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53
36. 후반부가 다가온다?
르센이 준비한 마지막 한 수 ‘피오라 군부대신’에 더해 대수림의 대주술사 마르샤까지 투입되었다.
마법이 아닌 주술의 저주를 통해 멸망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고, 조금씩 마나의 흐름을 둔감하게 만들어 힘의 사용을 어렵게 만든다.
비록 파괴력은 마법이나 신성력에 뒤처질지 몰라도 서포트하는 측면에서 마르샤의 힘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완벽한 서포트에 피오라의 독수리 같은 폭풍의 새가 심장을 꿰뚫으면서 대지의 멸망이 무너졌다.
[두 번째 멸망이 소멸하였습니다.] [멸망을 물리친 대가로 대륙에 대지에 관련된 속성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특별한 힘을 품은 물질들이 생성됩니다.] [중립을 표방하는 대지의 상위정령들이 깨어납니다.]대지의 멸망이 완벽하게 무너졌음을 알리는 글자들.
거대한 거인의 형체가 무너지면서 흙으로, 모래로, 돌덩이로 변해 대륙을 구성하는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갔다.
“균형이 무너졌다.”
알렉시안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다시금 어둠이 몰려들었지만 이미 기세는 제국으로 기울어졌다.
대수림의 방어의 핵심인 마르샤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
피오라 역시 다시 돌아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지의 멸망에 묶여있던 남은 마스터들과 별동대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이 빠르게 제국 측으로 기울어졌다.
“여긴 오지 마! 다른 곳부터!”
알렉시안의 외침에 가장 먼저 그를 돕기 위해 오려던 로튼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원의 사제들과 함께 검은 나무를 ‘막는다는’ 알렉시안의 판단은 옳았다.
어떠한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은 나무는 일곱 번째 멸망의 어둠을 이용할 수 있었고, 그건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내 약화시키는 타입이다.
즉, 일반적인 기사들이나 마법사들에게는 그다지 상성이 좋지 않다.
“온다. 마음 단단히들 먹어라.”
알렉시안의 말에 사제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함정에 걸려들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전보다 더 거센 어둠의 물결이 알렉시안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치 티엔에서 보던 대규모 몬스터 군단처럼 엄청난 숫자의 그림자 군대가 오직 알렉시안과 소수의 수도원 부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괴상하게 생긴 괴물들이 쉼 없이 아가리를 벌리며 결계를 두드린다.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정신오염을 시도하는 어둠의 군대들.
“크읍!”
“아···안돼!”
이전보다 거센 공격에 아직 힘이 부족한 사제들이 하나둘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버텨라! 폐하를 믿어!”
“조금만 더 버텨라!”
고위 사제들이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끔 외치며 정신오염을 몰아낼 수 있게끔 정화마법을 사용해보지만 소용없었다.
이대로라면 다수의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무너질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알렉시안이 로웰에게 말했다.
“너흰 여기서 버텨.”
“폐하! 저희도 함께하겠습니다!”
알렉시안의 말에 로웰이 같이 나서고자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들의 실력으로 저 어둠을 뚫고 나갈 순 없다. 거기다 몰려드는 어둠은 명확하게 알렉시안을 노리고 있었다.
“너흰 여기 남아 빈틈을 노려라.”
알렉시안의 말에 로웰이 빛에 의해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았다.
검은 나무와 일곱 번째 멸망은 명확하게 알렉시안만을 노리고 있다.
그러니 그가 사제들에게 멀찍이 떨어져 홀로 탱킹을 담당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에게 온 힘을 다할 수 없게 사제들로 하여금 언제라도 빈틈이 나면 검은 나무를 노릴 수 있도록 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어둠 밖에서 쉴 새 없이 마도포를 쏘아대는 비공정들과 대마법을 준비하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러니 자신에게 전력을 다할 수 없을 터.
귀찮다고 사제들을 먼저 노리면 그 즉시 알렉시안이 빈틈을 노리고 검은 나무를 썰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검은 나무는 알렉시안을 최우선적으로 노릴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 쓰러지나 볼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검은 나무를 향해 홀로 걸어갔다.
