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34
33. 음울한 제국
흔히 후광이 비친다고들 한다.
잘생긴 사람에게 찬양하듯 하는 말.
그러나 알렉시안은 진짜 후광이 생겼다.
“폐···폐하.”
“묻지 마. 나도 몰라.”
제이론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알렉시안.
뒤이어 몰려온 대신들 역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당황하자 그때부터 방구석에 박혀서 빌어먹을 후광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
답은 ‘신성력을 억제하는 것.’
가뜩이나 막대한 신성력이 몰려들어 살기 위해 자연스레 배출하던 습관을 바꾼 것.
힘들었던 점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성역이 여기에 있었다는 점.
그럼에도 꾸역꾸역 오러를 외부에 코팅하듯 막을 쳐서 신성력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자 그때부터 후광이 사라졌다.
“불편해 보이십니다.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두심이···.”
“이것도 훈련이야.”
시종장의 말에 투덜거리듯 말한 알렉시안.
현재 알렉시안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감각이다.
무의식 속에서 정점에 이르렀던 감각과 현재 육체 간의 괴리감.
그렇기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법칙’을 엮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억지로 신성력을 막고 지속적으로 컨트롤하면서 감각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한동안은 이렇게 있을 거야. 그보다 이제 업무에 들어가고 싶은데.”
“아직은 좀 더 쉬심이···.”
“아냐. 슬슬 움직여야지.”
그렇게 말하며 지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없음에도 잘 막긴 했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인류의 영역은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 슬슬 반격을 준비해야 했다.
적들이 알렉시안을 장외로 몰아내면서 승기를 잡았으니 이번엔 자신이 멸망이 없는 사이에 승기를 잡아볼 생각이었다.
“일단 현재 상황 좀 제대로 듣고 싶은데.”
지도를 보는 순간 대충 알아먹었지만 상세한 보고를 듣고 싶었다.
그러자 시종장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알렉시안이 잠들어 있는 동안 제국의 영토는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인 발전은 멈추지 않았다.
그 중 알렉시안이 가장 크게 관심을 끈 것은 무기 부분이었다.
“3세대 마도 무기가 완성단계라··· 예산 좀 썼겠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소모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아드리안과 제이론은 그 결정을 해냈다.
욕 먹을 각오를 하면서도 결단을 내린 점에서 훌륭했다. 알렉시안조차 조금은 고민했을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공간이동이 제때 완성되어 겨우 버틴 실정인가? 하지만 이것도 한계에 봉착했군.”
워프를 통해 제한적으로 물자 이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열차 역시 마찬가지다.
알렉시안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보급 관점에서 보면 어찌어찌 합격점을 줄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다.
인류는 계속해서 전력을 깎아 먹고 있는데 적들은 계속 늘어만 간다.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힘들겠어.”
이미 제국은 알렉시안이 없어도 기계처럼 돌아갈 수는 있다.
그가 깨어나면서 좀 더 기계가 잘 돌아가게 만드는 윤활유가 될지언정 지금 와서 기계를 단기간에 업그레이드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허점이 몇 개 보였다.
“골렘을 더 이용하는 건?”
“안 그래도 그 부분을 연구 중이긴 한데 한계가 있습니다. 3단계 이상의 자의식을 가진 골렘은 현시점에서도 대량 양산은 힘들다고 합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정령을 이용하는 건? 골렘에 정령을 깃들게 해 사용하는 건 가능할 텐데?”
“그 부분도 마찬가지이옵니다. 정령사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제 막 발전하고 있는 단계라···.”
시종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정령사의 정령 말고. 폭주한 정령.”
“···예?”
하이델이 멍청하게 되묻자 작게 한숨을 쉬는 알렉시안.
바로 이 점이 문제다.
아드리안이 훌륭하게 그의 빈자리를 채워주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재상 역시 마찬가지다.
‘안전한 길로만 가려고 한다.’
알렉시안이 제국을 개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위험을 감수하며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게임을 통해 길을 알고 있음에도 더 큰 이득을 위해 일부러 위험을 감수했다.
