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54
36. 후반부가 다가온다?
도시를 넘어 웬만한 소국만큼 컸던 거대한 나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 나무가 만들었던 거대한 공간의 틈새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오히려 모든 멸망이 사라지자 더 기세를 타며 강력하게 어둠을 뿌려댔다.
그것을 막기 위해 게이트를 향해 마도포를 쏘아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무언가에 막힌 듯 상대는 조금도 타격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간의 단절인가?”
알렉시안이 단숨에 어떤 현상인지를 파악했다.
공간이 완전히 연결되어 있지를 않으니 이쪽에서 사용하는 공격이 소용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상대 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장이라도 이쪽으로 넘어와 전부 쓸어버리고 싶어 했으나 무언가에 막힌 듯 넘어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벽이 다시 두꺼워졌군.”
주변을 가득 메웠던 어둠이 조금 옅어졌다. 동시에 게이트 너머에서 보이는 일곱 번째 멸망의 형상 역시 흐릿해져 있었다.
두 번째 멸망 공략 당시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힘을 생각하면 만신창이가 된 지금 상태로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의 강함.
그런 존재가 늦게 나오면 늦게 나올수록 제국 입장에선 좋았다.
“완전히 닫혔으면 좋겠지만···.”
한번 열린 게이트는 쉬이 닫히지 않는다.
여섯 번째 멸망이 소멸하면서 공간의 단절은 두터워졌지만, 게이트 자체는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일곱 번째 멸망이 직접 단절된 공간을 뚫고 나올 것이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찢어 죽이고 싶다는 듯 분노에 찬 거대한 눈을 가만히 바라본 알렉시안.
게임에선 절망적인 존재였으며, 현시점엔 넘어야 할 목표로 삼아왔던 존재.
그런 존재를 가만히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이 보였다.
“폐하!”
“몸은 괜찮으십니까?”
“여긴 위험하오니 일단 물러나야 하옵니다.”
호들갑을 떠는 절대자들에게 괜찮다는 말과 함께 근위대장의 부축을 받으며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바로 그때, 알렉시안의 앞에 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륙이 일곱 번째 멸망의 영향을 받기 시작합니다.] [세 단계에 걸쳐 재앙이 닥칩니다.] [첫 번째 재앙: 그림자 영역]“친절하기도 하군.”
“예?”
멍청한 소리로 되묻는 근위대장.
그러나 이내 알렉시안을 들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여섯 번째 멸망이 소멸되면서 두터워진 공간의 단절에 균열이 일어났다.
“폐하!”
“호들갑 떨지 마.”
근위대장을 진정시킨 알렉시안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당장이라도 나올 것처럼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말 나올 것 같았으면 빛의 글자가 알려줬을 것이다.
“단순 화풀이야.”
“화풀이가 저 정도란 말입니까?”
근위대장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균열을 일으킨 공간의 틈새에서 넘어오는 힘만으로도 주변을 잠식할 정도의 어둠을 뿜어내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린 이상 일곱 번째 멸망이 나오는 건 못 막는다.
그러나 그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다.
공간의 단절이 풀릴 때까지 못 나온다는 뜻이다.
중반부의 멸망들이 격을 희생하면서 미리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몇몇 정령들은 검은 나무의 환수종에 깃들기도 하고, 정령들이 검은 나무의 축복을 받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일곱 번째 멸망은 아니다.
그걸 증명하는 것이 자신들이 멸망들을 차례차례 소멸시켜 나가는 동안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
긴장하는 절대자들을 보며 알렉시안이 말했다.
“황궁으로 돌아가자.”
멸망과의 전쟁은 이겼다.
이제 남은 것은 일곱 번째 멸망이 올 때까지 준비하는 것이다.
‘강력한 한방으로 초반에 잡는다.’
이미 인류는 일곱 번째 멸망과 장기전으로 갈 체력이 없다.
그러니 이 대륙에 멸망이 발을 딛는 순간 소멸시킬 각오로 임해야 했다.
“준비할 것이 많을 거야.”
알렉시안의 말에 그의 뒤를 따르는 신하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화풀이에 불과한 힘.
하지만 그 화풀이가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며 멸망들이 소멸했던 지역 전체를 어둠에 서서히 잠식시켰다. 괜히 이곳에 있어봤자 쓸데없는 희생만 늘 뿐이기에 깔끔하게 포기했지만, 이 지역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중반부 멸망들과 싸우면서 이 지역을 포기하면 후에 다시 이곳까지 도달하는데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를 느꼈기 때문에 언제라도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는 북부 산맥 초입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병력과 후퇴한 알렉시안은 곧장 비공정을 타고 황궁으로 향했다.
그 무렵···
「멸망과의 대결전! 인류의 승리로!」
공식적으로 제국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대륙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환호는 잠시뿐이었다.
「일곱 번째 멸망 등장! 어둠으로 추정.」
사진에 떡하니 찍혀있는 거대한 눈동자.
그리고 하늘을 검게 물든 존재, 대충 보면 잘 모르지만, 그 어둠 영역 안에 찍힌 작은 비공정을 보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눈동자 하나가 비공정 몇 대가 들어갈 만큼 컸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멸망의 정확한 능력은 현재 파악 중.」
「대륙 곳곳에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 일곱 번째 멸망의 능력일까?」
알렉시안이 황궁에 도착하기도 전에 일곱 번째 멸망에 의한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로 폭주한 게이트나 위험지역 등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 멸망이 알렉시안에게 말했던 것처럼 이미 일곱번째 멸망의 개념은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렇다는 건 후반부가 시작되었다는 것.
-폐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그보다 보고부터.”
