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33
33. 음울한 제국
‘희생’의 문양을 사용하고 잠들었던 알렉시안.
그러나 그 대가는 단순히 잠드는 것이 아니었다.
멸망들이 일종의 ‘규칙’을 어긴 대가로 힘의 일부를 ‘상실’했다면 알렉시안은 일정 시간 동안 완전히 ‘배제’ 당했다.
어떠한 개입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무의식의 공간 속에 갇혔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미칠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벽을 몇 날 며칠을 바라만 봐야 한다면?
언제 나갈지 기약조차 없는 공간 속에서?
미칠 수밖에 없다.
처음엔 버틸 만했다. 잠도 안 오는 이 공간에서 일부러 눈을 감고 생각을 멈추기도 했고, 멸망의 공략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다.
고독.
허무함.
갑자기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그를 지치게 했다.
그렇게 조금씩 정신력이 깎여나갈 무렵, 한가지 선물이 찾아왔다.
‘신성력’
[신도들이 늘었습니다.] [석상에 기도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각성까지 71%] [각성까지 76%].
.
.
갑자기 나타난 글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나타난 글자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갑자기 나타난 신성력 역시도···.
그를 믿는 자들이 많을수록, 그에게 기도하는 자들이 늘어날수록 무의식 속에서 운용할 수 있는 신성력이 늘어났다.
그때부터 알렉시안의 일과는 단순해졌다.
신성 마법을 수련하는 것.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알 수 없는 무의식의 공간 속에서 신성 마법을 수련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였다.
그동안 바빴다는 핑계로, 또 위기가 찾아왔기에 한없이 밀어두기만 했던 수련.
그러나 이곳에선 온전히 그것만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런 것치고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긴 했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잠을 잘 필요도 식사를 할 필요도 없다는 것.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이 없다 보니 계속해서 수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둘째로 신성력이 계속해서 차오른다.
즉 어떠한 마법을 써도 신성력이 계속 차오르고 육체가 없다 보니 한계도 없다.
그러다 보니 평소라면 부지를 찾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과정이 생략된다.
셋째로 잠깐이지만 신의 힘을 직접 몸으로 받아낸 것.
‘감’이라고 해야 할까?
기초조차 부실한 알렉시안이 마스터조차 아득히 뛰어넘는 존재의 힘을 직접 겪었다.
그러다 보니 마치 해답지를 보고 신성 마법을 익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어떠한 의도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상세하게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경지에 오른 이들이 하는 것처럼 정점에 이르러 다른 분야까지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선 확실히 벽을 뚫을 수 있었다.
사실 다른 분야였으면 힘들었을지 모른다. 마법이나 검술이나 이해도가 뒷받침되어야만 하니까.
하지만 신성력 계열은 다르다.
정령사가 정령과 친해지는 것만으로 강해질 수 있듯, 신성력 역시 신을 믿는 것, 즉 신성력이 많아질수록 강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인간이 만든 법칙과 기술을 섞은 것이 신성 마법과 세인트 오러를 이용한 성기사의 검술이다.
‘마도구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이전처럼 마도구의 힘을 빌려 억지로 대마법을 발현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본인의 힘만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 사실에 기뻤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좌절감으로 다가왔다.
어째서 마스터들이 검성이나 근위대장, 마탑주와 같은 선택을 할 수가 없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자신이 겨우 쌓아 올린 심상을 무너뜨린다.
자신이 한땀 한땀 쌓아 올린 법칙을 무너뜨리고 새로이 정립한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것.
‘이것으로는 안 된다.’
자신에게 희생의 문양을 사용하게끔 강제한 그 새끼를 조지려면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절대자들이 있지만 자신 역시 비장의 한 수쯤은 준비해 두어야 했다.
‘오러’
광천검이라는 이름으로 성기사들의 세인트 오러에 기반을 닦아준 기술.
마법에 의해 잊혀졌던 힘을 다시금 꺼내든 이유가 있었다.
무의식의 공간 속에서는 시간개념이 사라진다.
