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32
33. 음울한 제국
재상과 대신들이 애써 마음을 다잡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고, 관료들 역시 그런 상관을 따라 어떻게든 문제없이 제국이 운영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제국민들의 혼란마저 컨트롤할 수는 없었다.
「제국! 과연 괜찮을까?」
「위대한 황제의 부재. 그가 남긴 유산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자신들을 이끌어주던 황제가 쓰러졌다.
대륙 사람들에겐 멸망에 대한 최고 전문가가 쓰러진 정도라면 제국민들은 다르다.
바닥을 기던 제국을 부활시킨 황제.
위기 속에서도 더 발전을 시킨 위대한 황제.
현재의 제국은 그 황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그런 황제가 죽는다면?
‘다시금 과거의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
눈부신 발전과 개혁을 이룬 삶을 산 이들에게 과거로 돌아갈 바에는 차라리 죽는 걸 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제국민들에게 알렉시안이란 존재는 컸다.
물론 모두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랜 시간 숨어 지내거나 오지에 있던 이들에겐 알렉시안의 개혁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적어도 이 제국과 자신의 가족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알렉시안이 꼭 필요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증명해야 했다.
‘폐하가 없더라도 제국이 견딜 수 있다는걸.’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무는 제이론.
“힘드네.”
부담감이 제이론의 양어깨를 짓누른다.
이대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얼마 후면 도착할 아드리안 덕분이었다.
‘이를 예상하신 것이겠지.’
멸망, 그리고 개혁을 이루는 제국이라는 부담감.
그 중심에 선 알렉시안의 부재를 대신해야 한다는 압박감.
이걸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무리해서 아드리안을 불러오게끔 한 것일 터.
“후···이 정도까지 배려해주셨는데 못 버티면 자존심 상하지요.”
그렇게 말하며 황궁 밖에 지어진 알렉시안의 석상을 바라보았다. 힘들긴 했지만, 아드리안이 올 때까지는 어찌어찌 버틸 수 있겠다며 다시금 펜을 쥐는 제이론.
그러나 도저히 분을 참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군부대신 피오라와 기사단이었다.
군부, 특수부대 할 거 없이 모두가 이를 악물었다.
‘굴욕!’
알렉시안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무리했고, 결국 혼수상태에 빠졌다.
지켜야 할 존재에게 무리하게 만드는 것.
기사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였다.
그런 상황이니 알렉시안이 깨어날 때까지 이 제국만이라도 온전히 지켜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북부 21개 지역이 추가로 통제되었습니다.”
“남부 13개 지역 추가로 통제되었습니다.”
“서부도···.”
제국의 영역이 자꾸만 줄어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다.
알렉시안이 깨어날 때 생각보다 잘 버텼다! 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라도 예상보다 더 많은 지역을 방어하고 싶었다.
물론 이는 배부른 소리였다.
「중부 연합. 결국, 북부지역 전체를 빼앗기다!」
「서부국가! 처음으로 3개 국가가 멸망의 길로.」
「그나마 안전했던 동부국가. 첫 멸망 국가가 등장했다.」
대륙 전체에서 인류의 영역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륙의 일일 뿐.
산맥 너머의 동대륙이나 바다 건너의 타 대륙은 남의 일이었다.
“불쌍하네.”
“그러게. 발전하면 뭐 해. 지옥인데.”
이런 반응들이 대다수였다. 동대륙이야 산맥을 넘어서 올 수도 있다지만 바다 건너에 있는 대륙들 같은 경우 그저 무역로만 잘 관리하면 된다! 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남부의 섬 하일랜드에 게이트 등장!」
「동대륙 사막지대에 다수의 게이트가 나타나는 중!」
「멸망이 확장한다? 이젠 세계의 문제가 되었다!」
폭주한 정령들이 넘어가 몬스터에 기생하면서 변이를 일으키는 몬스터들이 늘어났다.
거기에 게이트 역시 빠른 속도로 세계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더 이상 남 일이 아니게 된 것.
알렉시안이 깨어있었다면 흥미롭다 여겼을 것이다.
게임에선 철저히 대륙 내에서만 일이 진행되었기에 이 사태가 굉장히 흥미로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하는 처지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막아! 조기에 진압해야 해!”
이미 제국이 보여준 것이 있다.
그걸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잘 진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쉬울까?
쉬웠다면 대륙의 많은 국가들이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각 지역에서 게이트가 열린 후 사람들은 뼈저리게 느꼈다.
제국이라서, 알렉시안 황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그제야 다른 대륙의 국가들 역시 멸망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제국이란 나라에 혀를 내둘렀다.
자국에 게이트가 늘어날수록,
폭주한 정령들이 나타나기 시작할수록,
변이 몬스터들이 수를 불려 갈수록,
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강대한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수많은 사람들이 알렉시안이란 존재를 ‘숭배’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고작 이것이 저 로드리아 제국에서 나타나는 숫자의 1/100에 불과하다고?”
자신들 역시 이곳에서 제국의 위치에 있는 국가였다.
그러나 고작 이것만으로도 감당하기 버거워 허덕거린다. 한데 로드리아 제국은 이거에 100배가 넘는 게이트를 감당하는 걸 넘어 대놓고 몰려드는 폭주한 정령들을 상대로 버텨내고 있었다.
자신들이었으면 진작 멸망의 길을 걸었을 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더 발전된 무기를 만들고, 조금이라도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여 전진기지를 만들려 한다.
이제 막 멸망을 시작한 자신들과 달리 이미 저 멀리 앞서가는 로드리아 제국.
많은 국가가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정작 그 제국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벌써 1년째··· 위대한 황제께서 깨어나실 수 있을까?」
멸망을 막기 위해 발버둥 친 결과 어찌어찌 1년이 지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위대한 황제는 깨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절망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언젠가 깨어나실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멸망을 끝내줄 것이라는 믿음. 그것 하나로 제국은 버텼다.
