마법을 준비한다면 성기사들은 그가 유지하던 결계를 본인들의 힘으로 유지해야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기사들과 병력들을 치유하던 엘릭이 조용히 성호를 그었다.
“부디 인류에게 희망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