잠을 잘 필요도 배고프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미치지 않기 위해선 마법에 더 파고들 수밖에 없었고, 특히 자신을 이 무의식으로 가둔 신의 힘을 받아들인 때의 감각을 통해 한 단계 더 진일보 할 수 있었다.
마법사가 들으면 부러워할 일이지만 이 신성력이라는 것은 마법사처럼 꼭 복잡한 지식을 전부 채울 필요가 없었다.
천재라 불리는 마탑주, 그리고 마침내 찾은 그녀의 후계자.
귀검사나 혈창처럼 게임 속에서 마스터에 이르는 괴물들처럼 후에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꼬마 마녀 엘리아가 셀리나의 후계자로 크고 있었다.
셀리나 이상의 마력의 재능이 있는 그녀조차 마법사라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지식’에 가로막혀 성장이 멈추고는 한다.
하지만 신성력을 그렇지 않다.
오직 ‘재능’만 있다면 일정 단계는 뛰어넘을 수 있다. 그렇기에 성녀라 불리는 세르핀이 어린 나이에 고위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마도사의 경지라는 거대한 벽은 결국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기초를 강요했고, 알렉시안 역시 그 벽에 가로막혔었다.
억지로 마도구의 힘을 빌려 고위마법을 발현한다 한들 결국 기초가 부족했기에 그 이상을 넘보지 못했다.
하지만 신의 힘을 직접 때려 박으며 깨달았다.
그 법칙조차 결국 인간이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오직 ‘감각’만으로 법칙을 조합하며 자신만의 마법을 창조하며 무의식 속에서 벽을 부쉈다.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이 공간 속에서 정점에 이르렀지만 부족했다.
스스로의 한계를 부수고자 심상을 부순 절대자들처럼 자신 역시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만 했다. 그에게 희생의 문양을 사용하게끔 강요한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그러나 검성조차 헤맸던 그것을 단번에 찾을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내에서 찾다 보니 세인트 오러를 꺼내게 된 것이다.
마스터의 심상구현을 흉내 낸다.
진짜일 필요는 없다.
실제로 특성조차 개화하지 않은 기사가 오러 응용만으로 겉으로나마 흉내 내는 것도 종종 있었으니까.
거기에 알렉시안의 대마법을 때려 박고 한계까지 강화한다.
이것만으로 초월마법이 될까?
그럴 리가.
마도왕조차 막대한 양의 마력을 도움받아 겨우 완성한 초월마법을 이런 조악한 수준으로 될 리가 없다.
그러나 알렉시안 역시 성물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렇게 해도 실패한다면 사제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해서 완성만 할 수 있다면 분명 비장의 한 수쯤은 될 터.
분명 무의식에 들어선 초반만 해도 외로움이 몸부림치면서 괴로워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신없이 바빴다.
이곳에서 나가기 전에 최대한 완성도를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수련할 시간 따윈 없다.
오직 단 한 가지.
정상적이지 않다.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할 수 없고, 연계도 힘들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황제이기에 그딴 걸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가 생각하는 건 단 한 가지.
‘강력한 화력!’
그가 그리고자 하는 형태는 광휘의 검.
세인트 오러를 통해 형태를 잡고 거기에 대마법을 때려 박는다.
그렇게 압축된 힘을 터뜨려 초월마법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얻는 것.
초반만 해도 지루했던 공간이 이제는 아쉬워졌다.
각성까지의 퍼센트는 계속해서 올라갔고, 99%가 넘어갔을 때 신호가 왔다.
이제 슬슬 깨어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정신의 성장으로 회복 기간이 대폭 감소합니다.]마도사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마모되었던 것들이 빠르게 회복한다.
거기에 더해···
자신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한 신하들 덕분인지 또 한 번 단축되었다.
[축하드립니다! 3년의 회복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섯 번째 멸망의 봉인해제 시점과 맞춰졌던 회복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아직이다.’
무의식의 공간 속에서 찾아온 빛.
그러나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음을 느낀 알렉시안이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위기 때문일까?
더 많은 사람이 그를 믿는다.
그가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더 많이 늘어난다.
그럴수록 퍼센트를 빠르게 차오른다.