그를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대신들부터 대전으로 불러.”
“예. 폐하.”
알렉시안의 명령에 시종장이 재빨리 에르헨에게 명을 내렸다.
그리고선 직접 알렉시안을 도와 채비를 도왔다.
실로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는 알렉시안. 짧은 동선에 불과했지만 방 밖을 나온 것에 만족하는 듯 황궁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탓에 여기저기에 현대적 건물들이 들어서긴 했지만, 제한적인 공간 내에서라도 예술적인 작품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것을 잠시 감상하던 알렉시안.
“만약 멸망이 끝난다면···황궁의 몇몇 곳만큼은 좀 꾸몄으면 좋겠군.”
알렉시안의 말에 시종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중요한 날마다 제국민에게 개방해서 관광코스로 만들면 유지비 정도는 건질 수 있지 않겠나?”
그 말에 시종장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그것도 이 멸망이 끝나야 할 수 있는 일이겠지.”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떠올린 후반부에 등장할 멸망.
게임에서도 플레이어들에게 절망감을 심어주었던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 힘을 발휘하니 답이 없을 수밖에.
그걸 직접 느낀 알렉시안은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빌어먹을 새끼.’
극복 못 할 존재는 아니었다.
실제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 중 하나인 그는 공략하기 직전까지 갔었으니까.
문제는 그다음에 나올 존재다.
“모두 모였나? 대전에서 보니 반갑군.”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대전에 나와도 괜찮은지 그를 살펴보기 바빴다.
“우선 다들 잘 버텨주어 고맙다. 시종장에게 간략히 들은 보고만으로도 그대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말하며 노력해준 관료들과 제국민을 대표하는 대신들에게 짧게 목례를 했다.
그 모습에 경악하며 손사래를 치는 대신들.
칭찬은 이쯤 하면 되었다.
이젠 혼을 낼 차례였다.
“짐이 내준 숙제는 만점 이상으로 잘 수행했다. 한데 왜 그다음은 없지?”
알렉시안의 말에 침묵하는 대신들.
3세대 마도무기.
대량 양산 체제.
골렘을 이용한 식량 수급.
거점 도시를 통한 방어체계.
핵심적인 사안들 모두 훌륭히 해냈다.
하지만 이는 알렉시안이 있었을 때 논의되었던 것들.
“골렘을 더 이용할 생각은 안 했던 건가?”
“송구하오나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사옵니다.”
마법부 대신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자 이번엔 군부대신을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정령사를 특수부대에서 품고만 있을 생각이지? 그리고 재상. 정령사가 늘었으면 다양한 관점에서 적용할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 아드리안! 관료들이 리스크를 감수할 생각을 안 하면 네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었나?”
알렉시안이 폭풍처럼 혼을 내자 고개를 숙이는 대신들.
점점 숙여지는 대신들의 고개를 보던 알렉시안이 마침내 본론을 꺼냈다.
“폭주한 정령의 파편. 왜 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지? 제압된 오염된 정령들은?”
알렉시안의 말에 침묵하는 대신들.
“위험한 것 안다. 그래도 마법부라면 이용해 볼 생각은 했을 텐데?”
“그것이 효율이 안 좋습니다. 폭주한 정령을 정화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신성력으로도?”
그 말에 마법부 대신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신성력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옵니다. 폭주한 정령이 정화되면 떠나버리거나 정령사와 계약해버립니다. 오염된 정령 같은 경우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시도는 안 해보진 않은 것 같다.
폭주한 정령 같은 경우 아직 정령의 형태가 남아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오염된 힘에 노출된 정령은 이미 정령이라 부르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스스로 오염된 힘을 과도하게 받아들여 폭주한 정령 이상의 힘을 발현하는 대신 정령이 되기를 포기한 것.
그렇기에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그럼에도 활용할 방법은?”
“오염된 정령 같은 경우 완전히 정화하지 않는 선에서 이용하는 겁니다.”
“폭주한 정령은?”
“그것은···.”
“가둬놓고 회유하며 계약할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말하며 알렉시안이 동부철도 완공식에서 영입한 비엔토를 바라보았다.
