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5
6. 범죄와의 전쟁.
황제의 선포와 함께 시작된 ‘범죄와의 전쟁’.
물론 명목상으로는 ‘수도 정화사업’이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사람들이 기피하며 범죄자들의 소굴이 된 지역을 새로이 개발하며 범죄자들의 구역을 정화하는 것.
대전회의가 끝나고 관료들은 황제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도심지와 안전구역 간의 라인을 명확하게 한다.
지하시설 역시 구도심을 제외한 모든 곳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군대가 나서서 일부 지역에 머무는 범죄자들을 구도심으로 밀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곳에 수상한 기관이···.”
“광장 주변에 지하시설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하수도와 연결된 것 같습니다.”
“상업지구까지 비밀통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들.
이로 인한 혼란은 상당했다. 이제 막, 그것도 최대한 문제가 없을 만한 지역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민원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 때문에 관료들은 매일같이 야근해야만 했다.
그러나 불만을 내뱉을 수가 없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별개로 관료들의 피로도가 늘어나는 건 문제가 있기에 알렉시안이 직접 나섰다.
“수도 정비에 관한 모든 사안은 광장 게시판을 통해 알리도록.”
민원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뭐든 할 기세인 관료들이 그 즉시 자신들의 정보를 추려서 광장 게시판에 직접 게시했다.
공보로 전하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인 점도 많았고 검토받아야 할 대상도 많았다.
그러니 알렉시안은 이번 사안에 한해 문제가 되는 지역 같은 경우 바로바로 광장 게시판에 게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불안정한 치안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관료들의 이러한 생각이 담긴 게시물들이 광장 게시판을 꽉 채워나갔다.
본래라면 용병들 혹은 각 상단의 고용에 관한 게시물과 채워져 있을 것들이 관료들이 내건 게시물에 의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몇몇 기자들은 아예 광장 게시판에 상주하며 그중에 쓸만한 것들을 추려 기사로 내기도 했다.
「수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 중 하나인 귀족들의 거리 밑에서 다수의 유골이 발견됨.」
「광장 부근에 있는 수많은 비밀통로들. 과연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일까?」
충격적인 사실 때문일까?
괜히 헤집는 것 아니냐는 민원은 대부분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끄러웠다.
그런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구도심 정화사업에 들어갔다.
「(구)도심 봉쇄.」
짤막한 기사와 함께 구도심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가 차단되었다.
동시에 치안대가 구도심 부근을 중심으로 치안대원들을 배치하고 동시에 군부의 병사들이 움직일 준비를 했다.
외부를 지켜야 한 수도방위군이 구도심으로 몰려들자 사람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난 선량한 제국민입니다.”
“전 범죄자가 아닙니다! 시민입니다!”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나가보려 했지만, 치안대원은 그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군인들과 함께 감찰원의 관료들이 범죄자 외곽부터 수색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진 않았다.
구도심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범죄자들과 연관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으며, 어느 정도 정화를 끝냈다 생각했던 안전지역에서도 추가로 범죄자들과 연관된 흔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업무가 마비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철야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일더미가 몰린 상황. 결국, 관료들이 칼을 빼 들었다.
“폐하. 범죄자들을 완전히 청소할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알렉시안을 찾아온 감찰 대신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밤낮없이 일하고 있음에도 도무지 일이 줄지 않아 쌓여가고만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건 다른 부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모든 대신들이 관료들을 대표해서 찾아왔다.
이들의 요구는 딱 하나.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하자.’
명분이 황제에게 있는 이상 반대를 할 수는 없었다.
대신 속도라도 좀 줄여달라.
관료들 역시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안다. 속도를 줄이는 순간 빠져나갈 애들이 다 빠져나가 버릴 테니까.
사실 관료들 역시 웬만큼 진전되었다면 버텨보려 했다.
그러나 큼지막한 놈들이 얼마나 꼭꼭 숨었는지 보이질 않았다. 거기에 죄 없는 제국민들을 빚을 까주는 조건으로 거리로 내몰아서 수사를 방해했다.
처음엔 이들을 전부 치안대로 끌고 갔으나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부랑자나 거지들부터 최하층민까지 죄다 나오니 답이 없었다.
예전과 달리 현 황제가 나름 평판이란 걸 신경 쓰는 시기란 걸 노린 작업이었다.
“불가. 지금 속도를 줄이면 의미가 없게 된다.”
그 말에 모두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 역시 그대들을 비롯한 관료들의 업무가 가중됨을 안다. 해결책은 안 되겠지만 도움은 주도록 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드는 대신들.
그가 생각한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1. 앞으로 보름간 민원 금지.
다소 극단적이지만 국가적 사안의 경우 황제가 직접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욕 좀 먹겠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첫째. 황제가 평판을 신경 쓴다는 것을 노린 범죄조직들의 제국민을 방패 삼는 행위를 일부 막을 수 있다.
둘째. 민원이 없으니 관료들의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이것으로 조금은 숨통이 트이겠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구도심에서 일어나는 폭동에 가까운 시위가 문제였으니까.
그걸 아는 알렉시안이 이번에도 해결책을 내놨다.
2. 황제의 구도심 순찰.
“폐하. 위험하옵니다.”
듣자마자 곧바로 안된다고 말하는 치안대장.
그러자 감찰 대신을 비롯한 다른 대신들 역시 알렉시안을 만류했다.
“짐이 가는 게 맞아. 앞으로 보름간 매일같이 구도심을 찾을 것이고 짐이 직접 진두지휘할 것이다.”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고개를 숙였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사안에 대하 확실히 매듭지으려는 알렉시안의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말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서 이 사안을 빠르게 끝내야 할 뿐.