점점 거세지는 어둠에 의해 순식간에 로웰과 세르핀이 비추는 빛이 사라져버렸다. 광휘의 검에서 비추는 미약한 빛과 함께 사방에서 몰려드는 괴물들을 베어내며 전진하는 알렉시안.
완벽한 어둠은 시간의 흐름조차 잊게 만든다. 그런 곳에서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언제까지고 막아서야만 하는 상황이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알렉시안은 이미 한차례 이런 상황을 견뎌냈다.
무의식의 공간.
그곳에서 시간의 흐름조차 잊어가며 신성마법을 익히고 마도사의 경지에 올랐다.
그리고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버티는 것이다.
아무런 파벌 없이 홀로 버텨가며 황궁을 장악했고, 수도를 장악했으며 끝내는 제국을 장악했다.
멸망의 전조로 인해 북서부에서 홀로 적진을 뚫었으며, 끝까지 버티고 서서 성역을 만들었다.
남부에선 해룡에 의해 밀려드는 적들을 끝까지 버티고 막아냈다.
티엔에서도 절망적인 상황을 꿋꿋하게 버텨내며 여기까지 도달했다.
“헉···헉···.”
티엔에서의 부상이 아직 완치되지 않은 것 때문일까?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진다.
신성력의 운용이 삐걱거린다.
그럼에도 알렉시안은 쉬지 않고 광휘의 검을 휘둘렀다.
베고 또 베고 또 벤다.
하지만 성기사나 사제는커녕, 간간이 보이던 마도포의 빛줄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는 알렉시안은 점점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한계를 넘어서는 움직임 속에서 검술은 더 단조롭고 효율적으로 변해간다.
신성마법 역시 복잡한 마법보다 가장 효율적인 마법만을 조합해 나간다.
기초가 부실하다?
수련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것들이 극한의 상황을 마주한 지금 시점에서 개선되고 있었다.
그동안 알렉시안에게 어려운 상황은 많았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한 점이 있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믿을 구석 한가지쯤은 있었으며, 보호 속에서 큰 한방을 위주로 한계를 극복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현재의 알렉시안은 큰 한방보다 반복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마법과 검술을 이용하여 적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한 발자국을 걸을 때마다 더 많은 적이 모여든다.
뿐인가?
사제들에게 했던 것처럼 온갖 유혹과 정신오염들이 몰려든다.
그럼에도 알렉시안은 멈추지 않았다. 느릴지라도 한 걸음이라도 더 전진하기를 택했다.
앞으로 가면 힘들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냥 여기 멈춰서서 버티면서 자신의 신하들이 구하러 와주길 바라면 된다.
하지만 알렉시안은 전진했다.
‘내가 전진함으로 인해서 밖에 있는 부하들이 더 편해진다.’
그가 검은 나무에 가까워질수록 밖을 견제하는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코앞에 비수가 다가왔는데 멀리 있는 적을 더 신경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세 번째 멸망이 소멸했습니다.]마침내 세 번째 멸망이 소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번째 멸망을 가장 먼저 방해했으며, 티엔에서 알렉시안의 목숨을 노리던 바람의 멸망이 소멸했다.
두 번째 멸망이 소멸했던 것처럼 특별한 보상들이 나타난다.
속성력이 증가하고, 특별한 존재들이 태어나고, 중립의 위치에서 잠들었던 정령들이 깨어난다.
그러나 알렉시안에게 그것들을 볼 겨를 따윈 없었다. 그저 본능에 의지하며 적을 베어내며 전진을 할뿐.
극한의 상황만큼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동안 알렉시안이 근위대장과 검성에게 욕을 먹으면서 배웠던 부실한 기초검술이 알렉시안의 육체에 맞게 맞아들어간다.
쉼 없이 사용되어지는 기초마법들은 단순히 강화마법 형태로 사용되었던 것을 반성하듯 다양한 방식으로 적들을 죽여나갔다.