마침내···
[99.9%]0.1%만이 남았을 때 무의식의 공간에 환한 빛이 차오르며 알렉시안의 의식을 밖으로 끌어냈다.
“으음···.”
너무 오랜 시간 누워있어서였을까?
전체적으로 어두운 방이었음에도 환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폐···하?”
자신의 손을 닦아주고 있던 하이델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런 그를 보면서 알렉시안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은퇴 안 하고 있었나?”
장난스럽게 말하는 알렉시안을 보며 정말 다행이라는 듯 눈물을 흘리는 하이델.
얼마 후, 소식을 듣고 몰려드는 대신들.
“폐하!”
재상이 가장 먼저 달려와 무릎을 꿇고선 누워있는 알렉시안의 손을 잡았다.
“얼마나 지났나?”
“무려 1년 반이옵니다!”
1년이 지났을 무렵, 조금씩 신체적 반응이 왔던 알렉시안.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었던 그가 마침내 일어난 것이다.
“미안하네. 좀 더 일찍 깨어났어야 했는데.”
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미남형이던 얼굴이 폭삭 늙어 보였다.
“깨어나셨으니 되었습니다.”
울먹이며 말하는 제이론.
그런 그를 토닥여준 알렉시안이 뒤에 서 있는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너도 고생 많았다.”
자신을 대신하며 고생했을 아드리안.
처음엔 그래도 알렉시안의 동생이니까 기대를 했다.
한때 알렉시안을 대신해 황제 자리에 앉는 것이 어떠냐는 말이 나왔던 인물.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분명 평균적으로 보면 훌륭한 편이었다. 선황에 버금가는 어쩌면 그 이상을 노릴법한 재능.
그러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가 그의 형이었기에 많은 것이 부족했다.
태황제마저 넘어선 알렉시안을 대체하기엔 아드리안이라는 인물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다들 표정이 왜 그래?”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대신들.
소식을 듣고 뒤늦게 찾아온 군부 사람들과 기사단의 주요 인사들까지 찾아오자 넓은 방이 꽉 차버렸다.
바로 그때, 그의 방에 걸린 한 장의 지도가 보였다.
제국의 영토를 빼앗길 때마다 표시해 놓았는지 여러 부분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지도.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대륙은 많이 변해 있었다.
“송구합니다.”
피오라가 고개를 숙였으나 알렉시안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주요 도시만 살아남아 있을 줄 알았다.
실제로 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전부 그랬다. 그러나 피오라는 주요 도시들 주위의 도시들을 요새처럼 연결해서 영역으로 확장해 버텨냈다.
북부만 해도 세 곳이며 남부, 서부, 동부도 각각 5곳이나 된다.
중앙지역은 일부만 빼고 전부 버텨냈을 정도.
“내 예상보다 훌륭하게 버텨냈다. 정말 잘 버텨주었어.”
알렉시안의 진심을 담은 칭찬에 강직하던 피오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일단 쉬십시오. 폐하. 안정이 최우선이옵니다.”
시종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알렉시안이 무리할까 재빨리 방을 나갔다.
어느새 조용해진 방 안을 보던 알렉시안이 피곤함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무의식 속에서 쉬지 않고 훈련하던 그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진짜 수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했다.
알렉시안이 오랜만에 편안한 잠에 빠져들 무렵, 그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빠르게 제국에 퍼졌다.
「속보: 황제 폐하께서 깨어나셨다.」
아주 짧은 기사 제목.
심지어 내용조차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제국의 희망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모두가 환호했다.
음울하기만 했던 제국의 풍경이 순식간에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고, 이 소식은 곧장 다른 국가에도 알려졌다.
그러는 사이 곤히 잠든 알렉시안은 깨지 않고 며칠을 내리 잠들었다.
그렇기에 다시금 불안해했지만 결국 다시 눈을 뜬 알렉시안.
그런 그의 앞에 그토록 기다리던 글자가 떴다.
[성자로 각성합니다.]“변한 게···.”
순간 변한 것이 없다고 느낀 알렉시안.
하지만 시종장이 들어오자마자 알 수 있었다.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