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42
34. 인류의 반격
대륙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도시 중 유독 툭 튀어나와 있는 곳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소도시인 곳과 다르게 그곳은 중간거점 도시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이 뚫리는 순간 중부지역의 주요 대도시 몇 개는 날아갈 거다.’
그럼 여기서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위험하면 더 남쪽으로 도시를 건설하면 되지 않았나?’
그게 쉽지 않은 것이 알렉시안이 노리는 요새는 티엔이라는 무역의 요충지였던 곳이고 그 근방에 생성된 국가들 역시 상당히 부유한 국가였다.
그렇기에 대도시들도 그 국가의 수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공생관계였지만 멸망이 지속하면서 점차 지원이 줄어들면서 각 대도시도 각자의 방어망을 갖추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힘들어지는 티엔.
바로 이 점 때문에 제국의 자치령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의 최종목표는 티엔. 여기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알렉시안의 선언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티엔의 주변에 있는 오염된 영역은 많다. 지금에서 와서는 관리가 불가능할 정도.
그러나 그 오염된 영역을 정화한다면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기에 안정적으로 정화된 오염된 영역을 관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제국이 이를 악물고 지켜낸 북서부의 요새보다도 멸망의 요새에 가까울 정도이니까.
“티엔을 확보한 이후에는 방어선을 두텁게 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최전선의 도시들을 갖고 싶으면 반년 안에 하라고 해. 그 안에 하지 못하면 남은 도시는 전부 제국의 자치령이 될 거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에르헨의 말에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비는 끝났어. 멸망과의 대규모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도시급 이상은 무조건 할당량을 주는 방식으로 바꾼다.”
열강들의 희생 속에서 꿀 빠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 무조건 할당량을 줄 생각이다.
그럼 거점 도시와 소도시들은?
그건 자신들의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압박할 대도시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현 대륙에 제국은 절대 1강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강요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열강들이 희생하는 걸 이용해 꿀 빠는 걸 불만스러워하던 국가들 역시 제국의 제안에 동의할 것이다.
그럼 따를 수밖에.
유능한 제국의 수뇌부는 항상 알렉시안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했다.
「대전쟁을 준비하는 제국. 대륙 각국에도 할당량을?」
「서부국가 전원 동의!」
「동부 국가 역시 전원 동의하다!」
아직 국가의 형태가 남아있는 강국들이 모두 동의했다.
「최전선의 도시들. 2개월 안에 안정화 작업 시작 안 하면 제국의 자치령으로 삼을 것.」
알렉시안이 수도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중부지역에 머무는 것을 이용해 다른 국가들을 더 압박했다. 그러자 미적거리던 국가들이 화들짝 놀라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을 가늠하던 이들.
그러나 최전선의 소도시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알렉시안은 자신의 이름을 팔아도 좋다고 허락했다.
「대륙 곳곳에 배치되었던 제국군 전부 최전선으로 돌릴 것!」
최소한의 무역망, 혹은 관리를 위해 주요지역에 파견되어 있던 제국군을 전부 최전선으로 돌렸다.
무기 판매, 혹은 몇몇 대도시들의 주요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었으나 알렉시안의 명으로 그 모든 병력을 최전선으로 돌린 것이다.
제국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군대를 파견했다. 동부국가들이 워프까지 이용해 자신들에게 할당된 지역으로 군대를 파견할 정도이니 말 다 한 것.
물론 채찍만 주지는 않았다.
「동-서간 철도 연결 다시 재개할 것.」
제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계획.
이에 서부국가들과 동부국가들까지 참여하면서 논의가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알렉시안의 순례는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여러 소도시를 거쳐 목표했던 중부지역 최대 거점 도시 중 하나인 티엔 인근에 도착했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티엔이 함락 직전이라 하옵니다!”
“갑자기?”
“오염된 정령 군단이 대규모로 티엔을 공격 중이라 하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전황 지도를 바라보았다.
