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40
34. 인류의 반격
당장이라도 방어선을 붕괴시키고 인간들을 짓밟을 것 같았던 거대한 몬스터가 그대로 처박혔다.
물론 죽지는 않았다.
과거 이름을 날렸던 괴수답게 오히려 흉포한 괴성을 질러대면서 살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어느새 나타난 기사들이 만티코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살벌한 귀기를 내뿜으면서 달려드는 기사.
괴성을 질러대는 광전사.
거대한 몸집의 만티코어를 들어 올려 날려버리는 괴력을 지닌 기사까지.
독특한 특징을 가진 기사들이 만티코어를 밀어내며 동시에 주변 몬스터들까지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소녀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특징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호···혹시!”
소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하늘에서 빛이 떨어졌다.
동시에 그 빛이 대지를 타고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빛의 파장이 퍼져나간 곳이 신성력을 머금은 대지로 변하며 빛의 영역이 되었다.
“황제 폐하?”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빛을 휘감은 검을 쥔 남자가 전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넓게 퍼져가는 오러.
그것에 닿은 모든 것들이 바스러졌다.
“마법을 쓰신다고 들었는데···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알렉시안이 오러를 쓰든 마법을 쓰든 상관없었다. 어쨌든 그가 오면서 자신이 살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절망적인 상황에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도시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몇 번 더 검을 휘두르던 알렉시안이 광휘의 검을 대지에 박아넣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근위기사들이 토템들을 꺼내 땅에 꽂았다.
“”
광역으로 건 축복 속에서 서서히 빛나는 토템들.
동시에 알렉시안이 손을 휘저어 정화된 폭주한 정령들에게 계약을 시도했다. 복잡한 글자와 문양들이 뒤섞인 마법진이 수많은 폭주한 정령들의 머리 위로 생겨났다.
순수한 힘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가계약을 맺은 폭주한 정령들.
그다음은 반쯤 뭉개진 오염된 정령들이었다.
쿵! 쿵! 쿵!
알렉시안과 함께 온 비공정들이 공중에서 깡통 골렘들을 낙하시키는 즉시 그곳에 깃들며 새로운 몸으로 재탄생한 정령들.
“정화작업을 시작하라.”
“예! 폐하.”
알렉시안의 명령에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사들.
근위기사들까지 움직이면서 위험지역을 토벌하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나 본인이 마도사고 대륙 최강을 다투는 근위대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폐하. 오러 컨트롤에 좀 더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낭비되는 힘이 많습니다.”
“으음···쉽지 않군.”
“마법은 잘 하시면서···.”
근위대장이 서운한 표정을 짓자 알렉시안이 한숨을 쉬었다.
“마탑주가 들으면 코웃음 치겠군. 막대한 신성력으로 부족한 기술을 커버한다고 한소리 들었는데.”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눈을 찌푸렸다.
“쉽지 않네.”
“신기하긴 하군요.”
보통 마스터나 마도사의 경지에 오른 이들은 이미 한차례 거쳐 간 일이거나 벽에 막혔을 때 온갖 시도를 다 하면서 고치는 일이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벽을 넘은 상태에서도 기초가 심하게 부실했다.
“감각에 의존하지 말고 항상 생각하십시오.”
“후···그게 쉽지 않아서 그러지. 솔직히 수련 시간도 부족했잖나.”
“···그렇긴 합니다.”
“나처럼 밤새 일하고 남는 시간 동안 수련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게.”
알렉시안이 푸념하듯 말하자 근위대장이 헛기침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반칙이십니다. 저보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가감 없이 말하라고 하시고선···.”
“흠흠!”
근위대장의 투덜거림에 알렉시안이 헛기침을 하면서 에르헨을 불렀다.
몰래 웃고 있던 에르헨이 다가와서 품속에 있던 지도를 펼쳤다.
“남쪽과 서쪽. 어디로 가면 좋겠나?”
“가장 위험한 곳은 남쪽 200km 떨어진 곳이고, 중요 거점으로 삼을 곳은 서쪽에 300km 떨어진 지점에 있습니다.”