자신의 몸을 걱정하는 르센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알렉시안.
-현재 특급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기이한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멸망들을 공략할 때 보였던 그림자 군대로 추정되는 존재들도 다수 발견되고 있습니다.-
르센의 보고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이 현상이 대륙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예.-
르센의 보고를 듣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안전지역은 없는 셈인가?”
그렇게 말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알렉시안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는 했다. 게임에서야 대륙 내에서 한정 지었지만, 게이트가 세계 곳곳에 나타날 때부터 알렉시안은 이렇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아무래도···동대륙 쪽에 그림자 현상이라 부르는 상황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해?”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한 것 같지만 제국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르센의 말에 알렉시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향을 바꿨다?’
제국을 최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다른 곳부터 공략하기 시작한다.
이 방법은 효율이 좋지 않다.
제국에서 가까운 북서부 지역에 멸망 급 게이트가 열렸는데, 산맥 너머의 동대륙이나 바다 건너의 다른 대륙부터 공략한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힘이 소모된다는 뜻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은 제국이라면 이 상황을 타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이지만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다른 국가는 제국처럼 버티지 못할 테니까.’
제국이 영향을 끼치는 이 대륙조차 불안하다는 듯 타대륙에서 작전을 시작하는 일곱 번째 멸망을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린 알렉시안.
“···한 방 맞았군.”
알렉시안이 제대로 한 방 맞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멸망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타대륙 특히 동대륙 쪽에서 멸망을 숭배하는 자들이 늘어났습니다. 그 때문인지 멸망 쪽 강자들과 계약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멸망과 계약이라··· 종말 세력의 소속으로 들어간 건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멸망과 우호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타대륙 국가들이 외무대신을 통해 자국에 무기 판매를 늘려달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르센의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떤 방법인지는 몰라도 종말세력은 멸망과 계약을 맺고 그들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다.
아마 그 방법을 가르쳐준 것일 터.
제국과 달리 타대륙이 재앙을 잘 버텨낼 수 있다는 보장도, 종말세력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는 건 이쪽에서 멸망에 저항할 수 있는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문제는 제국조차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선택이 필요한 시점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알렉시안이 화면 너머의 르센을 불렀다.
“르센.”
-예! 폐하.-
“지금 당장 모든 대신을 불러와.”
알렉시안의 명령에 르센이 다급히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마음 같아선 워프를 타고 빠르게 황궁으로 복귀하고 싶었지만, 워프를 타는 것도 몸 상태가 좋아야 했다.
마력으로 강제로 공간을 찢으며 이동하는 것이 워프다.
「경고: 일반인은 탈진 증세가 있을 수 있으며 마력 사용자가 내상이 있을 경우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워프게이트 앞에 떡하니 적혀 있는 문구.
현재 알렉시안의 상태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황이다. 포션과 치유마법으로 완치가 안 될 정도이기에 워프를 타지 않고 비공정으로 이동 중인 것이다.
그렇기에 원거리에서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영상구에 대신들과 재상, 아드리안까지 황궁의 주요인사들이 전부 모였다.
“짐이 바쁜 그대들을 불러모은 건 한가지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르센.”
알렉시안의 부름에 그에게 보고했던 것을 대신들에게도 말해주는 르센.
그의 말을 들은 대신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다들 영민한 머리를 갖고 있기에 그가 해준 말의 의미 정도는 단번에 파악했기 때문이다.
“적들은 의도적으로 제국을 피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 말에 침묵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알렉시안은 선택지를 주었다.
“세계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를 적으로 두고 방어할 것인가.”
알렉시안의 물음에 다들 쉬이 답을 하지 못했다. 제국만을 생각한다면 후자를 택해야 함을 알지만 그렇게 될 경우 추후 대륙 내부와 외부 양방향에서 공격해오는 것을 감당해야 한다.
과연 제국이 그걸 감당할 여력이 될까?
항상 답을 내려왔던 알렉시안조차 쉬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폐하.-
아드리안의 음성에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소신은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이유는?”
-전자를 택하면 확실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지역이 단 한 곳도 없을 것이옵니다.-
아드리안의 말에 알렉시안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자를 택한다면 다른가?”
-예.-
확신하듯 말하는 아드리안을 보면서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들의 시선 속에서 아드리안이 이유를 설명했다.
-엘로니안 수도원장에게 맡긴 대계. 그것이 절반 이상 진행되었습니다. 일곱 번째 멸망이 오기 전에 제국 성역화 작업은 끝날 겁니다. 그럼 대륙까지는 확실하게 커버할 수 있습니다.-
제국이 확실히 안정화되면 그다음부터는 제국은 대륙 전체로 자국의 병력을 지원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럼 최소 대륙의 주요 도시들은 지킬 수 있을 터.
그러자 알렉시안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지역별 안정화가 아니라 제국 성역화라고?”
-예.-
“그게 가능한가? 지금 시점에서 제국 전체를 성역화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데?”
제국의 성역화가 이루어지려면 일정 수치 이상을 쌓은 석상들이 얼마나 필요할 것이며, 빛기둥을 받은 성역화된 도시들이 얼마나 필요할까?
멸망을 막아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이라 실질적으로는 지역별 안정화를 최종목표로 삼았었다.
그런데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조차 어이가 없었다.
-이미 제국에서 폐하는 신과 다름없는 위치에 계시기에 기준점을 넘은 석상을 모으는 일은 순항 중입니다.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문제는 다른 쪽입니다.-
아드리안의 말에 알렉시안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대신들을 비롯한 다른 신하들은 그럴만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알렉시안은 따돌림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만 이상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