현재는 제국 최고의 정령사라 불리는 그가 조용히 답했다.
“시도해보았으나 어려웠사옵니다. 다만···가능성은 있사옵니다.”
“그럼 해야지.”
알렉시안의 질책에 두 대신이 고개를 숙였다.
멸망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연구하기엔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연구한다고 가뜩이나 부족한 인원을 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이 점이 문제였다.
알렉시안이 아드리안과 재상을 빤히 바라보았다.
관료 입장에선 쉬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 그렇다면 그 윗선이 책임지고 밀어붙일 줄 알아야 했다.
“황제란 자리는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런 것 하라고 짐이 있는 것이다. 짐을 대행했다면 당연히 했어야 했다.”
“···송구합니다.”
“쯧! 배웠으면 되었다.”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적들의 의도는 단순하다. 우리의 병력을 갉아먹는 것. 천천히 영토를 빼앗고 인구수를 줄여나가면 결국 그들의 승리가 될 터. 그걸 알기에 본인들의 힘 일부를 포기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힘들었을 것이다.
막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미래를 봐야 했다.
계획을 세우고 다음을 생각해야 했다.
“모든 책임은 짐이 지겠다. 지금부터 이 부분에 관해서 각 부처가 협조해. 그리고 각 부처는 3단계 골렘이 대량 양산되면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 보고서 올려.”
“”예! 폐하.””
“마법부와 수도원, 정령사 연합.”
“예. 폐하.”
“그대들은 짐과 함께 연구할 게 있다. 오염된 정령 쪽으로 짐이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그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알렉시안이 신성력을 발현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번 보여주는 것이 깔끔했으니까.
“저것이···.”
“오오!”
신성력을 발현하자마자 나오는 후광에 다들 감탄했다.
몇몇 대신들은 기도를 올렸다.
황궁에 후광에 관한 소문이 돌았는데 직접 보니 신기했기 때문이다.
“이 힘을 이용하면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도 같아서 말이야.”
“대체 언제 그런 힘을···.”
피오라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알렉시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단순히 잠들어 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짐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다.”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단순히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님을 느낀 대신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를 희생했음에도 잠들어 있는 시간 동안에도 노력하고 있었단 사실에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 마탑주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신성력을 발현하기 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지만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폐하 혹···.”
마탑주가 뭔가 말하려 했지만 알렉시안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뭔가 있음을 눈치챈 대신들이지만 입을 다물고 못 본 첫 고개를 돌렸다.
“자! 다들 바쁠 텐데 회의는 여기서 파하도록 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대신들이 고개를 숙이며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으니 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가자 마법부 대신과 정령사들이 일제히 알렉시안을 따라갔다. 그런 그들의 뒤를 쭈뼛거리면서 따라오는 마탑주.
“그렇게 오지 말고 그냥 짐 옆에 있게.”
한숨을 쉬면서 마탑주를 부른 알렉시안.
이제는 유명해진 황궁의 지하 비밀시설로 들어서자 반자동화되어 있는 시설들이 보였다.
지구의 기계 로봇처럼 정밀해진 골렘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마법사들은 장치들을 조작하고만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알렉시안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제법 발전했군.”
이 정도면 거의 후반부의 기술 수준을 다 따라왔다.
고인물이 각 잡고 발전시킨 수준은 아니지만, 중수 이상의 플레이어가 후반부에 타는 최종 테크트리의 수준은 되는 셈. 알렉시안의 칭찬에 함박웃음을 짓던 마법부 대신이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애써 표정 관리를 했다.
“여기이옵니다. 폐하.”
폭주한 정령들을 잡아둔 지하 시설.
그 중에서도 오염되어 형태마저 무너진 정령들을 바라보았다.
“폐···폐하?”
오염된 정령에게 다가가는 알렉시안을 보면서 마법부 대신이 놀란 표정으로 불렀으나 무시하고 조용히 오염된 정령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잠깐 동안 빤히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한 손을 오염된 정령에게 올리는 순간, 하얀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