마도기술로 허공에 뜬 지도에는 제국에서 보내온 정보들로 실시간으로 수정되는 전황이 표시되어 있었다.
얼마 후, 조금 전 보고들은 티엔에 관한 전황 역시 표시되었다. 붉게 표시된 지도를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움직이기 시작했나?”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제국의 계획이 뭔지 파악은 했을 것이다. 단순히 순례하는 것을 넘어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인 것을 눈치챘으니 파상적인 공세를 멈추고 몇몇 주요거점들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
그동안 알렉시안이 깨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파상공세로 인류의 힘을 조금씩 갉아먹었다면 이제는 그게 힘들어졌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적들이 우리의 의도를 눈치챘군.”
“예.”
티엔을 먹으려는 이유.
그것은 단순히 가깝기만은 아니었다. 정령들이 가장 경계하는 국가는 제국이다.
제국만 막으면 나머지 국가가 요새까지 도달해도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판단하에 제국 쪽으로 강력한 방어선을 만들어두었다.
오염된 늪지대.
독무가 뒤덮인 밀림.
혹한의 설원.
독가스가 뒤덮인 용암지대.
폭풍우가 멈추지 않는 평원.
등등.
이 모든 것이 제국의 북서부 지역에 몰려 있었다.
다른 국가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거기에 변수마저 차단하기 위해 북부 산맥 일부와 중부지역으로 파상공세를 펼쳐 대부분의 국가들을 무너뜨렸다.
“인근 대도시들은?”
“지원을 하고 있으나 만약을 대비해 인근 지역의 요새에 더 투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병신들.”
에르헨의 답변에 알렉시안이 인상을 찡그렸다.
티엔이 무너지면 몰려있는 정령군단이 사방으로 퍼진다. 그렇다는 건 대도시를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죄다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중요시하는 모습에 이를 갈았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 그리고 통신 연결되나?”
“예.”
“연결해.”
알렉시안의 명령에 티엔 쪽에 마법통신을 연결하는 마법사.
얼마 후, 통신이 연결되자 알렉시안이 조용히 말했다.
“2시간. 그 시간만 버텨라. 짐이 반드시 구해주겠다.”
명확한 시간을 말해주는 알렉시안.
그러자 옆에 있는 마법사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그 시간 안에는 못 간다는 표정.
“짐의 비공정만이라도 가능하지 않나?”
“가능하오나···.”
“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명령을 내리는 알렉시안.
그 말에 근위대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면서 근위대장과 제국의 신성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로 그때, 중앙에서 연락을 받은 장교가 다급하게 보고했다.
“티엔 쪽으로 인근의 정령들이 전부 몰리고 있다고 하옵니다!”
그 보고에 알렉시안이 에르헨을 보며 말했다.
“답은 하나네. 제국도 이쪽으로 총력을 기울인다.”
“예!”
에르헨이 그 즉시 중앙 쪽으로 알렉시안의 명령을 전달했다.
아직 멸망들이 봉인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대전쟁을 위한 전초전은 시작된 셈.
티엔을 시작으로 멸망들을 다시 공략할 셈이다.
두 번째 멸망의 공략전에서는 인류 입장에선 승리였을지 몰라도 알렉시안 입장에선 판정패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이번엔 반드시 이길 생각이다.
‘깔끔하게 중반부 보스들을 끝내고 후반부로 넘어간다.’
그렇게 해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할 적일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해내야 했다.
“최대속력으로!”
“제국에 지원 요청해! 티엔으로 총력전을 명하셨다!”
“주변 자치령 지역에 있는 군대부터 파견해달라고 해!”
알렉시안의 명령에 지휘소나 다름없는 알렉시안의 비공정에서 바쁘게 명령을 하달했다.
「티엔으로 총력전 시작할 것.」
짧은 명령이었지만 제국의 수도는 바빠졌다.