거북이보다 느린 속도로 전진했지만 분명한 건 검은 나무와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그걸 증명하듯 알렉시안의 감각에 검은 나무 특유의 강력한 오염된 생명력이 느껴졌다. 순수한 자연의 힘이 느껴져야 할 세계수지만 타락하고 오염되어 괴이하게 변질된 힘.
하지만 그 막대한 힘만큼은 일개 마스터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콰드득!
더 이상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대륙 곳곳으로 뻗어 나가려던 검은 나무의 뿌리가 오직 알렉시안을 막기 위해 움직인다. 이제 알렉시안이 상대해야 할 것은 그림자 군대 따위가 아닌 여섯 번째 멸망의 본체였다.
거대한 뿌리는 알렉시안을 휘감아 분지를 기세로 달려들었다.
울창한 숲보다 더 많은 거대한 나뭇잎들이 강철같은 기세로 알렉시안을 베어버리기 위해 날아들었다.
뿌리와 나뭇가지가 벌어지며 오염된 액체를 뱉어낸다.
그 모든 것들을 정화마법과 극한까지 압축된 오러로 버텨냈다.
거창한 기술을 사용할 틈 따윈 없었다.
그림자 군대는 검은 나무의 공격들 사이사이에서 여전히 위협적으로 빈틈을 노려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렉시안은 끝까지 버텨냈다.
[네 번째 멸망이 소멸했습니다.]마침내 네 번째 멸망마저 소멸했다.
기세는 기울었다.
숫자에 장사 없다고, 홀로 버텨보던 멸망 역시 꺾여나갔다.
[다섯 번째 멸망이 소멸했습니다.]마침내 자연을 관장하는 네 명의 멸망이 전부 쓰러졌다.
그때부터였다.
알렉시안을 공격하던 공세가 급격하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남은 건 여섯 번째 멸망뿐이라서 그런 것일까?
제국군이 거대한 검은 나무를 향해 공세를 집중하면서 더 이상 알렉시안에게만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공간을 갈라내는 검성의 공격을 시작으로 갈라진 공간을 벌리는 마탑주.
마지막으로 그 공간을 파괴하면서 어둠을 걷어낸 절대자들.
이들이 어둠을 걷어내는 역할을 했다면, 마스터를 비롯한 상위 무인들은 검은 나무의 결계를 박살 내는 데 주력했다.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르는 3세대 마도포.
폭격기에서 떨어뜨리는 수많은 폭탄.
이들이 단단한 검은 나무의 겉껍질을 부순다.
수도원은 다시금 내려오려는 어둠을 빛의 결계를 통해 사력을 다해 막아낸다.
이들의 도움 속에서 알렉시안이 마침내 검은 나무의 앞에 섰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온다.
-이미 문은 열렸다.-
“알아.”
알렉시안이 하늘에 열린 검은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거대한 두 눈.
두 번째 멸망을 공략할 당시만 하더라도 막막해 보이는 두 눈이 지금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의 개념은 퍼졌으니···재앙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검은 나무의 음성은 슬펐다.
-그저 돌아오고 싶었을 뿐이다. 억겁의 시간 동안 희생당한 우리에게 남은 건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그 말에 알렉시안이 빤히 나무를 바라보았다.
과거에 어떤 선택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멸망의 전조도 그렇고, 멸망들도 분명 과거에 ‘희생’이라는 것을 했었음을 말한다.
-너희는 희생 없이 이기기를 기원하마.-
그 말을 끝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는 검은 나무.
알렉시안이 굳이 손대지 않아도 알아서 무너졌다. 동시에 스스로 껍질을 열어 알렉시안의 광휘의 검을 박아주기를 바랐다.
콱!
신성력을 잔뜩 머금은 검을 검은 나무의 최심부에 박아넣는 순간, 나무가 재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여섯번째 멸망이 소멸하였습니다.]“희생이라···.”
여섯번째 멸망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하늘을 바라보는 알렉시안.
그의 손등에 빛나는 희생의 문양.
언젠가 다시 이것을 사용할 것이라는 걸 느낀다. 그것이 언젠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단순히 잠들어 있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