「두 번째 멸망을 공략한 지 1년. 대륙은 도시를 중심으로 뭉쳤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더 이상 인류가 대륙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
각 지역마다 특정 개체의 서식지가 되었고, 정령들의 땅이 되었으며 어떤 곳은 게이트에서 넘어온 몬스터들의 천국이 되었다.
그런데도 버텼다.
중부지역은 남부의 부유했던 도시들과 제국의 인근 지역에 있던 동맹국 중 일부가 중심이 되어 버텼다.
서부지역 역시 4강이라 불리는 국가들과 주요 국가들의 도시들이 연계되어 버티는 중이다.
사실 이들도 대부분 멸망할 위험에 처했었다.
그때 제국이 손을 내밀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공간이동 장치」
「신성력 기반 열차」
처음은 마도왕국과 제국의 수도가 연결되었다.
「인류의 새로운 희망! 워프!」
제국의 주요 요새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워프가 연결되었다. 거기에 초장거리 워프가 개발되면서 우선적으로 마도왕국에 연결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워프가 무적은 아니다.
근처에서 게이트가 열리면 불안정해지기에 그 즉시 워프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 번 가동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렇기에 위험지역 인근의 도시나 작은 도시들까지 전부 워프로만 물자를 이동시킬 수는 없다.
그렇기에 기존의 마력기반 열차를 개조한 신성력 기반 열차를 개발한 것이다.
물론 그럴 경우 애너지가 감당이 안 되기에 석탄을 이용한 하이브리드형 열차를 만들었다.
“버텨라! 열차가 올 때까지만 버텨!”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 된 열차!
워프가 설치될만한 도시들은 부유하고 안전지역에 있기에 위험하지 않다. 그렇기에 위험지역에 있는 도시들에겐 열차만이 희망이었다.
그렇기에 철도만큼은 어떻게든 지키려 했다. 주기적으로 마광석 가루를 철도에 코팅하고 주변에 알렉시안의 석상을 세운다.
물론 이마저도 주요 도시와 가까운 지역에 한정해서만 운행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밖에 있는 도시들 같은 경우 중간 거점 도시에서 마력차로 물자를 운행해야 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위험지역으로 판명된 도시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생각하는 것.
가까운 시일 내에 멸망할 것이 확실한 도시. 그러나 섣불리 벗어날 수조차 없었다. 상위도시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재력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일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잠들어 있는 알렉시안이 깨어나 제국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개혁’해주는 것.
이 절망적인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
“부디···하루라도 빨리 깨어나주세요.”
한 소녀가 오늘도 조잡하게 만들어진 알렉시안의 석상에 기도를 올린다.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일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움직인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부상자 역시 방어선에 투입되기 위해 무기를 챙겨 들고 움직인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임에도 모두가 일찍부터 움직인다.
그런 그들이 꼭 해야 할 일과처럼 알렉시안의 석상에 짧게나마 진심을 담아 기도를 올린다.
이제는 제국만이 아니라 대륙의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버렸다는 기사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대륙 곳곳에서 사람들이 유일한 ‘희망’에게 기도를 올리고 그때마다 석상이 빛을 발한다.
그 힘들이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알렉시안에게 차곡차곡 쌓여나갔다.
그럼에도 알렉시안은 여전히 눈을 뜨지 못했다.
“신체적으로는 완벽히 회복하셨습니다.”
무리한 힘의 운용으로 인한 내부의 부상은 완치되었다.
제국 최고의 치료사이자 농부 대신 하이드를 도와 현 의학 체계를 완성한 제이크 차관의 단언.
신성마법, 치료계열 마법, 한창 발전 중인 내, 외과 계열을 두루 섭렵한 치료사.
거기에 시종장과 같이 주술과 약학 계열까지 연구하고 있는 괴물이었다.
그런 그가 단언한다.
외상의 치유는 끝났다고.
“한데 어째서 깨어나시지 못하는 것이오?”
근위대장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제이크.
그런 그를 대신해 하이델이 조용히 말했다.
“뇌사상태 혹은 영혼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
그 말에 방 안에 있던 이들이 침묵했다.
그들이 가정했던 최악의 결과 중 하나였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설령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알렉시안이 깨어나는 것 하나만으로도 제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의 마음을 알기에 제이크가 확언하듯 말하자 옆에 있던 치유의 주술사로 불리는 모아도 작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성적인 여인.
그러나 치유 쪽에 한해선 제이크 이상이라 평가받는 여인.
한때 제국인들에게 핍박받아 숲 속에 숨어 살았던 그녀가 알렉시안을 치유하기 위해 연구실에만 꽁꽁 숨어있던 것을 멈추고 나왔다.
“부탁드리오.”
황제를 대행하는 아드리안이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자 방 안에 있는 모든 치료사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성력, 마법, 현대의학만이 아니었다.
오래전 실전된 마녀의 비술.
주술사들의 치료법.
정령들의 축복까지.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렇기에 포기할 법도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까지 제국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언젠가 황제가 돌아온다는 그 믿음 하나였기 때문이다.
“제발. 돌아오십시오. 폐하.”
아드리안이 알렉시안의 손을 꼭 쥐면서 말하며 한참을 기도를 드리다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
치유사들이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알렉시안의 몸을 정성껏 닦고 잠시 밖으로 나갈 때였다. 여태껏 미동도 없던 알렉시안의 몸 일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닌 것일까?
결국 눈을 뜨지 못한 알렉시안.
끝내 깨어나지 못한 그의 정신이었으나 아깝지 않았다.
왜냐고?
무의식 속에서 굉장히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