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61
37. 제국 성역화!
설원 깊숙한 곳에 박혀있는 검은 나무의 뿌리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곳을 지키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맹렬히 공격해온다.
‘북부산맥에서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재빠르게 광역으로 정화마법을 펼치는 알렉시안.
그 순간 뿌리를 지키기 위해 나타난 수많은 정령들.
정령만이 아니었다.
설원에서 살아왔던 동물들이 영수가 되어 알렉시안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기까지가 검은 뿌리를 지키기 위한 세력이라면, 그다음은 오염된 세력이 등장했다.
설원은 단 한 번도 인간에게 공략당하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는 것은 공략되지 않고 폭주한 게이트가 널려있다는 뜻도 된다.
거기에 게이트에 기생하는 그림자 영역도 널려있다.
“많군요.”
근위대장이 개떼처럼 몰려드는 적들을 보면서 말했다. 절대자라 불리는 그조차도 ‘괜히 벌집 건드린 거 아니야’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초입부가 이 정도라면 설원 전체는 정말 답도 없을 만큼 많을 확률이 높았다.
“버겁나?”
“그럴 리가요. 멸망이 아닌 한 어느 누구도 폐하께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을 것이옵니다.”
자신감을 드러내는 근위대장.
전부 멸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쓰러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래도 지원군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린 녀석들은 언젠가는 지칠 테니까요.”
“물론 그럴 생각이야.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곳도 제국의 관할하에 관리할 생각이니 천천히 청소해야지.”
“그래도 설원 전체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근위대장의 물음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슬쩍 이곳의 자원들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서 흘려줘야지.”
이미 한번 게이트에 욕심냈다가 호되게 당한 적 있는 국가들이 다시금 낚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강국의 반열에 있는 이들은 혹할 가능성이 있다.
이곳에 다른 곳처럼 석유가 묻혀있는진 모른다.
물론 마법이 있는 이곳에서 지구처럼 석유를 주동력으로 사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리 대비해서 나쁠 일은 없다.
그 밖에도 설원은 특성상 인류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기에 많은 자원이 묻혀있었다. 개발만 할 수 있다면 엄청난 가치를 지닌 땅일 수도 있다는 것.
멸망이 끝난 후, 이 땅을 정복한 제국의 기술이라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설원의 크기를 생각하면 어차피 혼자 먹긴 힘드니 좀 떼어주는 것 정도는 문제 없을 터. 어떻게 다른 국가들을 꼬실지 머리를 굴리던 알렉시안이 피식 웃었다.
‘멸망이 끝난 다음이라···’
일곱 번째 멸망, 그리고 그 이후의 멸망들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살아남은 이후를 생각한 알렉시안. 당장 멸망에 살아남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인간이란 미래와 희망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걸 증명하듯 상상하는 것만으로 알렉시안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렇게 멍하니 먼 미래를 생각하는 와중에도 적들은 끊임없이 몰려온다.
그런 그들을 향해 마법사들이 나선다.
다들 알렉시안의 영향을 진하게 받아서 그런지 하는 것도 알렉시안을 쏙 빼닮았다.
차기 마탑주 엘리아가 젊은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대마법을 준비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마도구로 조율해주는 페론.
다수의 마법사가 모여 대마법을 발현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마도사가 아니라도 수백의 마법사가 모여 대마법을 사용하는 건 있었던 일이니까.
그러나 이들은 대마법을 한 번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각의 속성에 특화된 대마법을 연이어서 사용해 몰려오는 적들을 박살 냈다. 그러나 진짜는 그 다음이다.
마력 파장들이 뒤엉키면서 2차 폭발을 일으켰다.
완성도만 높았으면 융합 폭탄 다수를 터뜨린 것 같은 폭발력을 일으켰을 것이다.
“꺄아아! 성공했어!”
처음으로 성공한 것에 기뻐하는 엘리아.
사실상 대마법으로 할 수 있는 극한의 마법을 보여주는 엘리아.
마탑주 셀리나가 인간의 한계를 부수며 나아가고 있다면 엘리아는 대마법이라는 기존의 한계 내에서 극한까지 효율을 올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어떻게든 셀리나를 따라가려는 마도왕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엘리아.
알렉시안은 그런 엘리아의 선택이 나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어떠한 길이라도 정점에 이르면 그만이었으니까.
“허···진짜 성공했군요.”
마법만이 아니었다.
기사들 역시 각각 개성이 듬뿍 담긴 아머수트를 통해 움직였다. 합격진을 펼치고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기존의 기사와는 달리 개개인의 개성이 너무 강했다.
