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55
36. 후반부가 다가온다?
아드리안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대륙 안정화 작업 역시 동시에 진행한다면 4단계 작업도 어느 정도 수준까진 올라올 겁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국이야 자신이 황제니까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다른 국가들은 아니다.
멸망을 막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석상을 쓰는 건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믿는 건 다른 문제다.
각국의 정상들이 이걸 용납할까?
그러나 이번에도 대신들은 그럴 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렉시안이 당황한 표정으로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순례를 갈 때와는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그가 열심히 티엔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대륙은 또 한 번 변했다.
멸망들이 하나 둘 깨어날수록 대륙에 퍼지는 여파는 커졌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던 대도시들도 멸망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이유가 알렉시안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알렉시안 황제가 죽는다면?’
도시 곳곳에 만들어진 알렉시안 석상의 힘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제들의 힘은?
단단해 보이는 제국이 다시 흔들린다면?
티엔에서 적에게 봉쇄되어 있는 동안 수많은 의문이 들었다.
그 결과 자국의 국민만이 아니라 귀족들까지 알렉시안 황제를 구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때 깨달은 것이다.
‘이미 알렉시안 황제는 한 국가의 수장 이상이다!’라는 것을···.
정치적 의미의 ‘시황제’가 아닌 진짜 대륙의 수장을 상징하는 ‘시황제’의 의미가 되었다.
티엔 이전에도 대륙에서 순수하게 알렉시안을 믿는 이들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신을 믿는 것보다 알렉시안을 강하게 믿을 때 더 빠르게 신성력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석상만 해도 알렉시안의 석상만이 효과를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티엔에서의 일이 있으면서 알렉시안 황제는 하나의 종교가 되어가고 있었다.
국가 자체가 붕괴한 도시급들은 이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고, 각국의 수장들조차 사실상 알렉시안을 ‘대륙의 황제’로 인정한다는 비밀서신을 보내올 정도.
거기에 더해 세계 각국에서도 알렉시안의 석상을 만드는 곳이 늘어나고 있었다.
대륙만큼은 아니더라도 기도를 올리면 신성력을 각성할 가능성이 있고, 일정 수준 이상 사람들의 염원이 쌓이면 빛의 영역을 만들기도 한다.
효율이 높은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
알렉시안이 침묵하자 이번엔 외무대신이 나섰다.
-폐하. 후자를 택한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버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외무대신의 말에 재상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친제국파 국가들을 위주로 돕는다면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양산되는 마도무기들만 지원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이미 제국은 3세대 마도무기로 갈아타기로 결정한 상황.
조금 무리해서 3세대 무기를 찍어낸다면 2세대 무기는 다른 곳으로 싼값에 넘기거나 지원 명목으로 보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중부대륙을 그런 식으로 구원한 경험이 있다. 실패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 당시 문제 되었던 점들을 최대한 개선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나 나올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 몇몇 대신들은 흥분까지 했다.
아드리안의 계획을 듣자마자 열심히 머리를 굴린 농부대신은 보다 적극적인 식량 계획을 보고했다.
-이것이 완성되면 굳이 타국에 의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도시 내에 갇힌 상황을 상정하고 만든 식량계획이다. 거기에 제국의 본래 영토 상당수를 회복할 수 있다면 타국의 식량 사정에 크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무역로가 대부분 붕괴된 상황에서 굳이 세계 전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제국만 완벽하게 유지되어도 현재보다 몇 배로 성장 가능할 겁니다. 거기에 대륙 안정화까지 진행된다면 세계 주요국을 돕기 더 편해질 겁니다.-
제국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어린 재무대신이 말한다.
“군부 입장에서도 아드리안 대행의 말이 옳다고 보여집니다. 한곳이라도 안정적인 곳이 있다는 건 앞으로의 싸움에서 큰 이점을 가져다줄 겁니다.”
제국 최고의 전문가인 대신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던 알렉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웬만하면 전문가들인 대신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알렉시안이기에 이 결정을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약간의 방향 수정은 필요해 보였다.
“그대들 생각이 그렇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 몇 가지만 수정하지.”
알렉시안의 말에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대신들.
“첫째로, 친제국파만이 아니라 좀 더 광범위하게 접근하도록 하지.”
-그 말씀은···.-
“지원 규모를 좀 더 늘려보자는 거야. 물론 현 제국 입장에서 무리한 일정일 테지.”
그 말에 재무대신과 재상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제국은 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방금 말한 계획들 역시 제국의 한계에 근접한 목표치였다.
알렉시안 역시 이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타 대륙에 제조 기술을 파는 것이겠군요.-
재상의 말에 알렉시안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개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재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래. 겸사겸사 대륙의 다른 국가들도 압박하고.”
현재 대륙의 절대 1강의 반열에 올라선 제국이다.
지원을 받고 싶으면 타 대륙을 도우라고 압박하면 안 할 국가는 없을 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쪽 대륙이야 제국과 연관성이 있다지만 굳이 바다 건너 타 대륙까지?
그런 그들의 의문에 답을 해주기 위해 알렉시안이 입을 열었다.
“짐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림자 공간의 특성 때문이야.”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들에게 여섯 번째 멸망을 공략하면서 얻은 정보라고 말하며 게임에서의 정보들을 말해주었다.