“이쪽에서 병력을 보내면 늦습니다. 일단 가까운 자치령 쪽에서 병력을 차출하시죠.”
“그게 좋겠습니다.”
군부대신의 말에 재상이 그게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치령 쪽에 파견된 기사나 병력은 전부 베테랑들이었기에 나쁘지 않았다.
현재 자치령이 되어 있는 최전선의 병력을 빠르게 티엔으로 보내고, 소도시의 지원은 제국에서 직접 지원하는 형태로 움직인다.
티엔으로 밀어내기 식으로 병력을 지원하고, 그나마 가까운 대도시에 협조를 구해 워프를 통해 신형무기들을 곧장 보낼 생각이었다.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적들이 티엔에 병력을 집중하지 못하도록 이목을 끌어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엇을 원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단을 북서부로 파견하도록 하지요. 북부와 서부 역시 임무가 완료되는 대로 북서부로 보냅시다.”
“예!”
아드리안의 결정에 제국의 총력전이 결정되었다.
절대자를 제외한 모든 마스터가 북서부로 집결하고 주요 기사단 역시 그쪽에 집중하기로 결정 났다.
여차하면 밀어버릴 생각으로 군대를 집결해 티엔으로 집중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볼 생각이었다. 이 결정에 몇몇 대신들이 살짝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제국이 기지개를 켜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늦춰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 역시 적들이 의도한 것이다.
제국이 이대로 성장하는 것을 그냥 놔두지 않으려고 일부러 정령들을 티엔으로 집결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전략적 공방 속에서 전초전의 핵심이 될 티엔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헉···헉···”
벌써 몇 시간째 전투 중이다.
활력을 불어넣는 빛의 영역 속에서도 점점 지쳐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기에 무기를 쥔 손이 떨려왔다.
“정신 차려! 곧 온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
그렇게 말하며 병사를 다독이는 기사.
“우리의 성녀도 노력하고 있는데 여기서 포기할 거냐!”
“아닙···니다!”
그 말에 병사가 멀리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티엔의 성녀를 바라보았다.
알렉시안이 제국을 나왔을 시절 처음으로 구한 도시에서 알렉시안의 축복을 받은 소녀가 성녀로 추앙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록 알렉시안의 축복을 받지 못했지만 이곳 티엔에도 성녀라 불리는 소녀가 있었다.
자신이 먹을 것도 없으면서 먹을 것을 나눠주던 소녀.
그렇게 살뜰히 보살피던 반쯤 오염된 동물들은 알렉시안의 석상을 통해 정화되었고, 소녀와의 교감을 통해 계약이 되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수십 마리의 성수를 거느리며 도시를 지키는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어린 소녀.
그런 소녀가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를 악물고 다시금 무기를 들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티엔의 성녀를 위하여···.”
“위하여!”
병사들이 어린 성녀를 위해 무기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기사들 역시 오러를 내뿜으며 부서진 결계 사이로 몰려드는 몬스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높이 솟은 요새를 향해 좀비 떼처럼 사방에서 덮쳐오는 오염된 정령의 군단.
지상만이 아니다. 하늘에서도, 땅을 뚫고 올라오는 몬스터들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결계를 두드리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수십 마리의 성수와 함께 악착같이 버티는 소녀.
그런 그녀를 향해 검게 물든 하늘고래가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결계를 부수고 요새 일부와 함께 통째로 삼키려는 듯 달려들었다.
아래쪽에서는 검게 물든 거대한 뱀이 암벽을 뚫고 소녀를 노린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암석만 한 새가 먼저 소녀를 먹겠다는 듯 낙하한다.
그들로부터 소녀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성수들이 모여든다.
바로 그때였다.
요새에 있는 알렉시안의 석상에서 빛이 뿜어지더니 하늘에서 빛기둥이 떨어진다. 동시에 소녀를 노리던 수많은 괴수들의 색깔이 하얗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두 번째 성자의 사도가 탄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