“거기가 서부로 향하는 열차역이 있던 도시였나?”
“그렇습니다. 그쪽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긴 합니다.”
미리 사전조사를 했는지 에르헨이 막힘없이 대답하자 조용히 고민하던 알렉시안이 한군데를 콕 짚었다.
“위급한 곳부터 가지. 그 지역 주변에 위험한 도시들은 거쳐 가는 것으로 하고.”
“예. 폐하.”
군부가 자신으로 인해 생긴 여유 병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제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서쪽부터 위급한 지역 순으로 움직인다.”
“방어선으로 삼으실 생각이십니까?”
근위대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잃어버린 지역을 회복하려 할 필요가 없었다.
현재 대륙 중부지역은 영토를 회복한다고 그것을 관리할 여력이 안 된다. 그러니 현재 살아남은 소도시들을 더 촘촘하게 연결하여 방어선을 형성하는 것이 맞았다.
“남부 쪽으로 해서 서부까지 다시 철도를 연결하는 것도 재개할 거다.”
“적들이 방해하려 할 겁니다. 그리고 1~2년 안에 완성되기도 힘들 겁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해. 멸망이 깨어난다고 바로 공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미 그 기회는 지나갔어.”
첫 번째 멸망과 두 번째 멸망에게 써먹었으니 적들도 경계할 터.
그러니 장기전으로 가야 했다.
알렉시안이 멸망에게 치명타를 먹였고, 멸망 역시 그를 재운 뒤 인류에게 크게 한 방 먹였다.
탐색전은 끝난 셈.
본격적으로 장기전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했다.
“위험한 곳들만 표시해봐.”
알렉시안의 명령에 에르헨이 지도에 하나씩 표시하기 시작했다.
x자로 표시된 지역들을 알렉시안이 펜을 들고 쭉 긋자 하나의 방어선이 완성되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알렉시안의 말에 에르헨과 근위대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아직 시작 지점도 안 온 거야. 그러니 멸망 전까지 저들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저들이 스스로를 봉인한 채 전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리해야 한다.
‘인류의 반격은 지켜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저들의 목표는 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을 절멸시키는 것일 터.
그런 그들의 목표를 막고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주공은 서쪽과 동쪽이군요.”
“그래. 양방향으로 압박할 거야. ”
지도를 보면서 알렉시안의 의도를 읽은 에르헨이 말했다.
“동부는 저번처럼 군수물자만 조달하는 겁니까?”
근위대장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알렉시안이 깨어나면서 가장 충격먹은 점은 타대륙, 심지어 바다 건너의 대륙에서도 게이트들이 많이 열렸다는 것이다.
공간의 균열에 대한 여파로 조금 열리는 정도가 아니라 점점 늘어나는 것이 이곳과 똑같았다.
산맥 너머의 동대륙은 일찍이 종말세력이 넘어간 적이 있다.
과연 그곳의 국가들이 이쪽처럼 제대로 대응했을까?
“동쪽에서 산맥을 넘어 공격해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해.”
“정보부 쪽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긴 합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에르헨이 그렇게 말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예전보다 많이 발전하긴 했다.
그러나 그 정보부는 종말세력을 찾지 못했다. 멸망이 시작되고 어딘가 숨어있을 종말세력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뒤통수 맞는 것만큼 끔찍한 것은 없어.”
“그럼 동부는···.”
“동쪽을 틀어막는다. 동남부 국가들은 제국 남부군과 함께 바다를 막는다.”
대륙 중부의 해군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고, 위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를 막는 것만으로도 허덕인다. 서쪽 바다야 서부국가들이 막아준다지만 중부지역은 제국이 커버해야 한다.
그렇다면 동남부 국가들이 제국 동부 지역 해역까진 커버해줘야 한다.
“만약 폐하의 말씀대로 정말로 동부에서 몰려온다면 동남부 국가들의 임무가 과중해지지 않겠습니까?”
“대수림이 있잖아. 그리고 지난 전쟁 때 꿀 빨았고, 지금도 상대적으로 이득 보고 있으니 이 정돈 해야지.”