황제가 위험을 감수하고 구도심에 행차하는 것으로 얻는 이득은 컸다.
가장 먼저 황제의 근처에선 폭동이나 과한 행동을 할 경우 무조건 처형을 시킬 수 있는 법이 있다.
설령 그것이 고위귀족이라 한들 이 법에서만큼은 벗어날 수 없다.
거기에 알렉시안이 직접 구도심에 들어가 제국민들을 설득한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범죄조직들의 꼬임을 일부분 막아낼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한다.
“보름. 그 안에 주요 조직들을 소탕해야 한다. 가능하겠나?”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좋아. 감찰 대신은 범죄조직이 잡히는 대로 귀족들과의 연관성을 찾아내도록.”
두 대신에게 명령을 내린 알렉시안이 재무대신에게 공사를 잘 진행해달라고 부탁하며 내보냈다.
이제 궁에 남은 것은 내무대신뿐.
외무대신이야 다른 곳을 돌아다니기 바쁘기에 수도를 떠난 상황.
“재상은 잘 지내던가?”
“폐하께서 내리신 명을 수행하느라 바쁜 듯하옵니다.”
외무대신이 북서부 지역이라면 재상은 서부의 국가들을 다독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서부 귀족들을 설득하는 건 덤이었다.
그렇기에 황급히 카엘라를 내무대신으로 추천하고 수도로 떠난 것이었다. 사실상 이번 사안에 관해선 귀족파의 모든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카엘라였다.
“폐하께선 귀족파가 어디까지 잘라내기를 원하시옵니까?”
“선을 넘었다면 전부.”
사실상 들어주기 힘든 요구.
그러나 카엘라는 흔들림없이 알렉시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사옵니다.”
“묻게.”
“이 정화사업. 수도에만 한정된 것이옵니까?”
그 말에 알렉시안이 가만히 카엘라를 바라보았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 짐의 힘이 지방까지 닿지도 않으니. 현실은 중앙지역조차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지.”
알렉시안이 본인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듯 말하자 카엘라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께오선 저희 귀족들이 이번 사안에 적극 협조하기를 바라시겠지요.”
“그렇네.”
“그렇다면 이 정화사업. 지방까지 확대해주십시오.”
그녀의 말에 알렉시안이 가만히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수도조차 이리 힘든데 지방까지 가능할 것이라 보는가? 아니면 서부는 감찰에서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나?”
“아닙니다. 저희 역시 서부를 내놓겠습니다. 그 대신 남부, 동부, 북부, 중앙 전부를 감찰해주십시오.”
그 말에 그녀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사실 서부가 귀족파의 본진이라지만 선황시절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수도에 귀족파의 재산 과반 이상이 묶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수도가 털린다면 귀족파에겐 엄청난 손해가 예정된 셈.
수도의 권력을 다른 지역에도 나누어 준 시점에서 오직 귀족파만 손해가 보는 구조였기에 귀족파 쪽에서 칼을 빼든 것이다.
‘우리의 살점을 내주겠다. 그 대신 다른 지역 역시 살점 일부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귀족파가 공공의 적이 된 현재의 흐름 역시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
그러니 각 지역 역시 감찰을 하며 귀족파를 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끔 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황제의 힘이 강해지겠지만 이 역시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현 황제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감당가능한 수준이다.’
황태자로 책봉되지도, 그렇다고 황자시절부터 세력을 만들지도 못한 상황이니 강해져봤자 한계가 있으리라 판단한 것.
카엘라의 생각인지 아니면 재상의 생각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제법 재밌는 수를 던졌음을 인정한 알렉시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받아들이지. 그대들이 무조건 보호해야 할 명단을 넘기게. 그 외 귀족들의 죄가 ‘발각’될 경우 법대로 처벌토록 하지. 또한 명단 내 귀족이라고 발각될 경우 막대한 벌금을 지급해야 함은 유념하도록.”
“···예.”
알렉시안이 한발 뒤로 물러나 주자 흔쾌히 고개를 숙이며 받아들였다. 그렇게 서로 간의 거래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업무보고에 들어가는 카엘라.
그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번에 각 지역으로 추천하는 인원들의 검증을 굉장히 까다롭게 진행했다.
최대한 거르고 거른 인사일텐데 죄를 찾아내 감찰부로 넘기고 이들은 절대 안 된다고, 다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카엘라. 이는 내무대신의 권한이기에 알렉시안 역시 최대한 존중하며 시종장을 통해 각 지역에 통보하라 명했다.
“밤늦게까지 보고드려 송구하옵니다.”
“아니네. 그대도 피곤할 테니 들어가 보도록.”
그렇게 말하며 카엘라를 내보냈다. 그러자 의외라는 표정으로 잠시 알렉시안을 바라보던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그가 받아들인 인사의 상당수를 반대했음에도 알렉시안의 얼굴에 불쾌함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려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짓는 알렉시안.
“유능하네.”
저런 인물이 자신의 편이었다면 좋겠지만 적이어도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든 방해하려고 조지다 보면 자연스레 종말세력이 쉬이 침범할 수 없는 벽이 될 테니까.
만약 알렉시안이 개인적으로 파벌을 키우려 했다면 걸림돌이 되었겠지만, 그는 욕심이 없었다.
그의 목표는 오직 종말세력을 찾아내 박살 내는 것뿐.
그런 의미에서 카엘라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자! 그럼 남은 건 직접 행동뿐인가?”
관료들의 불만까지 잠재웠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움직이는 것만 남았다.
스스로 미끼가 되기로 한 알렉시안.
과연 미끼라기엔 거대한 황제를 잡으러 나올 것인지, 아니면 순순히 수도에서 퇴출당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
“어떻게 하려나?”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한가득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생각에 잠기는 알렉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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