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59
37. 제국 성역화!
제국은 세계를 버리지 않는다.
자국 우선주의를 의심하던 국가들 입장에선 안심할만한 소식이었다. 거기에 더해 제국에서 구세대 취급받는 무기를 지원한다는 소식까지 퍼지기 시작하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방해하는군.”
암중에서 이를 가는 한 남자.
그 말에 이제는 몇 명 남지 않은 수뇌부의 사람들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한때는 원탁이 꽉 찰 만큼 많은 인원이 있었으나 이제는 한 줌의 사람들만 남았다.
“결국, 이리될 운명이었소.”
가운데 앉은 이.
현 종말세력의 사람들을 끌어모은 사람이자 수장인 그가 좌중을 둘러보았다.
제국에서 실패 후, 동대륙으로 가장 먼저 넘어와 작업했던 검은 혁명가.
제국에서 끝까지 남아 마녀들을 휘어잡으려 했던 붉은 마녀.
용병으로 뛰며 암중에서 소수 부족의 반란을 계획했던 잿빛 광전사.
대륙의 암흑상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검은 동전.
제국의 비밀실험실을 주도했던 미치광이 박사.
본래는 이외에도 많은 자가 있었지만 전부 사라졌다.
빌어먹을 황제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제국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타국에서 반격을 꾀했으나 박살 났다.
멸망의 전조를 통해 제국을 위기로 몰아넣으려 했지만 실패하고 대륙에서 완전히 쫓겨났다.
모든 것이 알렉시안이라는 황제 한 명에 의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대륙을 포기했거늘··· 이제는 다른 대륙에서도 자신들을 방해하려 한다.
“후···그래서 예상되는 문제는?”
“더 흔드는 건 불가능할 듯싶소.”
검은 혁명가의 말에 다들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본래라면 동대륙 대다수의 국가를 손에 쥘 수 있었을 것이다. 멸망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속삭임은 그만큼 매력적이었으니까.
기본적으로 위정자와 귀족계급은 밑에 사람들을 생각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들이 거의 대다수였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생존이나 이득에만 관심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종말세력이 제안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멸망의 고위 존재를 숭배하는 조건으로 살 수 있게끔 해주겠다는 것.
물론 여기에 함정이 있다.
기본적으로 멸망 세력은 어딘가 뒤틀린 놈들이다.
장난감처럼 인간이나 생명체를 죽이거나 가지고 놀려는 놈들이나 본인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 제물을 받치기는 원할지도 모른다.
종말세력에 넘어간 이들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2. 특별한 권능.
멸망들이 ‘개념’을 퍼뜨리는 것처럼 그들의 권속 역시 특수한 힘을 부여할 수 있다.
마치 먼 고대시대 흡혈귀들이 순수혈통에 따라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차이가 있었듯, 멸망의 존재에게 힘을 부여받은 이들 역시 그러했다.
물론 이는 멍청한 짓이다.
흡혈귀들이 왜 멸망했을까?
먼 고대시대 강력한 혈기술을 사용했던 이들이 몰락한 이유는 마법과 오러가 발전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럼 현시점엔?
어느 때보다 큰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마력과 오러, 정령술, 신성력, 그 밖에 마도구까지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오러에 멸망의 힘이 함께 한다면?
혹은 마력에 멸망의 힘이 함께 한다면?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멸망에게 부여받은 힘에 따라 각 가문의 정통성도 만들 수 있다.
제국의 영향으로 불안해하는 고위 계급에게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터.
여기에 더 해서···
3. 제국이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멸망들에 허덕일 때도 위험했지만 그림자 영역이 만들어지면서 자국을 방어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빠르게 세계 각 지역에도 그림자 영역이 만들어지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박히면서 어쩔 수 없이 멸망의 세력에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종말세력 특히 동대륙에서 활약하는 ‘검은 혁명가’는 이것을 이용해 빠르게 동대륙을 집어삼키려 했다.
바로 그때 제국이 나선 것이다.
“타 대륙은 절반으로 갈라져 싸울 것이고, 동대륙 역시 제국의 지원을 받는 이들이 많아지면 어찌 될지 모르오.”
검은 혁명가의 말에 다들 한마디씩 거들면서 대책을 논의 중이었다.
그때, 조용히 있던 붉은 마녀가 입을 열었다.
“후···지금 대책이나 세울 때가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시끄럽게 떠들던 이들이 일제히 마녀를 바라보았다.
“우리 세력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마녀의 말에 다들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동대륙으로 쫓겨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세력 내의 배신이었다.
“후···.”
잿빛 광전사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의 세력 역시 반 토막이 난 후 겨우겨우 세력을 수습해서 동대륙으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하나.
“알렉시안 그 새끼만 아니었다면···.”
암상인 세력이 붕괴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검은 동전 라이바가 이를 갈았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 종말세력은 거대했다.
제국을 중심으로 암흑가의 핵심 세력들의 수장들 다수가 종말세력 소속이었다.
그러나 알렉시안의 개혁에 의해 하나둘 무너지거나 사라졌다.
핍박을 받았던 마녀들을 중심으로 모인 마녀회.
끝까지 제국을 믿지 못하겠다던 마녀를 모아 동대륙으로 떠나왔다.
용병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수림을 중심으로 전쟁터를 떠돌던 용병들을 모아 세력을 만들었던 소수 부족 출신의 잿빛 광전사 로드릭.
그러나 알렉시안이 대수림과 동맹을 맺으면서 쫓겨나다시피 떠났다.
암상인을 붕괴시키면서 도망친 검은 동전 라이바.