근위대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꿀 빨았으면 이제 밥값 할 때가 되었다.
제국이 희망리라는 둥, 알렉시안 황제가 멸망을 막아줘야 한다는 개소리를 지껄이지만, 제국의 기조는 한결같다.
최소한의 노력조차 안 하는 이들에겐 어떠한 도움도 없다.
그걸 알기에 그동안 꿀 빨았던 동부도 나름대로 대륙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중부지역에 막대한 식량을 제공하고, 기타 물자를 지원했고, 그 결과 남부 일대라도 살아남은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중앙에 내 의견을 전달해. 난 이대로 서쪽으로 이동한다.”
“한 번쯤은 수도로 돌아와 주시기를 바랄 겁니다.”
에르헨의 말에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짐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면 더 빨리 제대로 된 정화계획을 수립하라고 해.”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에르헨.
“슬슬 움직이지.”
알렉시안이 할 기초공사는 끝났다.
위험지역을 어느 정도 밀어놨고 토템도 심어놨다. 이후부터는 제국에서 보내는 추가적인 지원으로도 될 것이다.
“다음 지역으로 이동한다.”
“예!”
알렉시안의 명령에 황급히 모이는 제국의 신성들과 근위기사들.
그들이 떠나려는 낌새를 보이자 불안해하는 사람들.
그 중 한 소녀가 울먹였다. 죽기 직전까지 갔던 소녀가 눈에 들어온 알렉시안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직 한창 배워야 할 어린 소녀가 총을 들고 몸 곳곳에 폭탄을 달고 있었다.
거기에 목에는 자신을 본뜬 작은 목각인형까지 걸고 있었다. 얼마나 그 목각인형을 가지고 기도를 올렸는지 닳아있을 정도.
“걱정 마라. 저들이 지켜줄 거다.”
그렇게 말하며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알렉시안에 의해 가계약을 맺은 수백의 골렘들이 있었다.
몰려들 몬스터에 비하면 숫자가 부족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골렘들이 정령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 불안하면 이틀만 버티거라.”
“이틀이요?”
“그래. 이틀 후에 제국에서 너를 도우러 올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흙투성이가 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처럼 다른 이들이 기다릴 거다.”
그 말에 흔들리던 눈으로 알렉시안을 바라보던 소녀가 입술을 깨물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간절히 바란 것처럼 다른 곳도 그럴 것이란 생각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다시 여길 방문하마. 그때도 환영해주렴.”
알렉시안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소녀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소녀와 약속을 한 알렉시안이 선물이라도 주려는 것처럼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축복을 해주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음?”
알렉시안이 의도한 건 가벼운 축복이었는데 고작 그것으로 소녀가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신성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성자를 따르는 첫 번째 사도가 탄생했습니다.] [조건 1: 1년 이상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세 번 이상 기도하기] [조건 2: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기] [조건 3: 죽음의 위기 속에서 믿을 것.] [세 가지 조건을 전부 충족해 가장 높은 재능을 부여받습니다.]빛으로 쓰인 글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알렉시안을 향해 소녀가 말했다.
“부디···다시 찾아와주세요.”
기도를 올리듯 두 손을 모으며 바라보는 소녀를 보며 알렉시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찾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영웅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신이 의도한 것인지 멸망의 때라 그런 것인지를 몰라도 영웅적 자질을 가진 이들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당장 자신을 따라온 제국의 신성들 역시 괴물이라 불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직감했다.
어쩌면 이 눈앞의 소녀가 제국의 신성들 이상의 재능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럼 영입해야지.’
마침 멸망한 국가 소속이며 제국 바로 옆이다.
“이 서신을 전해.”
“이것은···.”
“저만한 인재를 뺏길 수는 없잖아?”
그렇게 말한 알렉시안이 어느새 작게 보이는 소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 생각인지 끝까지 손을 흔들고 있는 소녀를 보며 꼭 제국민으로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알렉시안의 의지가 담긴 서신에는 「제국 자치령」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