물론 기존의 기사와 같은 입장을 중요시하는 이들 역시 존재했다.
그들은 차기 근위대장이라 불리는 붉은 코뿔소의 론을 중심으로 뭉쳤다.
그 밖에도 자유를 중요시하는 정령사들, 알렉시안의 사도인 다이에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특수부대, 계약자들을 이끄는 두 번째 사도 에윈까지.
죄다 알렉시안처럼 효율을 중요시하며 각각의 개성이 도드라졌다.
알렉시안이 기존의 마법 체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점에 이르렀고, 검술 역시 기초보단 실전을 통해서 길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한 번쯤은 그 길을 의심할 수 있지만 알렉시안은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티엔에서도, 북부산맥에서 검은 나무의 뿌리를 제거하면서도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이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어떠한 방식이든 정점에 이르면 된다!’라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길로도 초월에 이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후···정말 이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엇나가는 자식을 보듯 바라보는 근위대장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기초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만 젊은 기사들은 은근히 그런 그를 꼰대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함부로 말도 못 할 지경이다.
거기다 신기하게도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심지어 빙의를 통해 일시적으로 힘을 강화시키는 귀검사 에릭은 마스터의 경계선에 이르렀다.
꼬마 마녀 엘리아도 반복적으로 대마법을 사용하면서 법칙을 엮는 중이다.
알렉시안의 두명의 사도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상황이니 그래도 기초에 더 투자하자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 중에서 몇 명은 이번 싸움이 끝나면 벽을 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좋은 일이지.”
전쟁만큼 천재들을 성장시키기 좋은 환경은 없다.
실제로 다른 국가들 역시 새로운 마스터들이 속속 나오는 중이다. 마도왕국에서는 새로운 마도사 후보자들이 둘이나 등장했으며 기사왕국은 정령과의 계약을 통해 길을 찾은 뇌력검 론이 마스터가 되었다.
해상왕국 역시 국왕이 바다의 정령을 보석으로 홀려 마스터급에 다다랐으며 폭풍의 창 셀룬드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마스터급에 이르렀다.
용병왕국 역시 붉은 이빨이라는 새로운 S급 용병이 등장했다.
제국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멸망과 싸우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나 반복되는 전쟁 때문만은 아니다.
“이젠 정말 다양한 길을 걷는군요. 어찌 보면 폐하께선 또 하나의 개혁을 완성하신 셈입니다.”
그 말에 미소를 짓는 알렉시안.
그동안 정형화된 길만이 최선이라 믿었던 인간들의 안일함.
그것을 끊어낸 것이다.
거기에 더해 멸망이 시작되면서 오염된 기운이긴 하지만 세계 전체에 힘이 가득 찼다. 오염된 힘이라도 마나나 특수한 힘에 민감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그건 곧 각성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뜻했다.
“앞으로 인류는 더 발전하겠지.”
설령 자신이 멸망을 상대하다 죽는다 한들 제국을 비롯한 인류가 꾸준히 발전할 수만 있다면 멸망을 막아낼 수 있다고 봤다.
이미 제국을 중심으로 인류는 발전이라는 거대한 폭주 기관차를 타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제국의 신성들을 바라보던 알렉시안이 손짓을 했다.
“슬슬 나서야겠어. 그대는 오염된 몬스터들을 막게.”
“예. 폐하.”
끝도 없이 몰려오는 적들임에도 소수 정예의 제국의 신성들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버텨주었다. 그 사이 알렉시안이 준비한 광역마법진이 하늘에 수없이 펼쳐졌다.
전부 정화마법을 다양한 고위마법과 결합해 만들어낸 것.
그 고위마법들 사이사이를 기초 마법들이 채워주면서 하나의 초월마법을 만들어냈다.
“”
기존의 고위마법이 아닌 알렉시안만의 고유마법.
그것이 떨어지는 순간 몰려들던 수많은 정령들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마법의 여파에서 멀어졌더라도 정화의 파장에 맞는 것만으로도 반쯤 정화되어버린다.
실로 압도적인 힘.
“이제는 정말 근위대장님 이상의 힘을 보여주시는 것 같은데?”
마법사들이 알렉시안의 마음에 경외심을 담아 말하자 기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 근위대장님도 더 성장하셨으니 모를 일이지.”
절대자 불리며 제국을 넘어 세계 최강을 다투는 근위대장.