제국의 수도가 장악되고, 북서부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가장 먼저 도망친 미치광이 박사 벤.
비리를 저질러 제국에서 쫓겨나 중부대륙 도시에서 활동하던 검은 혁명가 벨컴.
이들 전부가 처음부터 종말세력에 합류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알렉시안에 의해 하나둘 피해온 이들이 많았다.
종말세력의 수장인 스테인을 제외한 기존의 종말세력을 이끌던 이들 다수는 멸망이 시작되면서 알렉시안의 집요한 추격에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다.
사실상 종말세력의 주축 자체가 무너진 상황에서 꾸역꾸역 새로운 이들을 받아들여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또다시 흔들린다.
“수장께선 차분해 보이시는군.”
잿빛 광전사의 말에 스테인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변한 것은 없으니까.”
그 말에 다들 그를 바라보았다.
“멸망의 전조가 예상외로 빠르게 죽어가면서 우리의 대계는 이미 흔들렸다.”
“그때완 다르지 않소? 멸망이 시작되었음에도 제국은 멀쩡하오. 아니, 더 강해졌소.”
미치광이 박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멸망만 시작되면 끝날 거라 생각하며 멸망의 전조를 미끼로 내던져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멸망이 전멸하고 일곱 번째 멸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처지였다. 그러다 보니 종말세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주축이 죽어 나가며 새로 받아들인 이들인 만큼 결속력은 약하다.
그러나 스테인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때와 다르지 않아.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스테인을 빤히 바라보는 크리나.
“설명이 더 필요해 보이네요. 이젠 비밀을 말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요?”
붉은 마녀의 말에 주축이 된 이들 역시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요구에 스테인은 잠시 눈을 감더니 비밀을 말해주었다.
“멸망의 전조는 멸망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이었다.”
“설마···멸망도 같은 역할이라는 건가요?”
“맞다. 모든 것은 최종목표를 위한 제물이 지나지 않아.”
그 말에 다들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멸망들은 ‘전원’ 그분께 굴복한 이들에 불과하다.”
멸망의 전조도, 멸망들도 한때 이 대륙에 있던 이들.
그들이 타락한 이유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었다.
“결과는 변하지 않아. 엎드려서 자비를 구걸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야.”
그 말에 다들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강대한 멸망들조차 굴복한 존재라면 납득하지 못할 것도 없다.
제국이 멸망들을 차례차례 소멸시켰지만, 스테인은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당장 로드리아 제국은 일곱 번째 멸망을 넘기도 힘들 것이야. 설령 그를 이긴다 한들··· 그다음은 더 큰 지옥이 다가올 뿐.”
그 말을 끝으로 스테인은 더는 설명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닫았다.
모두가 더 말해봤자 설명해주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붉은 마녀가 그를 보면서 물었다.
“당신. 그리고 당신이 이끄는 ‘진짜 종말세력’은 정체가 뭐죠?”
크리나의 물음에 스테인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보면서 다시 묻는 크리나.
“인간은 아닐 터.”
“그대도 이미 인간의 범주는 아니지 않나?”
멸망의 힘을 받아들인 시점에서 크리나 역시 인간이라 보기는 어려워졌다.
“다시 물을게요. 애초에 인간이 아니었던 것. 맞나요?”
그녀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는 스테인.
하지만 크리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자리를 뜬 붉은 마녀와 스테인을 지켜보던 이들이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인제 와서 진실이 다 무슨 상관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뜨는 로드릭.
그의 말에 하나둘 혀를 차면서 자리를 떴다. 모두가 자리를 뜨자 동굴 속 천장을 바라보는 스테인.
“부질없는 발악일 뿐.”
제국, 그리고 대륙이 멸망을 소멸시키는 것도, 오염된 존재에 대항해 싸우는 인간들도 전부 부질없어 보였다.
멸망에 굴복하지 않은 인간들은 이 사태를 만든 종말세력을 욕한다.
‘인류의 배신자’
‘멸망의 하수인’
‘더러운 변절자’
수많은 악명이 종말세력과 함께하지만 그건 진실을 모르기에 하는 멍청한 소리였다.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희생한 멍청한 빛.”
아주 오래전 이 세계에서 일어난 진실을 떠올린 스테인이 이를 갈았다.
“이번엔 도우미를 데려오는 것으로 봉할 수 없을 것이야.”
모든 것을 희생하여 차원의 벽을 세운 것도,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며 생긴 균열을 영웅의 희생으로 틀어막은 것도 한계다.
이미 멸망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진행되었다.
고작 도우미 한 명 데려온 것으로 막을 수는 없을 터.
자신은 언젠가 일어날 일을 빠르게 당긴 대가로 이 세계를 존속시키려 한다.
그러나 멍청한 존재는 이번에도 막으려 한다.
‘멸망은 거스를 수 없다.’
종말세력을 지금까지 존속시킬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이유.
그걸 증명하듯, 한때는 틈조차 없던 차원 간의 벽이 이제는 거의 허물어졌다.
“과연 벽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도 인류가 버틸 수 있을까?”
비웃음이 담긴 미소와 함께 동굴 밖 하늘을 바라보는 스테인.
이미 수많은 차원을 침식한 압도적인 존재를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했다.
종말세력 중에 가장 오래 살아남았으며, 가장 진실에 근접한 이가 언젠가 다가올 거대한 멸망을 기다리며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정확히는 인류파와 멸망파로 나뉘어져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오염된 존재를 막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인류의 변절자들과도 싸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
그런 그들에게 제국에서 온 막대한 물자들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