첫째로 그림자 공간은 놔두면 계속 확장한다.
여기서 확장한다는 것은 오염된 대지처럼 기존의 땅을 오염시키는 개념이 아니다.
그림자 공간은 이쪽 공간과는 다른 또 하나의 공간이다.
태양빛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처럼 또 하나의 세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쪽의 영향을 받은 공간이 점점 커지는 것.
공간이 커지는 만큼 그림자 공간에서 많은 그림자 병사들이 생성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병력이 많아지는 것 말고도 문제가 있다. 바로···그림자 영역이 구축되면서 발생하는 재앙.”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그림자 영역이 확대되면서 강해진 힘은 보다 고차원적 존재를 복사할 수 있게 된다.
고위 몬스터, 환수, 상위 정령까지.
여기서 그림자 영역이 힘이 계속해서 쌓이게 되면···
‘두 번째 재앙인 과거의 존재까지 복사하는 게 발생한다.’
알렉시안이 게임에서 그가 알아냈었던 정보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과거의 존재를 복사할 수도 있겠지.”
-예?-
“그림자의 영역이 집어삼킨 땅에 묻힌 사체들 통해 과거의 존재를 재현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말에 듣고 있던 피오라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과장되었을 것이라 취급했던 역사적 사실들.
그런 그들이 현시점에 와서는 전부 실존했을 것이라고 의견이 바뀌었다. 만약 그런 그들이 부활한다면?
“신화시대에 묘사된 존재를 완벽하게 똑같이 부활시키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그림자 영역의 힘이 강화될수록 점점 비슷한 수준으로 복사되겠지.”
알렉시안의 말에 다들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그림자 영역을 벗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제약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자 영역들이 넓어지고, 연계되는 곳이 많아지면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게 될 터.
언젠가는 바다를 건너 이쪽에도 올 수도 있음을 뜻했다.
솔직히 이것만 해도 재앙적인 수준이다.
멸망들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폭주한 정령들과 오염된 정령들은 지속적으로 넘어오고 있었고, 게이트 너머에서 몬스터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은 아니야.”
멸망을 죽이면서 그들을 보좌하는 최상위 정령들과 환수들 역시 상당수 소멸시켰다.
그림자 영역이 당장 복사할 수 있는 존재는 한계가 있다는 뜻.
거기에 멸망들이 소멸하면서 적어도 게이트나 폭주한 정령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으니 컨트롤이 가능하다.
다만 그로 인해 생기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시간이 없을 뿐이다.
‘세 번째 재앙.’
웬만한 고인물들이 어둠의 멸망의 첫 번째 재앙을 견디지 못한 건 멸망들이 살아남으며 쌓인 막대한 숫자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곱 번째 멸망도 해볼 만한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가끔 게임을 하다 보면 행운이 연이어서 터질 때가 있다. 알렉시안이 일곱 번째 멸망을 마지막까지 막아냈던 때도 바로 그러한 행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국 실패한 것은 바로 세 번째 재앙 때문이다.
‘일곱 번째 멸망이 넘어오면서 시작될 그것.’
멸망 자체의 강함 역시 다른 멸망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지만 더 큰 건 그가 넘어오면서 ‘문’을 열어버리기 때문이다.
거기서 쏟아지는 존재들을 보면서 ‘저걸 어떻게 막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이번에도 필히 그들은 나올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알렉시안의 기준에서 그러할 뿐.
「게이트 – 폭주한 정령과 환수에 이어 그림자의 영역까지?」
제국 입장에선 여유로울지라도 다른 국가들이 그러진 못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초반부 게이트를 통해 넘어오는 오염된 몬스터도 감당하지 못해 수많은 국가가 망했다.
살아남은 국가들 중 방심하던 이들이 폭주한 정령군단에 또 한 번 멸망당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대륙의 국가들은 더는 방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타 대륙들도 그러할까?
대륙의 중부국가들이 멍청한 선택으로 멸망의 길을 걸은 것처럼 세계의 국가들이 빠르게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타 대륙 입장에선 게이트가 늘어나는 것에 적응할 만하면 폭주한 정령과 환수종들이 나타났으며 설상가상으로 그림자 군대까지 나타나니 버텨내질 못하는 것.
대륙의 중부국가들처럼 방심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전선이 밀려났다.
북부와 남부의 멸망의 전조.
그로 인해 게이트가 생성되는 것까지.
이 당시엔 주로 제국과 인근의 국가들만의 일이었다.
정령왕이었던 자연계열 멸망들이 깨어나면서 이제는 제국만이 아닌 대륙의 일로 넓어졌다.
그리고··· 일곱 번째 멸망의 영향으로 세계 전체가 멸망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제국→대륙→세계로 이어지며 후반부에 도달했다.
두 번째 재앙까진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알렉시안조차도 세 번째 재앙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한마디로 이제부턴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
지금과는 다른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에 알렉시안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미지의 영역이라···.”
천천히 움직이는 비공정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생각을 정리하던 알렉시안이 그의 비밀노트를 펼쳤다.
후반부라 적힌 그곳에는 일곱 번째의 멸망 이후로는 전부 물음표로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