알렉시안이 직접 붙여준 별명에 걸맞듯 공간마저 파괴하는 압도적인 돌파는 모든 것을 사라지게 했다.
그나마 이마저도 위력을 줄인 것이라는 점이 더 괴물 같았다.
다들 두 절대자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새 모든 것을 정리한 알렉시안이 제국의 신성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쉬었으면 움직일까?”
괴물의 반열에 든 알렉시안이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제국의 신성들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까지 치열한 전투를 펼친 그들이 쉴 시간도 없이 다음 지역으로 움직여야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빡센 일정이 그들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불만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렇게 설원을 돌파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안 제국의 성역화는 굉장히 빨라졌다.
「석상의 능력은 어디까지? 이젠 기존보다 3배는 넓어진 빛의 영역.」
「다섯 개의 도시에서 새로운 성역이?」
「늘어나는 성역을 중심으로 기존의 영토를 수복하는 제국!」
다들 부러워한다. 그러나 이번엔 제국만의 축제는 아니었다.
「설원은 자원의 보고? 개발할 수만 있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제국: 성역화가 완성되는 즉시 설원으로 전력을 투입할 것. 공동참여자에게 일정 지분을 줄 가능성도?」
이 발표에 많은 국가들이 혹하기 시작했다. 북서부 때 점령한 영토를 나름 저렴한 가격에 팔았던 제국이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욕심만 부리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투자한다면 이건 반드시 대박 날 일이기에 모두가 흥분했다. 이제는 제국만이 아니라 대륙의 많은 국가들이 흥분하는 상황.
그러나 군부를 비롯한 제국의 수뇌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다급했다.
“세 번째 재앙이 시작되기 전에 제국을 완벽하게 정화해야 한다.”
기준점 이상의 그림자 영역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처리한다. 늘어나는 게이트까지 통제하긴 어려워도 일정 수준 이상의 그림자 영역만큼은 말끔하게 지워내는 것.
이를 통해 세 번째 재앙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통제 가능한 안전한 제국을 만들 것이다.
“동쪽 지역은?”
“아직 부족합니다. 좀 더 안전지대를 확보해야 전체적인 지역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남쪽 지역 역시 마찬가집니다.”
아직은 미진하다는 듯 말하는 지휘관.
사실 여기엔 함정이 있었다. 초기 엘로니안이 세운 제국의 성역화라면 이미 그 기준점을 거의 통과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속속 투입되면서 세세한 점에 디테일들이 계속 추가되면서 조금씩 기준점이 높아져 여러 부분에서 미진한 부분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부와 서부는 달랐다.
“북쪽 지역은 폐하의 도움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서부 역시 거의 완료 단계입니다!”
알렉시안이 직접 도움을 준 곳답게 가장 큰 문제들이 빠르게 해결되면서 완료 단계에 이른 것이다.
각 지역 지휘관들의 보고에 아드리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로니안을 중심으로 수도원의 핵심이 전부 투입된 성역 작업 역시 목표치에 거의 도달했다.
아직 미진한 부분들이 곳곳에서 보이기에 알렉시안이 원하는 수준에는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아드리안과 수뇌부였으나 정작 알렉시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석상의 최종단계까지 거의 도달했습니다.] [제국 성역화 완성도 96%]알렉시안이 개같이 구르는 동안 대신들 역시 열심히 굴러준 덕분에 최종목표로 삼았던 제국의 성역화 완성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질 순 없지.”
그렇게 중얼거린 알렉시안이 곧바로 제국의 신성들을 데리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더 빡세게 굴려지다 보니 티엔에서의 성장으로 나름 근엄해진 제국의 신성들이 다시금 곡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폐하. 성역화 작업이 끝난 서부군과 북부군이 폐하를 돕고자 합니다.”
“그래? 잘 됐는데?”
에르헨의 말에 알렉시안이 환하게 웃으며 돕고자 하는 그들의 지원을 반겼다.
제국의 신성들 역시 환한 미소를 지었으나 그들이 구르는 강도는 변하지 않았다. 설원을 돌파하는 역할은 여전히 자신들이었기에 지원온 부대는 그들이 돌파한 이후의 상황을 통제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아···.”
기대했던 상황이 아님에 자신도 모르게 허탈한 표정을 짓는 한 청년.
귀검사라는 살벌한 이명과 다르게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절망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서쪽의 검은 나무 뿌리를 정리하던 국가들이 서쪽 설원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는 점과 대수림 역시 동쪽 산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소식이었다.
“후···설원 전체를 정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가?”
귀검사의 말에 다들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